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거절 이유를 왜 당당히 밝히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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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거절 이유를 왜 당당히 밝히지 못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대표를 만나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회동은 성과없이 끝났다. 신문들은 ‘빈손’(중앙·동아·한겨레·국민), ‘맹탕’(경향·동아·한국)이라고 정리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 절차 협조를 요구했다.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도 건의했다. 그러나 하나도 수용된 게 없다. 신문들은 한 목소리로“이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말은 왜 못 밝히나

한 대표는 요구사항을 사전에 공개했다. 그는 박정하 비서실장을 통해 “충분히 말씀은 전했고, 대통령 반응이나 분위기는 용산에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회동에 앞서 세 가지 요구가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치”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요구는 국민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 일일이 반박했음이 틀림없다. 동아일보 사설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자제하고 있다’거나 ‘확인된 잘못이 없지 않으냐’ ‘구체적인 의혹이 없지 않으냐’란 취지였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발표는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는 말만 내놨다.

이런 경우 민감한 발언은 당사자가 하는 게 관례다. 윤 대통령의 거부 이유는 대통령실이 밝혀야 한다. 그런데 왜 못밝히나. 윤 대통령이 세 가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건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요구는 한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게 도리다. 당당하다면 못 밝힐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통령의 현실인식 황당하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걱정했다. 한겨레는 “김 여사 의혹과 이를 방치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다”며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정권이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국정수행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고, 그 중심에 김 여사 문제가 있다”면서 “김 여사와 관련된 듣기 민망한 얘기들이 쏟아지면서 이젠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대통령 인식은 황당하고 일반 국민 인식과도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질타했다.

중앙일보는 “민심이 김 여사에 등을 돌린 걸 알면서도, 대다수 보수 세력까지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는데도 윤 대통령이 이런 대응을 보였다면 일단 놀랍다”고 했다. 중앙일보는“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대통령 스스로 용산을 외딴섬, 갈라파고스로 만들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심에 답해야 할 것은 회피하고 뭉개고 버티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정국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방어에만 올인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면서“국민 앞에 국정이 우선인지, 김 여사가 우선인지를 명확히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온도 차 있어도 김 여사 처리 요구는 일치

모든 신문이 윤 대통령이 민심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의 요구가 국민의 목소리라는 판단도 다르지 않다.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도 같다. 다만 그 처방에는 조금씩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조선일보는“김 여사 문제를 방치할 경우 여야가 정면 충돌하고, 국론 분열도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한겨레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향후 결단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일보와 국민일보는 조금 더 낙관적이다. 세계일보는“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을 숙고한 뒤 긍정적 답변을 내놓길 고대한다”고 했고,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더욱 멀어져서는 안 된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소통해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중앙일보는 “추가 회동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여권은 아무 절박감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경향신문은“외부 충격이 아니고서는 답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야당이 발의한 특검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고언을 귓등으로 듣는다면 한 대표라도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적 선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특검 수용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대통령 주변에는 한 대표의 요구를 ‘자기 정치’로 몰아가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봐야 한다. 한 대표만 윤 대통령의 말 잘듣는 수족이 되면 아무 문제도 없는 건가. 윤 대통령이 살아온 권위주의 정권도 수족들이 저항해 위기에 빠졌나. 보수세력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않으려면 민심의 방향을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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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사설
'김건희 장벽'에 막힌 윤-한 면담, 국민은 또 외면 당했다

경향신문┃사설
'김건희 문제' 헛바퀴 돈 윤·한 회동, 국민 공분 안 보이나


■ 눈여겨볼 만한

윤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중앙일보 칼럼] 여사가 일등 공신이라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모든 문제는 김건희 여사로 통한다.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블랙홀이다. 왜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김 여사는 왜 이전의 다른 영부인과 다른 행보를 할까. 이 칼럼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정치 동업자로, 대선의 일등 공신으로 등장해, 윤 대통령에게 큰 소리치는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국민은 김 여사를 뽑은 적이 없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웠어도 국정 운영은 시스템으로 한다. 거기에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인식의 차가 있다. 헌법의 틀을 벗어난 행위는 ‘국정 농단’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정권의 위기다. 필자는 상명하복에 익숙한 윤 대통령보다 입체적 사고를 하는 김 여사의 정무 감각이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해결할 사람은 김 여사인데, 번짓수를 잘못 찾은 건 아닌가. 지금 해야 할 일도 윤 대통령보다 김 여사가 더 잘 알지 않느냐고 필자는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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