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에서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현대의학에 비법은 없다
필자는
의사면허를 받은지 33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진료를 한 것은 군의관 시절 3년이 전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몸살’이라 하는 것은 일상 대화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지만 의과대학 수업 시간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군의관 시절에 ‘몸살’이라며 찾아온 병사를 처음 만났을 때 몸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로부터 약 1년간 몸살났다는 병사를 만날 때마다 메모지에 날짜와 이름을 적고는 몸살이
뭔지
설명을 해 보라고 해서 기록을 해 두곤 했다.
1년간 수십명으로부터 얻은 메모를 조사해 보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온몸이 덜덜 떨린다,
추위를 느낀다가 많았으며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이었다.
의학을 공부할 때 앞의 증상을 근육통(myalgia),
뒤의 증상을 오한(chill)이라 했다.
그 외에 감기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증상은 두통,
열,
기침,
콧물,
편도선이 붓는 경우 등이 있다.
군의관 시절 받은 난감한 요청 한 가지는 까만색이면서 동그란 콩처럼 생긴 약을 찾는 경우였다.
그 약이 왜 필요한지 묻자 “저희 삼촌이 군대시절에 치핵이 생겨서 군의관님으로부터 까맣고 동그란 콩처럼 생긴 약을 얻어 사용했는데 그게 효과가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게 군의관님께 요청해 보라고 하셨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약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나오고,
있던 약도 사라지므로 옛날 약은 이제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
또 모양이 같다고 효과가 같은 약이 아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는 반드시 환자를 보고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사용해야 하니 불편함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의해 보시라고 전하라며 이야기를 맺었다.
현대의학에서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전문의가 모르는 약이나 치료법을 혼자만 사용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건 비법이 아니라 엉터리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
의학 지식은 전세계가 공유하고 있으며 의대에서 공부할 때 사용하는 교과서는 전세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방대한 의학내용을 학생들이 모두 공부할 수는 없으므로 기본적인 것을 공부하되 나라에 따라 내용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의사 또는 의학자가 획기적으로 좋은 약을 개발했다 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의를 통과하지 않고 사용한다면 그 자체가 불법이다.
또 심의를 통과하려면 세포실험,
동물시험,
임상시험 결과가 수반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므로 제약회사가 본전을 찾기 위해서라도 전세계에 약을 내다팔아야 한다.
따라서 한 명의
의사가 자신만의 비법처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정 질병에 대해 가장 실력이 좋은
의사는 누구일까.
필자는 답을 알지 못한다.
대신 경험이 많은
의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의사가 최고도 아니다.
운동선수가 선수생활 오래했다고 제일 잘 하는 건 아닌 것과 같다.
오래간만에 연락이 온 고향친구가 “OO병 진단을 받았는데 서울의 큰 병원에 있는
의사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서 “서울의 큰 병원에 있는
의사가 아무래도 낫지 않겠나라고 덧붙이곤 한다.
1980년대에는 위암의 조기진단이 중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발전하는 의학이 바꿔놓은 진리
지난번 기사인“과학적이라고 모두 진리는 아니다(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0867)에서 과학적 진리도 바뀌곤 한다는 예를 기술한 바 있다.
의학도 알게 모르게 참 많이 변했다.
필자가 의학을 공부하던 1980년대에 종양학 교수님께서는 위암의 조기진단을 아주 강조하셨다.
“위암은 일단 진단받으면 치료하기 어려워서 확진 후 6개월만 지나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암세포가 점막과 그 아래층에만 국한된 조기위암은 발견 즉시 치료하면 95% 이상이 5년간 생존할 수 있다.
조기위암과 다른 위암은 예후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조기위암을 찾아낼 수 있는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 치료불가능한 위암을 치료가능한 위암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기위암을 지나 암세포가 위에서 더 깊이 자라더라도 수술과 항암제 처치의 결과가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필자의 대학시절에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치료를 하더라도 운이 따라야 살아날 수 있는 병이라고 배웠지만 20세기가 채 끝나기 전 글리벡이라는 특효약이 개발됨으로써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오래 전에는 “모든 약은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했지만 지금은 “좋은 약은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로 지식이 바뀌었고
의사가 “세상 떠나실 때까지 이 약을 잘 드셔야 합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의학이 발전하면 진리가 바뀌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미래인들에게는 현대의학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필자의 청소년 시절만 해도 텔레비전드라마 사극에서 중한 병으로 의식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던 환자가 의식을 잃는 순간 손가락을 깨물어서 의식을 잃은 환자의 입 속으로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환자의 의식이 되살아나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의식을 잃은 사람이 잠시 의식을 되찾아 유언을 남기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 그 후에 건강이 회복되어 살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이런 장면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피 한 방울 떨어뜨린다고 의식이 살아나는 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입 안으로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고 의식을 되찾은 경우가 있다면 이건 우연의 일치일 뿐 의식과 입 속의 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의학지식이 두 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950년에는 50년,
1980년에는 7년,
2010년에는 3.5년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에는 의학지식이 두 배로 증가하는 데 0.2년,
73일밖에 걸리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계산법은 새로운 발견을 담은 의학논문이 몇 편이나 발행되는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그만큼 새로운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많은 내용을 모든
의사가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새 논문은 나올 때마다 전산시스템에 입력이 되므로 인공지능에게 ‘네가 알아서 전산시스템에 들어가서 새로운 논문을 공부하라’고 명령을 해 놓으면 인공지능은 알아서 척척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놓고 있다가 인공지능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서 준다.
이렇게 의학 발전속도가 빠르다면 현재는 1년에 두 배로 지식이 늘어나는 일이 다섯 번 일어날 수 있을 테니 2 x 2 x 2 x 2 x 2 = 32배 지식이 늘어나는 셈이 된다.
산술급수적으로만 늘어나더라도 연간 5배의 지식이 늘어날 수 있다.
1840년대 이전에는 마취제가 없었으므로 수술을 할 때 통증을 덜 느끼게 하려고 수술할 부위에 얼음을 얹어 두거나 얼리기도 했다.
그러다 동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술을 마시게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최선이었겠지만 오늘날의 지식으로 보면 답답하면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위암이 생기면 수술을 한다.
위를 잘라내면 음식을 소화시키기 어려워진다.
의학 발전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므로 의대에서 위암 수술방법을 배우고 졸업한 학생이 중년
의사가 되어 사회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아주 좋은 항암제가 개발되어 암세포를 떼어내기 위해 암세포 주변부의 정상세포와 함께 떼어내는 수술을 하는 대신 약으로 모든 암세포를 제거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미래의 학생들은 “암세포를 수술로 제거하다니! 그러면 소화가 제대로 안 될 텐데 그걸 어떻게 버텨? 약으로 해결하면 될 걸 주변 정상조직까지 제거하다니 불과 20년 전에 참 답한
의사들이 많았군!이라며 혀를 찰 가능성도 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체중조절약은 발전할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의학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요즘 기후위기가 전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열대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십년 전과 비교하면 지구기온은 평균 1.5도 올랐을 뿐이고 지구의 역사에서 온도변화가 이보다 큰 경우도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지구온도가 1.5도보다 더 크게 올랐을 때에는 아무 일도 없다가 지금은 갑자기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처럼 큰 변화를 느끼고 있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1.5도가 오른 기간이 사람과 지구환경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평균기온이 적응하기에 너무 빨리 오른 것이 문제다.
세상의 변화가 점점 빨라지다 보니 사람의 몸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그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자동차를 비롯하여 각종 생활용 기계가 많이 개발됨에 따라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 형태로 생활방식이 바뀌게 되니 그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이 개인 건강에 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비만은 나머지 네 가지의 발생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신체의 이상이다.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변화됨으로써 발생가능성이 증가되었으므로 생활습관을 과거형태로 바꾸면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자동차를 타지 말고 걷거나 뛰어다니고 사무실에서 책상과 의자를 치워버리고 서서 일하는 건 현대인에게 너무나도 힘든 고통이 될 것이다.
비만 해결을 위해 약을 사용하는 게 가능할까.
살빼기 위한 약의 원리로 식욕을 느끼는 호르몬의 분비를 막거나 식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그와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는 다른 기전의 약을 구상해도 된다.
이미 체중조절용 약이 개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 효과가 완벽하지 못하여 10% 정도 체중을 줄이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서 가능하지만 그 후에 요요현상으로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는 약은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에 많은 연구를 진행중에 있고 임상시험중인 약이 여러 개 있으므로 앞으로 체중을 쉽게 줄이는 약이 나와서 현대인의 생활습관변화에 의해 발생이 증가한 생활습관병을 해결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미래는 알 수가 없지만 현재를 통찰하면 미래 예측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학이 인류의 건강을 위해 더 밝은 미래를 전해 주기를 기대한다.
※ 참고문헌1. Time Magazine Special the future of medicine. Generic. 2022 January2. 두 달만에 의학지식 2배 증가...의대생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최원석 기자. 의협신문 2018년 2월 2일자
3. 국립암센터 홈페이지(ncc.re.kr)
의학이 발전할수록 질병도 발전한다
현대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첨단지식의 총합인 현대의학
오늘날 약 두 달이면 의학지식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새로운 지식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의대에서 공부하는 의학지식은 그 학생들이 사회에서
의사로 일하게 되었을 때 쓸모없게 되는 일이 꽤 있다.
수많은 약이 수시로 등장하고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법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여 지식의 양에 짓눌린
의사들에게 공부를 더 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기계까지 수시로 개발되어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는
의사 역할을 잘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현대의학이 과거에는 손을 쓰지 못하던 중환자들을 살릴 수 있게 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
20세기 후반에 조금씩 시도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보편화된 고압산소 치료법은 수년 전 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펜션에 놀러 갔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여러 생명을 구한 바 있다(모두 생존하지는 못했으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한 채 토착화하고 있는 코로나19는 그 위력이 초기보다 크게 약해졌다.
치명적인 감염병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게 덜 위험해지는 건 역사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력이 아주 강하고초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치명률이 10%에 이를 정도여서 환자에게 적절한 의학적 처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환자가 급속히 발생함으로써 의료진까지 피해를 입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문제가 되었다.
새로 나타난 병이어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치료제와 예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세계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1년만에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전에 가장 빨리 개발한 백신이 힐만(Maurice Hilleman)이 개발한 유행성이하선염 백신으로 4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기간이었다.
이렇게 전보다 짧은 시간에 백신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이 워낙 시급했으므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빠르게 임상시험을 시행한 이유도 있지만 이미 백신 개발 경험이 많이 축적되어 있었으므로 연구시설과 연구진행이 개발속도를 전보다 훨씬 빠르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한 현대의학의 우수성은 의학의 많은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의학 발전이 질병 발전을 야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라지오넬라 감염병. 위키미디어 제공
● 세상의 발전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예
원시시대에는 교통사고가 없었다.
굳이 있다면 걷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거나 동물을 사냥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는 경우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던 시대를 지나 동물을 타고 다니는 시대가 되자 교통사고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힘으로 걷기보다는 동물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빨리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되자 동물을 길들여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빨리 달리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도 더 커지기 시작했다.
동물을 이용하는 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에 의해 근대화가 진행되자 이동을 위한 수많은 기계가 개발되었다.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배와 같이 크기가 커질수록 한 번의 사고에 의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세상의 발전이 사람에게 새로운 질병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1976년 8월 8일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벨레뷰-스트래트포드(Bellevue-Stratford) 호텔에서 재향 군인들의 모임이 열렸을 때 약 2000명이 참석하여 221명이 감염되고34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무슨 병인지 몰라서 재향군인병이라 한 이 감염병은 1977년 1월 18일에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병임이 최초로 알려졌다.
더위를 식히는 에어컨(냉방기)의 발견이 레지오넬라 감염증을 유발한 것이다.
에어컨은 냉각수를 이용하므로 냉각수에서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여 비말 형태로 사람으로 전파되어 감염증을 일으킨다.
여름이 더워지고 길어질수록 더위를 이겨내기 어렵다 보니 에어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환자발생도 늘어났다.
지금은 아지스로마이신이나 레보플록사신과 같은 약으로 레지오넬라균 감염에 의한 레지오넬라증 치료가 가능하다.
그래도 한 번에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곤 하면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2001년 7월에 스페인에서는 약 1만6000명이 이 세균에 노출되어 확진된 환자 449명중 6명이 세상을 떠나는 등 냉방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잘 사는 나라에서 수시로 환자가 발생하곤 하며,
치명률은 1~10%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에 레지오넬라증이 제3급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었다.
3급 전염병은 1급 전염병만큼 빠르게 전파되고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반복하여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고 유행할 경우에 방역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병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보통 수십 명의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만 없다면 환자 발생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텐데 에이컨 사용으로 인해 병이 생겨난 것이다.
X선은 또다른 질병을 발생시켰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의학 발전에 의한 질병 발생의 예
약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유용한 약도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백신도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수술도 잘못하면 병을 고치려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얻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병을 고치기 위해 입원했다가 병원에서 병을 얻는 경우도 있으니 병원내 감염이 이에 해당한다.
의학이 발전할수록 질병 발생이 증가하는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여기에서는 X선의 효과와 그로 인한 질병을 소개하고자 한다.
1901년에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뢴트겐(Wilhelm Conrad von Roentgen)은 1895년에 X선을 발견했다.
암실에서 그 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빛 뒤에 손을 넣자 손 뼈의 모양이 나타났으므로 손 내부를 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X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그는 1897년에 X선에 대한 자신의 연구결과를 담은 책을 발표했고다이너마이트를 발견하여 큰 돈을 번 노벨(Alfred Nobel)의 유언에 의해 제정된 노벨상의 첫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뢴트겐이 발견한 X선은 신비스럽게 손을 뚫고 나와 유리판에 뼈의 모양만 선명하게 비춰 주었다.
또 인체 내부를 볼 수 있는 용도 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음이 알려졌지만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X선을 이용하여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시범을 보이던 사람들은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 X선을 노출시키는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햇빛에 의해 화상을 입은 것과 비슷하게 피부에 화상 증상이 발생했으며손톱이 자라지 않거나 머리카락,
눈썹,
속눈썹이 모두 빠지는 경험을 했다.
미국 최고의 발명가로 유명한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의 조수 한 명은 자신의 몸에 직접 X선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하다 39세에 부작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량 노출은 부작용이 없음이 판명되었으므로 X선 사용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X선 발견은 의학에서 방사선과라는 전문분야를 탄생하게 했고그로부터 진단방사선과,
치료방사선과,
핵의학과로 분화되어 현재는 전문
의사로 인정받기 위해 세 분야에서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진단방사선과에서는 사진을 이용하여 주로 인체 조직이나 기관의 변화를 일으키는 질병을 진단하지만 간암에서 혈관을 막는 치료룰 하는 것과 같이 영상으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며 약물을 주입하는 질병 치료에도 일정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오늘날에는 영상의학과로 이름을 바꾸었다.
또 치료방사선과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인체에 필요없는 종양세포에 집중시켜 그 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므로 현재는 방사선종양학과라 한다.
참고로 종양세포의 성질에 따라 악성종양과 양성종양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예후가 더 안 좋은 세포를 지닌 악성종양을 암,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은 세포를 지닌 양성종양을 혹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몸에 원인모를 통증이 발생하거나 어딘가를 부딪힌 다음 병원에 가는 경우 “사진부터 찍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봅시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일상적일 정도로 X선으로부터 출발한 영상술이 의학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턱과 이의 사진을 이용하여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영상술이 발전했지만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인체를 X선에 반복 노출시키면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암세포를 죽이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정상세포도 함께 파괴되므로 영상의학과에서 사진찍는 일을 담당하는 분들은 납으로 만든 가운을 입어 X선이 인체로 침투하지 못하게 한다.
X선 연구에 큰 역할을 하여 각각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Marie Curie,
Maria Salomea Sklodowska)과 그 딸(Irene Joliot Curie)은 X선에서 나오는 방사능 연구에 한평생을 바치며 학문 발전에 큰 공헌을 했지만 부작용이 덜 알려져 있던 시기에 방사선 과다노출에 의한 부작용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X선 발견에 의해 의학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으나 그로 인한 부작용이 목숨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한 병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과거에는 피해자가 많았고,
지금도 주의가 필요한 상태다.
히포크라테스 동상. 위키피디아 제공
● 세상에 공짜는 없고,
무엇이든 댓가가 필요하다
'논어',
'맹자',
'대학'과 더불어 유교에서 사서의 하나인 '중용'은 극단을 선택하지 말고 중간의 도를 택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는 이런 유학 사상이 의학에서도 흔히 통용된다는 생각을 수시로 가지곤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활약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몸 내부 또는 내부와 외부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사상은 근대 이후까지도 전해졌고현대의학에서도 영양소를 섭취할 때 부족하며 영양실조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지만 과다하여 비만이 발생하면 고혈압,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
영양소도 적절히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과 같이 의학 발전은 사람의 질병과 건강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로 인해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오묘하고 신비한 사람의 몸을 다룰 때는 눈앞에 보이는 문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항상 넓은 눈으로 사람몸은 물론 그 사람이 속해 있는 환경과 그 환경속에서의 역할까지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 참고문헌1. Theodore H. Tulchinsky. Maurice Hilleman: Creator of Vaccines That Changed the World. Case Studies in Public Health. 2018:443–470.2. 질병관리청 건강정보포털싸이트.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2813. 세계보건기구 웹싸이트. www.who.int4. 예병일. 의학사노트,
한울엠플러스.
2017
예병일 연세대원주의대 교수
※필자소개
예병일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감염병과 백신』,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의학사 노트』,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내가 유전자를 고를 수 있다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의학편』,
『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
『지못미 의예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