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술자리 안 막는다, 단…90년대생 부부 ‘금실의 비밀’

 


남편 술자리 안 막는다, 단…90년대생 부부 ‘금실의 비밀’ ②

  • 카드 발행 일시2024.12.16

반반(半半) 결혼. 모든 걸 공평하게 딱 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요즘 결혼 풍속도다. 어느 한쪽도 손해 보지 않아야 행복한 결혼일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특별 기획『그 부부가 사는 법』이 90년대생 신혼부부를 만나, 직접 물었다. 주인공은 9년 연애 끝에 결혼한 4년 차 부부 김한얼·하은미(33)씨. 아무도 결혼하지 않는 시대, 굳이 결혼한 90년대생 신혼부부가 사는 법을 들여다본다.

이가영 디자이너

이가영 디자이너

Intro. 반반 결혼, 정말 이득일까?
Part1. 강요하지 않는다
Part2. 둘이라 가능했다
Part3. 각자의 방법으로 다정하라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깔끔해요. 

김한얼·하은미 부부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만났는데도 여전히 사이가 좋은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부부 관계를 주고받는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시에 ‘상대방이 지키고 싶은 선은 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그게 우리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두 사람은 채널 이름인 ‘얼미 부부’로 더 유명하다. 평범한 부부의 일상을 찍어 올린 게 화제가 되며 100만 크리에이터 반열에 올랐다. 부부의 장점은 유쾌함이다. 어느 한 사람이 더 많이 집안일을 해도, 생활비를 더 많이 내도 화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싸우지 않는다는 얘긴 아니다. 티격태격하지만,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을 주고받는 걸 의미한다. 대화의 합이 잘 맞을 때도 쓴다)로 상황을 종료한다. 웃으면서 말이다. 가벼워 보이면서도 현명한 이 부부의 대화에 사람들은 호응했다.

얼미 부부 역시 여느 밀레니얼처럼 “결혼은 나와 너,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다만 “내 것, 네 것을 나누기보다 내 것을 먼저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각자가 만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내 것을 먼저 주는 90년대생이라니, 이들 부부는 무엇이 다른 걸까? 지난달 30일 얼미 부부를 만나 직접 물었다.

💘 강요하지 않는다

부부의 성격은 ‘극과 극’이라 할 만큼 다르다. 성격유형검사(MBTI)만 봐도 남편은 이성적(T)이고, 아내는 감성적(F)이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한다. 슬픈 영화를 보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남편은 논리를 따지는 식이다. 생각이 다르니 더 많이 싸울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싸운 적은 없다”고 했다.

사실 처음엔 달라도 너무 다른 상대가 힘들었다. 가장 먼저 부딪쳤던 건 ‘술자리’였다. 남편 김씨는 술자리를 즐겼고, 아내 하씨는 그렇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이 누구와 어디서, 얼마나 마시는지 꼬치꼬치 묻곤 했다. “꼭 술을 마셔야 친해져?”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하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게 다를 수 있는데, 왜 그걸로 시비를 걸고 있는 거지?’ 생각해 보니, 하씨는 술자리가 싫은 게 아니었다. 남편을 만나기 전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거짓말을 하고 술자리에 나가곤 했던 게 싫었다. 하씨는 용기를 내 속마음을 꺼내놨다. “네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과거 겪은 일 때문에 널 의심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부탁했다.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남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처음엔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내는 저한테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술을 마실 때 어떤 상황인지 알려 달라고 했을 뿐이죠. 자기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도와 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제가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고요.”

남편 김씨는 “아내는 늘 그렇다”고 했다. 술을 마시지 말라거나 일찍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불편한 걸 해결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한다. 그는 “아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아내가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설령 불편하더라도 남편의 행동을 바꾸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술자리에 나갈 때마다 아내와 영상통화를 했다. 아무리 취해도 지금 어디 있는지 늘 상황을 공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가 시간만큼은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아내의 그런 요구가 구속처럼 느껴지진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선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게 일반적일 거예요. 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아내도 노력하고 있는 거죠. 관계라는 게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잖아요. 아내가 한발 물러섰다면, 저도 그래야죠.”

그렇다면 아내는 왜 남편에게 술자리에 가지 말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내가 좋아하는 걸 못 하게 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죠. 초반에야 좋아하는 것도 포기할 수 있죠. 하지만 절대 오래갈 수 없어요. 그럼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요. 상대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내가 불편한 걸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래야 오래 함께할 수 있어요.”

유튜브 채널 '얼미 부부'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김한얼, 하은미(33) 부부. 두 사람은 좋은 관계의 비결로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강정현 기자

유튜브 채널 '얼미 부부'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김한얼, 하은미(33) 부부. 두 사람은 좋은 관계의 비결로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강정현 기자

💘 둘이라 가능했다    

사실 두 사람은 연예인을 꿈꿨다. 남편 김씨는 개그맨이, 아내 하씨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는 큰 부를 이루지만, 대부분은 배가 고픈 직업이다. 주변에서 둘의 꿈을 만류한 이유다. 하지만 김씨는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순간이 좋았다. 하씨도 노래 부르는 순간을 즐겼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에게 평범하지 않은 꿈은 힘에 부쳤다. 특히 남편 김씨는 대학 진학과 동시에 스스로를 책임져야 했다.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청소에서 서빙까지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서는 일만큼은 빠뜨리지 않았다. 짬을 내 영어에 수화까지 배웠다. 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뭐든 배웠다. 그런 김씨를 보며 아내 하씨도 힘을 냈다. “남편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어 꿈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꿈을 향한 두 사람의 노력은 끝내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남편 김씨는 10여 년간 방송국 개그맨 공채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반복된 실패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법. 긍정적인 김씨도 점점 예민해졌다. 수시로 날 선 말을 쏟아냈고, 매사 부정적으로 변했다. 말수도 줄었다. 그런 김씨를 일으켜 세운 건 아내였다.

“제가 그랬어요. 김한얼은 100명 중 한 사람만 웃어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라며 자신감 있게 말하던 사람 아니냐고요. 내가 아는 당신은 떡볶이 장사를 해도 가장 웃긴 떡볶이집으로 소문나게 해서 성공할 사람이라고요.”

아내의 말에 김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는 늘 자기편이었는데, 그런 아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서른 다 되도록 마땅한 직장도, 변변한 벌이도 없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 자신이 한심해서 아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김씨는 “남을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다”며 “그런 얘길 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기에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얼미 부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든 것도 이 즈음이다. ‘시작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두 사람의 평범하지만 재미있는 일상을 찍어 올린 지 3년, 두 사람은 100만 크리에이터가 됐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는 김씨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살기 힘드니까 결혼을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아내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에 이를 수 있었어요.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돕는다는 말이 뭔지, 결혼해 보면 아실 거예요. 둘은 하나보다 강해요.”

아무도 결혼하지 않는 시대다. 김씨의 말처럼, 문제는 돈이다. 통계청(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 변화, 2023)에 따르면, 20~40대가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 자금 부족’(33.7%)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는 사교육비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하지만 얼미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둘이 함께했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부는 "개그맨과 가수이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강정현 기자

부부는 "개그맨과 가수이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강정현 기자

💘 각자의 방법으로 다정하라

연애 초기 두 사람은 돌아가신 하씨의 아버지를 뵈러 간 적이 있다. 그날 남편은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펑펑 울었다. 아내가 “왜 그렇게 울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까 눈물이 났어. 그런 큰 슬픔을 견디고 잘 큰 네가 너무 대견해.” 지나가듯 아버지가 11살 때 돌아가셨다고 말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다.

“슬프고 힘들 걸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데, 남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그 모든 걸 견뎌낸 저를 치켜세워주죠. 늘 그래요. 제가 대단하다고, 최고라고 해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자꾸 들으니 힘이 나요. 제 자신이 좋아지고요.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더 노력했어요. 남편 덕에 사람 됐어요.(웃음)”

남편을 만나기 전 하씨는 자존감은 낮고, 자신감은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 입시엔 번번이 실패했고, 첫사랑에겐 깊은 상처를 입어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하씨를 다시 세운 건 남편의 다정함과 칭찬이었다.

하지만 남편 김씨는 “아내야말로 다정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하씨가 위로나 칭찬을 달고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말을 아끼는 편이다. 아내 하씨의 다정함이 빛을 발하는 건 남편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이다. 일정이 없는 주말 남편 김씨가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시작하면, 아내 하씨는 조용히 집을 나선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난 코인 노래방 다녀올게.” 하씨는 “일하느라 주중엔 각자 바쁘니 주말에라도 함께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런 시간을 강요하진 않는다”고 했다. 아내가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맞추는 건 아닐까?

“참는 게 아니에요.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는 것뿐이죠. 그게 저만의 다정함이에요.”

아내 하씨는 화가 나도 좀처럼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남편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씨는“화가 나는 건 남편이 달라지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다른 사람에게 내 기분을 맡기기보다 내가 내 감정을 돌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는 그의 다정함은 결국 남편의 다정함으로 돌아왔다. 아내를 보면서 남편 김씨도 배려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엔 제 감정을 외면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아내처럼 내 감정을 인정하고 말로 표현하게 됐어요. 불편한 내 감정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지도 않아요.”

남편 김씨는 여기저기 부딪히는 아내를 보고 예전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했다면, 이제 “너가 타질까봐 걱정돼. 조심해 줘” 하고 말한다. 아내의 행동에 불편한 건 내 감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과거엔 아내를 비난했다면, 이제 불편한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의 화법이 달라지면서, 부부 사이는 더 돈독했졌다.

다정함이 넘치는 부부라고 해서 싸우지 않는 건 아니다. 이 부부도 티격태격하고, 그러다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싸워도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상황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가 나면 대화를 멈춰요. 감정적일 땐 대화를 해도 안 좋은 방향으로 가거든요. 대신 각자 감정을 추스르고 나면 대화를 해요.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고, 쌓였던 부정적인 감정도 털어내고요. 누군가 대화하자고 하면, 절대 거절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요.”

내년 2월 부모가 되는 두 사람은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믿는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강정현 기자.

내년 2월 부모가 되는 두 사람은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믿는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강정현 기자.

내년 2월, 김한얼·하은미 부부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 아마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부부가 서로에게 그랬듯,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도 사랑의 우선 순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희 부모님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행복하게 사셨어요.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도 그런 부부가 될 생각이에요. 행복한 부부야말로 최고의 부모니까요. 

hello! Parents 특별기획 ‘그 부부가 사는 법’

① “행복한 부부는 안 싸운다? 이렇게 싸운다” 행복한 부부의 비밀(12월 12일 발행)
② “힘드니까 비혼? 그래서 결혼했다” 90년대생 신혼부부가 사는 법(12월 16일 발행)
③ “독박 육아? 상대가 더 한다” 네 자매 키우는 맞벌이 부부 노하우(12월 19일 발행)
④ “경제적 자유, 함께하면 가능하다” 조기 은퇴한 40대 부부의 비결(12월 23일 발행)
⑤ “애정 표현은 다다익선” 신혼 때보다 더 사랑하는 23년 차 부부(12월 26일 발행)
⑥ “희생하지 않으면 오 남매 가능” 법조인 부부가 오 남매 키우는 법(12월 30일 발행)
⑦ “긍정적인 감정을 저축하라” 68세 동갑내기 부부가 함께 늙는 법(1월 2일 발행)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