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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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지표를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각종 건강과 관련된 지표들,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과 적은 수면,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릴 확률과 비교적 나쁜 예후 등과 관련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높은 사망률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었다.
외로움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 고칼로리 선호, 폭식, 적은 운동량, 높은 스트레스, 나쁜 스트레스 대처법과 관련을 보이며 '노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외로움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자살 또한 외로움이 목숨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소데르튼대의 연구자 앤드루 스티클리는 7403명의 가구를 아우르는 대규모 조사에서 자살과 관련된 행동 지표에 있어서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적게는 세 배에서(살면서 적어도 한 번 자살 시도를 함) 많게는 17배까지(지난 일년 동안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음)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외로움과 자살률 간의 관계는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등과 관계 없이 유효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적지 않고 관계보다 그 외적인 요소 특히 물질적인 요소에서 행복을 찾는 한국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행복도는 유독 낮으면서 자살율은 유독 높다는 특징 또한 일부는 외로움과 외로움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것,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양질의 인간관계와 사회적 지지망이 부족한 것에서 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외로우면 혼자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식으로 외로움을 해소하고 있다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외로움은 근본적으로 양질의 관계에 대한 배고픔인만큼 다른 요소로 덮으려는 시도는 잠깐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많을 필요는 없지만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서로 아끼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배고픔이 음식을 먹는 행동을 유발하듯 사회적 배고픔인 외로움 역시 사회적 관계를 탐색하는 행동을 일으켜야 하지만 외로움이 오래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람에 대해 불신을 쌓게 되어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외로움을 먼저 해소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외로움이 오래된 경우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술, 도박, 약물 중독 등에 빠져드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도 외로움 해소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지나친 물질주의 또한 한편으로는 부가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나름 외로운 사람들의 사회적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겠으나 이 역시 그 자체로 양질의 관계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양질의 식습관이나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에 단순히 동기가 부족하거나(별로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나)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하는 게 싫어서 등의 이유로 이들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도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하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HawkleyLC., & CacioppoJT. (2010). Loneliness matters: A theoretical and empirical review of consequences and mechanismsAnnals of Behavioral Medicine, 40(2), 218-227.StickleyA., & KoyanagiA. (2016). Lonelinesscommon mental disorders and suicidal behaviorFindings from a general population survey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197, 81-87.

※필자소개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나에게 따뜻해야 타인도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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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자기 자신에게 "또야? 너(내)가 이러니까 안 되지. 인생 망했네" 같은 악담을 쏟아부으며 이미 많은 상처를 더 늘려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간은 누구나 나름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고 누구든지 넘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그 일로 인해 내가 상심이 크구나" 하고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사람들을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높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연구들에 의하면 힘들 때조차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구는 사람들보다 힘들어하는 사람은 누구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듯 자신에게도 자애로움을 보일 줄 아는 사람들이 우울 증상과 불안, 곱씹기 등을 낮은 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자존감을 보이는 등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한 경향을 보인다(Neff & Vonk, 2009).언뜻 들으면 이들은 결국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멋지고 특별하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는 긍정적 자기지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교적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팀원들을 가혹하게 굴려서 좋은 성과를 뽑아내는 상사처럼 자신을 착취해 가며 높은 성취와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Crocker & Park, 2004).또한 평상시에는 자신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삶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와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자존감과 상관없이 자기 자비를 연습할 것을 추천한다.
●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 서툴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 자비의 요소로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Neff, 2003).
1) 자기 자신을 향한 친절(self-kindness):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비난보다 따뜻한 말을 건네듯 나에게도 따뜻할 것2)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 인지하기: 인간은 누구나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살아가며 인생 1회차인 우리들에겐 매 순간이 어려운 것이 당연하므로 오직 나만 힘들게 산다던가 실패하는 건 비정상이라고 보는 오만함 버리기3) 판단하지 않기(mindfulness): 힘들 때 이런 걸로 슬퍼하고 좌절하는 내가 싫다, 이런 일로 슬퍼하고 좌절하는 나를 싫어하는 내가 싫다 등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판단하려 들지 말고 그저 "지금 내가 많이 힘들구나. 그 일이 내게 많이 중요했구나"하고 바라봐주기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자기 자비를 실천할 줄 아는 사람들은 '타인'에게도 너그러운 편이다.
일례로 자신에게 아주 높은 기대치를 요구하며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들의 경우 타인에게도 비슷하게 높은 기대치를 설정 -> 애초에 비현실적인 기대치라서 상대방이 이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낮음 -> 똑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도 더 쉽게 실망하고 좌절함. 좌절을 사서 함 -> 사람과 관계에 대해 시니컬한 태도를 갖게 됨의 부적응적인 사이클을 보이곤 한다.
반면 높은 자기 자비를 보이는 사람들은 애초에 자기 자신을 포함 한계가 많은 인간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상대의 실수나 잘못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과대 해석하며 호들갑을 떨거나 '원래 그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며 쉽게 판단하는 일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내가 실수했을 때 용서를 구하고 다시 받아들여지길 원하듯 저 사람에게도 만회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Welp & Brown, 2014).
● 나에게 따뜻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연인과의 관계 또한 더 잘 유지하는 편이다.
1년 이상 관계를 유지한 커플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복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케어하는 경향을 보였다(Neff & Beretvas, 2013).흔히 관계에서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의 경우 결국 상대방이나 관계보다는 '나의 안전', '나의 결핍이 채워지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결과적으로 상대방보다 자신의 행복을 더 크게 신경 쓰는 다소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Lavigne et al., 2011). 그러다 상대가 지쳐 떨어지곤 하는데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반면 구속하지 않고 관계에서 더 많은 주도권을 차지하고 상대를 통제하려는 욕구 또한 적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어느 정도 보듬을 줄 알기 때문에 굳이 타인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지 않고 따라서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에 비해 갈등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쾅 닫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 또한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의 이익이 충돌할 때 자신의 욕구만 채우려는 이기적인 모습 또한 덜 보였다(Yarnell & Neff, 2013).상대방에게 맞추는 이유 또한 '헤어지기 싫어서, 상대가 나를 미워하는 게 싫어서' 같은 다소 방어적이고 또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이 아니라 상대와 나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에 의함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이 설명이다.
한편 자존감은 관계의 질이나 상대방을 케어하는 것, 집착하지 않고 통제하려 하지 않는 것, 공격적인 태도 등과 별다른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Neff & Beretvas, 2013). 내가 나를 좋거나 나쁘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를 포함한 인간 전반을 대하는 '태도'가 관계 유지에는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 또한, 단순히 내가 멋지고 괜찮은 사람임을 떠올리라는 게 아니라 나의 부족함도 타인의 부족함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자애로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죽음의 공포가 낯선 것 배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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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특히 죽음에 대한 위협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롭고 낯선 것을 배척하고 보수화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죽음과 관련된 생각을 하게 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외국인, 낯선 문화,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는 새로운 시도 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런 반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국가, 문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애착이 커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애리조나대의 심리학자 제프 그린버그 등은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상징적인 무엇을 통해 죽음이라는 근원적 공포를 다스린다고 보았다.
이를 근원적 공포 조절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막연한 공포는 마음속 어딘가에 늘 도사리고 있어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쉽게 자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공포가 별다른 이유 없이 낯선 존재들을 차별하고 배척하는 행동을 불러오기도 한다.
위협을 느끼고 몸을 사리는 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작은 차이도 엄청나게 커 보이기 마련이다.
예컨대 나와 다른 나라에 산다는 정보 하나로 그 사람은 나와 공통점이 없을 것이며 서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차이점에 편향된 해석을 하게 될 수 있다.
버지니아대의 심리학자 맷 모우틀 등은 이렇게 막연한 공포감에 의해 타인을 배척하게 되는 현상을 줄이는 법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면 자주 느끼게 되는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깨달음처럼 겉모습은 다르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가치와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을 줄이고 평화를 추구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자들은 한 조건의 사람들에게 죽음과 관련된 생각들을 떠올리도록 했고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럽긴 하지만 죽음과는 상관없는 이빨이 아팠던 경험 같은 것을 생각하도록 했다.
그런 뒤 사람들에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미지나 어렸을 때의 즐거운 경험에 대해 서술(예를 들어 어렸을 때 가족들과 바닷가에 놀러 갔던 경험), 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서술 (예를 들어 친구들 앞에서 민망한 실수를 해서 놀림 받았던 경험)을 접하도록 했다.
그 결과 죽음에 대해 떠올린 사람들은 다른 고통스러운 경험을 떠올렸던 사람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외국인과 이민자에 대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편이었지만 인간으로서 가지는 공통점을 상기하게 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와 같은 적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분쟁보다 평화를 옹호하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막연히 나와 달라 보이는 무엇을 배척하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수년 전 뉴욕타임즈 등에서 테러에 의해 사망할 확률보다 집에서 배우자에 의해 살해당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던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 우리에게 죽음을 가져오는 것은 외국인보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만성적인 운동 부족, 피로, 술, 담배, 심혈관질환, 외로움 등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타인을 배척한다고 해서 나의 사망률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술을 좀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 같다.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나와 100% 동일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혼자인 섬에 갇혀 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처럼 인간으로서 가지는 공통점 또한 적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다 생로병사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소중한 사람을 얻은 기쁨과 잃는 슬픔을 겪으며 산다.
그러고 보면 죽음은 모든 인간의 근원적 공통점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 모두 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딘가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근원적인 공통점 앞에서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는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같이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입장에서 서로에게 조금씩이나마 친절할 수 있다면,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존재의 의미를 밝혀 주고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다 잘될거야' 낙관, 오히려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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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이 찾아올 때 "다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실패하면, 잘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일의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될 거라고 생각해 봐도 잘 될 가능성만큼이나 잘 안 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성공이란 늘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과 같아서 엄청난 노력을 요하는 만큼 운도 따라줘야 하는 등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따라서 잘 되는 것이 놀라운 일이고 잘 안 되는 것이 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 잘될 거야"라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언제나 현실로부터 배반당할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일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별로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
원래가 알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결과를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결과에 대해 항상 낙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지만 항상 비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비관해 봤자 9회 말 역전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듯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뉴욕대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겐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보다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일의 '과정'에 주목할 것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외팅겐의 연구들에 의하면 어떤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결과를 생각하며 즐거움에 빠져드는 것은 목표 달성률을 낮추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만날 다양한 장애물들에 대해 생각하고 실제로 이러한 장애물들을 넘어가며 '근거 있는' 자신감을 쌓아가는 것은 목표 달성률을 높인다.
'XX만 달성하면 삶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상상하고 낙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결과는 잘 될 수도 있지만 잘 안될 수도 있으며 내가 그것을 100%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그렇게 애쓰는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최선이다.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 결과가 어떻든 그간의 노고를 알기에 온 마음을 다해 힘껏 응원하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또한 잘되지 않더라도 과거에도 그랬듯이 나는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임을 기억하자. 지금까지 어찌저찌 살아남은 것이 증명하듯 얼마든지 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괜찮을 것이고 특히 내 마음은 내가 다스리는 것이 가능함을 기억하자. 다양한 어려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이들이 찾아오면 헤쳐 나갈 방안을 찾으면 된다.
다 잘될 거라고 낙관했다가 당연히 발생하는 어려움에 크게 놀라고 좌절하거나 화를 내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만 반복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한 두 가지(예를 들어 심호흡을 해 본다, 침대에서 꼼지락 거려본다)는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넘기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
지인이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져서 낙담하고 있었을 때 지인의 어머니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그렇게 쉽게 한 번에 다 될 줄 알았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떨어진 게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충격!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라며 호들갑 떨던 것을 멈출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떨어졌다는 사실은 여전히 괴롭지만 '적당히' 괴로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고통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계속해서 힘든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적당히 괴로울 수 있기를 바본다.
OettingenG., MayerD., Timur SevincerA., StephensEJ., PakHJ., & HagenahM. (2009). Mental contrasting and goal commitmentThe mediating role of energization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5(5), 608-622.※필자소개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사회공포증'과 '자기중심적 시각'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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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인형을 가운데에 두고 여럿이 곰 인형을 둘러싸고 서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각 사람의 위치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곰 인형의 옆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뒷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정면이 보일 것이다.
이때 각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곰 인형이 어떻게 보일지 맞혀보라고 한다.
그러면 4살 이전의 아이들이나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과는 다른 타인의 시선을 유추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게 하고 그 자신의 시선에서 보이는 곰 인형의 모습을 유추하라고 해보면 이 과제는 곧 잘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유추해야 하는 시선이 '타인'의 것이 되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서 나와는 다른 타인의 경험을 유추하는 능력을 마음 이론이라고 한다.
나와는 다른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아채는 능력은 원만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필수적이다.
만약 타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어내는 능력이 전혀 없다면 눈치가 전혀 없고 타인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며 협력하지 않는(배려와 협력 역시 타인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수 있다) 사람으로 찍히고 말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사회공포증, 사회적 상황에서 지나친 불안과 두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마음 읽기 능력이 저하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회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시각적 조망 수용 과제나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과제에서 비교적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게 시키는 등 사회 불안을 고조시키면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해석하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등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면 사회적 상황을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타인 중심적인 해석을 해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해지는 이유는 뭘까. 서티스 버밍엄대 심리학자에 의하면 '불확실성을 잘 참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불안증이나 공포증들은 대체로 그 상황이 내재하고 있는 불확실성에 의해 발생한다.
사회공포증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면 어떡하지?", "이상한 말을 해서 비웃음을 사면?" 같이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확실성을 더 크게 지각하는 편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나름 극복(?)하기 위해 알 수 없는 타인의 경험보다는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는 자신의 경험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공포증이 높은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유지하게 되지만 그럼으로써 정작 중요한 사회생활은 더 못하게 되고 결국 그토록 싫어하는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의 불확실성이 싫어서 이를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결과 불확실성만 더 높아진다는 점이 슬프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알기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우리 모두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확실성은 애초에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좀 더 눈치 보기를 잘 하면 소위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겠으나 보통 이런 능력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굳은살'처럼 생겨난다.
어렵지만 계속해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그나마 불확실성을 잘 헤쳐 나갈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서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임을 기억하자.HamiltonAFDC., BrindleyR., & FrithU. (2009). Visual perspective taking impairment in children with autistic spectrum disorderCognition, 113(1), 37-44.SurteesAD., BriscoeH., & ToddAR. (2024). Anxiety and mentalizingUncertainty as a driver of egocentrism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3(2), 100-107.※필자소개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타인의 '장점' 발견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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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
타인의 잘못이라면 티끌 같은 것도 크게 확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타인의 안 좋은 점보다는 좋은 점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 옆에 있으면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현상이 존재한다.
평범한 돌덩이도 이를 대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아름다운 조각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미켈란젤로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필자의 경우도 누군가와 대화하면 항상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든가 'XX에 관해서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며 기회만 되면 필자를 칭찬하고 높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덕분에 새로운 일에 용기를 내서 도전하고 실패하고서도 다시금 일어서는 일이 가능했다.
만약 혼자였다면 나보다 더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서 좌절하는 쓸데없는 짓을 계속 반복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서 힘을 빼앗아 가기보다 불어넣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필자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는 이가 아니라 타인을 높이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주변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버릇을 들이면 나와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 있어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낫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더 낫다고 해도 "그래서 뭐?"라고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 경우가 많다.
내가 비교우위에 있지 못하다는 사실보다는 내가 주변 사람들보다 더 나은 점이 있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하는 나의 편협한 생각과 집착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클락슨대의 심리학자 리사 리걸트의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내 주변 사람들의 장점에 대해 떠올리고 이들이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안 좋은 점만 보는 것은 나의 세계를 절반으로 좁힐 뿐이다.
타인의 장점 또한 충분히 인식할 때 우리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더 진실에 가까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작은 장점도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되면 그만큼 자신의 장점도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또한 내 주변 사람들의 멋짐을 알게 되면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로 은근히 깎아내리고 서로의 불행을 기뻐하며 살기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 서로를 높이고 격려해 가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LegaultL., ColemanD., JurchakK., & ScaltsasN. (2021). Reducing prejudice by enhancing the other rather than the selfSelf and Identity https://doi.org/10.1080/15298868.2021.1965016※필자소개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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