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무엇이 아쉬워 사퇴를 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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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무엇이 아쉬워 사퇴를 미루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주일이 지났다. 사건 진상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수습 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짧게 사과했다. 그러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여론 무마용이란 인상이 짙다.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비상계엄이 “국정 최종 책임자인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변명했다. 그 과정에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드려 사과한다는 것이지, 본인의 반민주적 폭거를 반성하는 내용은 아니다.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공동담화문을 발표해 윤 대통령의 ‘직무 중단’과 ‘질서있는 조기 퇴진’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질서있는 조기퇴진’의 구체적 일정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그 구체적 로드맵을 두고 계파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정파적 이익으로 다투는 마당에 어떻게 국민이 납득하겠나.

이재명 재판을 둘러싼 시간 싸움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세 가지 시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수사는 달려간다. 사건 연루자들이 앞다투어 진상을 폭로하면서 여론이 분노한다. 검찰과 경찰, 거기에 공수처까지 수사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했고, 법무부는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한겨레는 “검찰과 경찰의 윤 대통령 체포·구속도 시간문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두 경쟁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수 궤멸을 피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기대를 걸고 대선 시간표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조기 대선 국면을 조성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15일 가장 빨리 진행된 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이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6-3-3 원칙에 따르면 5개월 정도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온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만 넘어도 이 대표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못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퇴진 시기를 두고 다투는 배경은 이 재판이다.

탄핵보다는 먼저 물러나야 한다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투는 사이 여론은 빠르게 변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1%로 떨어졌다.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에 비해 정치권 논의가 너무 느리다. ‘질서있는 퇴진’이 민심보다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민주주의 원칙과 정치적 계산이 함께 갈 수 없다면 …민주주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건 상식적인 얘기”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말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비판했다.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바뀌더니 “질서있는 조기퇴진”으로 다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여당 대표의 공동 국정운영’에 대해 “이런 중대한 방침을 … 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불쑥 발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국민의힘에서 “‘탄핵에 준하는 속도’니, ‘6개월이나 1년 내 퇴진’이니 하면서 민심의 분노와 한참 동떨어진 얘기”만 중구난방으로 나온다면서 “나라가 초토화되든 말든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뜻”이라고 질타했다.

신문 사설들은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시간 싸움은 여야의 정략적인 문제를 넘어선다. 여론은 더 이상 참지 못한다. 탄핵이 아니라면 분명한 퇴진 일정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로드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14일 2차 표결 전에는 구체적인 퇴진 타임라인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일보도 “2차 탄핵안 표결 전까지 대통령 하야든, 탄핵이든 구체적인 퇴진 시기와 방법에 대한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정말 보수 궤멸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이 며칠 내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정도의 획기적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14일 표결엔 참여하는 게 원칙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탄핵 이외의 방법은 사퇴뿐이다. 탄핵을 피하려면 그보다 더 이른 타임 로드맵을 내놓으라는 촉구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한겨레는 “정국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해소할 유일한 헌법적 방법은 탄핵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탄핵안 통과와 국민의힘의 표결 참가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 명예롭게 탈출시키자’는 여당, 제정신인가”라는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집권 연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반헌법적 행태를 멈추고, 즉각 탄핵안 처리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반대한다고 욕을 먹었지만 1년 뒤 ‘의리 있다’면서 무소속으로 나가도 표를 찍어주더라’라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국민의힘이 우왕좌왕하는 추악한 배경이 드러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사퇴를 미루는 이유가 뭔가

국민의힘도 이제 이재명 대표의 재판 일정은 잊어야 한다. 정치적 이익에 미련을 갖다가는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반헌법적 정당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남탓할 것 없다.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탄핵을 피하려면 그보다 먼저 윤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일정을 밝혀야 한다. 불확실성이 국민과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민의 힘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고 치자. 윤 대통령은 무슨 미련이 남았나. 왜 사퇴를 미루나. ‘직무 정지’를 가장하면서까지 직을 유지하고 싶은가. 마지막까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시간을 끌어주려는 건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적개심 때문인가. 그런 태도가 국민의힘만 갈갈이 찢어놓고 있다. 총선을 망치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사랑 놀음’을 벌이고도 아직도 모자라나.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일은 결단을 내렸다. 국가 명예와 국민 경제가 걸려 있는 일은 왜 머뭇거리나. 뒷모습만이라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Today’s Pick

중앙일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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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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