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고 더 운동해도 살 안 빠지는 이유

 

흔히 비만은 열량 섭취가 열량 소비보다 많아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덜 먹고 더 운동하면 살이 쉽게 빠질 거라고 믿는다.
이런 조언을 따라 열량 섭취를 줄이면 체중은 대략 6개월까지 감소하다가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간다.
결국 효과는 없고 몸만 괴롭힌다고 해서 ‘가혹한 사기’라고 하기도 한다.
열량 불균형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하는 이론은 1980년대에 등장하여 아직 신봉자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미신 취급을 한다.
왜 그럴까?

인류는 굶어죽는 것을 막기 위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2013 논문). 열량 섭취를 줄이면 이 메커니즘이 발동되어 체중 감소를 막는 작용을 한다.
열량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호르몬이 장기적으로 변해서 포만감은 억제되고 식욕이 증가하며(2016 논문) 고열량 음식 섭취가 자극된다(2005 논문). 비만이었다가 살을 빼면 이 현상이 나타난다.

열량 소비는 열량 섭취와 연관되어 있다.
비만 상태에서 열량 섭취를 줄이면 대사율이 하락한다.
열량 섭취가 줄면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한 대사적 적응으로 열량 소비도 감소한다(2016 논문). 열량 섭취 감소분의 40~80%, 때로는 100%까지 열량 소비가 감소한다(2017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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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먹고 더 운동하기’의 체중 감소 효과 
‘덜 먹고 더 운동하기’는 1년차에는 체중 감소가 크지만 2년차부터 체중이 증가해서 4~5년 후 원래 체중을 회복한다.
x축은 경과연수, y축은 체중감소량. (출처: Fasting Method)

몸은 지금까지 최고의 체중을 유지하고 더 늘리려는 메커니즘도 가지고 있다(2015 논문).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가 모두 증가하지만 체중이 감소하면 세포 수는 감소하지 않고 크기만 작아진다(2021 논문). 비만으로 증가한 지방 저장능력은 살을 빼도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쉽다.
열량 제한으로 감소한 체중은 정상적으로 먹으면 단기간에 회복된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나중에 체중이 원래보다 증가하게 된다(2007 논문).

과도한 열량 제한은 건강을 해친다.
필요한 열량을 제한하면 처음에는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동원하지만 나중에는 근육을 분해하여 사용한다.
열량을 줄이면 필수적이 아닌 신체기능은 억제된다.
면역기능이 낮아지고, 뼈가 약해지며, 피부, 손톱, 모발 상태가 나빠진다.
일부 영양소가 결핍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 섭식장애가 생기는 등 정신건강도 나빠진다.

살을 빼려면 열량에 집착하지 말고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적게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채소와 과일처럼 열량 밀도가 낮은 음식은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고 감소한 체중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2017 논문). 저열량, 고단백, 저지방 음식과 섬유질, 수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식후 포만감이 크고(1995, 2015 논문), 고지방 음식은 그 반대이다(1995 논문). 가공식품을 피하고 식단을 자연음식 위주로 1/2은 채소와 과일, 1/4은 탄수화물, 1/4은 건강한 단백질(생선, 콩류, 닭고기 등)로 구성하면 열량을 계산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없다(하버드 건강식사접시).

운동은 다이어트보다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해도 체중은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는다(2009 논문). 대사율이 저하되어 운동을 통한 열량 소비를 상쇄한다(2017 논문). 또한 운동을 오래하면 기계적 효율이 증가하면서 열량 소비를 감소시켜 총열량 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2017 논문). 운동을 하면 체중은 비슷하지만 체지방이 줄기 때문에 건강에는 유익하다(2019 리뷰).

고승덕 변호사(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비만은 ‘저평가된 침묵의 살인자’

20세기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비만이 추가되었다.
아직 위험이 덜 알려져 있어서 비만을 ‘저평가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것일까?

비만은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판정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 그 아래 23까지는 과체중, 23 미만이면 정상이라고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성인은 37.2%가 비만에 해당한다(2022년 자료). 비만 유병률은 미국과 비슷하고 세계 평균(14%)보다 높다.

비만은 스트레스처럼 만병의 근원이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장병, 2형 당뇨, 암(15가지 이상), 수면무호흡증, 담석증, 관절염, 불임, 우울증 등 200가지 넘는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위험은 각각 3배 높아진다.
WHO는 비만 뿐 아니라 과체중도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약간만 과체중이더라도 만성질환 위험이 높고, BMI가 증가함에 따라 위험이 점점 높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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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한 지방세포의 사멸-염증 과정비만으로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팽창하면 저산소증으로 세포가 사멸하고, 면역세포들이 몰려들면서 염증이 생긴다.
(출처: Owens 2014)

만성질환은 대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비만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비만은 그 자체가 질환이라고 할 만큼 건강에 심각한 해를 유발한다.
체중이 증가하면 잉여 열량은 지방세포에 방울 형태로 저장되어 세포를 팽창시킨다.
비만으로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팽창하면 세포 내에 저산소증이 생기고, 염증이 증가하면서 활성산소와 염증물질이 많이 생성된다.
그러면 지방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결국 지방세포가 사멸한다.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들은 염증이 생긴 지방조직으로 몰려들어 염증물질을 대량 분비한다.
비만한 사람의 지방조직은 염증물질 공장으로 변하고, 온몸에 만성염증이 생긴다(2020 논문).

종전에는 지방조직이 단순한 열량 저장 창고인 것처럼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호르몬과 염증매개물질을 분비하는 활동적인 내분비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욕을 억제하고 지방 산화를 촉진하는 렙틴은 지방조직에서 분비된다.
혈중 지방이 높으면 렙틴 분비가 증가하지만 비만으로 렙틴이 과잉이 되면 효과가 사라져 렙틴 저항성이 생긴다(2012 논문). 그래서 비만인데도 더 먹게 된다.
아디포넥틴은 지방 산화를 촉진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이지만 비만이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비만한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대체로 염증, 인슐린 저항성, 지방 저장 촉진 등을 유발하는 해로운 물질들이다.
비만이면 지방조직 자체가 ‘병든 지방’이라고 부르는 병적인 상태가 된다(2019 논문).

비만으로 지방조직에 산화 스트레스, 섬유증 등이 생기면 지방 저장능력이 감소하고, 넘치는 지방은 간, 심장, 췌장, 신장, 근육으로 가서 축적된다.
이것을 이소성 지방이라고 한다.
이소성 지방은 온몸에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2012 논문), 해당 장기의 기능을 훼손한다.
지방간, 심장병, 당뇨, 담석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의 뱃살은 평화롭게 보이지만 쉬지 않고 온몸을 망치고 있다.
못된 비만을 방치하는 것은 암살을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근감소증에 대한 모범답안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노화로 인한 근육 감소를 근감소증이라고 한다.
근육 감소는 보통 40세에서 시작되어 10년에 약 5%의 비율로 진행한다.
2016년 WHO는 근감소증을 질환으로 규정했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근력이 감소하고, 근력이 감소하면 낙상과 신체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근육량과 근력의 상관관계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근육량을 늘린다고 반드시 근력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거꾸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면 근력은 감소하지 않는다.
근육량이 적다고 질환으로 규정하기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근육기능, 특히 근력 저하가 동반되어야 근감소증으로 진단한다.

근감소증은 넘어짐, 골절, 장애 위험과 상관있다(2023 리뷰). 특히 근감소증이 있으면 사망 위험이 2배로 증가한다(2021 메타분석과 리뷰). 근감소증은 노인에게 생활의 질을 저하시킨다.
이동성 감소와 이로 인한 독립 상실 위험이 있다(2017 논문). 따라서 근감소증을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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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의 주된 원인은 신체활동 부족, 영양 부족, 만성질환이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단백질 섭취에 따른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감소하여(2008 논문) 근육 감소가 빨라진다.
성인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10일간 다리 근육이 6.3% 이상 감소하고 하체 근력은 15% 이상 감소하고(2023 자료), 70세 이상 노인은 근육이 10% 감소한다.

생활양식 개입은 근감소증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2023 논문). 운동과 단백질 섭취는 근육 기능 유지에 최적이다(2009 논문). 운동을 늘리면 근육량과 근력이 증가한다(2023 논문). 저항성 운동은 근육 손상과 복구 과정을 통해 근육량을 증가시킨다.
노화하는 근육은 운동, 특히 저항성 운동에 반응한다.
종전에는 고강도 운동이어야 근육이 생긴다고 믿었지만 저강도 운동도 효과가 있다(2015 리뷰).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종전에는 유산소 운동이 근육 감소를 막기에 부족하다고 알려졌지만 다이어트 할 때 유산소 운동만 해도 근육 감소를 막을 수 있다(2013 논문).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걷기만 해도 근육량이 개선된다(2015 논문).

근육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종전에는 노인은 단백질 섭취가 적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노인의 단백질 합성 능력이 낮기 때문에 최근에는 젊은 성인보다 더 많은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2014 논문). 다만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단백질 제한이 필요하다.

근감소증 특효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스테로이드 보충제는 근감소증에 효과가 없다(2012 논문). 건강기능식품업계는 근감소증에 효능이 있다고 하는 온갖 제품을 쏟아 내고 있다.
약물이 아니어서 엄격하게 효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특정 보충제가 근감소증에 효과 있다는 식의 논문이 이어지고 있으나 대개 저항성 운동과 병행한 결과이거나 업계가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들이 많다.
대개 효과는 없거나 불확실하다.

근감소증에 대한 답은 생활 속에 있다.
노화 과정은 피할 수 없지만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근감소증을 역전시킬 수 있다.
운동하면 인지기능도 향상되고 만성질환 위험이 감소하며 건강 장수 확률은 높아진다.

생활습관이 건강하면 활성산소는 걱정 없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체내에서 활성산소(ROS)의 생성과 제거가 균형을 이룬다.
ROS 수준이 높아지면 온몸의 세포와 조직이 손상되기 때문에 생물은 ROS를 무력화하는 항산화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ROS 생성과 방어에 불균형이 생기면 ROS 수준이 높아진다.
어떻게 하면 산화 스트레스를 막을 수 있을까?

ROS 생성이 증가하는 주요 요인은 자외선 노출, 스트레스, 심한 운동, 부적절한 식단, 수면 부족, 음주, 흡연 등이다(2020 논문). 자외선은 ROS를 생성하고 항산화물질을 감소시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2021 논문). 스트레스는 코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을 높이고, 높아진 스트레스 호르몬은 ROS 증가와 항산화물질 감소를 초래한다(2023 논문). 그래서 산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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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과 함께 색깔별로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출처: 아칸소대학교)

 

운동은 에너지와 산소 소비를 증가시켜 ROS가 증가한다(2022 논문). 근육이 수축하면 ROS가 생산된다.
반복적인 근육 수축은 ROS를 축적시킬 수 있다.
갑작스런 운동이나 지칠 정도의 운동은 ROS를 과잉 생산한다(2016 리뷰). 특히 운동이 부족하거나 나이 든 사람은 ROS 생산이 많아서 산화 스트레스 위험이 높다.

건강하지 못한 식단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당이 높은 식단은 혈당과 당화최종산물의 수준을 높이고 이로 인해 ROS 생성이 많아진다(2022 논문). 고지방 식단도 ROS 생산을 촉진한다.
채소와 과일 등이 부족한 식단은 항산화물질도 낮아서 고강도 운동 중에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알코올도 ROS를 생산한다.
특히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ROS 과잉 생산을 촉발한다(2020 논문). 일시적인 음주는 항산화물질의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2012 논문) 만성적인 음주는 뇌와 혈액의 항산화물질 수준을 감소시켜(2014 논문)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만성적인 음주 후에 단기간 금주해도 항산화물질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2022 리뷰). 과음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는 간, 뇌, 신경, DNA 등을 손상한다.
산화 스트레스가 높으면 신경퇴행 질환이 생길 수 있다(2015 논문). 알코올 중독자와 유사한 행동 변화가 나타나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증가할 수 았다(2019 논문).

산화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최선의 전략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고, 항산화물질을 섭취하는 최선의 방법은 나만의 건강보조식품이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2011 논문). 채소와 과일에는 항산화물질이 다양하게 함유되어 있다.
WHO는 하루 400g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라고 권한다.
생선, 올리브오일 등에도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건강한 사람은 균형 잡힌 식단에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때문에 건강보조식품이 필요 없다(2020 논문).

골격근은 항산화효소 등 항산화 방어기능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2008 논문). 규칙적이거나 적당한 운동은 항산화 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2013 논문) 산화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꾸준히 운동하면 LDL 산화가 감소하고 세포 복구 물질이 증가한다.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항산화 방어 기능이 약해지는 인생 후반에 특히 중요하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충분히 수면시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느긋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항산화 보충제의 진실

활성산소(ROS)가 체내에 많아지면 심혈관질환, 당뇨, 암, 치매 등 온갖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노화가 빨라진다.
우리 몸은 ROS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방어체계의 핵심은 ROS를 중화하거나 제거하는 다양한 항산화물질이다.
항산화물질은 체내에서 생산되는 것도 있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도 있다.

비타민 A(베타카로틴), C, E, 폴리페놀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만성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은 확립되어 있다.
그런데 음식 섭취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항산화물질을 따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 사림이 많다.
이런 믿음을 이용해서 시중에는 항산화 효과가 크다고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이 난무한다.
과연 항산화 보충제(AS)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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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메시스 반응 
자극이 증가할 때 일정한 범위(hormetic zone)까지는 유익한 효과가 있지만 임계치를 넘어서면 해악이 커지는 현상을 호르메시스(hormesis)라고 한다.
운동, 열량제한, 약물, 활성산소는 물론이고 항산화물질도 이런 반응을 보인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AS 효과는 실망스럽다.
황반변성을 제외하고는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 이것은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가 2022년 내린 결론이다.
베타카로틴 보충제는 폐암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고, 비타민 C 보충제는 암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셀레늄은 사망률에 영향이 없지만 비타민 E, 베타카로틴은 사망률을 높인다(2012 메타분석).

왜 AS는 기대와 달리 효능이 없을까? 항산화물질은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산화-환원 조절, 신호발동, 면역반응 등에 순기능을 한다.
적당한 수준의 ROS는 필수적이고, ROS와 항산화물질의 균형이 중요하다.
ROS를 과도하게 감소시키면 균형이 깨져 상당한 해가 될 수 있다.
좋은 약도 과도하면 독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고용량의 항산화물질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2011 논문).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AS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미토콘드리아 생성, 근육 성장 등이 저해된다(2022 논문).

항산화물질은 양면성이 있다.
항산화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 아래서는 산화촉진 작용을 한다(2005 논문). 비타민 C와 E는 고농도에서 산화촉진 작용을 할 수 있다(2002 논문). 비타민 C는 철 등 금속과 결합하면 산화촉진물질로 변한다(2005 논문). 고용량의 베타카로틴도 산화촉진 작용을 할 수 있다(2011 논문). AS가 암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산화물질이 높을수록 장수한다는 가설은 오래전에 무너졌다(2000 논문). 적당한 수준의 ROS는 항산화 방어체계를 활성화하는 적응적 반응을 유발한다(2014 논문). 규칙적인 운동은 항산화효소 증가, 산화 스트레스 감소 등을 유발한다(2008 논문). AS는 항산화 방어체계를 교란해서 적응적 반응을 방해한다(2009 논문). 반면에 채소와 과일에 든 항산화물질은 저용량이기 때문에 항산화 방어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적응적 반응을 돕는다.

AS는 채소와 과일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채소와 과일에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2만 가지나 있다(2022 논문). 이런 다양한 물질은 체내에서 상호 시너지 작용을 하여 항산화 효과를 높인다(2015 논문). 몇 가지 물질만 함유한 AS와는 차원이 다르다.
환자와 같이 항산화 방어체계에 불균형이 있다면 AS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2020 논문) 채소와 과일을 포함하여 균형 잡힌 음식을 먹는 건강한 성인은 AS가 필요 없다.

활성산소는 건강의 적인가?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활성산소(ROS)는 ‘건강의 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건강보조식품 업계는 ROS에 대한 두려움을 광고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ROS는 건강에 해롭기만 한 것일까? 그 정체는 무엇일까?

ROS란 짝짓지 않은 전자와 산소 원자를 가지고 있는 분 자 종류를 말한다.
O²-(초과산화라디칼), HO-(수산화라디칼), HO²-(과수산라디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H²O²(과산화수소)는 음이온이 없지만 ROS에 포함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원래 ROS는 정상적인 세포 활동의 부산물이다.
상시 체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주된 원천은 미토콘드리아이다.
포도당, 지방산 등이 산화돼 에너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보통은 산소에 전자 2개가 전달돼 수소와 함께 물로 환원되지만 간혹(0.2~1%) 전자 1개만 전달돼 불완전하게 환원되면 O²-가 생성된다.
O²-은 다른 ROS를 생성한다.
O²-가 물과 반응하면 HO-와 HO²-가 된다.
O²-에 수소 이온이 결합하면 H²O²가 생성되고, H²O²에 전자 1개가 전달되면 HO-이 생성된다.
미토콘드리아뿐 아니라 세포막, 세포질, 소포체, 퍼옥시좀, 리소좀 등에서도 ROS가 생산된다(2015 논문).

오랫동안 ROS는 세포를 손상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나쁜 물질로만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면역 반응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2018 논문). 박테리아 등이 침입하면 면역세포가 동원돼 방어하는데 그 과정에서 ROS가 생산된다.
예를 들어 대식세포는 박테리아를 세포 내로 끌어들인 다음 ROS를 대량 생산하여 박테리아를 죽 인다.
ROS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다면 면역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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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의 면역계 역할 
대식세포(면역세포)는 박테리아를 세포 내에 끌어들인 다음 각종 활성산소를 다량 생산하여 박테리아를 죽인다.
(출처: Murphy 2006)

체내에는 ROS를 중화하거나 제거하는 다양한 물질이 있다.
예를 들어 SOD 효소는 O²-에 수소 이온을 결합시켜 H²O²와 산소로 변환하고 CAT 효소는 H²O²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여 무력화시킨다.
정상 상태에서는 ROS의 생성과 제거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ROS 생산이 제거보다 많아지면 문제가 된다.
ROS는 불안정하고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분자와 쉽게 산화 반응을 일으킨다.
ROS는 세포의 지질, 단백질 등을 손상한다.
세포막 손상으로 세포가 죽을 수도 있다.
ROS 수준이 높은 상태인 산화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온몸의 세포와 조직이 손상된다.

산화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ROS는 혈관을 손상하고 LDL의 산화를 촉진한다.
그러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DNA 손상으로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 발생이 촉진된다(2019 논문). ROS는 당뇨, 신경퇴행성 질환, 만성염증과도 연관돼 있다(2019 논문). 뇌세포, 특히 해마, 전두엽피질은 ROS에 취약하다(2022 논문). 산화 스 트레스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보고도 있다(2015 논문). ROS가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확립돼 있다.

어떻게 하면 산화 스트레스를 막을 수 있을까? 산화 스트레스는 ROS 제거 능력이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ROS 생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ROS 생성 원인을 무시하고 제거하려고만 애쓰는 것은 수도꼭지 틀어놓고 바닥 닦는 것과 같다.
ROS 생성 원인은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생활습관이 건강해야 ROS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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