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이냐 불효냐 ‘간병비의 늪’


“건강보험에서 지급하자” vs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나라 있나”

201462.jpg 요약

▶ 사적 간병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이를 낮추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월 평균 370만 원 비용이 들고, 일부 가정에서는 월 5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사례도 있다.

▶ 해외에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제한적 간병비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민영보험사들의 장기간병보험 상품 개발이 활발하다.

‘간병 파산’, ‘간병 살인’, ‘간병 지옥’. 간병과 관련한 신조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만큼 사적 간병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간병인을 고용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여건이 안되는 가족은 생업을 포기하는 ‘간병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관련 법제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사적 간병비가 건강보험 비급여로 인해 병원비보다 더 큰 부담을 주게 되자 국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령화 속도와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공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크다.

개인 간병인 두는 데 ‘월 370만 원’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4년 5조 원 규모였던 사적 간병비는 2018년 6조 9000억 원으로 38% 증가했다.
가족이 환자를 간병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 등 기회비용도 같은 기간 17% 증가해 7조7000여 억 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에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지난해 기준 월 37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 고용 비용은 매년 10% 정도씩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병원의 한 의료 관계자는 “성실하고 경험많은 간병인을 구하기 위해 월 500만 원 이상 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간병비를 사회보험 등으로 지원하는 제도로는 산재보험, 노 인장기요양보험 및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있지만 ‘간병’이라는 행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크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보편적인 복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법안 발의와 정부 대응

22대 국회에서 간병 부담을 낮추기 위한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박희승(61·사법연수원 18기)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의료급여법 일부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한병도·이용선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법안들은 모두 가정의 간병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는 같지만 김선민, 박희승 의원안은 간병의 요양급여에 대한 본인 일부 부담금을 면제하는 내용이며 이수진 의원안은 간병 요양급여를 2025년 1월부터 요양병원에 우선 적용하고 다른 요양기관에는 2년 뒤 적용토록 한다.
한병도 의원안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급여로 간병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여야 모두 제22대 총선에서 간병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개정안에 관해 “적정한 간병 지원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 사업’을 통해 △간병 지원 도입 필요성 △대상자 기준 △지원 효과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간병인 문제를 포괄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수진 의원은 지난 6월 의료기관의 장이 간병인 및 간병서비스의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복지부 장관이 간병 인력 양성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간병인 인력난 해소도 필수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 중 중증도를 기준으로 1~3단계 환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매년 최소 15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보험료율(7.09%)을 유지하면 2028년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간병비를 보장하는 민간 보험상품에 공공성을 강화한 특약 등을 추가하는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외계층이나 필수의료와 관련된 공적 보험이 확대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민영보험의 간병비 담보 상품의 경우, 소외계층의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병비가 ‘필수의료’에 포함되는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와 명확한 기준 마련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경수근(69·14기) 법무법인 인앤인 대표변호사는 “국회에서 단순히 재정 지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실효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보험료 부담을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간병 인력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간병비를 국가에서 공적 보험이나 국가 재정을 활용해 지원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체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공적 의료보험이 존재하지 않아 민영 보험사에서 장기간병보험과 관련한 상품개발이 활발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장기 요양비 충당을 위한 연금 인출에 세금 부담을 면제하거나 이자 및 자본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등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kimjh@lawtimes.co.kr

안현 기자 hyun@lawtimes.co.kr


  디톡스가 없애는 것은 독 아니고 돈 

2023n_100years_go.jpg

디톡스(detox)란 “체내에 축적된 독소를 배출한다”는 개념이다.

현대인은 다양한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있고 독소가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해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명 인사와 전문가까지 동원해서 디톡스 제품을 홍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혹되기 쉽다.
디톡스는 관련 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도구가 되고 있다.
디톡스 시장 규모는 2021년 510억 달러였고, 2026년 7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2024년 자료).

디톡스 산업은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영역이다.
디톡스 제품은 안전성이나 효능에 대해 엄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
당국의 승인도 필요 없다.
특정 제품이 FDA 인증을 받았다는 홍보는 거짓이다.
미국 FDA는 제품 광고에 ‘디톡스’란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인플루언서 체험기를 통한 디톡스 홍보까지 허위 광고로 단속하고 있다.

왜 디톡스를 표방하면 허위 광고라고 할까? 디톡스는 과학적으로 허구이기 때문이다.
체내에 독소가 축적된다는 주장부터 틀렸다.
인체는 자연적으로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체내에 독소가 축적되지 않는다(과학적 컨센서스). 간, 신장, 폐, 피부 등은 매우 효과적으로 독소를 배출한다.
간은 유해물질을 분해하여 일부는 신장으로 보내 소변으로 배설하고, 일부는 담즙에 담아 장으로 배출한다.
폐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피부는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한다.
독소 배출에는 특별한 식단, 제품, 요법 등 외부 도움이 필요 없다(미국 주요 대형병원들의 홈페이지 정보). 물론 간, 신장 등에 이상이 있으면 독소 배출에 문제가 생기지만 이것은 디톡스 제품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 

201405.jpg

레몬수 디톡스 다이어트 
레몬주스 등을 이용한 디톡스 다이어트는 저열량으로 빨리 체중이 감소하지만 필수 영양소 결핍, 전해질 불균형 등으로 몸을 망가지고,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그래픽: Sporter> 

디톡스 제품의 효능에 관한 과학적 증거는 사실상 없다(2018 논문 등). 특정 제품이 해독, 건강 향상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 극소수의 보고는 업체가 연구비를 지원한 소규모 연구이거나 자기보고식 자료에 의하거나 다른 과학자에 의한 검토가 없는 등으로 질이 낮다.
대다수 제품은 부작용이 있고, 더러는 건강에 해롭다.
예를 들어 허브 성분이 간 손상을 일으켰다거나 디톡스 차가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했다거나 시금치 주스가 신장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해독한다는 생약 성분이 도리어 간이나 신장을 손상한다는 지적도 있다.

레몬수 등을 이용한 디톡스 다이어트는 체중 감소가 빠르다고 하지만 과도한 열량 제한으로 인한 단기적 효과이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2024 논문). 보건복지부는 레몬수 다이어트가 해독 효과는 없고 초기 체중 감소는 체수분과 근육량 감소로 인한 것이며 나중에 급격한 요요현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디톡스 다이어트는 영양소(비타민, 무기질) 결핍, 전해질 불균형 등의 부작용이 있고, 심지어 사망 위험도 있다(2022 논문).

가장 효과적인 해독 방법은 몸의 자연적인 해독 기능을 돕는 것이다(2024 논문). 뻔한 것 같지만 건강한 식단,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간의 부담을 줄이는 절주, 금연 등이 도움이 된다.
건강한 생활양식을 실천하는 사람은 별도의 해독이 필요 없다.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믿음은 과학적으로 난센스이다.
디톡스는 업계가 마케팅에 이용하는 미신일 뿐이다.
결국 디톡스 제품으로 제거되는 것은 독소가 아니라 고객의 돈이다.

고승덕 변호사(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가족의 중심

오영나 법무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혼인 중심 가족’은 과거형미혼·이혼·입양·위탁·조손…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하고그 중심에는 아이를 두어건강과 안전을 지켜줘야

2024_the_close_oh.jpg

그동안 가족의 중심은 혼인관계였다.

남녀가 만나 혼인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정상가족이라 보았고 이 틀에서 벗어난 가족관계는 비정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연하였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생각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되었고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이는 혼인율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25세부터 29세 사이 남녀 중 3분의 1만이 기혼이며 49세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고 지내는 비율이 남성은 5분의 1이 넘는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만혼, 비혼을 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혼인관계만을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족의 중심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요한 중심 중 하나는 아동양육과 보호에 놓여져야 한다.
아동에게는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해 있다가 보호종료되어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아동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보호해 주는 어른이 없는 아동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언론보도에서 가끔 나오는 복지시설 종사자의 성추행 문제만이 아니다.
또래 집단들로부터도,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어른들로부터도 이 아동을 보호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했을까 싶은 가혹하고 잔인한 학대를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것이다.
세상은 약한 존재에게 선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동에게는 가족의 울타리가 안전과 생존이다.

모든 미혼모가 아동을 양육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혼모에게 양육을 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알려주고, 주거와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자녀 양육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차선으로 일정 기간의 위탁가정 양육을 권한다.
한 고비를 넘기면 다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원가정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아동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입양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미혼모는 죄책감에 아이를 위하여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고 물어본다.
이때 아이를 위하여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은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친부모가 사정이 어려워 입양을 보냈지만 자신을 자녀로 기꺼이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아이에겐 일생을 관통하는 정체성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출생신고를 거부하는 미혼모는 거의 없다.
약하지만 친부모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동에겐 절실하다.

아동은 친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친부모가 아동을 양육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부모가 이혼을 하는 경우도 그러하다.
혼인관계가 해소된 것은 부모의 문제이다.
아동과 부모의 관계는 지켜져야 한다.
아동의 출생부터 자라기까지 친부모부터 위탁가정, 입양부모, 조부모 등 아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관계들이 아동을 양육하고 보호하는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아동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오영나 법무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