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급반전 원인은 ‘尹의 오만’ 재각인
오만 반성하고, 호주대사-의대 문제 풀면
투표 임박했어도 열세 상당폭 만회 가능
①번 질문, 즉 불과 2,3주전만 해도 ‘비명횡사’ 공천으로 야당이 대패할 듯한 분위기였는데 순식간에 야당의 압도적 우세 판세가 형성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 이미지’가 다시 부각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권력자가 건방지고 오만한 것이다.
국민은 자기가 뽑은 지도자가 일하다 실수를 저질렀거나 국가경영에 차질을 빚어도 의외로 관대하며 금새 잊어준다.
그런데 국민 앞에서 오만하다든지, 뻔한 거짓말을 한다든지, 가르치려 드는 건 절대 용서치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서 보선 참패 직후 바뀌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민생토론에 몰두했으며, 명품백 논란 이후엔 별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도 사라졌다.
지지율이 올랐다.
그러나 대통령은 3월 둘째 주부터 논쟁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의대 증원 반발에 직접 나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나만이 정답’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거기다 호주 대사 문제에 대해 ‘런종섭’ ‘도피 출국’ 프레임을 건 좌파와 야당의 공세가 너무 악의적이고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중도층과 온건 보수 시민들 마저도 “이대로 출국시키면 야당에 먹잇감이 될 수 있으니 출국은 총선 뒤로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으나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바로 출국시킴으로써 ‘역시 자기 고집대로만 하는 사람’ 이미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외교와 안보, 경제는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레 꾸려왔는데 정치는 스스로 모든 걸 아는 양 손에 쥐고 흔들려 했다.
사실은 가장 어려운 분야가 정치다.
리더십, 사회통합, 반대세력과의 관계, 언론, 선거, 민심관리, 이미지관리 등 모든 게 정치의 영역이고 그야말로 고단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평생 정치를 한 정치 9단 대통령들도 매주말 전문가들과 심층 토론을 하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선거를 치렀다.
이재명, 조국 대표 등을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은 뻔뻔함과 위선, 그리고 상대방을 척결의 대상으로 여기는 계급론적 낡은 세계관까지 결합된 위험천만한 오만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영악하다.
“수년간 탈탈 털렸다” “일가도륙” 등의 주장을 끊임없이 퍼뜨려 자신들을 동정론의 대상으로 포장한다.
이 대표는 판세가 유리해지니까 오만함이 점점 노골화되면서 말이 거칠어지는데, 만약 그가 더 단수 높은 정치인이었다면 “재판 안 가도 된다”고 호언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21대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많은 의석을 주셨는데 오만해서 실망시켜드렸다.
깊이 반성한다.
이번에 한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그건 정부 감시 잘하면서 민생 위해 협조하라는 지시로 알고 겸손한 마음으로 일하겠다….”현재의 야당 우세에는 한국 언론들의 무책임한 행태도 한몫했다.
좌파 진영에서 팩트들 가운데 자의적으로 뽑아 교묘하게 엉뚱한 그림을 만들면 대다수 언론은 우르르 따라간다.
농협의 온갖 할인적용으로 낮춰진 가격임을 지적하며 “다른 데서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다수 언론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은채 야당 주장에 확성기를 들이대 중계하고, 대통령실이나 여당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어?어?’ 하다 당하는 이런 일이 수없이 반복돼 왔다.
또한 지금의 판세에는 △비명반윤 표가 3지대로 가면 야권 표가 분산될 수 있었는데, 지역구를 내지 않는 조국 당이 등장하면서 야권표의 지역구 투표 분산을 막은 점
개헌선을 확보하면, 문재인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에서 ‘자유’ 문구를 삭제하는 게 강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외교안보 분야도 대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트럼프 집권 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질 텐데, 국회가 이를 받아줄 리 없어 결국 미군 감축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 지원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 국회에선 재벌특혜 논란이 거세져 결정이 미뤄지거나 지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거부권이 없으니 특검이 양산되고, 퍼주기 포퓰리즘 입법이 속출할 것이다.
KBS 등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좌파진영이 장악할 수 있는 법도 강행될 것이다.
좌파 영구집권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선거에 임박해 이번처럼 갑자기 여당의 수도권 지지율이 15%씩이나 떨어진 예는 없었다.
이는 과거 총선의 정권 중간평가는 국정 방향에 대한 찬반 의사 표시였던 데 비해 이번에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한 주제는 국정방향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의 태도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정책과 국정방향에 대한 평가는 선거 직전 쉽게 바뀌지 않는데 비해, 사람의 태도에 대한 호감 비호감도는 태도가 바뀌면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그간 오만하게 비친 대목들을 사과하고 달라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면 표심은 변할 수 있다.
국무회의 등에서 “호주 대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제 본의와 다르게 국민이 납득 못 하는 대목이 있다면 그건 결국 제 책임이다.
귀중한 젊은이의 희생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서둘러 내보낸 건 경솔했다”고 유감을 표한다면 국민의 화는 상당 부분 풀릴 것이다.
이종섭 대사 본인을 위해서도 더 나은 길이다.
수사나 재판에서 결백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더 중요한 공무를 맡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반면 만약 유죄가 된다면 지금 대사직을 유지한다한들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협상 대표가 전권을 갖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오라”고 해야 한다.
강한 리더십은 국민의 박수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때 이뤄지는데, 너무 오래 끌며 피로감과 환자 가족의 걱정을 키워왔다.
남은 3년은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다.
요즘 3년은 예전의 30년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자존심과 고집을 내세우면 정권 망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보수의 미래, 자유민주주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2024.03.28.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선 ‘범죄자’라는 표현을 수차례 썼다.
한 위원장은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이날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평소 쓰던 어휘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발언을 내뱉었다.
한 위원장은 “제 주변에 있었던 어떤 국회의원들이 제가 장관 할 때 ‘당신은 왜 이렇게 정치적이냐?’고 하더라. 저는 ‘당신은 왜 자기 직업을 비하하냐. 정치인이 직업 아니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정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러분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며 “저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하기 위해 나왔다.
여러분과 공공선을 위해 몸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28. 뉴시스
나머지는 저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의 삶을 바꾸겠다”며 “범죄자들은 이 중요한 정치에서 치워버려야 한다.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전진하느냐 후진하느냐, 융성하느냐 쇠퇴하느냐, 정의로워지느냐 범죄자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이재명, 조국 대표들은 그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우리가 이렇게 편이 많은데 너희들이 어쩔래’라면서 뻔뻔하게 나온다.
뻔뻔한 범죄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이재명 대표가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이런 뻔뻔한 범죄자들이 제도로 지배하는 나라가 바로 민주주의와 경제가 무너진 나라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이 여러분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범죄자들이 우리를 지배하면 민생도 없고 정치개혁도 없다.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것은 민생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李 “무능에 경제 폭망, 정권 심판”
韓 “정치를 개같이 해, 李曺 심판”
선거운동 첫날부터 증오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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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사진)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이 수도권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이 대표는 인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인천시당 총선 출정식에서 “4월 10일은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란 사실을 선포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강조한 한 위원장은 윤희숙 후보(서울 중-성동갑)와 함께 유세차에 올라 “이번 선거는 범죄자와 선량한 시민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인천=뉴시스·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향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고 했고, 이 대표는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선거운동 첫날부터 민생 정책과 공약 대신 날 선 표현으로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 띄우기로만 점철된 여야의 모습에 유권자들은 “똥 묻은 개끼리 싸운다”며 피로감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유세 현장에서 “정치인을 비하하지 말라”며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했다.
본인이 전날 “더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는 게 맞다”며 당부한 지 하루 만에 거친 말로 논란을 일으킨 것. 한 위원장은 이날 유세 현장마다 이 대표와 조 대표를 겨냥해 “이-조 심판이 민생”이라며 “범죄자들을 치워 버리겠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서도 “두 사람(이재명·조국)의 유죄 판결이 확정돼 감옥에 가기까지 3년은 너무 길다”며 “정부 전복이 공약인 선거를 본 적 있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며 맞대응했다.
김민석 종합상황실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번 선거에 임하지 않겠다.
남은 기간 품격 있게 지지를 호소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유세 현장에서도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막말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서 선대위 출범식을 열고 “국민을 배신한 윤석열 정권에 우리 국민들의 채찍질이, 회초리가 필요할 때”라며 “정권의 무능 때문에 경제가 폭망했다”고 외쳤다.
이해찬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친야 성향의 김어준 씨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 대해 “무모하고 무식하고 무자비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훨씬 양반이었다”며 “(그래서) 아예 심판 선거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승기는 잡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조국 대표도 이날 부산에서 출정식을 열고 “‘이 꼬라지(꼴) 그대로 가다 나라 망하겠다’ 이런 판단으로 힘을 실어 달라”고 날을 세웠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위원장의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유세 현장에서 만난 강모 씨(70)는 “똥 묻은 개끼리 싸우고 있다”며 “막말로 하는 심판론부터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형석 씨(31)는 “아 또 시작이구나,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국민은 뒷전이구나’ 하는 답답함에 환멸감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 유세 현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 씨(29)는 “하는 짓을 보니 누구를 뽑아도 다 똑같을 것 같다”고 했다.
“뭐 묻은 X들의 싸움” “6·25때처럼 편갈라”… 與野 ‘심판론 막말’에 국민은 ‘막말 심판론’
첫날부터 막말대결, 유권자 “피로감”
양당 공약에도 “票퓰리즘” 반응 싸늘
“똥 묻은 개들끼리 싸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강모 씨(70)는 이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찾은 동작구 남성역 앞에서 만난 유모 씨(62)도 “누굴 뽑아도 싸움질만 할 것이 뻔한데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총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유세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야의 막말을
앞세운 심판론,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날부터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올라탄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각각 “이-조(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심판론이 민생”, “나라 망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때”라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야 모두 힘겨루기만 하지 우릴 위해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을 돌렸다.
● “막말에 수준 이하로 싸우는 현실 비참”
한 위원장이 이날 오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유플렉스 앞 유세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이모 씨는 “무슨 6·25전쟁 때처럼
편 갈라서 프레임 짜고 있는 것 같은데 대단히 잘못됐다”며 “정신없이 살기 바쁜 20대가 정책을 알아보고 투표나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60대 박모 씨는 망원시장 유세 현장을 지나며 “서로 수준 이하로 싸우기만 하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비참하다”고 했다.
한 시민은 “누가 잘하나의 대결이 아닌 누가 못하나 대결을 보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거대 양당이 막말로 심판론을 내세우자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대표가 찾은 용산역 유세 현장을 지나던 김모 씨(50)는 “지역구 투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거대 양당 후보가 다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 씨(29)도 “누구를 뽑아도 다 똑같을 것 같아 투표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
안모 씨(34)는 “여당도 제대로 일해야 하고, 야당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찍을 정당이 없다”고 했다.
● “25만 원 뜬구름” “물가 잡겠다며 대파 875원”
양당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싸늘한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이 대표가 제안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해 직장인
박형석 씨(31)는 “뜬구름 잡는 허황된 공약이다.
25만 원을 다 준다? 이게 지금 가능하겠나”며 “월세 지원이나 청년 주택 같은 것들을 바라는데 4년 동안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 하면서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왕십리역 광장 인근에서 만난 이혜영 씨(28·여)도 “돈을 준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갑자기 왜 주는지, 돈 푼 게 경제 회복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파악해보고 판단한 결정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고3 수험생, 중학교 2학년 등 자녀 세 명을 둔 신현희 씨(52·여)는 여당이 발표한 ‘세
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공약에 대해 “애가 셋이면 학용품, 젓가락까지 자잘한 생활비가 많이 나간다”며 “생활비 지원이 와 닿지 대학 면제가 와 닿겠나”라고 했다.
정보기술(IT) 회사 종사자 이모 씨(35)는 “국민의힘 김포-서울 편입도 갑자기 내놨다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유세 현장을 외면했다.
정부 물가 대응을 지적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용달차 기사 장모 씨(55)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이 와중에 ‘대파 875원’이 말이 되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혼자서도 좀 시장 나와보고
뭐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국회·정당을 취재합니다.
'더 많은 진실, 더 나은 사회'가 신조입니다.
텔레그램 'dongabuzz'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與비례후보 “둘째칸” 피켓들고 침묵…한동훈 “‘국민’만 찍길” 가이드라인
민주-민주연합 버스, 문구 등 동일…법에 안걸리게 기호는 적지 않아
“기호 1번, 엄지척” “기호 2번, 승리의 V”
같은 날 오전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은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기호 2번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훈구 ufo@donga.com·박형기 기자
21대 총선 때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선거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꼼수 선거운동’에 나선 것.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후보들은 국민의힘 유세장에서 ‘묵언 들러리’ 선거 운동에 나섰다.
다른 정당이나 다른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선거 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88조 규정을 피해 간 것.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비례대표 후보자는 선거운동에서 유세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79조를 회피하기 위해 ‘기호 없는 쌍둥이 유세버스’를 띄웠다.
정치권에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최소한으로 정해 놓은 법적 규정을 거대 양당이 앞장서서 무력화하고 있다”며 “4년 전보다 꼼수가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망원, 신촌, 용산, 왕십리 등지를 돌며 당 지역구 후보 유세차에 올라 “투표장에서 ‘국민’만 보고 찍어 달라”는 말을 10여 차례 반복했다.
당명인 ‘국민의힘’이나 기호 ‘2번’을 언급하지 않고 ‘국민’이라는 단어만 강조한 것이다.
비례 후보를 내는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국민의힘과 앞 두 글자가 일치하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국민의미래나 국민의미래 기호 4번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정당이나 다른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선거 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을 피해 간 것.이날 국민의미래 비례후보들 역시 이 선거법 조항을 피하기 위해 빨간 점퍼만 입은 채 사실상 ‘묵언 들러리’ 선거 운동을 했다.
이들은 유세차 앞에 서서 ‘국민 여러분 미래합시다.
이번에도 둘째 칸’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했다.
이덕재 후보는 국민의힘 김영우 동대문갑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다가 다른 후보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미래 후보들은 유세 현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당직자로부터 “국민의미래 후보들은 국민의힘 유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따라다니면서 피켓만 들고 있으면 된다”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한 비례 후보는 유세 후 동아일보와 만나 “그냥 치어리더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시민들은 비례 후보인지, 일반 운동원인지도 모를 것 같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전날 공개된 민주당 공식 유세 버스와 당명만 제외하고 디자인과 문구 모두 동일했다.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 출현과 함께 탄생했던 ‘쌍둥이 버스’가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버스에 기호는 적지 않았는데 이는 ‘비례대표 후보자는 기호가 적힌 유세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선거법을 피해 가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기호만 없으면 유세차가 아닌 ‘정당 업무 차량’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쌍둥이 버스에 기호 1, 5번을 적었다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기호를 지웠다.
더불어민주연합 관계자는 “이번엔 선관위 유권해석을 미리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꼼수’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유세 현장에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대표 등 일부 의원은 당 기호가 없는 파란색 점퍼만 입었는데, 이 역시 ‘후보자나 후보 배우자, 선거운동원 등이 아닌 사람은 당명, 기호 등이 적힌 윗옷을 입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선거법 조항을 피해 가려는 의도다.
이날 출정식에는 최근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한 김남국 의원이 등판해 ‘표를 몰아달라(몰빵)’는 의미로 식빵 모자를 쓰고 사실상 한 몸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각각 기호 1, 3번을 딴 이름의 ‘더 몰빵 13 유세단’을 꾸려 선거 유세에 나선 것도 공직선거법 88조(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세단엔 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진 청년 당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자가 아닌 이는 양당 기호를 활용한 유세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력중독자의 오만을 제어하려면
[고명섭의 카이로스]
서양 근대사상의 문을 연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영혼과 육체, 정신과 물질의 분리, 곧 심신이원론을 처음 주창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형이상학적 원리이지만, 생각을 조금 밀고 가면 정치적 원리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분리는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분리를 내장한다. 데카르트의 원리는 데카르트 당대에 불쑥 솟아난 것이 아니다. 서양 역사의 오크통 속에서 긴 세월 동안 발효된 것이 데카르트 원리, 특히 이 원리의 정치적 성격이다.
데카르트 원리의 정치적 기원을 찾으려면 5세기 말 교황 겔라시우스 1세가 동로마 황제 아나스타시우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아야 한다. 그 편지에서 겔라시우스 1세는 이 세상이 교황의 권위와 황제의 권위라는 이중의 권위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정신의 칼’로 종교의 영역을 다스리고 황제는 ‘물질의 칼’로 세속의 영역을 다스린다. 두 권위는 각자 영역이 따로 있으므로 서로 섞여서는 안 된다. 이 논리에는 견제심리가 들어 있다. 당시 교황은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지지대를 잃은 터였다. 기댈 곳 없는 교황이 동로마제국 황제의 간섭을 막아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고 ‘두자루 칼’이라는 방어 논리를 세운 것이다. 겔라시우스 1세가 내민 ‘두자루 칼’은 서양 중세 역사를 규정한 정치적 자장의 양극을 이루었다.
이 ‘두자루 칼’이 정면으로 부딪쳐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이 11세기에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와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 사이에서 벌어졌다. 그레고리우스 7세로 등극하기 전 신학자 시절의 힐데브란트는 교회의 정신적 권위가 왕국의 세속적 권위보다 우월하다는 원리, 곧 ‘힐데브란트 원리’를 제창했다. 교황으로 선출된 뒤 그레고리우스 7세는 이 원리에 입각해 그때까지 세속군주가 행사하던 성직자 임명권을 교황청으로 되돌리는 칙령을 발표했다. 교회를 지배하던 황제의 권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조처였다. 분노한 하인리히 4세는 보름스에서 성직자 회의를 소집해 그레고리우스 7세를 가짜 성직자로 선언하고 교황 폐위를 결의했다. 교황을 향해 황제의 칼을 들이미는 정면 대결 선언이었다.
황제의 반발에 맞서 교황은 하인리히 4세를 파문하는 더 강경한 반격책을 썼다. 황제를 따르면 귀족이든 사제든 모두 파문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인리히 4세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항의했다. “나는 머리에 기름을 부어 왕이 된 자다. 나는 성스러운 교부들의 가르침에 따라 오직 신에게만 심판받는다.” 하지만 독일 주교와 귀족이 교황의 위세에 눌려 황제에게 등을 돌리고 반란 조짐까지 일자, 하인리히 4세는 1077년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성에 머물고 있던 교황을 찾아갔다. 한겨울 찬 바람 속에서 황제는 수도사의 거친 옷을 입고 맨발로 서서 고해자의 모습으로 교황 알현을 요청했다. 교황은 모르는 척하다가 사흘이 지난 뒤에야 성문을 열어주었다. 황제는 교황 앞에 무릎을 꿇었고 교황은 파문을 취소했다. ‘카노사의 굴욕’은 서양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의 칼이 황제의 칼을 제압한 사건이다.
황제를 무릎 꿇린 그레고리우스 7세는 1080년 로마 종교회의에 모인 성직자들에게 불같은 연설을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왕과 군주, 이 왜소한 인간들이 교회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하라.”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독일 제후들이 하인리히 4세를 거부하고 슈바벤 공작 루돌프를 황제로 추대하자 하인리히와 루돌프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교황은 다시 한번 하인리히를 파문하고 폐위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엔 운명이 황제 쪽으로 돌아섰다. 하인리히는 내전에서 승리해 제후들을 굴복시킨 뒤 1084년 로마를 약탈했다. 그레고리우스 7세는 이탈리아 남부로 피신했다 복귀해 로마를 되찾았으나 1년 뒤 세상을 떠났다. 왕권과 교권의 갈등은 중세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종교와 세속을 둘러싼 정치철학적 논쟁도 멈추지 않았다. 교권주의자들은 세속권력이 종교권력 아래 있다고 주장했고, 왕권주의자들은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이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두자루 칼’ 또는 ‘세속과 종교의 이중 권력’이 만들어내는 대결과 투쟁의 드라마는 16세기 종교개혁기에 다시 나타난다. 새 드라마의 주인공은 장 칼뱅(1509~1564), 더 정확히 말하면 칼뱅주의자들이었다. 칼뱅 시대의 드라마는 세속권력의 위세에 맞선 신생 종교권력의 투쟁이 줄거리를 이루었다. 칼뱅의 개혁사상은 엄밀히 말하면, 세속권력에 대한 저항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었다. 칼뱅은 선배 마르틴 루터처럼 군주에게 복종하는 것이 신민의 의무라고 가르쳤다. 루터파는 독일 제후들과 연합하고 있었기에 이 원칙이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칼뱅파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칼뱅파가 세력을 구축한 스코틀랜드나 프랑스에서는 가톨릭과 결합한 왕권이 신교도를 잔혹하게 탄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군주에 대한 신민의 복종이라는 원칙을 지켜갈 수 없었다. 군주의 폭압을 견디지 못한 칼뱅파는 칼뱅 사상 안에서 출구를 찾아냈다.
이를테면 스코틀랜드의 개혁파 지도자 존 녹스(1514~1572)가 그런 사람이었다. 녹스는 메리 여왕이 사형 선고를 내리자 칼뱅의 도시 제네바로 도망가 거기서 칼뱅 사상을 공부했다. 칼뱅의 신학이 집약된 <기독교 강요>는 군주에 대한 인민의 복종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도 ‘왕이 극심한 방종으로 인민을 억압할 경우에는 인민의 지도자들이 폭군에게 항거하여 인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저항의 뒷문을 열어놓았다. 이 구절에서 녹스는 신교도를 짓밟는 군주에게 대항할 권리를 읽어냈다. 녹스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왕이 선하든 악하든 왕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부르는 노래다. 신이 그렇게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경스러운 짓을 저지르는 왕에게 복종하라는 것이 신의 명령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이 스스로 부정을 창조하고 유지한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불경스럽다.” 녹스는 영국으로 돌아가 가톨릭 왕정에 맞서 투쟁한 끝에 신앙의 자유를 얻어냈다.
저항권이 칼뱅의 신학 안에서 일단 용인되자 이 권리가 인민의 의무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칼뱅파가 소수자로서 극심한 탄압을 받던 프랑스에서 사상 변화의 불길은 한층 더 맹렬했다. 1572년 프랑스 칼뱅파 위그노 교도 수만명이 성 바르톨로메우 축일에 벌어진 학살로 목숨을 잃었다. 이 유혈의 땅에서 태어난 책이 익명의 칼뱅파 신도가 쓴 <폭군토벌론>이다. 이 책은 인민이 상위에 있고 왕은 인민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왕이 신의 법을 짓밟고 교회를 파괴한다면, 그리하여 인민이 정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그런 왕에게 저항하는 것은 합법일 뿐만 아니라 의무다.’ 이 책은 신이 인민을 통해서 행동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인민이 봉기해 왕을 타도하는 것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했다. 이런 저항의 논리를 무기로 삼아 프랑스 칼뱅파는 왕에게 맞섰고 1598년 앙리 4세의 낭트 칙령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었다.
‘두자루 칼’ 사상은 칼뱅파 저항의 저류를 이룬다. 지상의 군주는 하늘로부터 세속의 칼을 받았고, 개혁파 종교는 정신의 칼을 받았다. 이 두 칼, 곧 두 권위는 서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5세기 겔라시우스 1세 때 선포된 원리가 16세기 종교개혁기에 ‘세속권력에 대한 저항을 통해 신앙의 자유를 확보한다’는 정치적 의미를 품은 원칙이 된 것이다. 이 원칙은 ‘인민의 자유를 지키려면 권력이 분립해 서로 견제함으로써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근대 정치원리 탄생의 배경이 됐다. 어떤 경우에도 한 사람이 권력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것, 권력이 나뉘어 서로 견제할 때 인민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 이 근대 민주주의 근본원리는 긴 세월 다량의 정치적 유혈 속에서 자라났다.
권력은 오만을 생리로 하는 것이어서 적절히 제어되지 않으면 언제든 자기동일성의 강화로 이어진다. 권력이라는 독이 주입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권력자의 자아는 팽창하고 한번 팽창한 자아는 제약 없이 더 커지려고 한다. 오만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권력중독형 인간이 권력을 쥘 경우에 이런 위험은 더 커진다. 이를테면 권력자가 검찰권을 틀어쥐고 모든 저항하는 입에 재갈을 물릴 때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는 작동을 멈춘다. 여기서 폭정까지는 한걸음밖에 되지 않는다.
<니체 극장-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즐거운 지식-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187편의 지식 오디세이>, <광기와 천재-루소에서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지식의 발견-한국 지식인들의 문제적 담론 읽기>, <이희호 평전-고난의 길, 신념의 길>을 썼다. 카이로스는 때, 시기, 기회를 뜻하며 현재를 밝히는 순간의 섬광을 가리킨다. 카이로스의 눈으로 철학·사상·역사를 포함한 인문학을 탐사하며 우리 시대와 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