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술

삶을 견디는 기술

내가 살면서 느낀 소비에 대한 진실 3가지

왜 절제하면서 살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 검소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왜냐면, 절제와 검소함이 우리를 평화와 풍요로움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절제와 검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와 더불어 겸손의 미덕까지 습관화한다면, 곤란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간다.

우리는 소비를 통제해야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절약하면서 사는 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돈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돈을 아끼는 태도는 좋지만, 자린고비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소비습관을 만들어야 된다.

쓸데없고 의미 없는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절제와 검소함이 어떻게 이득이 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살면서 느낀 소비에 대한 3가지 진실이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간다.
자본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자본의 본질은 소비이다.
이 소비를 다루지 못하는 자는 언제나 손해를 보면서 살아갈 것이다.
반면에 소비를 다루고 극복한 자는 부와 번영, 풍요를 얻을 것이다.

1. 싸구려와 비싼 것

싸구려 vs 고급

우리는 막연하게 비싸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비싼 제품과 서비스에 끌린다.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비싼 제품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제품을 비싸 보이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다.
" 유기농 " "천연 " " 시그니처 " " 로열 " "리미티드 에디션 "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비싸 보이는 제품과 서비스가 무조건 소비자의 만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제품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의 균형을 찾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나는 싸구려와 고급의 중간 단계를 선택한다.
적당하고 합리적인 가격선을 찾는 것이다.
균형은 언제나 삶을 풍요로 이끈다.
소유하는 동시에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소모품을 살 때는 반드시 가성비를 따져야 한다.
소모되는 제품에 너무 큰돈을 쓴다면,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기 때문이다.

2. 과시하고 싶어서 소비한다

가장 어리석은 소비 습관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은 경기가 나쁜데도 명품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주목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낮을수록 더 많이 팔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으나, 어떤 경우에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부를 가진 사람이 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여, 자랑하려는 심리에서 기반된 것이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 과시 소비 '라고 말한다.
SNS가 유행하면서 과시 소비는 주류가 되었다.
과시 소비를 하는 인간의 마음 기저에는 ' 허영심' 이 꿈틀대고 있다.
" 나는 너와 달라! "라고 온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 재산을 소비하는 어리석은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과시소비만 하지 않아도 삶이 더욱 윤택해진다.
타인의 시선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자가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
부는 보이지 않는 재산이다.
진짜 부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부자들은 오히려 검소하게 살아간다.
그들은 굳이 주목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부자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무분별한 자랑이 시기와 질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기와 질투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공격을 많이 받게 되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부자들은 최대한 자신의 부를 숨기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래야 자신의 부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과소비는 탐욕의 결과물이다

망하고 싶다면

나는 탐욕이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왜냐면, 탐욕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탐욕을 부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큰 사기를 당하거나, 타인을 속인다거나, 부정한 방법을 써서 돈을 번다거나, 도박을 하는 식의 오류를 발생시킨다.

우리는 필요로 의해 소비를 하지 않고 " 우월감 " 을 위해 소비를 지향한다.
이것은 분명하게도 탐욕이다.
실제로 큰 구매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지표는 되지 못한다.
물질보다는 정신의 성숙도에 따라 사람의 가치는 결정된다.
인성과 인품이 뛰어난 자는 자신을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쓸데없는 탐욕에 사로잡히는 것보다는 ' 삶의 의미 '를 추구하는 것에 집중한다.

꿈을 이루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비범한 사람을 보면서 우월한 존재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조차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우월함은 증명하기가 까다롭다.
인간의 재능과 능력은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다.
확신컨대 특정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착각이고 심리적 오류이다.

포르쉐를 타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본다.
포르쉐에 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포르쉐만을 볼 뿐이다.
사람들이 탐내는 것은 화려하고 이목을 끄는 멋진 물질이지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이유는 ' 존중과 사랑을 받고 싶다.
'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나 또한 이런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란 어렵다.
비싸고 좋은 제품을 통해 낯선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심리적 오류일 뿐이다.

제품의 가치가 나의 가치를 결정짓지는 못한다.
물질은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
물질의 가치가 나의 가치로 연결되지 않는다.
화려하고 멋지고, 비싼 물질은 나의 가치를 상승시키지 못한다.

이 사실만 알고 있더라도 우리는 꽤 많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검소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부를 SNS에 올리며 자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대신 진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건강한 소비 습관을 만들 것이다.
자신만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할 것이다.
소비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의미를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지식의 쓸모

99%가 모르는 인생 망하지 않는 법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이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했다.
완벽주의자였던 나는 취업 준비를 해보겠다고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었다.
그런데 언제나 자격증 시험을 보기 전에는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긴장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갈수록 실패를 맛보았다.
당시에는 좌절했지만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자격증은 전부 취득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실패와 시련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잦은 실패와 좌절에도 인생은 계속 이어졌다.
삶은 실패와 성공을 구분 짓지 않고 이어진다.

실패와 성공은 음과 양처럼 조화롭게 운영된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과정일 뿐이다.
성공 뒤에는 실패가 뒤따른다.
극심한 좌절 뒤에는 예상치 못한 눈부신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성공의 순환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패도 성공도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목표지점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도착하였다.
이 진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패와 성공이 반복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는 목표는 어떻게든 현실로 끌어당겨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은 성취할 수 있다.

내가 살면서 배운 한 가지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인생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무대에서 퇴장만 하지 않는다면, 분명 꿈을 이루고 성공할 수 있다.
인생이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6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삶의 무기가 되는 도구들이다.

하버드가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진행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소중한 지식들이 있다.
대상자는 하버드 졸업생 268명, 달동네 출신 456명, 천재 여성 90명, 총 800명의 달하는 대대적인 성인 발달 연구였다.
나는 연구를 통해 알아낸, 핵심 지식만을 뽑아서 삶이 쉽게 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보려고 한다.

또한 인생의 공략집이 될만한 도구들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삶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소개해 보려고 한다.
당신은 이 글을 통해 2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웬만하면, 인생이 망할 수 없는 이유와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비만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

비만의 치료에는 수만 가지 지식보다, 단 한 번의 확실한 동기가 중요하다.
강아지에게 음식이란 삶의 가장 강력한 자극이자 커다란 행복이다.
그런 음식을 제한받은 강아지가 음식을 애원하지 않을 리 없다.
또한 글썽이듯 애원하는 강아지의 표정을 굳게 무시할 수 있는 보호자는 많지 않다.
다이어트 실패 사례 대부분이 바로 보호자의 측은지심에서 비롯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보호자는 지금 우리 아이에게 체중 감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비만의 위험성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간식이 유일한 낙일 텐데.’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강아지의 말년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비만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대표 질환으로는 당뇨병, 호르몬 질환, 담석증, 관절염, 허리 디스크, 호흡기 질환 등이 있다.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질병들이다.
아이는 말 못 하는 통증과 불편감을 평생토록 안고 살아간다.
더불어 합병증과 수명의 단축, 고통스러운 노령기로 이어지는 경과는 강아지 삶의 질을 극도로 저하시킨다.

우리 아이가 비만인가요?

강아지는 품종과 개체별로 체형의 편차가 매우 큰 동물이다.
비만의 기준도 품종에 따라 상이하다.
가령 시츄의 통통한 체형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으나, 통통한 리트리버는 곧 비만으로 진단된다.
개체에 따라 비만 진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보호자가 스스로 아이의 비만 여부를 판단하면 많은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건강한 체형의 강아지가 비만을 의심받는 경우도, 비만한 강아지가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

체중 또한 함정이 될 수 있다.
근육이 많은 경우에는 적정 체중을 초과하더라도 우수한 체형으로 보아야 한다.
반면 적정 체중일지라도 근육이 적고 체지방의 비율이 높으면 비만에 준하여 진단한다.

그러므로 비만의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수의사가 골격의 크기와 근육의 밀도를 평가하여 현재의 비만도와 목표 체중, 그리고 운동량을 제시해 줄 것이다.

보호자로서는 강아지의 근육피하 지방 정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근육은 허벅지로, 피하 지방은 갈비뼈로 평가한다.
아이를 만졌을 때 근육은 단단하거나 충분히 두꺼워야 하고, 피하 지방층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보호자는 그 촉감의 기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물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수의사에게 문의하며 ‘촉감의 영점’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근육과 피하 지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보호자로서는 충분히 훌륭한 일이다.

■ 허벅지 근육 평가하기

뒷다리의 허벅지 근육은 강아지의 근육을 평가할 때 가장 쉽고 효과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앞다리의 근육은 상대적으로 자세 유지 또는 느린 걸음과 같은 저강도 운동에 특화된 근육이다.
운동을 한다고 해서 눈에 띄게 단단해지거나 두꺼워지지는 않는다.
반면 뒷다리 허벅지 근육은 몇 개월의 운동만으로도 눈에 띄게 변화할 수 있으므로, 아이의 체형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엄지손가락으로는 허벅지의 안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허벅지의 바깥쪽을 마사지하듯 지그시 눌러본다.
보호자가 할 일은 아이의 허벅지를 자주 체크하여 현시점에서의 근육량과 단단함(근밀도)을 기억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처방받은 운동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아이의 허벅지 근육이 얼마나 두껍고 단단해져가는지를 주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주관적인 접근일지라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은 체형 변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근육은 많고 단단할수록 건강 유지에 유리하다.
한 달 이상의 운동과 식이 조절에도 허벅지 근육에 긍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현시점의 영양 균형과 운동량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만약 근밀도의 상승이 오래도록 일어나지 않는다면 관절병 혹은 대사성 질병을 배제하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 갈비뼈

갈비뼈가 만져지는 정도로 피하 지방량을 유추할 수 있다.
사람이 살찌면 턱과 아랫배가 먼저 나오듯, 강아지는 등 쪽의 갈비뼈 주위로 살이 오른다.
갈비뼈 부위의 피하 지방은 수의사가 강아지의 체형을 평가할 때 참고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강아지의 갈비뼈는 흉곽의 측면에서 가장 쉽게 만져진다.
보호자는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각각 갈비뼈 사이에 위치시킨다.
손가락을 지그시 누른 채 앞뒤로 움직이면서 피하 지방의 양을 평가한다.

갈비뼈의 위치와 골의 깊이가 명확히 느껴지면 너무 마른 체형이다.
반대로 갈비뼈의 위치조차 가늠할 수 없으면 비만이다.
이상적으로는 갈비뼈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면서도, 갈비뼈 사이 골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어야 한다.
표준 체형인 사람과 유사하다.

지방은 적당히 있는 것이 좋다.
갈비뼈가 너무 잘 만져지는 경우는 영양 부족이나 쇠약성 질병을 암시하고, 갈비뼈가 너무 안 만져지는 경우에는 비만이나 식욕 과다를 일으키는 질병을 암시한다.
사람에 비해 강아지에게는 초고도비만이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므로, 일상적인 평가를 통해 비만 진행을 조기에 막는 것이 좋다.

건강하게 지내! 아프지 말고!

비가 오던 어느 시골길 어귀, 짧은 줄에 이제 막 유치가 나기 시작한 강아지가 매여있다.
짧은 꼬리를 발랄하게 흔들며 목줄이 꽉 당겨질 정도로 다가온다.
비가 들이치는 강아지집 주변에는 최대한 먼 곳에 누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몽글몽글한 똥 몇 덩이가 뒹군다.
흙인지 똥인지 모르는 것이 잔뜩 묻은 앞발을 들어 안기려 한다.
무릎을 굽히고 강아지의 눈과 귀, 이빨을 살핀다.
갈고리 모양으로 귀엽게 난 유치 송곳니가 이제 막 가려워 오기 시작했으리라. 입에서는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

누가 지나가도 앞발을 번쩍 들어 반길 만치 사람을 좋아한다.
우연히 들른 그 작은 시골 마을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사람의 손길이 턱에 닿자 그제야 간신히 안정을 찾은 듯 눈을 감고 즐기는 기색이다.

 

강아지는 온 동네를 휘저으며 달리고 싶다.
눈곱을 떼어주며 부드럽게 쓰다듬는 사람의 손길을 목놓아 기다린다.
그러나 아이는 곧 체념하게 될 것이다.
지나가는 이를 향해 짖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다른 개들처럼, 고작 사납다거나 시끄러운 개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보호자에게 비가 들이치는 날에는 잠시 집에 들여두시라는 말을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귀나 겨드랑이 주변에 습성(濕性)의 피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도, 어느 날 설사를 하거나 생식기를 핥으면 사료를 다시 고민해 보거나 늦지 않게 가까운 병원을 찾아보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우연히 만난 강아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나는 결국 너절한 한마디를 남긴 채 도리 없이 뒤돌아섰다.

“건강하게 지내! 아프지 말고!”

물론 강아지가 아닌, 나 스스로를 위안하려는 말에 가깝다.

그리고는 도시로 돌아와 유난히 기상이 힘든 어느 날 아침 문득 그 강아지를 떠올릴 뿐이다.
어디선가 괴로운 하루를 내색하지 않으며 그 발랄한 꼬리를 흔들고 있을 강아지의 생명력을 떠올리며, 늙어가는 나의 관절도 하나둘씩 움직여본다.
그렇게 아침의 잠을 떨쳐낸다.
고통의 바다라고 불리는 것이 비단 인간 세상뿐일까. 외마디 시름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완전히 기립한다.
우연히 목격한 작은 강아지의 가녀린 앞발바닥이 예상치 못한 두통처럼 몸 구석구석을 찌른다.
나는 세상에 없어도 되는 고통을 마주했다고 생각한다.
강아지를 마주할수록 나는 점점 급진적인 사람이 된다.

강아지가 경제력/시간/소양을 모두 갖춘 보호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많은 강아지들이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라, 또는 무분별한 생식으로 태어나 자신을 이해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보호자를 만나게 된다.
야생 동물은 개체수를 늘리며 생태적 지위와 다양성을 유지한다지만, 오직 인간의 필요 또는 무지에 의해 태어나는 반려동물은 그저 안타까운 목숨 하나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산책 나갈까?

1-2년 터울로 잦은 이직을 하는 계약직 종사자로서 내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불규칙적인 생활이다.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정도 앞당겨지거나 늦춰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야간 병원에 근무할 때면 퇴근하는 인파의 설레는 얼굴들을 마주 보며 홀로 반대 방향으로 출근을 한다.
그리고 모두들 표정을 숨긴 출근길의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에 가지고 있던 좋은 습관과 좋아했던 시간들을 많이 놓치게 되었다.
출근 전의 아침 운동, 주말의 이른 오후 감성이 충만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게으름과 부지런함 사이에서 기괴한 몸동작으로 흐느적거릴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금요일 밤의 맥주. 모두들 쉬기 전날의 달뜬 마음으로 찾는 맥줏집에서 그들과 함께 공감하며 마시는 맥주는 홀로 외롭고 급하게 마시는 맥주보다 백배는 더 맛있다.

나에게 있어 규칙적인 생활의 핵심은 몸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머리를 사용한 만큼 몸을 쓰지 않은 밤이면 무언가 찜찜하고 언짢은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몸과 인지의 부조화가 몇 개월 지속되니 때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급작스러운 우울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직감적으로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단단히 무너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틀림없이 정신 질환의 병인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제서야 어린 시절 방학 시간 계획표를 세워오라 하던 가르침의 이유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쳇바퀴 굴러가듯 수십 년간 반복되는 삶에도 물론 사무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 또한 이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머리가 아닌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다.
그리고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치 정해진 루틴이 없어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강아지처럼.

늘 곁에서 말없이 무한한 옹호를 건네는 우리의 수호천사, 강아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여쁜 그들도 자신의 근육을 물리적으로 사용한 날과 사용하지 않은 날의 기분 차이를 느낀다.
게다가 강아지는 실내에서 즐길 만한 취미의 가짓수가 사람보다는 현저히 적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 건강은 대부분 실외 산책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만일 사료처럼 매일 같은 조성의 음식만을 먹고, 커피나 음악 같은 즐길 거리마저 없다면 그날 하루 단 한 번의 외출을 통해서 모든 심리적 보상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보호자의 "산책 갈까?"라는 음성에 번뜩이며 반응하는 수많은 유튜브 영상 속의 강아지들 역시 이와 유사한 마음일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꿈에서만 가능한 우리 통키와의 산책

강아지에게 산책이란 대기를 채우는 산소처럼 하루를 채우는 가장 중요한 일과이다.
산책량이 현저히 적거나 없다면 이는 반드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사람의 경우에는 입맛이 없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면, 강아지는 남아있는 에너지를 어디론가 발산하려는 형태의 행동을 자주 보인다.
꼬리물기, 발 핥기, 옆구리 잘근잘근 깨물기, 흔히 '우다다'라고 말하는 실내 왕복 달리기, 쿠션에 하는 유사 마운팅 행위를 가장 일반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선천적으로 성미가 좀 더 예민한 강아지에게는 피부 찰과와 탈모를 동반한 피부병이 발전하기도 한다.
대장염이나 방광염도 빈번히 발생한다.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로 설사를 하거나 혈뇨를 보는 사람은 자주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강아지의 경우에는 이러한 스트레스성 증상이 매우 흔하다.
그만큼 그들은 산책이라는 간단한 루틴을 절실히 바란다.

강아지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산책을 자주 경험하지 못하고, 또 이것이 보호자의 몰이해와 맞물리면 간혹 엉뚱한 결론을 맺기도 한다.
"우리 강아지는 산책을 싫어해요."라며 내원하는 보호자가 종종 있다.
산책만 나가면 잔뜩 긴장하여 엎드린 채 움직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 강아지가 원래부터 다소 예민하며 겁이 많은 편일 수는 있으나, 그러한 결론은 대부분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산책을 무서워한다던 강아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의 '냄새 지도'를 그릴만한 충분한 산책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젖먹이나 이른 이유기의 강아지는 스스로도 자신이 너무나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만족감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강아지 나이 약 1개월부터 3개월령까지를 사회화 시기로 정의한다.
강아지가 3개월령이 되어갈 무렵부터는 서서히 자신이 아닌 외부의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집 안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인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3개월령 전후로 보이는 폭발적인 호기심을 이용하여 강아지 스스로 활동 범위를 늘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때까지 기초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므로 우선 실내 구석구석으로 스스로 이동하여 냄새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환경 위생에 주의하며 외부와의 접촉이 시작되는 곳인 신발장이나 현관 근처의 냄새를 맡도록 해주어야 한다.
단, 이때 이물 섭식에 의한 식도나 기도 폐색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바닥에 있는 모든 이물은 정리되고 없는 상태이어야 한다.
총 5차 내지 6차로 구성된 기초접종 프로그램 중 4차를 접종할 즈음부터는 '다른 개와의 접촉을 주의'하며 '강아지를 안은 상태로' 현관 근처 또는 단지 주변의 냄새를 조금씩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갈색 눈물이 말해주는 것

갈색 눈물과 수치심

누구나 새로이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에게 자신의 가족을 보여주기 일에는 다소 신중을 기하게 마련이다.
상대에게 나의 일상을 비롯한 진짜 모습이 조금 더 노출될 것이 왠지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에서 충분한 친밀함과 신뢰를 쌓은 뒤에야 상대에게 가족을 소개하게 된다.

때로는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자신의 내밀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정신과 상담소의 내담자도 그러하고, 과외 선생에게 아이를 맡기는 부모도 그러하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살림살이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이에게 친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오픈하는 셈이다.
같은 맥락으로 동물 병원에 내원하는 강아지 또한 보호자의 비밀을 스스럼없이 폭로하기도 한다.
반려견은 보호자 인격의 냉철한 거울 역할을 한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의 돌발 행동에 당혹감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반려견의 털에는 일상적인 가정의 냄새가 적나라하게 배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또한 강아지의 산만함과 불안장애의 정도가 평소 보호자가 쏟는 애정도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하여 마치 소아과 의원을 찾은 부모처럼 아이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아이의 행동이 어떻게 내비쳐질 것인가를 심히 우려하는 기색을 보인다.

수의사는 강아지의 상태를 통해 보호자의 평소 반려 생활을 생각보다 자세하게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유추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호자에게 지시하는 처방의 심도나 난이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가령, 평소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가 기침으로 내원하였을 때의 진료는 심장병이나 폐렴 등 중증 이상의 질병만을 배제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보호자의 섬세한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는 강아지가 기침으로 내원한 경우에는 기관지의 노화를 늦추는, 장기적인 차원의 예방적 관리까지 언급하게 된다.

'보호자의 반려 생활 수준'의 지표가 되는 것들 중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단연 강아지의 '눈물'이다.
눈 주변이 깔끔한 아이들은 적어도 최소한의 관심은 받고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
반면, 눈물량이 많거나 눈물의 색이 진한 아이들은 섬세한 관심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강아지의 눈물이 지나치게 많다며 내원하는 보호자는 둘 중 하나의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정말이지 강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또는 죄책감을 숨기지 못하는 수치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눈꺼풀 말림증이나 속눈썹이 안쪽으로 자라나는 등의 몇 가지 선천적 원인들을 제외하면, 눈물량 과다증과 눈물색의 변성은 보호자의 관리 소홀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은 눈물 과다증으로 내원한 강아지에게서 간단한 신체검사와 문진으로 배제되어야 하는 원인들을 나열한 것이다.

음식(혈색소가 많은 오리/소 등의 동물성 단백질 과다 섭취, 알러지 유발 음식 섭취)

② 지나치게 건조한 습도 환경(냉/온풍기, 가을과 겨울)

먼지(3-5월의 꽃가루, 10-11월의 낙엽 분진도 포함)

④ 결막염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원인들(코 주위의 털이 눈을 찌르고 있는 경우가 많음)

⑤ 누관 막힘(코눈물관 막힘)

-----------↓이하의 원인들은 선천성 소인이 크게 작용↓-----------

⑥ 눈꺼풀이 안쪽으로 말림

⑦ 코쪽(안쪽) 눈꺼풀이 세게 당기는, 선척적 구조 이상

⑧ 눈꺼풀 안쪽에 털이 자람

⑨ 눈물이 빠지는 구멍의 위치가 선천적으로 기형

⑩ 알고 보니 어린 나이의 정상적인 눈물량인 경우(어릴 때에는 정상적으로 눈물이 조금 더 많은 경향)

발 핥는 강아지에게 감정 이입하기

가끔 강아지에게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게 되곤 한다.
그들의 잔뜩 겁먹고 긴장한 눈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쓸데없는 눈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책임을 이미 알고 있는 영리한 강아지도 있다.
무엇보다 굵직한 발견은 그들이 발을 핥는 강박적인 행동이 내가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강아지에게 스트레스의 다른 말은 바로 '심심함'이다.
그것도 극단적인 심심함이다.
말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외계인들 사이에서 넷플릭스와 스마트폰 없이 방치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까. 상상에 상상을 거듭한 결과 나는 아마도 자학 비슷한 걸 하게 될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극단적인 소통 단절과 그 어떤 느낌도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느낌 자체'를 탐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쓸데없이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목과 얼굴 주변을 긁는 것이겠지. 그리고는 손톱이 피부를 스치는 느낌에 집중하겠지. 왜냐면, 나는 하루 종일 너무나도 심심했으니까. 곧이어, 조금 더 강한 자극을 느껴보고 싶어질 것이다.
손톱 주변을 물어뜯거나, 이내 벅벅 소리가 날 정도로 허벅지를 긁어대기 시작할 것이다.
피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통증도 하나의 느낌이니까.

지금까지 진료 보았던 강아지의 90% 정도가 강박적으로 발을 핥는 행동을 보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로 나는 그들이 느끼는 극단적인 심심함이란 무엇일까 상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무지하게 슬픈 일이다.
어여쁜 눈망울의 아이들이 인간들의 가족이랍시고 극단적 심심함 속에서 방치된다.

역사상 강아지의 말을 들어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강아지 삶의 의미는 철저하게 인간의 잣대로 정의된다.
강아지에 관한 오해는 수백 년이 지나도 인간에게 전달되지 않을 위험에 처한다.

나는 강아지가 '아프다고, 아프다고!' 수백 번 소리쳐도 듣지 못할 인간이다.
그래서 늘 상상한다.
흰 자위를 노출시킨 말티즈의 겁먹은 눈이 가끔 귀엽게도 보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유기 불안이 곧 필사적인 태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되뇌곤 엄숙해진다.

무른 변

자고로 수의사는 설사하는 강아지를 보면 급성과 만성을 구분하고 진단 계획을 세우는 게 우선인 법이다.
어찌 된 것인지 나는 아픈 강아지를 보면 보호자에게 서운한 마음이 먼저 든다.
보호자 밑에서 강아지가 일생 동안 말 못 하고 끙끙거릴 고통을 내 건방진 두뇌로 정량화하고는 마음이 먼저 아파오는 것이다.
때문인지 요즘들어 이 일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무심한 보호자를 붙잡고 끝내 돈도 되지 않을 애견 육아 상담에 장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경우가 점점 잦아진다.

보호자들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의무를 지워주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되려 애석한 내색을 비추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양육자로서 보호자의 의무를 끝까지 강조한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죄 없이 아픈 강아지에게는 더더욱 억울할 일이다.
강아지 몸에 대한 이해는 사실 사람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강아지의 반응 하나하나를 살피는 데에는 게으른 사람들이 생각보다도 많다는 사실은 '애견 육아 자격증'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도록 만든다.

이런 내적 정황으로 말미암아 애꿎은 동물들을 위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기로 다짐하게 되었다.
앞으로 쓰는 글 주제의 일부는 '애견 양육자의 상식과 의무', 그리고 '반려동물의 소수 정예화'에 할애될 예정이다.

정말이지 사필귀정의 세상이라면 앞으로는 반드시 소수 정예의 건강한 강아지만 태어나야 하고, 그 아이들은 자격을 갖춘 보호자에게만 분양되어야 한다.

 

뻔하지만 간과되는 무른 변

강아지에 대한 이해는 사람인 나의 몸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야식으로 곱창이나 치킨을 즐긴다.
야식을 즐긴 다음날이면 열에 아홉은 배가 살살 아파온다.
하지만 결코 스스로 장염이라 인지할 만큼의 고통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설사를 하고도 계속해서 같은 야식을 고집하게 된다.

대장성 설사

아주 물 설사는 아니면서 제법 모양을 갖춘 무른 변을 흔히 '점액 변' 또는 '대장성 설사'라 부른다. 

잔병치레를 예방하는 식이습관 

강아지를 분양받는 보호자는 대부분 사전에 많은 정보와 상식을 공부한다.
그러나 막상 꼬물거리는 귀여운 생명체를 대면했을 때, 꼼꼼한 사전 준비와 지식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분양샵의 직원이 해주는 간단한 설명을 그대로 믿고 이행하게 된다.

아직도 많은 분양샵들은 어린 강아지 육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분양샵의 안일한 정보 때문에 “하루에 사료는 세 숟가락만 주면 돼요.”라는 말만 믿고 수개월째 같은 양을 급여하는 보호자가 생기고 만다.
강아지는 빼빼 마른 채로 동물병원에 내원한다.
영양 부족으로 인해 골격의 폭발적인 성장기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흔하게 간과되는 사료 상식

어린 강아지에게 올바른 영양 공급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보호자는 우선적으로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분양 직후 반드시 수의사로부터 적정 사료량을 확실하게 전달받아야 한다.
보호자는 가정에서 직접 ‘하루에 몇 그램(g)’, 혹은 ‘하루에 종이컵 몇 컵’과 같은 식으로 사료량을 계량할 수 있어야 한다.
성장기의 강아지는 단 일주일만 지나도 눈에 띄게 성장하므로, 이에 맞추어 매주 섭취량을 조금씩 늘려주어야 한다.
급여량이 애매하거나 헷갈리는 경우에는 혼자 결정하기보다 반드시 병원 상담을 통해 확실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성장에는 골든 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3개월령 이전에는 하루 4회로 나누어 급여한다.
3개월령부터 6개월령까지는 하루에 3회로 빈도를 낮춘다.
6개월령부터는 비로소 성견에 준하여 하루 2회 급여로 바꾸어 준다.
이제 갓 이유기를 맞이한 어린 강아지에게 사료를 하루에 불과 2회 빈도로 급여하는 잘못된 케이스를 여전히 자주 접한다.
이 경우 저혈당, 장운동성 저하, 장내 유익균의 불균형, 추후 위장염 가능성 증가 등등 크고 작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정말 무서운 사실은 장운동성 저하와 같은 미약한 합병증은 보호자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아지는 아무도 모르게 ‘민감성 장 증후군’과 같은 질환에 평생 노출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강아지는 왜 이렇게 자주 아파요?”라는 보호자의 의문에 수의사를 포함한 그 누구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

셋째, 사료 종류를 바꿀 때에는 약 5일에 걸쳐 점진적으로 교체한다.
강아지의 소화기는 사람에 비하여 미생물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다.
장내 유용한 미생물이 무려 섭취량의 40%에 달하는 음식물을 대신 분해하여 소화를 돕는다.
이러한 장내 유용균은 ‘일정한’ 조성의 음식물에 적응하여 서서히 발달한다.
그러나 음식물의 조성이나 원료가 갑자기 바뀌게 되면 이들은 일순간에 사멸한다.
사료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어렵사리 발달한 유용균의 집락을 전멸시켜버리는 일이다.
장내 유용균은 소화 이외에도 면역, 항염, 물리적 방어, 장내 신경 전달 등 여러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급작스러운 사료 교체에 대한 부작용은 단순한 소화불량에 그치지 않고 장내 면역력 저하나 구토, 설사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아지를 분양샵에서 보호자의 가정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사료의 종류가 급작스럽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분양샵에 부탁하여 먹이던 사료의 약 일주일 분량을 얻어오거나, 미리 동일한 사료를 구비해두어야 한다.
보호자는 강아지의 성장기 연령에 따라 적절한 사료로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약 5일에 걸쳐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기존 사료와 새로운 사료의 비율을 4:1, 3:2, 2:3, 1:4, 0:5 순으로 섞어, 매일 조금씩 새로운 사료의 비율을 높여가는 방법이다.

 

간식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

보호자들로부터 “간식은 언제부터 주는 것이 좋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나는 일반적으로 6개월령까지는 아무 간식도 주지 말라고 권한다.
대개 보호자는 자못 의아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재차 확인한다.
“그러면 그전까지는 사료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말라는 말씀인가요?”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의 곡해된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굵고 간결하게 설명을 끝낼 수밖에 없다.
이에 나는 “네, 아무것도 주지 마세요.”라며 일축한다.

짧은 생애를 사는 강아지에게 미각처럼 가장 달콤하고 강한 자극을 반쯤 포기하고 산다는 것은 수의사의 입장에서도 쉽사리 동의되지 않는 일이다.
강아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면서, 섬세한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된 보호자들이라면 나 역시 간식에 대한 긴 설명을 늘어놓았으리라. 그러나 생각보다 강아지에게 헌신적인 보호자는 많지 않다.
강아지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 보호자 삶의 양식에 그대로 강아지를 끌어다 놓을 뿐인 경우가 더 많다.
많은 경우 강아지는 곧 보호자의 성격과 식성에 따라 무작위의 급여 방식을 따르게 된다.

강아지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보호자라면 강아지 입맛에 대한 다음의 몇 가지 사실을 이해해두는 것이 좋다.

첫째, 강아지의 미각은 점점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강아지가 미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음식에 한 번 노출되면, 다시는 슴슴한 간의 음식을 즐길 수 없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라는 비유를 자주 들게 된다.
한 번 열면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6개월령 미만의 어린 강아지에게 음식은 더욱 커다란 자극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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