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비로소 바뀌는 것들


*이 글은 영화 <챌린저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신 분들은 먼저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챌린저스

영화 포스터

영화 <챌린저스>는 모두의 우상이던 타시 덩컨의 부상으로 인해 둘도 없는 친구였던 아트와 패트릭의 사이가 갈라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팀을 이루고 복식조에 나갈 만큼 친했던 둘의 사이가 같은 대회를 나가도 두 마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을 만큼 멀어집니다.
이들의 관계를 단순히 만인의 우상으로 불리던 여인으로 인한 문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소재가 소재인 만큼 테니스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테니스는 관계이고 관계는 적어도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야 가능하니 캐릭터들을 통해 <챌린저스>를 알아보겠습니다.

테니스는 관계야.

타시 덩컨

패트릭 즈바이크

 

영화 스틸컷

패트릭은 불과 얼음 중 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따뜻해 보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고 가끔은 너무 뜨거워서 의도치 않게 다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것을 보여주듯 패트릭은 다른 사람보다 아트에게 상성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타시는 그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은퇴해야 될 만큼 커다란 부상을 입게 됩니다.
물론 불은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저 연인과의 가벼운 다툼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은 타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단 마음을 그녀의 티셔츠로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날이 창창하던 테니스 선수가 그를 원망하지 않기엔 그 불은 너무 따뜻했습니다.

져준다는 말 유효하지?

아트 도널드슨

아트 도널드슨

 

영화 스틸컷

패트릭이 불이라면 아트는 자연스럽게 얼음을 맡게 됩니다.
이런 순서가 아니더라도 그의 행동으로 그가 왜 얼음을 맡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얼음이라고 하면 보통 싸가지 없는 행동으로 감정의 메마른 캐릭터를 생각할 순 있으나 감독님은 얼음에는 차가운 면모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말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면 요즘은 얼음은 보통 얼음틀에 물을 부어 얼리거나 바로 얼음이 나오는 디바이스들을 통해 모양이 비슷하게 만들어집니다.
아트는 패트릭과 달리 일정한 루틴에 따라 행동하고 이는 모양이 비슷한 얼음처럼 매일 루틴에 맞게 행동하는 그와 굉장히 비슷해 보입니다.
게다가 타시의 "부자인 척 잘하잖아?"라는 말은 원래의 자신의 모양이 아닌데 그런 모양인 척하는 얼음과 상당히 유사한 아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는 확률로 테니스를 치잖아?

패트릭 즈바이크

타시 덩컨

테니스 덩컨

두 남자와 그리고 많은 테니스 선수들의 우상이자 경쟁 상대였던 타시 덩컨입니다.
위에 두 선수보다 이 캐릭터 때문에 이 글의 제목을 정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 영화는 테니스 영화입니다.
테니스 코트는 가운데에서 보거나 위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드나 위가 서로 갈라지는 관계를 표현하기에는 더 좋지만 이 영화의 첫 장면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트로 마치 시소 혹은 엑스를 표현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것을 보여주듯 그녀는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플롯으로 보면 두 남자 사이를 오갑니다.

테니스 선수들 사이를 오가는 게 과연 뭐가 있을까요? 심판, 코치, 관중? 모두 맞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테니스 공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보여줄 거 같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멈춰버립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경기 이들의 로맨스 장면 하나 제대로 나오는 것이 없죠. 하지만 이 또한 테니스 같은 면이 있습니다.
테니스도 점수가 나면 경기가 멈추고 다른 상대가 서브할 때까지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때 공은 자연스럽게 서브하는 사람의 소유가 됩니다.
이렇게 처음에는 본인의 주인공인 것처럼 행동하던 타시(공)는 사실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관계의 주인공들인 아트와 패트릭도 자신을 사이에 두었지만 결국에는 둘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점수만 따면 돼

아트 도널드슨

 

 

챌린저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젠데이아 콜먼,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
개봉
2024.04.24.

-영화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by 최원진

 

*이 글은 영화 <37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37초

영화 포스터

37초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평생 뇌성 마비를 가지고 살아게 된 유마. 누군가는 수영을 하며 혹은 장난으로도 1분을 넘게 숨을 참아도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그녀에게는 더 짧은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장애를 절대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드러내며 그녀가 가진 불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몸이 불편한 분을 배우로 캐스팅한 감독님의 의도를 캐릭터들의 대사로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사야카

'나인 자'는 '나일 수 있는 자'에게 슬프게 인사한다.

나다움과 관련해서 인간관계 속에서 나다움을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나의 가능성을 자꾸 제한하려 들면 그 사람과 경계를 잘 설정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과도하게 나의 존재를 침범해 들어오지 않도록 경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 때 적절한 방식으로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가면서 해야 합니다.
관계에서 ‘여기까지 침범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라는 센서가 인간에게는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소망을 잘 들여다봐야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가지게 되는 소망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나에게 그런 소망을 가진 사람을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를 편하게 하는 나다운 모습의 나로 살 때도 있고 내가 불편한데도 어쩔 수 없이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때도 있기는 합니다.
나답지 않은 모습이 나에게 강요될 때 그것을 분간하고 그렇게 살지 않기로 결단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무언가 강요된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할 때의 패배감을 모두가 느껴보았기에 그런 패배감을 극복해내는 누군가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이 모든 과정의 경험이 나를 구성하게 됩니다.

인간은 현재의 자기 존재를 넘어 스스로 결단해 자기를 형성해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자기를 찾는다는 것은 이 형성과정의 경향성을 찾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떨 때 확신의 신호가 오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서, 즉 ‘나다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가면서 ‘나다움’을 구현해가는 것입니다.
‘나답다’는 게 무얼까를 고민하면서 나 자신을 느껴가면서 말입니다.
나 자신을 느낀다는 것은 나 자신이 어떤 것에서 평안을 얻는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관찰하고 의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그 경험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그때 그때의 경험을 하면서 나에게서 올라오는 소리를 들어가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형성해나가는 것입니다.

독일의 격언에 “나인 자는 나일 수 있는 자에게 슬프게 인사한다.
”는 말이 있습니다.
‘나인 자’는 ‘현재의 나’이고 ‘나일 수 있는 자’는 ‘내가 꿈꾸는 나’라고 해야겠지요. ‘현재의 나’는 ‘되고 싶은 나’를 슬프게 바라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인간은 ‘나도 ○○한 사람일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인가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인가요? 정말로 죽어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서 나를 던지고자 한다면 특정의 직업이나 세상의 성공 등 어떤 목적을 지향하지는 않게 됩니다.
실존철학에서는 기투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졌지만(피투되었지만) 다시 자기를 세상에 던져야(기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은 피투된 조건에 결정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철학커뮤니케이터 박은미

건국대학교 강의교수와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일반인을 위한 철학저서 집필과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철학적 성찰력의 힘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 삶에 닿아있는 철학을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다.
일반인과 철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철학커뮤니케이터로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올리고자 한다.
저서로
아주 일상적인 철학 : 네이버 도서 (naver.com)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 <삶이 불쾌한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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