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은 큰소리치는데, 집권당 대표는 줄줄이 왕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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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은 큰소리치는데, 집권당 대표는 줄줄이 왕따되고…

국감서 질의하는 김영선 의원. 뉴스1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김영선 전 의원을 2022년 보궐선거와 지난 총선에 단수 공천하는 데 김 여사가 개입한 정황이 텔레그램 저장화면으로 노출됐다. 그 공천에 개입한 명태균 씨가 언론에 직접 인터뷰까지 하며 “(내가 구속되면) 한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텐데 감당되겠나”라고 큰소리쳤다. 도대체 대통령 부부와 어떤 관계이길래 이렇게 막말을 쏟아내나.

명태균은 누구인가

명씨는 경남 지역 정계에서는 잘 알려진 정치컨설턴트라고 한다. 여론조사업체를 운영하며, 판세 분석으로 컨설팅해주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를 하고, 지지율 흐름과 전략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초동 집에 셀 수 없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대통령실은 “여러 사람이 드나들 때 한두 차례 정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스픽스라는 유튜브에 출연해 “명 씨가 지난 대선 때 3억 6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라고 폭로했다.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을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에 단수공천했고, 김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을 명씨에게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일단은 그 여론조사 비용 대가가 김영선의 공천”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복잡해진다.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회계 자료에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 시비가 일 수 있다. 또 그 대가로 공천을 했다면 뇌물로 해석될 수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로 이 부분을 집중 지적했다. 그러나 명씨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텔레그램 문자가 왜 자꾸 나오나

이렇게 정체가 불명확한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왜 자꾸 등장할까. 이런 사람들과 윤 대통령 부부가 나눈 문자들이 왜 계속 폭로될까. ‘서울의소리’ 유튜버와 7시간 가까이 통화한 내용이 고스란히 폭로돼 김건희 여사가 사과까지 했다. 그 유튜버가 사주한 최재영 목사와 만난 내용이 영상으로 찍힌 것이 명품백 사건이다. 김 여사가 한동훈 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도 공개됐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부부와의 대화가 이렇게 마구 노출되는 정권도 있었나’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떨어지는 정권 말”에 벌어졌던 일이 “윤 정부는 임기가 반도 안 지났는데…봇물 터지듯 노출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정치권에 뿌리가 없었다. 출마를 결심했을 때 여기저기서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 그러나 옥석구분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비즈니스로 대인관계를 많이 해온 김 여사의 역할이 커진 것도 그런 탓일 것이다.

비선이 설치는 상황은 피했어야

그런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집권 이후에는 이를 제대로 정리했어야 한다. 집권 공신에 휘둘리면 국정이 엉망이 된다. 집권 과정의 기여에 부채 의식을 털어내지 못하면, 온 나라를 전리품 쟁탈장으로 만들 수 있다. 공이 있으면 상을 줄 수 있다.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자리는 능력을 보고 골라 써야 한다. 선거 때 후보는 공개활동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부인을 비롯한 측근들이 대신해 줄 일이 많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가야 옳다.

공로에 대한 보상도 그렇다. 민간인이라면 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주기보다 자리 하나 주고, 이름을 팔아 직접 챙겨 먹는 것을, ‘귀찮은 일 하나 덜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은 다르다. 공적이 있다고 봐주기 시작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나라가 망가지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심지어 명 씨가 “내가 더 좋으니 (천공이) 날아갔겠지”라며, 비선끼리 경쟁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집권당도 대표는 왕따되고, 비선이 설친다.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 대통령 부부를 내세우며, 실세 행세를 하면 공조직은 허물어진다. 눈치를 보게 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홍위병을 내세워 합리적인 목소리를 짓밟던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이 생각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도 실망을 넘어,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 야당은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아 노골적으로 탄핵을 꺼내고, ‘집권플랜본부’를 가동해 대선을 준비한다. 국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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