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카드에 어정쩡 속앓이 야당...한동훈의 승부수, 일단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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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카드에 어정쩡 속앓이 야당...한동훈의 승부수, 일단 먹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 친인척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특별감찰관(특감) 임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는 24일 "특별감찰관의 실질적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은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한 뒤 사퇴하면서 8년째 공석이다. 한 대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감 임명을 연계해온 기존 당 방침을 바꿔 특감을 조건없이 즉각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전날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감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며 제동을 건 데에도 "당 대표가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며 본인이 주도해 특감을 성사시킬 뜻을 분명히했다. 이런 한 대표의 강공에 민주당은 "특감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특검이 답"이라는 말만 반복하고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래 "특감을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해온 기존 입장과는 다른 태도다.

사설들을 보면

국민일보는 "‘빈손’ 회동 이어 특별감찰관 갈등, 볼썽사나운 與 내분"에서 "특별감찰관 문제마저 여권 내 계파 갈등의 재료가 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야당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와 연계해 여당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여권은 내분을 접고 속히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는 촉구다.

세계일보도 "여야, 특별감찰관·北인권이사 흥정 말고 당장 추천하라"에서 "특별감찰관 사안으로 친윤과 친한이 갈등 빚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라고 더불어민주당에게도 강하게 요청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국일보 역시 "지금이 특별감찰관 놓고 '與-與 내전' 벌일 때인가"에서 "김 여사 관련 다수의 의혹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수준"이라면서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별감찰관 추천을 연계해온 여당이 두 사안을 별도 대응키로 한 건 이제라도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당대표가 전향적 의지를 밝혔다면 국민의힘은 속히 당내 이견을 정리하고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민주당도 여권 분란을 활용할 생각 말고 포괄적 대화를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부족한 조치지만 이거라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특별감찰관은 ‘김건희 특검’ 대신할 수 없다"에서 "용산에 맞서 특감을 꺼내 든 한 대표의 노력은 의미가 있으나, 방대한 김 여사 의혹들을 고발이나 수사 의뢰만 할 수 있는 특감이 감당할 수 없다"며 김 여사 문제는 ‘김건희 특검’을 통해 사법 심판대에 올려 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특감은 김건희 특검의 대체재가 아니다. 특감 논쟁이 김건희 특검을 방어하기 위한 물타기나 시선 돌리기로 쓰여서도 안 된다"고 못박았다.

경향신문 역시 "특별감찰관으로는 ‘김 여사 문제’ 막을 수도 덮을 수도 없다"에서 "강제수사권 없는 특별감찰관으론 김 여사 의혹을 규명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김 여사 해명만 듣고 면죄부를 준 검찰과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나.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민심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한계 명확한 특별감찰관보다 김건희 특검 성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겨레와 논조 싱크로율이 높다.

특감 놓고 쪼개진 언론, 민주당 속내 반영돼

특감(특별감찰관)을 놓고 언론 논조가 선명하게 갈렸다. 전반적인 신문 사설들은 특감을 둘러싼 여권 내분 해소와 특감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한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특감은 특검의 대체제가 될 수 없다"며 특감 대신 특검으로 김 여사 문제를 파헤쳐야한다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김 여사 문제에 관한한, 고강도 특검법을 밀어붙어온 민주당과 같은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이런 두 신문이 같은날 일제히 사설 제목마저 똑같이 "특감은 특감 물타기용에 불과"하다며 특감 무용론을 주장하고 나선 건 한동훈 대표가 꺼낸 특감 카드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주당의 특감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할 생각이 없다"라 할 수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감은 예방 효과만 거둘 뿐 정공법은 특검"이라고 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특감은 한참 타이밍이 늦었고, 수사로만 김 여사 의혹을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속내가 그대로 읽힌다. 김 여사 문제는 특감 아닌 특검으로만 다루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러는 이유는 어제(24일) 조선일보 사설 "여야 '특별감찰관 對 北인권 이사' 정치 장난 그만둬야"가 잘 짚어냈다. 사설은 "딸 해외 이주 등 감출 일 많았던 문재인 정부는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핑계로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지금의 민주당 역시 김 여사 문제가 줄어들면 이득 볼 것이 없어지니 특별감찰관 추천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오늘(25일) 사설에서 "민주당이 ‘감찰 무풍’ 속에서 사고가 터지기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감찰관 추천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속내를 제대로 꼬집었다.

원래 특감은 민주당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준 자리였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2015년 도입된 특감은 초대 이석수 특감이 안종범 경제수석이 대기업을 압박해 재단 기여금을 내도록 한 사실을 조하고 박 대통령 동생 박근령을 고발하는 등 대통령 주변의 비위 견제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 특히 이 특감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비위 의혹을 감찰하다가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끝에 사임한 것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촉발해 탄핵의 기폭제로 큰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집권한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특감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법률상 당연한 의무인 후임 특감 임명을 5년 내내 미루며 공석으로 남겼다. 대통령이 특감을 임명하려면 국회에서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는데, 당시 민주당은 국회 추천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면 특감을 대체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 대통령을 날릴 파괴력을 가진 특감을 임명하기 싫다는 속내가 눈에 보였다. 타이이스타젯이나 타지마할 논란 등 문 대통령 일가의 비위 의혹들은 문재인 정권 내내 특감이 공석이었던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현재의 민주당도 특검에 대한 입장은 같을 수 밖에 없다. 이유는 두가지다. ① 특감이 실현되면 김건희 여사가 특감의 견제속에 행동의 제약을 받게된다.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에 올라타 '김건희 의혹' 만 외치면 대여 공세가 가능한 안락한 전투 지형이 사라지게되니 특감에 응할 이유가 없다. ② 2016년 이래 공석인 특감이 8년만에 임명되면,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에도 특감을 계속 가동해야한다. 대통령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특감의 존재는 민주당 대통령에게도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정진상 등 비선조직을 선호해온 이재명 대표의 경우 그가 집권한다면 특감은 큰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한동훈 "특감,누가 집권하든 공석 없어야"..'상설특감' 추진

그런 만큼 민주당은 "특감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특검이 답"이라는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동훈 대표는 바로 이 점을 노린 듯하다. 국민의힘이 준비중인 특감 가동 방안에 "특감이 공석이 되면 여야는 지체없이 후임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케해야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야당에 합의를 요구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법에 따르면 특검은 의무사항이다. 국회는 추천, 대통령은 임명의 의무가 있는 만큼 야당이 거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한 대표가 던진 특감 임명안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당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는데 야당이 거부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김 여사 문제에 관한한 민주당과 같은 입장을 유지해온 한겨레와 경향이 25일 일제히 특감무용론을 주장한 것은 특감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질 가능성을 조기 차단해 특감 실현을 막고, 특검이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무리수도 엿보인다. 한겨레 사설은 "초대 이석수 특감이 2016년 사퇴한 뒤 국민의힘이 특감을 엉뚱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면서 (특감은) 8년 넘게 공석"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8년간 가운데 5년은 국민의힘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 문재인 정권 때문에 공석이었다. 문 정권이 특감을 엉뚱한 공수처와 연계하면서 임명을 미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설만 보면 8년 내내 국민의힘 탓으로 공석이었던 걸로 오인할 수 밖에 없다. 실수일까 고의일까.

경향 사설은 "(강제수사권 없는)특감의 한계는 박근혜 정부 때 이석수 특감의 실패로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석수 특감은 박근혜 청와대를 견제하는 실질적 성과를 올렸고, 그 때문에 박 대통령의 미움을 사 사임을 강요당한 끝에 물러난 게 사실이다. 박근혜 탄핵 원인의 하나인 우병우 수석 비위 의혹부터 이석수 특감이 파헤친 결과 불거진 것이다. 그렇다면 특감은 '실패'가 아니라 '성과'인데 사설은 이석수의 임기중 사퇴로 특감이 공석이 되버린 '결과'를 들어 '실패'라고 규정하는 모양새다. 이 또한 실수인지 고의인지 헛갈린다.

국민의힘 친한계 핵심인사는 "용산의 판단이 중요하다. 특감은 김 여사 특검 공세를 꺾을 수 있어 용산에게도 유리한 카드여서 한 대표가 숙고 끝에 던진 것이다. 이달말 국감이 끝나고 11월14,15일 이재명 부부의 선거법 1심 선고가 나는 시점에서 특감 임명이 본격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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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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