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별’ 공식

 



이미행복벗은 누가 집요하게 괴롭힌 적 없어? 헤어진 연인이 회사 앞에서 매일 기다리거나, 직장 상사가 따로 만나자며 계속 톡을 보내거나. 도넛몬🍩도 불안한 경험이 적잖았는데, 그럴 땐 일상이 파괴되는 느낌이 들더라고.

얼마 전엔 비극적인 소식도 들려왔어. 한 여성이 집에 무단침입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거야. 평소에도 자주 때렸고, 감시도 심했대. 경찰은 평소 몇 번의 신고를 받았는데, 스토킹이 아니라고 봤어. 서로 약속을 잡아서 만나곤 했으니 스토킹은 아니란 거지. 피해자가 죽은 뒤에야 스토킹 혐의가 적용됐고.

이게 왜 스토킹이 아니란 거야, 처음엔? 왜 아직도 스토킹으로 죽거나 죽다시피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걸까? 스토킹을 처벌하는 법이 생긴지 3년이 넘었는데….

이번주 휘클리는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아보려고 해. 교제 폭력을 피하고 ‘안전 이별’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사람을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불안한 휘클러들도 함께 해줄래?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 ‘스토킹 처벌법’ 뜯어보기
  2. 한 번 물어봤다: 젠더 폭력 범죄의 법적 쟁점
  3. 휘클리 심화반: 7강_어디서부터 스토킹일까
  4.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과학 뉴스픽
  5.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서울시
📂‘스토킹 처벌법’ 뜯어보기

22년 만에 통과된 이유
  •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 처벌법)은 2021년 3월 국회를 통과했어. 시행은 그해 10월부터. 처음 발의된 1999년 이후 무려 22년만.
  • 왜 그리 오래 걸렸냐고? 한국 사회가 스토킹을 가벼운 범죄로 여겨왔잖아. 국회 법사위💡 검토 보고서에 “단순한 애정표현이나 구애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 등장할 정도.🤬 그래서 2021년에야 국회 문턱을 넘었어.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스토킹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 법은 스토킹 행위를 이렇게 정의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면 ‘스토킹 범죄’인 거고, 처벌할 수 있어.

스토킹 행위 7가지
  • 이 중 하나라도 하면 스토킹 행위야. 법이 만들어질 땐 5가지였는데, 지난해 6번과 7번, 온라인 조항이 추가됐어.
  • 1) 상대방 또는 동거인, 가족 등에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선다.
    2) 상대방 등의 주거, 직장, 학교 등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본다.
    3) 상대방 등에게 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말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전화의 기능 등에 의해 상대방 등에게 나타나게 한다.
    4) 상대방 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둔다.
    5) 상대방 등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한다.
    6) 상대방 등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으로 제3자에 제공하거나 배포, 게시한다.

    7)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 등의 이름, 명칭, 사진, 영상 또는 신분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상대방 등인 것처럼 가장한다.

모호한 ‘지속적’ ‘반복적’
  • ‘스토킹 행위’가 있을 때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할 수 있어. ‘응급조치’를 하는 거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일 우려가 있을 땐 ‘긴급응급조치’를 하고. 피해자 100m 이내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걸 금지하는 거야.
  •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것 같으면 ‘잠정 조치’를 할 수도 있어.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1개월까지 가둘 수 있는 거지. 스토킹 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야.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어.
  • 법은 그럴싸해 보이는데, 논란이 많아. 열거한 7가지 유형에 들어가지 않은 행위는 스토킹으로 인정하지 않거든. 처벌 공백이 큰 거지. 스토킹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독일과는 달라.
  • ‘지속적’ ‘반복적’이란 기준도 모호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40대를 괴롭힌 7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거든? 가해자는 피해자의 팔꿈치를 치며 커피를 마시자 하고, 다음 날에도 접근해 사진을 4번 찍었어. 근데 법원은 이것만으론 지속이나 반복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거야.
  💡  하이라이트
제정안: 새롭게 만들어진 법. 기존 법을 고치는 개정안과 차이가 있음
법사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개별 상임위를 거친 법들은 모두 법사위를 거쳐 자구 심사 등이 이뤄진 뒤 본회의에 상정
유치장: 체포된 사람을 구속영장 발부 전 임시로 가두는 곳. 경찰서 안에 있음
구치소: 재판을 기다리거나 재판이 진행중인 사람이 머무는 곳
반의사불벌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 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고인 전주환. 연합뉴스
300번 스토킹해도 불구속 
  • 법적 제재가 약한 게 제일 문제야. 수사 단계에서 잠정 조치로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해자를 가둘 수 있잖아.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받아들이는 건수가 절반도 안 돼. 
  •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는 검사와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 2022년 서울 지하철 신당역 사건 기억하지? 법원이 입사동기를 300번 넘게 스토킹한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어. 결국 피해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가해자에게 살해됐고.
  •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어. 근데 2021년 10월~2023년 11월 스토킹으로 1심 판결을 받은 이 중 실형은 18.7%. 전체 형사 사건 실형 선고 비율이 29.2%인데, 스토킹 범죄는 10%p 넘게 낮아. 스토킹은 살인과 같은 중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말야.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새 양형 기준을 만들긴 했어. 가해자가 흉기를 소지하면 실형을 선고하란 거야. 7월부터 시행되는데, 여전히 미흡하단 지적이 있어.
  • 스토킹 피해자가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 피해자의 80.1%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하잖아. 피해자가 자살했을 때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는 있는데, 한국엔 없어.

스토킹법도 적용 못 하는 ‘교제 폭력’
  • ‘교제 살인’도 스토킹 범죄와 무관하지 않아.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최아무개(25)씨가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어. 지난달엔 경남 거제에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졌고. 모두 전 연인 등에 의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지.
  • 스토킹 처벌법이라도 적용됐다면 미리 접근 금지와 같은 조치라도 취했을 텐데, 그러질 못했어. 이 법은 피해자 의사에 반한 7가지 행위를 했는지를 따지잖아. 친밀한 관계에선 이걸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원래도 연락을 주고받고 일상을 공유하니까. 피해자의 일상을 너무도 잘 아는 가해자가 더 교묘하게 스토킹할 수도 있고.
  • 친밀한 관계일수록 신고가 어렵기도 해. 남이 아니고, 보복이 두렵기도 하니. 스토킹 처벌법이어야 일반 형법과 달리 피해자 의사와 관계 없이 처벌할 수 있어. 피해자 보호 조처도. 하지만 그러질 못하는 상황. 

‘안전 이별’ 대행해드려요
  • 그러는 사이 교제 폭력은 급증했어. 경찰청 자료를 보면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9225건에서 지난해 7만 7150건으로 크게 늘었어.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도 잇따르면서 요즘엔 ‘안전 이별 대행 서비스 업체’까지 생겼대. 돈을 받고, 삼촌인 척 연기하며 이별 통보를 대신해준다고. 
  💡  하이라이트
대법원 양형위원회: 형사 재판에서 기준으로 삼을 양형을 정하는 위원회로 독립된 국가기관
친밀 관계 폭력: 과거 또는 현재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사람의 신체적, 성적, 정신적 폭력 행위. 여성 피해자가 다수인 젠더 폭력의 대표적 유형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최아무개. 연합뉴스

🎙️️2021년에 심각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있었죠. 그제서야 법이 통과됐고요.  

💬2021년 3월23 김태현이 서울 노원구에 살던 세 모녀를 살해했어요.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을 알아낸 뒤 택배 기사인 양 사칭해서 들어가 세 모녀를 죽인 거죠.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였어요. 뒷날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됐고요.  


🎙️️그런 일 있기 전에, 법을 진작 좀 만들지!

💬그러니까요. 국회에서도 그동안 스토킹 같은 젠더 폭력 범죄를 너무 우습게 본 거죠. 그냥 남자가 누구를 좋아하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 그걸 어떻게 처벌까지 하냐 식의 인식 있잖아요. 결국 누군가 죽거나, 피해자의 희생이 있어야 법률이나 제도가 만들어지는 거고요. 국회의 인식이 국민보다 더 떨어지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법에 스토킹 행위가 7가지로 나오잖아요. 다양한 스토킹이 여기 다 들어가요?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딱 7가지 유형에 해당되지 않으면 스토킹이 아니라고 보고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스토킹 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이 가변성이 있다는 거고 창의적이란 거거든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행위가 변하면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요.


🎙️️창의적이라고요?

💬예를 들면 온라인 스토킹 중에 계정 사칭이 있어요. 내 사진을 구해서 나인 척 SNS에 올리는 거예요. 대체 누구길래 저러지? 나를 아나? 피해자 입장에선 무서운데, 그 자체가 위협적인 게시물은 아니잖아요. 이게 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스토킹으로 규정이 안 됐었거든요. 그러다 피해자가 많다 보니까 작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이게 스토킹으로 추가됐고요.


🎙️️그냥 포괄적으로 다 스토킹 행위라고 하면 안 돼요? 일일이 열거하지 말고.

💬독일이 그렇게 해요. 독일은 몇 가지 규정을 한 뒤 이에 준하는 행위도 불안감을 느끼게 하면 다 스토킹으로 보는 포괄적 조항이 있어요. 이런 규정이 있어야 수사 기관이 현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임할 여지가 생기거든요. 스토킹 범죄의 특성에도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 거죠.


🎙️️우리도 독일처럼 바꿔야 할까요?

💬맞아요. 다른 유형의 스토킹이 나와서 또 법을 개정하며 추가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해서 각각 조치를 하잖아요. 왜 구분해요?

💬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법은. 이런 구분이 필요하긴 해요. 왜냐면 스토킹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범죄적 특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딱 한 번 누가 따라왔다고 해봐요. 그걸 바로 스토킹 범죄로 처벌하긴 어려워요.


🎙️️왜요?

💬객관적으로 지속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피해자는 ‘내일 또 오는 거 아니야?’ 이런 불안감이 있고 느낌이 오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행위 단계에서 경찰이 가해자에게 ‘또 이러면 스토킹 범죄다’라고 경고하거나 제재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7가지 행동을 한번만 해도 스토킹 행위지만, 이걸 지속해야 스토킹 범죄다? 지속의 기준은요?

💬그게 딱 정해진 건 없어요. 지속성의 경우 아직 기준을 모르겠어요. 반복의 경우 한 번만 아니면 되는 것 같고요.


🎙️️스토킹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다른 게 있어요?

💬성폭력 관련 법률에서도 가해를 처벌하는 법률,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각각 있어요. 근데 스토킹 처벌법이 2021년 3월 통과돼 10월부터 시행됐잖아. 그럼 보호법도 얼른 만들어졌어야 했는데 계속 안 하다가 작년에야 만들어졌어요.


🎙️️늦었네요.

💬네. 늦은 만큼 피해자 보호에 뭔가 혁신적이라거나 그러면 모르겠는데요. 내용 자치는 스토킹 예방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부과, 피해자 보호 기관에 대한 지원 규정 정도예요. 다른 범죄의 법들과 대동소이해요.


🎙️️수사기관 인식은 좀 바뀌었어요? 법도 만들어졌는데.

💬경찰이 일단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법률이 없을 때는 스토킹 같아요, 무서워요, 피해자가 이렇게 말하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돌려보냈거든요. 이젠 최소한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인식은 조금씩 생긴 거 같아요. 범죄 전 행위의 단계에서도 법적으로 뭔가 해야 하니까요. 물론 국민들 기대 만큼은 못 따라간다고 볼 수 있지만요. 경찰이 해줬으면 하는 니즈(요구)가 있는데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긴 해요.


🎙️️통계를 보면 스토킹 범죄 신고가 늘고 있어요.

💬전에는 경찰한테 가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피해자들에게 학습이 됐던 거예요. 경찰한테 가는 게 가해자를 자극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도 있었고요. 그래도 이제 법이 생기고 사건도 많이 알려지고, 사람들도 피해자에게 공감하잖아요. 이런 과정에서 그래도 신고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신당역 사건 때 전주환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에서 살인 범죄를 저질렀잖아요. 왜 구속이 안 됐어요?

💬그때 영장 청구 사유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이 아니라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혐의였어요. 당시 법원은 전주환이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가족과 살고 있다며 기각했어요. 도망갈 우려가 없다고 한 건데, 법원이 잘못 판단한 거죠.


🎙️️검찰이 다시 청구하면 되잖아요. 증거를 보강해서.

💬이후에 피해자가 스토킹 혐의로 고소를 했거든요. 그럼 새로운 죄명이 생겼으니 경찰이든 검찰이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서 영장 청구를 더 했어야 했는데 그런 걸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전주환이 촬영물 협박 건에 대한 1심 선고 전날 피해자를 죽인 거고요.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네요.

💬여러 기관들이 콜라보로 잘못한 거죠. 기각되고도 스토킹을 해? 안 되겠다고 해서 영장을 다시 청구하고 강력하게 대응했다면, 그래서 구속이 됐다면 어땠을까? 너무 아쉬운 사건이에요.

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은 법원이 좀 달라졌어요? 

💬여전히 가해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상황 위주로 판단하고 있어요. 직업이 분명한가, 주거가 일정한가, 이런 거로 판단해요. 근데 구속영장 발부할 때 심사 요소 중에 피해자 측에 대한 위해의 우려나 재범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법률에는 규정돼 있거든요.


🎙️️증거 인멸, 도주 우려만 보는 게 아녔네요. 

💬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요소보다 주거가 일정한지,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있는지만 많이 고려해요. 피해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고 보기 어려운 거죠. 사실 이제까지 했던 행위를 보면 예측이 되잖아요. 이 행위가 얼마나 지속돼왔는지, 피해자 상태가 어떤지. 이걸 더 적극적으로 봐야 하는데 판사들은 여전히 구속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보고 있어요.


🎙️️100m 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명령을 받고도 범죄를 저지르잖아요.

💬가해자가 100m 안으로 다가온다고 해서 경찰이 계속 옆에 있어주는 게 아니잖아요. 피해자가 스마트 워치를 눌러도 제대로 발신이 안 돼서 죽은 사례도 있고요. 결국 이건 가해자가 다가올 당시, 피해자의 개인적인 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피해자 보호에 제도가 매우 불충분한 거죠.


🎙️️피해자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대체 왜 피해자들이 모든 상황을 주시해야 해요? 찼을 때 티도 나는 스마트 워치를 손목에 차고 다니고, 눌러야 하는 거고요. 모든 걸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비정상적이죠. 화도 많이 나고.

💬계속 비판하니까, 법을 바꾸긴 했어요. 지난 1월부터 가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채우고 가해자를 경찰이 감시하도록 한 거죠.


🎙️️그나마 다행인데요?

💬네. 가해자가 피해자 근처로 가면 경찰이 출동하거나 피해자에게 경고하는 건데요. 아직은 실제 활용되는 경우가 잘 안 보여요. 유죄 확정이 안 된 가해자에게 인신의 제한을 하는 것에 법원이 여전히 보수적인 것 같아요. 있는 제도라도 잘 활용해봤으면 좋겠어요.


🎙️️스토킹 가해자는 실형을 잘 안 살아요?

💬스토킹에 주거 침입죄과 같은 다른 범죄가 결합됐으면 실형 가능성이 높은데요. 문제는 단순히 죄명이 스토킹 처벌법 하나였을 때예요. 교묘하게 다른 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스토킹 처벌법만 위반했을 때 실형 선고 비율이 확연히 떨어지거든요. 여전히 스토킹 정도의 사안이면 실형을 판결할 정도로는 보지 않는 거죠.


🎙️️스토킹만 하면 교도소에 갈 정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4년간 연락하면서 괴롭혔던 가해자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거든. 이게 물리적인 행동까지 있었다, 피해자가 다쳤다, 이런 수준이 아니면 실형 선고 비율이 높지 않아요.


🎙️️여러번 전화를 거는 건요? 가장 자주 있는 일인데.  

💬가해자가 계속 전화를 해요. 근데 무서워서 못 받아요. 그러면 부재중 전화가 쌓이잖아요. 20통, 30통 이렇게. 이미 20번이나 전화를 한 건데, 그게 스토킹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하급심에서 계속 갈렸거든요. 무죄도 나오고.


🎙️️전화를 안 받으면 스토킹이 아니라는 거죠?

💬맞아요. 2005년 어느 판결을 들면서 이게 아직 연락을 받은 게 아니다, 수신을 직접 한 게 아니니 스토킹이 아니다, 이런 판결이 자꾸 나왔어요. 근데 너무 이상하잖아요. 그럼 일단 전화를 받으란 건가요? 법원이 저렇게 계속 판결하면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대법원이 작년에 스토킹으로 인정된다고 판례를 정리했어.


🎙️️4월엔 거제, 5월엔 강남역에서 교제 살인이 일어났잖아요. 이걸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요?

💬죽기 전에, 죽지 않도록 뭔가를 미리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형법으로는 그런 대책이 없어요. 최소한 그런 강력 사건으로까지 가기 전에 법률과 제도로 막아야 하는데 지금은 한계가 있어요. 피해자가 죽고 나서는 그냥 끝이죠. 가해자는 살인죄나 상해 치사죄로 처벌받는 거고요. 


🎙️️스토킹 처벌법으로도 어떻게 안 되나요? 죽이기 전에 집요하게 괴롭혔을 텐데.

💬교제 폭력에 최소한 스토킹이 있어야 경찰이 개입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지금은 개입할 근거가 없어요. 그런데 스토킹도 판례들 보면 한쪽은 결별했다고 하고 다른 쪽은 아니라고 할 때가 있거든요. 애매한 관계도 있고. 어떻게 다들 칼같이 헤어지기만 하겠어요. 그런 상황에 있으면 스토킹으로 안 보는 경향이 있어요.


🎙️️한쪽이 이별을 통보했는데 상대방이 계속 연락해서 약속을 잡게 됐다. 그러면 스토킹으로 안 본단 거죠?

💬약속을 잡았다. 형식과 외관만을 보면 문제가 없는 거죠. 하지만 그 맥락과 내면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아닌 경우가 있어요. 왜 그 약속에 나갔을까? 왜 그 약속을 잡았을까? 만남에 왜 동의를 했을까? 전체 맥락을 고려했다면 경찰이 그렇게 변명하기가 어렵죠.


🎙️️또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해요? 스토킹 처벌법으로도 안 되면?

💬그건 저도 아직 결론을 못 내렸어요. 교제 폭력에 특별법이 생기면 입법 과잉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보여주기 식으로만  제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전 일단 가정폭력 범죄 처벌법에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제 폭력은 가정 폭력이 아니니까 그대로 갈 수 없고 이름부터 바꿔야겠죠. 이 법은 목적에 가정의 유지가 들어가는데, 이것도 바꿔야 하고요. 가정폭력 처벌법을 전반적으로 차용을 하되, 이름이나 개념부터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게 다 바꾸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 전에 전 교제 폭력이란 표현도 바꿨으면 좋겠어요.


🎙️️왜요?

💬교제 폭력은 사실 데이트 폭력과 같은 말인데 교제가 전제되는 개념이잖아요.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라는 말도 긍정적으로 느껴지고요.


🎙️️연인과 헤어지기 무섭단 이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안전 이별할 수 있을까요?

💬일단 굳이 경찰서를 안 가더라도, 주변에 친한 친구든 누구든,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얘기를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나중에 다 증거가 되거든. 내가 힘들다고 말했던 거 이런 게 다.


🎙️️증거를 남겨라?

💬교제 폭력이든 스토킹 피해든 입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이상하다 싶은 느낌이 들면 최대한 날짜나 메시지 내용이 나오게 캡쳐해두고 폴더를 만들어놓는 게 좋아요. 사건들을 볼 때 아무것도 증거가 없으면 정말 안타깝거든요.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날 때마다 핸드폰을 지우게 하기도 하고, 피해자 스스로 지우기도 해요.


🎙️️피해자가 지워요?

💬피해자는 무서우니까 스스로 지우는 거예요. 의외로 많이 지워요. 많이 힘들겠지만 어쨌든 눈을 감고 폴더 하나를 만들어 넣어놓았으면 좋겠어요. 친구한테도 보내놓고요. 무조건 주변에 얘기를 많이 해놓으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  하이 파이브

1. 국회는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보다가, 피해자들의 죽음 뒤 처벌법을 만들었어.

2. 법엔 딱 7가지 유형으로 스토킹을 정의하는데, 포괄적으로 넓혀야 해.  

3. 스토킹은 여전히 실형을 선고할 정도의 범죄는 아니라고 보는 경향도 있어.

4. 교제 폭력에 대해선 가정폭력 처벌법을 개정해 입법 공백을 메우면 어떨까.

5. 스토킹을 당할 땐 증거를 최대한 남기고, 주변에도 무조건 많이 이야기하자.



알면 알수록 스토킹 범죄라는 게 무섭지? 전 배우자와 연인, 직장 동료, 학교 친구, 이웃, 모르는 사람까지…. 누구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잖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방법도 너무 다양하고, 심지어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스토킹을 처벌하는 법도 너무 느슨하고 말야.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이때, 함께 만나서 스토킹 범죄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래? 스토킹 범죄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관심 많은 서혜진 변호사가 함께 해줄거야. 모여서 궁금증도 풀고 고민도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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