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으로 얻으려는 것

 


weekly newsletter no.126 I 2023.9.21
벗, 안녕. 하하몬🤠이야. 혹시 밥🍚을 굶어본 적 있어? 내 뜻을 남들에게 알리려고 일부러. 난 상상만 해도 힘들어. 어쩌다 한두 끼만 안 먹어도 너무 힘들더라고. 몸엔 힘이 하나도 없고 머리는 안 돌아가고.😥 

근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까지 22일째 식사를 거부하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며. 오랜 단식만도 힘들 텐데, 힘든 일이 또 있대. 바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오늘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그의 운명이 결정된대. 동료 의원들의 표결로 체포가 될지 말지.

이 대표는 왜 22일이나 굶고 있는 진짜 이유는 뭘까? 혹시 동정표를 얻어 체포를 피하려는 건 아닐까?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단식 투쟁을 하는 이유는 뭐지?

이번주 휘클리는 이런 궁금증을 품고 국회로 가보려고 해. 만날 쌈박질만 하는 그곳을 쳐다보기 싫은 휘클러들도 잘 따라와줘. 읽고나면 정치인들이 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게 차근차근 풀어나가볼게. 출발~🚘

📣휘클리는 추석 연휴인 9월28일 목요일에 쉬어가려고 해. 10월5일 목요일 낮 12시에 다시 만나. 즐거운 연휴 보내.🙇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 단식으로 얻으려는 것 + 이벤트 알림
  2. 안 읽으면 손해다: ‘나혼산’ 출연한 멸종위기종 外
  3. 톡톡 휘클러: 독자 피드백 + 당첨자 발표
📂이재명 대표가 단식하는 이유
✔️“단식=국민항쟁”
  • 9월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실려갔어. 단식 19일 만이야. 병원에서도 단식을 끝낸 건 아냐. 수액치료는 받지만 음식은 먹지 않고 있대.
  • 단식은 그가 당 대표에 취임한 지 1년이 된 8월31일 시작됐어. 그는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어.
  • ①민주주의 훼손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②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③전면적인 국정 쇄신 
  • 이 대표는 단식밖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5개월 동안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야당과 전혀 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계속 보여왔단 거야. 당 대표인 자신도 대화 상대가 아니라 피의자로만 볼 뿐.  
  •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꽤 많아. 지난 2월에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적도 있어. 그때 검찰이 체포동의요구서(체포동의안)안을 국회로 보냈거든. 국회에서 회의가 열리는 중엔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단 불체포특권이 있으니, 국회가 체포해도 될지 안 될지 판단해달란 거지. 
  • 국회는 당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어. 체포에 반대한 거지. 그래서 이 대표는 지금 불구속 상태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배임죄) 등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어.  

    ✔️입원을 기다렸다는 듯 속전속결로
    • 검찰은 이 대표가 병원에 실려가던 날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어. 이송 2시간 만에. 이번엔 ‘백현동 개발사업’에 특혜(배임죄)를 주고 ‘쌍방울 대북송금’에 관여(뇌물죄)한 혐의로.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설명했어.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이렇게 할 것이다.” 
    • 윤 대통령도 곧바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를 재가(결재)했어. 국회에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해달라고 요구한 거지. 공⚽을 국회로 넘긴 거야. 21일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에 동의할지 말지.  
      단식하다 쓰러진 김영삼 전 대통령. 연합뉴스
      ✔️체포 막으려는 단식이었나
      • 이 대표는 하루 전날인 20일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요구했어. 체포되지 않게 해달란 거야. 국회에서 회의가 열리는 중엔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단 불체포특권을 활용하겠단 뜻.
      • 석달 만에 말이 바뀐 거야. 그는 6월 정기국회 연설에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었거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단 거지. 구속영장실질심사에 나가서. 
      • 대표의 요구에 일부 의원들은 당황하고 있어. 결국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단식까지 한 게 아니냔 거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는 국민 항쟁이란 명분은 그저 말뿐이었고.
      • 아무래도 당 대표가 오랜 단식을 하면 당이 쫙 뭉칠 수밖에 없잖아. 그런 상태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아무래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질 테고. 여당은 역시 ‘방탄 단식, 방탄 정당’이 맞았다며 더 거세게 공격하고 있어.     

      ✔️김영삼, 김대중…굶어 얻으려 했던 것
      • 과거에도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 적이 있었어. 대표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정권이던 1983년 5월, 집에 갇혀있던(가택연금)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독재에 항거하는 뜻으로 단식을 했었어. 23일 동안. 
      • 단식은 성공했어. 전두환 대통령이 가택연금을 풀어줬거든. 그의 단식은 민주화 인사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 또 다른 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포함해서. 이들의 투쟁과
      • 1987년 6·10 항쟁으로 결국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졌고. 
      •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식을 했었어. 노태우 정권이던 1990년에 13일 동안. 지방자치제를 시행하라면서. 결국 정부는 그리 하겠다고 약속🤝했고. 
      • 보수정당 대표도 정권을 못 잡은 야당이었을 땐 굶곤 했었어. 2003년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2018년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그랬지. 최 대표는 노무현 측근비리 특검,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했는데, 결국 성공했어.
      • 하지만 2019년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인사에 반발해 단식했을 땐 비웃음만 샀어. 의원들이 30분씩 릴레이 단식투쟁을 했었거든. 

      ✔️목소리 내려 몸을 태우는 사람들
      • 원래 단식은 권력에 맞서는 약자들의 최후 수단이야.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목소리는 내려는 거니까. 남들에겐 비폭력 저항으로 비춰지지만 자신에겐 가장 극단적인 방식이지.
      • 2014년 세월호 참사 땐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이나 음식을 끊었어. 그가 빠르게 야위어가는 모습에 국회는 멈춰있던 세월호특별법 논의를 다시 이어갔고. 
      • 2019년엔 기타 회사 콜텍에서 부당한 정리해고된 노동자 임재춘씨가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42일 동안 단식 투쟁을 했어. 결국 18년 만에 복직됐고. 2004년 지율 스님은 100일이나 먹기를 거부했어.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그래도 터널 공사를 막지 못했지만. 
      • 최근에도 단식투쟁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SPC그룹 노동자,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노동자들이야.  

        👉이재명 대표가 20일 넘게 굶어서 얻으려는 건 뭘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조금 더 알아보자.
        이재명 대표의 농성장을 항의 방문했다가 끌려나가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 한 번 물어봤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정치팀 임재우 요원에게 물어봤어.


        휘클리: 이 대표 단식을 예상했었어?
        재우 요원: 아니. 당에서도 몇몇 최측근 말고는 몰랐어.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나 전략 부서 등과 협의하진 않은 것 같아. 단식은 이 대표의 결단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준비가 덜 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고.

        휘클리: 단식하는 농성장 분위기는 어땠어? 
        재우 요원: 알려진대로 여권에선 찾아오는 이가 없었어. 야권에선 북적였지. 다만 단식이 길어지면서 농성장 분위기는 점점 비장해졌달까. 특히 강경지지자들은 단식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고. 자해 소동도 있었잖아. 단식을 그만하라면서.

        휘클리: 이 대표는 지금 어때?
        재우 요원: 입원 당시엔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었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을 거쳐서 지금은 단식 치료에 특화돼 있다는 녹색병원에 있어.

        휘클리: 대표가 체포동의안에 반대해달라고 했잖아. 처음부터 체포 안 되려고 단식을 했던 건가?
        재우 요원: 처음에 그런 의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지금은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다, 국회의 결단으로 부결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란 게 드러난 거고. 본인의 진의가 어찌됐든 ‘영장심사를 피하려 단식을 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지.

        휘클리: 당내 분위기는 어때?
        재우 요원: 단식이 길어지면서 이 대표의 건강이 크게 악화된 상태라 체포동의안 부결 분위기가 확산되던 참이었어. 근데 이번에 이 대표의 부결 요청에는 ‘뜨악했다’는 반응이 많아. 가결표가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고.

        휘클리: 왜 그랬을까? 검찰의 체포 요구에 응할 거라고 약속했었잖아. 
        재우 요원: 이 대표 쪽에서는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는 상황만은 막자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아. 국회의원 다수의 동의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원이 홀가분하게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거든. 영장심사를 받더라도 비회기 기간에 국회 표결 없이 받겠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야.

        휘클리: 잘못한 판단이란 비판 여론이 많잖아.
        재우 요원: 본인이 6월에 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는 셈이니까. 여론이 움직이려면 일단 명분이 중요하잖아. 근데 애초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의 실정은 잊혀지고, 방탄 단식이란 여당 프레임에 말려 들어갔단 평가도 나와.

        휘클리: 단식이 효과가 있었을까?
        재우 요원: 이 대표가 확실한 구심이 됐잖아. 본인으로선 정치적으로 마이너스는 아니지. 지지자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못 세우고 있단 지적도 있었는데, 그건 넘어섰으니까. 특히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가결이나 대표 사퇴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지.

        휘클리: 그 정도 의미야? 
        재우 요원: 이 대표는 0.7% 차이로 석패한 대선 후보고, 현재 여론조사로도 지지율 1위 차기 대선주자잖아.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대표가 가장 극렬한 방식으로 투쟁하고 있는데 의미가 클 수밖에 없지.
        국회 당대표실 앞을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연합뉴스
        휘클리: 당 결집 말고 얻은 건 없지 않아?
        재우 요원: 윤석열뿐 아니라 이재명도 있구나, 이런 주목은 분명히 있었지. 하지만 민주당으로선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방탄의 굴레를 쓰면 총선에 불리하단 말이 나와. 장기적으론 좋은 상황은 아니지. 

        휘클리: 대통령실과 여당은 무시하거나 조롱했잖아. 결국 이긴 건가? 
        재우 요원: 이 대표가 ‘방탄’으로 비난을 받는다고, 그게 거꾸로 정부와 여권의 호재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정부나 여당이 한번도 직접 만나지 않는 건 너무하다’는 정서가 있으니까.

        휘클리: 여야 대화가 더 힘들어진 거 아냐?
        재우 요원: 체포동의안 표결 뒤에는 서로가 서로를 더 경멸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총선 전까지 대화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싶어. 양쪽의 총선전략이 모두 ‘차마 상대를 못 찍게 하기’인 것 같거든.

        휘클리: 이 대표는 언제까지 단식할까?
        재우 요원: 적어도 체포동의안 표결 때까지는 단식을 이어가지 않을까.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고 다시 결정하지 않을까 싶어.

        휘클리: 성공한 단식이란 뭘까?
        재우 요원: 단식은 불의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잖아. 몸을 해치는 것이니 신중해야겠지. 더군다나 정당 대표와 같은 정치인의 단식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대의명분, 비전 같은 게 분명하게 보여야 할 것 같아. 그게 분명하면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그 단식은 인정받지 않을까. 

        휘클리: 야당 의원이 과반이 넘잖아. 다른 이 대표가 단식까지 해야 했을까? 
        재우 요원: 당에서도 아쉬워 하는 부분이야. 단식 말고는 방법이 없었냐고. 결과적으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투쟁 방식으로 지지자들이 격분하게 되고, 당이 전반적으로 ‘강성화’되었거든.

        휘클리: 여당도 잘한 건 없잖아. 야당 무시하고, 싸움 걸고. 
        재우 요원: 물론 단식의 궁극적인 책임은 제1야당 대표를 ‘잡범’ 취급하며 최소한의 대화도 거부하는 여당과 대통령한테 있다고 봐야지.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영화대사도 있는데 말이야.

        휘클리: 야당이 그냥 숫자로 밀고 나가면 안 되나? 지금 너무 무기력한 것 같은데.
        재우 요원: 그냥 밀고 나가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야. 야당이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벌써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해버렸거든. 본회의에서 곧 투표될 노란봉투법, 방송법도 공공연하게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 중이고. 무엇보다 아무리 거대야당이라고 하더라도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의회정치의 정도지.

        휘클리: 단식이 끝나고 민주당이 뭘 할 수 있을까? 
        재우 요원: 사실 채상병 사건도 그렇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나,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흉상 철거 문제와 같이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거든. 근데 단식에 모두 묻혀버린 감이 있지.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