병상 가동률 높아지면 환자 수용 어려워뇌·심혈관 등 고난이도 응급환자 수술 불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2차병원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생긴 3차병원(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연쇄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모 2차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모습./김영봉 기자
"사태가 지속되면 응급실 환자가 많아질 텐데,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빨리 해결돼야 합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2차병원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생긴 3차병원(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연쇄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달 19일 이후 2차병원 환자가 증가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하고, 1~3차 병원 역할을 확실하게 나눈다"고 발표한 후 2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응급 환자, 종합병원은 중등증 환자,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응과 진료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날도 서울 주요 2차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외래환자와 신규환자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안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 환자들이 대기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이 몰렸다.
오전 9시가 되기도 전부터 1층 로비에는 30명 이상의 환자들이 대기했다.
대기 순번은 이미 200번이 넘어가고 있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도 이른 시간부터 진료를 위해 찾은 환자들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과 서울시 서북병원도 이비인후과와 정형외과를 위주로 환자들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모 2차병원 관계자는
"얼마나 늘었는지는 병원 방침상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의·정 갈등 후 외래환자와 신규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에 갔다가 발길을 돌려 2차병원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외래나 신규환자 뿐만 아니라 3차병원의 의료공백으로 밀려난 응급환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로성심병원 내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70대 이모 씨는 "동네 내과를 갔는데 거기서 CT 촬영하려면 고대구로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며 "그런데 파업 중이라 여기에 전문의 선생님들이 있을 거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3층 수술실 앞에서 만난 최모(78) 씨도 "넘어져 다리를 다쳐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처음에는 고대구로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119에서 거기는 파업한다고 여기로 가라고 해서 왔다.
다른 환자들도 거기서 수술을 안한다고 해서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문제는 의·정 갈등이 지속될 경우 2차병원도 더 이상의 환자 수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병상이 포화인 상태에서 입원을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가 몰릴 경우 병상 부족은 물론, 의료진의 피로도 역시 심해질 수 있다.
서울의 한 2차병원 관계자는 "응급환자들이 입원해야 할 경우 병상 가동률이 높아질 텐데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큰일"이라며 "의·정 갈등이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2차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뇌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수술 등은 주로 3차병원에서 담당한다.
또 다른 2차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 중에는 중소병원에서 해결 안되는 환자도 있다"며 "뇌수술, 심혈관 등은 우리 역량이 부족한 부분이다.
재빨리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만약 거기서 못받으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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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전공의 강제노동' 개입...정부 "공식 절차 아냐"
ILO, 대전협 의견조회 재요청 수락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국제노동기구(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로부터 의견조회(intervention) 재요청에 대한 회신을 받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국제노동기구(ILO)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문제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전공의 단체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 위배된다며 개입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ILO는 전날 "강제노동 협약(제29호)뿐 아니라 한국 의료인의 기본 원칙과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견조회(intervention) 요구를 받았다"며 한국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ILO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제기한 안건을 사회적인 대화로 해결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며 "현안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개혁과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지난 13일 ILO에 긴급개입요청 서한을 발송했다.
대전협은 "ILO는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 조항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금지한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ILO는 "현안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개혁과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대전협이 제기한 안건을 사회적인 대화로 해결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배정한 기자
당초 ILO는 대전협이 노사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의견조회 요청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절차를 종결했다.
이후 대전협은 지난 15일 개입을 재차 요청했고, ILO는 대전협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사태에 대해 ILO와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며 "정부는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업무개시명령과 강제근로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생각돼 심히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의견조회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성의있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견조회는 ILO 헌장 등에 근거한 공식적인 감독 절차가 아니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부는 "이번 의견 요청에는 강제노동 협약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한 판단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ILO는 의견조회 요청이 접수된 해당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해당 노사단체에 전달한 후 종결하게 된다.
ILO는 노동자의 근로 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설치된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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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교수들 "2000명 의대증원 최대치로 놓고 규모 조정해야"
9672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29일 긴급 성명"의대증원, 의사 수 확보 관점서만 접근해선 안돼""의대 쏠림 인한 이공계 붕괴, 사교육↑ 고려해야"[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적정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규모 증원에 따른 인재 쏠림이 이공계 인재 양성에 미칠 부정적 파장과 증가할 사교육 규모 등을 고려해 정부가 증원 숫자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교련은 국립대학·국립대학법인, 공립대학 총 40개교 교수회 회장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정부가 2000명을 증원의 잠정적 최대수로 정하고 교육 현장 준비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함을 밝히며 협의에 임해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교련은 의대 증원을 단순히 의사 수 확보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이 이공계 등 의학 외 분야의 고등교육과 연구, 학문의 다양성 확보에 부정적 연쇄작용을 미칠 것”이라며 “인재 쏠림이 심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의대증원 효과마저 상쇄할 수 있어 국가경쟁력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공계 등 비 의학 분야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의대에 대한 인력 투자 집중에 따른 타 전공의 운영 재원이 고갈될 위험성과 지역 국·공립대 비의료계 전 분야의 정원 미달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의대정원 증원의 악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의대 쏠림으로 인한 사교육 증가와 학령인구 감소도 증원 규모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국교련은 “20년 후 현 수준 절반 가까이 떨어질 대입 수험생 수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의대 입시에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사교육에 학부모, 학생, 일반인이 의존하게 만들어 가계부담이 증가하고 공교육은 왜소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필요할 경우 별도 협의체를 꾸려 적정 증원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의대증원' 취재기자의 반성과 일갈[노컷 익스플레인]
윤석열 정부가 한 해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린다고? 처음엔 출입기자들도 '설마설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웬걸, 2월 6일 아침, 4분 만에 어그러진 의·정 협의체부터 오후 발표 브리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더니, 정말 배정까지 속전속결로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증원 찬성론자도, 심지어 정부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벌써 한 달이 넘게 계속되고 있죠.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의(醫)·정(政) 대치
의 맥락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① 의사증원 시도와 파업(또는 사직), 이번이 처음일까?
황진환 기자
2024년에 할 수 있는 거라면 예전엔 왜 못했을까요? 사실 의대 증원 시도는 당연히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대학병원 등의 전공의들까지 총파업에 나선 점, '국시 거부' 등 의대생들도 집단행동에 가세한 점 등은 모두 현 사태와 판박이입니다.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정부가 '진료 거부는 불법'이라며 강경 대응한 것도,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전공의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거의 데자뷔 수준
인데요. 다만, 이때는 "코로나 유행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로 돌리면서 상황이 종료됐어요.
이게 바로 지금까지도 의사단체가 매번 인용하는 의·정 간 9·4 합의
입니다.
모든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을 기준으로 보면 2주도 안 돼서 문 정부가 백기를 든 거예요. 당시 파업률은 75%에서 80% 정도였습니다.
현재 전체 90%가 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던진 것보다 낮은 수치죠. 그럼 4년 전에는 늘리려던 인원도 현재의 '5분의 1' 수준인데 왜 실패했느냐? 일단 코로나19가 터진 첫 해라 감염병 리스크가 컸고요.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지금은 89%의 국민이 찬성(지난해 12월 보건의료노조 조사, 이달 MBC 여론조사 등)한다 할 정도로 여론의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
이죠.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으로 보는데요. '빅5'에서 근무하는 30대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병원 안에는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한 명도 없었던 겁니다.
결국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이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우리 의료체계가 적신호라는 걸 보여주는 징후들이 많이 보도된 것도 물론 한몫했습니다.
또 지금은 대통령이 의사 증원에 굉장히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의료사고 관련 의사들의 사법리스크 완화 또는 수가 인상 등은 논의가 가능하지만 증원 자체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입니다.
② 근데 의사 증원, 왜 꼭 2천 명이어야 할까?
정부는 "2천도 최소한의 수치야"라고 고집하고 있다면, 의료계는 "백번 양보해도, 제발 2천만은…"이라며 안 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럼 2천이란 숫자는 어디서 떨어졌느냐고요? 정부가 근거로 든 건 서울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3개입니다.
세부 수치는 차이가 있지만 10년 뒤 2035년쯤이면 대략 1만 명 안팎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 데이터에 '의료취약지' 의사 부족분(分)을 더하면 1만 5천 명의 의사가 모자라게 되니, 지금부터 연간 2천 명씩 늘려서 1만 명을 추가로 양성한다는 게 지금 정부의 계획이에요. 아이러니한 건 정책 근거가 된 보고서 저자들(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신영석 보사연 명예연구위원·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모두 지금 정부가 발표한 규모의 증원에 부정적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너무 급진적이라는 거죠. 초저출산 탓에,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과잉' 시점이 분명 온다는 거고요.
긴 호흡으로 '연간 750에서 1천 명 정도'를 늘리면서 연착륙시키자는 게 연구자들의 생각
입니다.
여기엔 이달 25일부터 사직에 들어간 의대 교수들이 주장하는 '의학교육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정부는 해부용 시신인 '카데바'도 수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의료계에선 '아무 말 대잔치'라는 격양된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증원분 82%(1639명)를 몰아준 비수도권 의대는 가르칠 교수가 없어서 스카우트 쟁탈전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 부분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정당한가를 떠나서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또 애초에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할 거란 보도가 나온 시점이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다 보니, '포퓰리즘이다', '총선을 위한 여론 반전시도다' 등의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2천(증원)이 워낙 예상치를 웃도는 숫자다 보니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일단 크게 지르고, 협상을 통해 깎아 나가려는 전략'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③ '강(强)대강' 대치, 정말 국민을 위한 걸까?
좀 '웃픈'(웃기고 슬픈) 건 의료계와 정부 모두 각자의 입장이 '환자를 위하는 것'이라 강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는 의사 증원이 "의료 개혁"이자 "국민의 명령"임을 강조하고, 반대로 의사들은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후진화되는 지름길이라 주장합니다.
서로 의견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국민과 환자를 생각한다면 나올 수 있는 발언인가 싶은 얘기도 (양쪽 다) 있었지요. 가령 정부는 현 사태를 '의료 대란'이라 표현한 언론 보도가
"과장된 표현"
(3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를 두고 의사들은
'그럼 대란도 아닌데, 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느냐'
고 반문했고, 환자들은 진료·입원 차질로 인한 고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발끈했습니다.
앞서 박민수 복지차관은 한 방송 인터뷰(3월 17일 YTN 출연)에서
'의사가 없으면 전세기를 띄워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
고 하셨는데요. 사실 이런 상황까지 가정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심각한 의료대란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의사들의 경우,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는 한 전공의의 말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환자 없이는 의사들도 없다'는 집단행동 비판을 역으로 비꼰 건데 '의사 할 자격이 없다', '특권의식 쩐다' 등 기사 댓글창이 난리가 났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만났던 분들 중에는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는데 병원에 진단만 해주고 치료받을 병원은 '알아서 알아보세요'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다던가, 이식수술 후 표적항암치료나 면역억제제 복용이 계속 필요한 상황인데 외래도 원활치 않다는 환자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실 출입기자로서도 죄송한 부분이 있습니다.
의·정 갈등을 너무 경마식 저널리즘처럼 중계하듯 보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건데요.
결과적으로 기사는 수정했지만, 언론조차도 이번 사태를 치킨게임 중계하듯이 환자를 도외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또 여당 비대위원장이 의대 교수들과 깜짝 만남을 가지면서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 싸움이 누굴 위한 싸움인지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정부는 '증원'을, 또 의료계는 '증원 철회'를 여전히 고집 중인데요.
"의대정원 200명 증원? 충북대병원 파산한다"
교육인재개발실장 권순길 신장내과 교수 "정원 초과하면 시스템 망가진다"▲ 충북대학교병원 전경.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가게 되면, 병원에 상주하는 의사수가 1900명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충북대학교병원이 재정적 문제로 파산할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의과대학 중 가장 크게 늘어나는 증원규모다.
김영환(국민의힘) 충북도지사는 지역의료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크게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충북의대와 병원은 현수막까지 걸며 반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의대정원 증원을 무조건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49명에서 80~100명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꾸준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200명 까지 증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충북의대 입학정원 증원 때문에 병원이 파산 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 싼 충북대병원의 우려와 입장을 들어본다.
"정원 초과되면 시스템 망가져"
▲ 지난 25일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배장환(가운데) 충북대의대·병원 교수회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김영환 지사와의 간담회에 앞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 50명에서 80~100명 수준으로 충북의대의 정원이 늘어나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200명 증원은 받아들일 수도 없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병원관계자의 말이다.
충북대학교병원 교육인재개발실장 권순길 교수(신장내과)는 "정원이 초과하면 시스템이 망가진다"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의대정원이200명으로 늘어나면, 병원에서 동시에 근무하는 의사와 실습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본과 3~4학년 임상실습학생이 400명, 인턴과 레지던트 1~4년차 1000명, 즉 1400명이 병원에 상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증원에 따른 교수도 최소한 500명 이상이 충원돼야 하는데, 그러면 2000명 가량의 의사와 실습생이 근무하게 된다"고 했다.
권순길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대 사례를 제시하며 정원 증원에 따른 충북대학교 병원이 겪게 될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의대입학정원이 135명이다"며 "서울대학교 병원 병상수가 1800병상이다.
여기에 서울의대는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가지고 있어서 모두 합치면 3500병상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충북대병원이 늘어난 정원(200명)을 교육하려면 병원 규모가 최소한 2000병상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공의 배정도 받지 못한다"며 "학생실습도 불가능해 의과대학인증평가에서 탈락하면 입학생도 받지 못하고 의대를 졸업해도 의사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박탈된다"고 전망했다.
간호사보다 의사가 더 많은 병원?
현재 충북대병원은 800병상으로 간호사가 1800명이 일하고 있다.
권 교수의 설명대로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증원되면 의사가 2000명이 일하게 된다.
간호사보다 의사가 더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800병상 수준에서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권 교수는 "늘어난 의사 인건비 그 자체만으로도 병원을 도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2000병상으로 병원을 키우면 해결되지 않을까? 권 교수는 "2000 병상으로 현재보다 1200병상을 늘리려면 기획재정부에서 산출하는 건축 및 장비비만 최소 1조2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정말 올해부터 이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 있는가"라며 "2000병상으로 건립해도 청주의 인구가 200만 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입원병상은 텅텅 빌 수 밖에 없다.
진주의료원처럼 텅빈 병원이 돼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40% 이상의 비율로 중증환자의 입원 및 치료를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여러 평가 항목도 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의료수가 및 여러가지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권 교수는 "2000병상으로 늘릴 경우 청주 인구를 고려하면 중증환자가 모두 다 충북대에 입원해도 병상이 텅텅 빈다"며 "결국 경증환자, 교통사고 골절환자 등도 모두 충북대병원이 흡수해야 병상을 체울 수 있다.
그럼 청주에 있는 다른 2차병원들이 도산하게 된다"고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지역의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게 된다"며 "또 경증환자 진료를 많이 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박탈 당하게되니 진퇴양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지난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현장 방문 일정에 맞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김동연 "정부 밀어붙이기로 의대 증원 문제 해결 못해"
분당서울대병원 현장 방문
"정말로 해결 의지 있다면
열린 자세로 대화나서야"
[성남=뉴시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현장을 살폈다.
[수원=뉴시스] 박상욱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밀어붙이기로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지사는 28일 오전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의료현장을 살폈다.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은 필요하지만, 방법과 절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래 누적된 구조적 문제인만큼 정교한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달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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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답보'…의대 교수 사직 확산에 "아파도 병원 못 가"
전공의 이탈 6주째…의료진 "주 100시간 근무" 피로 누적 호소
전국 병원, 주 52시간 실시·진료 축소…진료 거절 환자 사망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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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 간 샅바 싸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8일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교수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각 의대에서는 근무 시간 준수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6주간 대화가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의료 현장에 혼란이 지속되자 환자 불편과
불안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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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교수들 줄줄이 사직…환자 불편·불안 호소
전남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까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는 총정원 283명 중 92명이다.
전날에만 본원이 있는 학동 전대병원에서 21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고, 화순
전남대병원에서는 15명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5일 교수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을 의결한 전남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9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조선대는 의대 교수 161명 가운데 43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북대 의대·병원 경우 200여명에 이르는 교수 가운데 최소 6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지난 25일부터 의대 교수 400여명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의 경우 제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한 가운데 전체 교수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에서 77.7%가 사직에 동의한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도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모아 29일 오후 학교와 병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창원·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 260명도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천명의 교원이 재직하고 있는 울산의대의 경우 지난 25일 일찍이 교수 433명이
사직서를 대학에 제출했다.
의정 갈등이 깊어지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진료 차질도 심화하고 있다.
춘천 한 맘 카페에는 교수 사직으로 인해 진료 일정이 세 차례 바뀌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제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강대
예약을 해놨는데 지난 22일에서 26일로 변경됐다가 또 내달 26일로 바뀌었다"며 "이유는 교수님 사직이라고 한다"고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댓글이 함께 달렸다.
전날에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진료 거절을 당한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울산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던 중 숨진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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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현장 '번아웃'…'주 52시간' 진료 축소
한 달을 훌쩍 넘긴 전공의 공백에 의대 교수는 피로도 누적을 호소하며 근무 시간을
줄이고 외래 진료를 축소하고 있다.
이들은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는 진료를 계속하되, 외래진료, 수술, 입원 진료
근무 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소속 교수들에게 법정
근로 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권고와 관련해 비대위 차원에서 구체적인 근무 방식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당직을 선 다음 날 쉬거나 외래 진료를 줄이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교수들이 한 달이 넘도록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근무 시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비대위의 입장이다.
실제 아주대 의대 한 진료과의 경우 기존에는 전공의 5∼6명이 맡았던 야간 당직
업무를 현재는 교수 3명이 돌아가며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 의대 한 교수는 "교수들이 당직을 서며 밤을 새운 뒤 눈을 붙이지도
못한 채 바로 오전 외래 진료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환자들도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고 의료 사고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당직과 중환자실 관리, 응급실 근무까지 투입돼 주 100시간
가까이 일한 제주대 의대 교수들 역시 피로도 누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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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 역시 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실시하고, 중증·응급
환자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기봉 강원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수련 의사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교수들이 밤낮으로 외래, 병실,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에 오가면서 의료 공백을 최소화했으나 주 70∼100시간 근무가 연속되면서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비대위도 사직서 수리 전까지 중증·응급 관련 부서부터
52시간 준수 근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비대위도 이날 오후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주 52시간 진료 등 진료
축소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특성이 다른 데다, 집에서 대기하다가도 응급수
이 생기면 급하게 나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진료 축소가 어렵다는 의견들도 있다"며 "외래 예약 축소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대 의대·병원 비대위도 중증 환자 위주의 진료를 위해 주 52시간 근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 병원에서 병동·병상 운영 축소·중단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내달부터 일부 병동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병원 측은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2개가량의 일반 병동을 다른 병동과 합치고,
간호사 등 인력을 응급실 등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형외과·정신과 병동을 축소 운영하는 강원대병원 역시 추가적인 병동
폐쇄·축소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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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우 김솔 신민재 박주영 이강일 박성제 백나용 장지현 나보배 박정헌 천경환 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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