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기억력·사고력 감퇴에 영향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사용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BR> rozdemir01/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사용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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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과사고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미니크 로우 미국 보스턴의료센터 연구원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기억력·사고력관련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예비연구 결과를 내달 13~18일 미국신경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잠을 자는 도중 ‘질식’과 ‘각성 반응’이 번갈아나타나며 혈액 내 산소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아침에 두통이 발생하거나 하루 종일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다.
심폐혈관이나 뇌혈관 등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대사장애 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이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문제를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참가자 4257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 기억, 사고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수면의 질은 코골이, 헐떡임, 호흡 멈춤 등으로 평가했고 기억력과 사고력은 기억이나 집중에 대한 어려움, 의사결정 문제 등에 질문을 통해 평가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 중 1079명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사람은 20%(628명)만 기억력이나 사고력 문제가 있었다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다고 보고한 사람은 33%(357명)가 기억력 및 사고력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나이, 인종, 성별, 학력 등 기억 및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조정한 뒤 재비교한 결과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기억력이나 사고력 문제가 생길 확률이 약 50% 더 높았다.

로우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시사한다”며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검진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적극적인 사회 활동 및 인지 자극 등도 사고 및 기억 문제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는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수면무호흡증과 기억력·사고력 문제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아니다.
연구팀은 "상관성을 확인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 들면 잠 준다? "수면 시간 늘고 수면 질은 떨어져"

노인들에게 수면장애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알려졌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노인들에게 수면장애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노년기 수면장애는 치매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등 건강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수면 전 흡연·음주를 피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으로 성인 평균인 7시간~7시간 30분과 비교하면 오히려 길다"고 말했다.
노인의 낮잠 시간이 평균 1시간 2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밤 수면시간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면장애는 노인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국내 65~84세 노인 중 57.7%가 불면 증세를 보였다는 결과가 있다.
최 교수는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이라는 긴 시간잠을 자며 몸과 정신의 피로·스트레스를 회복하고 생체리듬을 유지한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활력과 면역기능이 저하되며 만성질환 위험도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노년기 수면장애, '치매'와 연관

수면장애는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자도 낮 동안 졸려 하는 등 리듬이 흐트러져 어려움을 겪는 것을 포함한 넓은 개념이다.

수면장애를 평가하는 데 수면 시간보다 중요한 건 수면의 질이다.
최 교수는 "3~4시간만 자더라도 숙면을 취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병이 아니다"라며 "8~9시간을 자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수면장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기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건 불면증과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잠이 들고 나서도 자주 깨는 등 수면 부족 상태가 나타나는 증상이다.
낮 시간에 피로감, 졸음 등을 겪는다.
또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는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뇌신경 기능이 감소하며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오후 7~9시 사이에 일찍 잠들고 오전 3~5시 사이에 깨는 것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숙면을 돕는 물질인 멜라토닌은 해가 진 후부터 생성돼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며 "노인은 일주기 리듬이 달라지고 멜라토닌 분비도 원활하지 못해 점점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에 과도하게 졸린 과다수면증이나 이길 수 없는 졸음으로 갑자기 잠에 드는 기면증도 수면장애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 중 75%가 겪는 수면무호흡증이 심해도 잠에서 자주 깨고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다리 특정 부위가 지속적으로 불편해 잠들기 힘든 하지불안증후군과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인 렘수면에서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 등을 보이는 렘수면행동장애도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활동이 적어 밤에 수면장애가 일어날 확률도 높다.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 요인이나 호흡기질환, 식도염, 요실금 등 다양한 질환이 수면장애의 원인이다.
노인은 약물 복용이 많아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최 교수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년기 수면장애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치매와의 연관성 때문"이라며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표적인 치매 원인 질환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49%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낮잠과 카페인 섭취 '최소화'해야

불면증을 예방하려면 수면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커피나 홍차 등에 많이 있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늦은 오후 이후로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 흡연·음주도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 같지만 중간에 잠이 자주 깨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
복용 중인 약이 수면과 관련 있다면 가능한 경우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먹으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낮에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동작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도 숙면에 좋다.
낮잠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다.
최 교수는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운동과 더불어 충분하고 바르게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란성 쌍둥이도 자란 환경 다르면 지능·가치관 차이 크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쌍둥이 분석 결과

쌍둥이 . 픽사베이 제공

한국에서 태어나 2살 때 헤어져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자란 쌍둥이의 발달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생이별을 겪은 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분석한 결과 지능과 가치관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란성 쌍둥이는 보통 지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환경에 따라 지능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7일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등에 따르면 어렸을 때 떨어져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분석한 결과 지능과 가치관에서 차이가 나는 등 환경이 발달에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에 실린 연구결과로 낸시 시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부 교수와 허윤미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속 쌍둥이 A씨와 B씨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생인 B씨는 두 살 때인 1976년 할머니와 함께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길을 잃고 실종됐다.
나중에 집에서 60km 떨어진 수원의 한 병원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가족을 찾지 못한 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에 남은 가족은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KBS ‘아침마당’에까지 출연해 찾았으나 소득이 없었다.

이들의 재회는 B씨가 2016년 입양인 지원단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해 유전자를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한국 가족이 경찰 권유로 유전자를 등록하며 만남이 급진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이들이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후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 덕에 재외공관에서도 유전자 채취가 가능해지면서 2020년 가족임이 최종 확인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비대면으로 처음 상봉한 후 지난해 처음으로 실제 만남을 가졌다.

쌍둥이의 절절한 사연은 과학자들에게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를 비교할 수 있는 연구 기회가 됐다.
연구팀은 두 사람이 상봉하기 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두 사람의 지능과 성격, 정신 건강, 병력 등을 조사해 비교했다.
허 교수는 “쌍둥이들은 윤리적 이유로 입양 과정에서 떨어트리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 연구가 어렵다”며 “또 쌍둥이들이 만나면 서로 접촉을 하며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이번 사례는 만나기 전 서로 메신저 등으로 연락만 한 쌍둥이를 비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쌍둥이들은 자라면서 완전히 다른 문화일 뿐 아니라 전혀 다른 가족 환경에서 자랐다.
A씨는 화목한 가족 분위기에서 자란 반면 B씨는 가족 갈등 수준이 높았고, 엄격하고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성인이 된 후 뇌진탕을 세 차례 겪는 등 다른 어려움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차이는 쌍둥이들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쌍둥이는 지능지수(IQ)에서 16점 차이가 나는 등 인지 점수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일란성 쌍둥이의 IQ 차이가 보통 7 이상 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로 해석된다.

자라난 문화에 따른 가치관 차이도 났다.
성향 분석 결과 A씨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반면 B씨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했다.
한국이 집단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미국이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떨어져 자란 쌍둥이의 가치관 분석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도 성격이 비슷하고 정신 건강 상태와 자존감 등에서 비슷한 점수가 나타나는 등 일란성 쌍둥이의 특성도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성실성 척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경증 척도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직업은 각각 공무원과 요리사로 달랐지만 직업 만족도는 비슷했다.
자존감 측정에서도 동일한 점수를 받았다.

이번 연구는 한 쌍의 쌍둥이만 관찰한 사례 연구인 만큼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환경의 차이가 쌍둥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걸 교수는 “유전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치지만 환경 영향도 중요하다”며 “이 쌍둥이들은 문화적 차이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DNA 검사를 받기 쉬워지면서 헤어졌던 쌍둥이들의 만남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쌍둥이를 통해 유전적 특성이 환경에 따라 변하는 '후성유전학' 관련연구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허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도 아무리 같은 가정에서 성장해도 똑같지 않은 만큼 어떤 환경이 쌍둥이들을 다르게 만드는지 관찰하면 도움이 된다”며 “예를 들어 조현병과 같은 질병을 막는 환경 상황 같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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