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팝 가수의 ‘멍청한 선택’

 



미국 사진작가 케네스 애들먼은 캘리포니아 해안 기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바닷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해안선 침식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주 정부 지원 사업입니다. 그런데 2003년 미국 유명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저택이 찍힌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려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애들먼에게 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고, 스트라이샌드는 소송비용 17만 달러를 모두 부담해야 했습니다. 정작 그가 입은 훨씬 더 큰 피해는 따로 있었습니다. 소송 전까지 6회에 불과했던 저택사진 조회 수가 소송 제기 한 달 만에 42만회로 폭증했습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 어떤 정보를 숨기거나 삭제하려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돼 오히려 확산을 일으키는 효과)’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습니다.

 

독일 출신 신경과학자 헤닝 벡은 와이즈베리출판사가 최근 번역 출간한 책 <생각 끊기의 기술(원제: 12 Gesetze der Dummheit)>에서 "인간은 터무니없이 불완전한 사고로 인해 없는 문제를 굳이 만들어내기 일쑤”라고 말합니다.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사고의 오류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인간은 자신의 관점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의견 다툼이 벌어질 때 함께 힘을 합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향해 벽을 쌓아버린다.”

 

‘배운 사람’들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집니다. "인간은 더 많이 교육받을수록 지적 최전선을 형성해 사회 전체가 무너질 때까지 밀어붙이기를 더욱 잘한다.” 사람들 머릿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지왜곡은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위험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왜곡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게도 이런 사고적 결함을 알고도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계속한다.”

 

인간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뭔가를 해결하려고 할 때 ‘더하고 또 더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고’를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럽연합(EU) 식품 규정이 전통 나폴리 피자에 대해 2만4000개의 단어를 나열하고 있고, 사과 마케팅에 필요한 빨간 사과에 관해서는 3만 자를 동원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위해 무언가 더하거나 유달리 복잡하게 만들어 정신적 능력을 증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도 우리를 잘못된 판단에 이르게 합니다. 과학에서 ‘최악 우선 휴리스틱(heuristic: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한 지침)’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최악의 문제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다른 문제들을 시야에서 놓치는 상황을 말합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 일상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며 원전을 중단시켜 전력난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전자 변형식품의 위험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릇된 문제를 맨 먼저 풀어’ 일을 그르치는 것은 비관주의가 똑똑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지식인 같은 아우라에 둘러싸인다.” 낙관주의자들은 ‘단순한 바보’로 치부되기 일쑤지만,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진보시키는 진짜 주역들입니다. 미국 IT기업가 냇 프리드먼이 "비관주의자는 똑똑해 보이고, 낙관주의자는 돈을 번다”고 말한 그대로입니다.

 

헤닝 벡은 "비관주의자들은 지금껏 세상을 구한 적이 없다”며 "그들은 내일의 문제를 오늘의 기술과 사고방식으로 풀어보려고 한다”고 지적합니다. "비관주의자로 살면서 세상의 멸망에 놀라지 않는 것과 낙관주의자로 살면서 세상의 멸망을 저지하려고 애쓰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나을까? 낙관적인 사람들이 우리 앞에 닥친 문제에 몰두하면서 해결해낸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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