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고기 산업과
개 식용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를 제작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오른쪽)과 동물구호단체인 ‘도브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태미 조 저스만 대표가 한국에서 구조한 ‘HOPE(희망)’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태미 저스만 제공
개 식용에 대한 국내 인식이 변화하듯 해외에서 한국의
개 식용을 바라보는 눈 또한 달라지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인 성장을 이룰수록, ‘한류’가 더 많은 국가에 알려질수록
개 식용 문화 또한 널리 퍼질 수밖에 없다.
여기 8년 넘게 한국의
개 식용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촉구해온 2명의 외국인이 있다.
미국에서 동물구호활동단체인
‘도브 프로젝트(DoVE Project)’를 운영하는 태미 조 저스만(Tami Cho Zussman) 대표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제작한 케빈 브라이트(Kevin Bright) 감독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태미 저스만 대표는 모국에서 여전히
개 식용이 빈번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이 문제에 뛰어들었다.
케빈 브라이트 감독은 아내(클라우디아 브라이트)가 태미 저스만과 함께 도브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개 식용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태미 저스만 대표는 도브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식용견을 구출한 뒤 해외 입양하는 활동을 현재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케빈 브라이트 감독은 4년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한국의
개 식용 문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누렁이>를 2021년 국내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다.
올해
7월에도 한국을 찾아 개봉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한 시사회를 뒤늦게 열고, 관객들과 대화에 나설 만큼 열정적이다.
개 식용 문제에 어쩌면 한국인보다 더 관심이 많을 사람과 e메일을 통해 대화했다.
-한국의
개 식용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을까요.
태미 저스만(이하 태미) “사실 저는
개 식용이 한국에서 불법인 줄 알았어요.
극히 소수의 노인만 보양으로 몰래 드시는 줄 알았죠.
그런데 미국 지인이 2016년에 갑자기 한국에서 나온 것이라며 개를 도살하는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그것을 보고 너무
충격이 컸어요.
2016년이라는 현대 사회에서 세계 인류가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개를 내 나라, 모국인 한국에선 잡아먹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됐죠.
케빈 브라이트(이하 케빈) “제 아내인 클라우디아 브라이트가 태미 저스만과 함께 ‘도브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설립했습니다.
아내가 일을 시작할 때 저는 한국의
개 식용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국 중 하나, 최고의 교육제도를 갖춘 국가 중 하나, 그리고 미국의 파트너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일을 통해
한국의 개고기 산업과
개 식용 문제에 큰 호기심과 함께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은 ‘한류’를 주요 현안으로 여기고 확산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개 식용이 한류 확산과 한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합니까.
태미 “정확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이미지 훼손 문제가 매우 커요.
한국 안에서는 잘 못 느낄 거예요.
하지만 외국에선 ‘한국에서 개고기 먹는다’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 지인들도 한국의
개 식용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가
어딘가에서 듣고 온 뒤 저한테 확인하곤 합니다.
극소수의
개 식용 문제 때문에 한국이 통째로 세계로부터 조롱받는 일도 생긴다고 봅니다.
케빈 “<기생충> 같은 영화와 <오징어게임> 같은 (넷플릭스) TV시리즈를 통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존경받는 콘텐츠 제작국이 됐습니다.
K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경기장 곳곳을 가득 메운 관중을 볼 수 있죠.
그럼에도
개 식용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아티스트가 없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굉장히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한류를 사랑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한국의
개 식용 문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이 잘 알려지게 된다면 (한류 팬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요?
-한국에는
개 식용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습니다.
중국, 베트남 등 다른
개 식용 아시아 국가도 있습니다.
왜, 지금 시점에 한국에서
개 식용을 끝내야 한다고 보는지요.
다큐멘터리 영화 를 제작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위).
미국에서 동물구호단체 ‘도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태미 조 저스만 대표
태미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좋은 시점이 될까요.
어렵고 힘들겠지만, 더욱 발전되고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 때는 항상 어려움의 대가가 따른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여러 면에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널리 알려지는 차원을 넘어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발전시키며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나라에서 개고기를 아직도 먹는다는 사실이 한국도 계속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될까요.
케빈 “우선 이 문제는 제가 생각하는 바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개 식용에 대한 최종 결정은 한국 국민의 몫이니까요.
개 식용이 널리 퍼져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보고
개 식용의 미래에 대한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
개 식용에 찬성하는 분들은 ‘왜
개 식용만 문제 삼는가’라고 주장합니다.
한국만 해도 소, 돼지, 닭, 말, 양 등 식용이 허용되는 동물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태미 “저도 한국에서 그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참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소나 돼지, 닭고기 등은 거의 모든 세계인이 주로 먹는 음식입니다.
그 고기를 먹는다고 문제 삼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는 이런 동물과는 다릅니다.
인간 사회에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동물입니다.
또한 개는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도 많이 하죠.
공항에서 폭탄이나 약물을 찾아내기도 하고, 군대에선 훈련을 받은 뒤 군인들을 보호합니다.
위험한 곳에 먼저 들어가 안전성을 확인하기도 하죠.
이외에도 맹인견이나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도우미견 등 개의 역할을 생각하면 다른 동물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케빈 “8년 전 처음 <누렁이>를 제작하려고 하던 때부터 반복적으로 받았던 질문이네요.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리의 집에 살고 있고, 우리의 반려자가 돼줍니다.
장애인·경찰과 함께 일하기도 합니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겨지고 있죠.
소나 돼지, 닭 등과는 다릅니다.
-한국의
개 식용 문제를 끝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태미 “시민의 의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
개 식용 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 변화가 많이 이뤄졌고, 진보적인 생각과 인식을 가진 분도 많다고 봅니다.
2016년만 해도 지금과는 분위기나 인식이 또 달랐습니다.
당시
개 식용 문제를 그다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은 분을 많이 봤는데 최근엔 큰 변화를 느꼈어요.
이제 더 중요한 진전이 필요합니다.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할 법을 만드는 일입니다.
법치국가인 한국에서
개 식용을 불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빈 “영화 <누렁이>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한국 국민이 인식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모든 관점에서
개 식용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고찰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 국민이
개 식용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한국의 개고기 산업과 개 식육 실태를
조명한 영화 의 포스터(왼쪽).
강형욱 반려견훈련사가 영화 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결의안’이 제출됐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공개적으로 ‘현
정부 임기 내
개 식용 종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요.
어떻게 평가합니까.
태미 “김건희 여사가 공식적인 의견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과감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용기와 확고한 의견에 존경을 표합니다.
윤 대통령도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개 식용 종식이 현 정부 임기 안에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케빈 “특별결의안과 관련한 최근의 진전을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누렁이> 시사회 때 결의안에
참여한 의원 중 한 분인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패널로
참여한 일 역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의
개 식용은 지속돼온 문제라 단기간에 종식이 어렵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태미 “지금은 ‘단기간의 종식’을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긴 시간이 이미 흘렀어요.
언제까지 ‘단기간에 어렵다’라는 핑계를 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7년 전 제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제는 명확한 법 개정을 통해 개를 축산법상의 ‘가축’에서 빼야 합니다.
획기적인 방안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개 식용을 불법으로 지정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케빈 “
개 식용 종식을 위해 필요한 유일한 노력은 한국 국민 간의 ‘합의’입니다.
개 식용 근절까지 실제로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개고기 산업 아래 놓여 있는 수백만 마리의 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부터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인프라 마련, 개 사육 농가에 대한 지원방안 등에 이르기까지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누렁이>를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요.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었겠지요.
태미
“많지요.
영화에선 빠졌지만, 한겨울에 불법 개 사육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와서 굉장히 춥고, 땅은 질척였어요.
철창에 갇혀 있는 아이(개) 중에 부상을 입었거나, 아픈 아이가 많았습니다.
한 아이가 피를 토하고 있었죠.
다리는 꺾여 있었고요.
그 당시 경찰이 왔는데요.
농장이 불법인 것이 확실했고, 저희가 다친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자비로 치료한 뒤 다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는데도 (경찰이) 전혀 듣지 않았어요.
울면서 피를 토하는 아이 하나만이라도
치료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경찰들의 냉혹과 법 집행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케빈 “<누렁이> 제작에 협조해주신 개고기협회(육견협회)에 감사드립니다.
이 문제를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보시는 한국 국민이 당황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성과 감수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도살 장면만큼이나 끔찍한 장면을 여러 차례 촬영하기도 했지만, 국민께 제가 전달하려는 바를 충분히 영화에 담았다고 생각해 더 넣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처음 개 사육 농가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충격은 지금도
잊기 어렵네요.
-<누렁이>의
후속작을 혹시 계획하고 있나요.
계획 중이라면 그 이유와 대략적인 향후 일정을 알 수 있을까요.
케빈 “속편 제작 여부는 향후 한국의
개 식용 문제에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을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기엔 한국에서 식용견으로 길러지다 ‘도브 프로젝트’를 통해 구출된 개들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짧은 영화로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네요.
입양자와 구출된 ‘누렁이’들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거든요.
(식용견·반려견 구분 없이) ‘모든 개가 똑같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