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서한영교 작가가 격주로 글을 씁니다.
눈, 눈, 눈, 우와! 우와! 대도시의 첫눈 풍경은 확실히 우와, 했다.
채도 낮은 회색의 도시풍경을 흰 눈이 우아하게 뒤덮었다.
우와, 벌써 올 한 해도 이렇게 마무리돼 간다.
첫눈이 내린 날부터 한 해를 정리하고 서서히 돌아보는(re-view) 시간을 가진다.
오래된 습관이다.
감정·느낌을 꾹 누른 채 지내게 하는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냉랭해져 있는
몸과 마음을 돌아본다.
꾹 짓눌린 감정과 느낌을 돌보는 페미니즘의 자기 돌봄 기술을 뒤늦게 익히기 시작한 뒤로, 첫눈과 함께 나를 다독이고 곁을 살피는 시간을 갖는다.
꾹, 참다 욱, 하고 쾅, 터지는
남자다운 척, 그것은 고통을 느끼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척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씩씩하고 용감하게 취약한 감정·감각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남자다운 태도라고 익혀 왔다.
자신의 고통을 부정하도록 남성을 사회화하는 가부장제는 취약한 모습을 드러낼 때면 공격, 경멸, 조롱, 창피, 모욕을 받을 것을 예감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드러내는 것보다 차라리 꾹, 참는 쪽을 선택한다.
그냥 묻고 살고 잊고 살고, 꾹, 참고 산다.
이러한 가부장적 감정-금욕술은 남성을 혼자만의 어두운 동굴로 몰아넣고 혼자 해결하게 한다.
동굴 속으로 중독, 우울, 고립이 찾아든다.
그러다 꾹, 눌러온 동굴 속 감정들이 욱, 하고 쾅, 터지기도
한다.
독단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주변을 자기 폭력 아래로 굴복시키고자 한다.
남성들에게 허용되는 몇 안 되는 감정 표현 방식은 욱, 하고 화를 내며 쾅, 하고 분노를 터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례를 들지 않아도 주변에 쾅쾅거리는 사건 사고들은 널려 있다.
특히 요즘이 더 그렇다.
꾹, 누른 채 지내다 욱, 하고 화내고 쾅, 하고 사고 치지 않는 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과 마음을 살피는 자기 돌봄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고통과 괴로움
뉴시스첫눈과
함께 시작되는 자기 돌봄·돌아봄의 과정에서 그때 그 순간을 뒤적이는 일은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앞장설 때도 있지만 괴로움이 앞장설 때가 더 많다.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박혀 있는 '괴로움의 가시'들이 처박혀 있는 자리가 드러난다.
페미니스트 시인 오드리 로드는 고통(pain)과 괴로움(suffering)을 구분한다.
고통은 "어떤 식으로든 인식되고 명명되고 활용되는" 것이고 "경험을 뭔가 다른 것-힘이나 지식이나 운동으로 전환"하게 한다.
반면 괴로움은 "성찰과 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고통을 반복해 겪는 악몽"으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악순환된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역량을 빼앗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하며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괴로움' 중에서도, 가까이 어울렸던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여러모로 감정적 곤경에 빠지게 한다.
끈질긴 괴로움 속으로 빠트린다.
올해에도 그런 죽음들이 있었다.
하얀 국화처럼 흰 눈이
뉴스1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생존을 위해 집 밖으로 뛰쳐나와 보호시설과 모텔 생활을 반복하다 돌연히 지상을 떠난 탈가정 청년의 얼굴 하나. 성별 이분법 사회에서 자신을 이물질 같은 존재로 여기던 세계의 혐오와 차별에 맞서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존엄함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다 문득 지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여성의 얼굴 둘.비장애 중심주의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버려진 채 길거리와 쪽방을 떠돌다 이 세계의 자기 자리를 권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다 느닷없이 지상을 떠난 발달장애인의 얼굴 셋. 인간의 곁을 떠나지 않고 도시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비인간 동물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생각해 보라며 골목을 누비다 난데없이 차에 깔려 지상을 떠난 동네 고양이의 얼굴 넷… 올해 지상을 떠난 얼굴들이 첫눈과 함께 소복이 쌓인다.
첫눈은 하얀 국화처럼 쏟아진다.
애도와 멜랑콜리아
사내답게 떠나보내라고.
훌훌
털어내고 다 잊어버리라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그냥 묻어두라고 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도 "다 잊고 떠나보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애도와 멜랑콜리아를
구분하는데 "떠나보내는" 애도는 죽은 이들과의 유대를 끊어냄으로써 잊어버리는 것을 건강하다고 본다.
반면 "떠나보내지 못하는" 멜랑콜리아는 죽은 이들을 떠나보내기를 거부하고 대상을 자아 안에 간직하는 병리적 현상으로 보았다.
하지만 멜랑콜리아를 병리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실의 의미를 계속해서 부여하는 일"이자 "타자와 함께 과거가 현재에도 살아 있도록"(필리스 실버맨, 데니스 클래스)하는 윤리적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애도는 "자기 안에 타자의 묘소를 마련하는 일"(자크 데리라)이기도 하다.
이는 내 안에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자 당신에게 못다 들은 말을 들으려는 자리다.
당신을 기어이 기억하고자 하는 자리, 즉 "기억(remember)한다는 것, 그것은 다시-멤버(re-member)가 되는 일"(도나 해러웨이)이다.
나를 쪼개 당신의 일부로 기억하며 당신의 구성원으로서 있겠다는 것.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전태일)로서 의지를 이어가기 위해, 나는 떠나보내지 않으려 한다.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함께 해방되고 싶은 것"(벨 훅스)이다.
고통과 고통들
즉 고통은 치워버려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가담할 수 있는 역사적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인식된 고통은 '나 아닌 다른 존재'의 고통에 가닿을 수 있는 윤리·정치적 감각이 된다.
인식된 고통은 언제나 홀로 있다고 여겨질 때도 고통들이 된다.
고통들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고통들은 역사화되고 곧 정치가 된다.
고통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익혀야 할 어금니 문장을 발음해보게 한다.
"당신에게는 애도 가치가 있다.
당신의 죽음은 감당 불가능한 손실이다.
나는 당신이 살아주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살고 싶어 하기를 바란다.
부디 나의 소망을 당신의 소망으로 삼아주기를, 당신의 소망은 이미 나의 소망이 되었으니까."(주디스 버틀러)
눈을 쓸 듯
해당 학교는 칼럼 내용과는 관계없음. 진안군 제공숙제를 학교에 두고 온 아이와 함께 조금 일찍 등굣길에 나섰다.
눈이 잔뜩 쌓였다.
"우와~ 눈! 눈! 우와~" 하며 눈 쌓인 길로 아이가 뛰쳐나가다 갑자기 콰당 미끄러졌다.
느닷없이 미끄러진 탓에 놀랐는지 한동안 눈밭에 드러누워 있더니 벌떡 일어나 점퍼에 묻은 흰 눈을 털었다.
씩씩하네, 말하려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괜히 씩씩한 척 안 해도 괜찮아"라고 했다.
아픈 건 아프다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은 가부장제 사회 속 남자 아이들에겐 연습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니까.발끝에 감각을 곤두세워 걸으며 도착한 초등학교 교문 앞. 새벽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쌓이다 겨울 바람에 얼어가는 것을 누군가 쓸고 있었다.
어린이를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고 돌아서서 나도 눈삽을 들고 눈을 쓸기 시작했다.
조금 하다 보니 금세 땀이 났다.
움츠러들어 있던 몸과 마음도 펴지기 시작했다.
눈을 쓸다보니 학교 앞 언덕길에 쌓인 눈 사이로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눈을 쓸 듯, 수북하게 쌓여 있는 감정 더미들을 쓰다듬어 보는 연말이다.
자신을 쓰다듬는 일, 곁을 보듬는 일을 통해 만들어지는 길이 있다.
꾹, 참다 욱, 하고 쾅, 터지는 길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게 교감할 수 있는 길, 그 길을 쓸어본다.
‘나와 인류’ 생존 위해 고민할 때한 해가 가고 다시 한 해가 온다.
그런데 2025년이란 숫자 앞에 마음이 멈칫 가서 머문다.
2025년. 2000년을 지나서 25년이다.
25년이면 ‘사반세기’다.
1세기의 4분의1이 된다는 말이다.
아, 내가 그 2000년을 지나 사반세기를 지구상에서 버텼단 말인가. 옷깃이 저절로 여며지는 일이며 조용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이긴 하지만 2000년이 됐을 때 우리는 얼마나 흥분해 떠들며 온갖 요란을 떨었던가.내가 사는 충남에서도 충남지사가 주관하는 새천년 행사가 있었다.
2000년 1월 1일 새벽. 그날 나는 시인으로 불려 나가 새천년 축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5년 세월이다.
사반세기 동안 우리에게는 어떠한 중요한 일들이 일어났던가? 나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정치나 경제와 같이 확실하고 가시적인 분야보다는 사회현상이나 문화, 정신 현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 가졌던 커다란 사건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면 이러하다.
첫째는 2004년 황우석 박사의 일이다.
서울대 의대 수의과 교수였던 그는 세계 최초로 스너피란 이름의 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고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그 뒤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왔다.
저간의 사정은 어찌됐든 국가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의 진로와 틀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깝게 놓쳤다는 감회를 남겼다.
둘째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이다.
이것은 단순한 선박 전복 사건이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정신상태 전체를 전복시킨 일이기에 너무나도 어이없고 억울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정부나 어른들이 잘못 대응한 사건이고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였다.
대한민국 어른으로서 사표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셋째는 2016년, 이세돌 바둑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들고 싶다.
이것은 일견 조용하고 조그만 사건 같지만 실은 대단한 사건이라고 여겨진다.
다섯 판의 바둑 대결 가운데 4대1로 이세돌 9단이 지기는 했지만 이야말로 인간 승리였다고 생각한다.
대국을 마친 뒤 이세돌이 남긴 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건 나의 한계지 인간의 한계가 아니다.
” 명언 가운데 명언이다.
이세돌은 AI를 이긴 유일한 인간이 됐다.
넷째는 2020년 코로나19를 말하고 싶다.
3년 4개월 동안 전 인류의 생명줄을 잡고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삶의 질과 방식을 깡그리 바꾸었다.
그야말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피폐한 삶을 더욱 피폐하게 했고 우울하고 피곤한 인류를 더욱 우울하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2023년 서이초등학교 여교사 자진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이야 어떻든 이것은 나 하나만 생각하고 너를 배려해 주지 않은 극단적인 이기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너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너의 행복이나 안전이 나의 것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
오죽하면 공자님도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즉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고까지 말했겠는가! 이 또한 우리 한국인의 미성숙성을 말해 주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제 우리는 새천년의 사반세기를 지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핵 위험, 기후변화, AI가 인류 멸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태로운 지구 위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 참으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계기라고 여겨진다.
급하게 됐다.
문제는 나의 생존, 인류의 생존이다.
나태주 시인
그는 국정 농단 특검 파견 이후 검찰의 주요 수사를 기획하고 좌우하는 슈퍼스타였다.
이미 알려졌지만 '서초동 편집장'이라고 불렸다.
심지어는 검찰 출입 한 달도 안 된 기자를 불러다 수사 내용을 지도(다이어그램과 유사)를 그려가며 기사 보도를 재촉했다.
그 기자는 해당 언론사 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기사를 써도 되는지 물었다.
맘먹고 흘려주는 검찰 취재원의 기사를 쓰는 일은 결과적으로 '받아쓰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널리스트 윤리측면에서 꺼림칙했던 것이다.
그 팀장은
'쓰라고 흘려준 수사 내용인데 기사 처리를 하자'고 말해 결국 그가 흘려준 내용은 기사화가 됐다.
법조기자 시절 알고 있는 한동훈에 대한 인식은 이것으로 끝났다.
한동훈은 총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비로소 정치적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4.10 총선을 주도할 때 작위적이며, 지나치게 관심을 끌려고 하는 동작들이 편견을 더했다.
하지만 당 대표에 오른 직후, 한동훈은 이전과 다른 정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시 정치인은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정치적 근육을 키우게 되는 모양이다.
그를 정치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그를 한때 '독립 투사'라고 불렀던 윤석열과 당내 친윤들이라고 할 것이다.
윤석열이 12.3 계엄 내란을 저질렀을 때, 그는 사태 초기에 "비상 계엄 선포는 위헌"이라고 명료하게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일말의 안도감을 줬다.
만약 그가 친윤들처럼 "비상 계엄은 야당에 대한 경고성이고 해프닝이었다"고 했다면 그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끝까지 믿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언행은 중의적이고 지나치게 해석적이어서 도대체 결론이 어디로 튈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에게서 양치기 소년의 기질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또 그 다음날에는 "윤석열이 자신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며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핵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종잡기 어렵다.
그의 '국민 눈높이' 발언은 기준과 잣대가 늘 변한다.
그 눈높이가 자신의 키높이가 아님은 분명할 것인데, 내란 사태 속에서 그에게 매일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윤석열이 "당에
자신의 임기를 일임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자, 한동훈은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오늘 표결에 부친 탄핵에 동의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정치인은 발언에서 해석의 영역을 남겨둘 수 있다.
그러나 더이상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온 국민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적 '간'을 보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실망스럽다.
특히 그는 윤석열의 담화 발표 직후, 국무총리 한덕수를 만나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한덕수가
내란 범죄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덕수는 내란죄의 공범 혐의자라 할 수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그는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았던 인물이다.
비상 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았던 한덕수는 국무 위원들의 국무회의 참석을 미리 막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왜냐하면 비상 계엄 선포는 국무회의에서 '의결' 사안이 아니라 '심의'로 통과된다.
'의결'을 거친다면 각각의 국무위원들이 거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즉, 각자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라고 말했던 그가 비상계엄 선포를 알고 용인한 인물과 후속대책을 논의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동훈이 당내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현실적인 정치 계산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유불리에 해당한다.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그가 바라봐야 할 목표는 얄팍한 계산이 아니라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다.
한동훈도 지적한 것처럼, 윤석열은 통치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미국 정부의 고위 외교관은 이미 윤석열이 "나쁜 오판을 했고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영원한 우방인 이스라엘의 총리 네탄야후조차 총 한발을 발사하더라도 미국에 먼저 통보한다.
숨소리도 같이 나눈다며 동맹을 강조했던 윤석열에게 미국 정부는 완전히 속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외교가에서 들려오는 일본 외교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조차 "황당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은 "한미일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며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민주주의 가치를 불법적으로 훼손시켰기 때문에 그와 함께 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이다.
국제 무대에서 윤석열의 정상적인 외교는 이미 불가능해졌다.
윤석열이 국제무대에 나간다면 서방의 지도자들은 그를 '독재자'로 바라볼 것이다.
외교만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은 이미 군통수권자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통치 기반을 상실한 것이다.
이런 대통령의 직무를 당장 정지시키지 않고, '조기 퇴진'이라는 꼼수로 정권 연장을 한다면 한동훈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또한 그의 정치적 성장을 훼손시킬 것이다.
정치에서 득점은 어차피 51대 49의 게임이다.
정치인이 얻을 이익이 있다면, 자신의 손발을
내놓고 결단을 할 때가 있다.
국가 지도자로 성장하는 길은 어렵고 힘들다.
당근만 먹겠다며 '양치기 소년' 수법으로 국민들을 더이상 기만하지 않고 먼저 나라를 구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편집자 주(註)-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됐다.
국민의힘이 '부결당론'을 유지한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절체절명(絕體絕命) 상황이다.
상대의 세력이 막강하고 사기가 하늘을 찌를 때, 열세(劣勢) 측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4가지다.
1안은 항복, 2안은 최후 결전, 3안은 농성(籠城·성문을 굳게 닫고 버팀), 4안은 퇴각하는 것이다.
4안에는 겁에 질려 우왕좌왕 달아나는 퇴각과 상대를 견제하며 물러나는 질서정연한 퇴각이 있다.
▶ '좁은 길목'을 지키며 버틴 조조의 전략삼국지 하면 사람들은 흔히 조조 군(軍)과 손권·유비 연합군이 격돌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을 떠올린다.
하지만 적벽대전 이상으로 중요한 전투는 삼국지 전반부에서 나오는 조조와 북방의 강자 원소(元紹)가 겨룬 관도대전(官渡大戰·서기 200년 2월 ~ 10월)이었다.
당시 조조의 군사는 7만, 원소의 군사는 70만으로 10배 차이였다.
전투 초기 조조군은 패배를 거듭했다.
조조는 퇴각을 고민했다.
그때 조조의 '장자방(한나라 고조 유방의 전략가로 중국사에서 대표적인 책략가)'으로 불리는 책사(策士) 순욱(荀彧)이 조언했다.
"지금 후퇴하면 원소에게 천하를 빼앗기고 맙니다.
지금은 목줄기처럼 중요한 곳만 지키면서 원소의 허점이 노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곧 그런 기회가 옵니다.
"이에 조조는 원소와 격돌을 피하고, 좁은 길목을 지키며 버텼다.
원소의 대군은 조조군이 지키는 좁은 목을 통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조는 원소의 군량 창고 허점을 발견하고 기습해 군량을 모조리 불태웠다.
이후 전세는 뒤집혔고, 마침내 조조가 승리했다.
▶ 우왕좌왕 도망칠 경우 모두 도륙(屠戮)될 것세력이 약한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무산시킨 것은 조조가 '좁은 길목'을 지키며 버틴 것과 같다.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동의했더라면 그것은 '항복'이거나 겁에 질려 우왕좌왕 도망치는 짓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국민의힘은 기세 등등한 야권에 모두 도륙될 것이 뻔하다.
탄핵안에 동의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자부할 지 모르지만, 결과는 죽을 수밖에 없는(정치생명이 끝남) 것이다.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에 앞서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한 것은 질서정연한 후퇴에 해당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내게 무슨 잘못이 있나'는 입장이었다면 국민과 일전을 벌이자는 행위로 곧바로 무너졌을 것이다.
▶ 108석은 적지만 '좁은 길목' 지킬 수 있다조조는 관도에서 함부로 덤비거나 퇴각하지 않고, '좁은 길목'을 지켜냈기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고, 승리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세력이 약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앞으로도 '대통령 탄핵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수 있다.
그렇게 '좁은 길목'을 지키며 버티면 기회는 온다.
짧게는 3개월이면 상대편 진영에 균열이 일어난다.
6개월이면 상대 진영은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선거법 재판·위증교사 재판)'시간이 없는' 더불어민주당은 파상공세를 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무한 반복해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것, 민주당 의원들이 '2차 계엄 선포가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이 계속 터져나올 것이고 장외 집회도 점점 거칠어 질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어떻게 탄핵 민심을 결집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티느냐에 달려국민의힘이 버티기 위해서는 내부 분열과 실수를 차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서 실수가 나오면 게임은 끝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리더십에 달렸다.
물론 부지런히 탄핵 반대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그저 국회 본회의 표결 반대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힘들 것이다.
5일 리얼미터가 비상계엄과 관련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73.6%, '반대한다'는 응답은 24.0%로 집계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조기퇴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입장이 조만간 '탄핵 찬성'을 의미한다면 '투항' 또는 '우왕좌왕 도망치기'에 다름 아니다.
자폭(自爆)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자폭 행위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자폭 길을 따라가서는 안된다.
시간은 한동훈 대표 편이다.
참고 버티면 이기고, 분노를 참지 못하면 패한다.
그 패배는 한 대표의 패배를 넘어 국민의힘과 대한민국 보수의 궤멸(潰滅)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가 6일 발표한 성명(책임 총리제·임기 단축 개헌)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이끌어내고, 헌정중단 사태를 막는 길 만이 국민의힘이 살고, 한동훈 대표가 살고, 보수우파가 사는 길이다.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더라도 최소 1년의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추진하는 '질서 있는 퇴각'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다음 전투(21대 대통령 선거)'를 해볼 여지라도 생긴다.
국민의힘이 준비 없이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을 수용한다면, 보수 궤멸은 물론, 차기 대선 역시 해보나 마나다.
연합뉴스
사회경제적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첫째로 '취미가 없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취미는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뇌를 단련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가장 인기 있는 취미로는
▲체스
▲낱말 게임
▲원예
▲자동차 정비
▲옷 만들기 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지목됐다.
알츠하이머 협회는 혈액이 사고, 건강 및 기억에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만한 사람은 혈류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연구 결과 비만이 만성 염증을 일으키며, 이는 뇌에 장기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특히 60세 이상인 경우 앉아서만 생활하는 습관도 치매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었다.
연구를 진행한 경제학자 피터 휴도미에트는 "이번 연구는 살면서 뇌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줄 또 다른 자료가 된다"며 "흡연, 콜레스테롤 수치, 독감 백신 여부, X-ray 검사 등은 치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음주 습관의 경우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치매 위험이 가자 낮았고,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서는 치매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국내 치매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중앙 치매센터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2015년 62만 5259명이었지만, 지난해 98만 4602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인인구 100명당 치매 환자 수를 뜻하는 치매 유병률은 65세 이상 기준 2015년 9.54%에서 지난해 10.41%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정기 검진을 통해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면 증상 악화를 막고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