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법원이 좀 달라졌어요? 여전히 가해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상황 위주로 판단하고 있어요. 직업이 분명한가, 주거가 일정한가, 이런 거로 판단해요. 근데 구속영장 발부할 때 심사 요소 중에 피해자 측에 대한 위해의 우려나 재범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법률에는 규정돼 있거든요.
️증거 인멸, 도주 우려만 보는 게 아녔네요. 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요소보다 주거가 일정한지,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있는지만 많이 고려해요. 피해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고 보기 어려운 거죠. 사실 이제까지 했던 행위를 보면 예측이 되잖아요. 이 행위가 얼마나 지속돼왔는지, 피해자 상태가 어떤지. 이걸 더 적극적으로 봐야 하는데 판사들은 여전히 구속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보고 있어요.
️100m 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명령을 받고도 범죄를 저지르잖아요. 가해자가 100m 안으로 다가온다고 해서 경찰이 계속 옆에 있어주는 게 아니잖아요. 피해자가 스마트 워치를 눌러도 제대로 발신이 안 돼서 죽은 사례도 있고요. 결국 이건 가해자가 다가올 당시, 피해자의 개인적인 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피해자 보호에 제도가 매우 불충분한 거죠.
️피해자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대체 왜 피해자들이 모든 상황을 주시해야 해요? 찼을 때 티도 나는 스마트 워치를 손목에 차고 다니고, 눌러야 하는 거고요. 모든 걸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비정상적이죠. 화도 많이 나고. 계속 비판하니까, 법을 바꾸긴 했어요. 지난 1월부터 가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채우고 가해자를 경찰이 감시하도록 한 거죠.
️그나마 다행인데요? 네. 가해자가 피해자 근처로 가면 경찰이 출동하거나 피해자에게 경고하는 건데요. 아직은 실제 활용되는 경우가 잘 안 보여요. 유죄 확정이 안 된 가해자에게 인신의 제한을 하는 것에 법원이 여전히 보수적인 것 같아요. 있는 제도라도 잘 활용해봤으면 좋겠어요.
️스토킹 가해자는 실형을 잘 안 살아요? 스토킹에 주거 침입죄과 같은 다른 범죄가 결합됐으면 실형 가능성이 높은데요. 문제는 단순히 죄명이 스토킹 처벌법 하나였을 때예요. 교묘하게 다른 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스토킹 처벌법만 위반했을 때 실형 선고 비율이 확연히 떨어지거든요. 여전히 스토킹 정도의 사안이면 실형을 판결할 정도로는 보지 않는 거죠.
️스토킹만 하면 교도소에 갈 정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4년간 연락하면서 괴롭혔던 가해자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거든. 이게 물리적인 행동까지 있었다, 피해자가 다쳤다, 이런 수준이 아니면 실형 선고 비율이 높지 않아요.
️여러번 전화를 거는 건요? 가장 자주 있는 일인데. 가해자가 계속 전화를 해요. 근데 무서워서 못 받아요. 그러면 부재중 전화가 쌓이잖아요. 20통, 30통 이렇게. 이미 20번이나 전화를 한 건데, 그게 스토킹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하급심에서 계속 갈렸거든요. 무죄도 나오고.
️전화를 안 받으면 스토킹이 아니라는 거죠? 맞아요. 2005년 어느 판결을 들면서 이게 아직 연락을 받은 게 아니다, 수신을 직접 한 게 아니니 스토킹이 아니다, 이런 판결이 자꾸 나왔어요. 근데 너무 이상하잖아요. 그럼 일단 전화를 받으란 건가요? 법원이 저렇게 계속 판결하면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대법원이 작년에 스토킹으로 인정된다고 판례를 정리했어.
️4월엔 거제, 5월엔 강남역에서 교제 살인이 일어났잖아요. 이걸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요? 죽기 전에, 죽지 않도록 뭔가를 미리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형법으로는 그런 대책이 없어요. 최소한 그런 강력 사건으로까지 가기 전에 법률과 제도로 막아야 하는데 지금은 한계가 있어요. 피해자가 죽고 나서는 그냥 끝이죠. 가해자는 살인죄나 상해 치사죄로 처벌받는 거고요.
️스토킹 처벌법으로도 어떻게 안 되나요? 죽이기 전에 집요하게 괴롭혔을 텐데. 교제 폭력에 최소한 스토킹이 있어야 경찰이 개입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지금은 개입할 근거가 없어요. 그런데 스토킹도 판례들 보면 한쪽은 결별했다고 하고 다른 쪽은 아니라고 할 때가 있거든요. 애매한 관계도 있고. 어떻게 다들 칼같이 헤어지기만 하겠어요. 그런 상황에 있으면 스토킹으로 안 보는 경향이 있어요.
️한쪽이 이별을 통보했는데 상대방이 계속 연락해서 약속을 잡게 됐다. 그러면 스토킹으로 안 본단 거죠? 약속을 잡았다. 형식과 외관만을 보면 문제가 없는 거죠. 하지만 그 맥락과 내면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아닌 경우가 있어요. 왜 그 약속에 나갔을까? 왜 그 약속을 잡았을까? 만남에 왜 동의를 했을까? 전체 맥락을 고려했다면 경찰이 그렇게 변명하기가 어렵죠.
️또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해요? 스토킹 처벌법으로도 안 되면? 그건 저도 아직 결론을 못 내렸어요. 교제 폭력에 특별법이 생기면 입법 과잉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보여주기 식으로만 제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전 일단 가정폭력 범죄 처벌법에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제 폭력은 가정 폭력이 아니니까 그대로 갈 수 없고 이름부터 바꿔야겠죠. 이 법은 목적에 가정의 유지가 들어가는데, 이것도 바꿔야 하고요. 가정폭력 처벌법을 전반적으로 차용을 하되, 이름이나 개념부터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게 다 바꾸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 전에 전 교제 폭력이란 표현도 바꿨으면 좋겠어요.
️왜요? 교제 폭력은 사실 데이트 폭력과 같은 말인데 교제가 전제되는 개념이잖아요.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라는 말도 긍정적으로 느껴지고요.
️연인과 헤어지기 무섭단 이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안전 이별할 수 있을까요? 일단 굳이 경찰서를 안 가더라도, 주변에 친한 친구든 누구든,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얘기를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나중에 다 증거가 되거든. 내가 힘들다고 말했던 거 이런 게 다.
️증거를 남겨라? 교제 폭력이든 스토킹 피해든 입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이상하다 싶은 느낌이 들면 최대한 날짜나 메시지 내용이 나오게 캡쳐해두고 폴더를 만들어놓는 게 좋아요. 사건들을 볼 때 아무것도 증거가 없으면 정말 안타깝거든요.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날 때마다 핸드폰을 지우게 하기도 하고, 피해자 스스로 지우기도 해요.
️피해자가 지워요? 피해자는 무서우니까 스스로 지우는 거예요. 의외로 많이 지워요. 많이 힘들겠지만 어쨌든 눈을 감고 폴더 하나를 만들어 넣어놓았으면 좋겠어요. 친구한테도 보내놓고요. 무조건 주변에 얘기를 많이 해놓으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