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4 (금) |
이번 주 뉴스는 온통 인공지능(AI) 업계 소식으로 뒤덮였어요. 챗 GPT를 개발해 AI 업계의 판을 뒤집었다고 평가받은 회사, ‘오픈AI’에서 5일간 대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에요.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해고됐다가 복귀한 일인데요. 지난 5일간 이 회사에 벌어진 일로 인해 앞으로 세계 AI 개발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와요. 지난 17일, ‘챗 GPT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갑자기 해임됐어요. 오픈AI의 이사회가 올트먼을 해임한 거예요. 올트먼은 오픈AI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 인물이에요.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수행을 결정하는 기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 큰 공을 세운 CEO를 갑자기 해임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오픈AI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오픈AI의 회사 구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회사 구조가 어떤데? 지난 2015년 오픈AI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어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올트먼 CEO 등이 손을 맞잡고 설립했죠. “상업적 압박에서 벗어나 인류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목적이 우선인 기업이었어요. 하지만 몇 년 사이 AI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픈AI도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했어요. 결국 2019년에 영리적 성격의 일반 회사 ‘오픈AI LP’를 따로 세웠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았어요. 이 모든 과정은 올트먼이 주도했죠. 수익성 개선에 열을 올리는 올트먼에 동의하지 못한 머스크 CEO는 이때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어요. |
이후 오픈AI의 회사 구조는 조금 독특해졌어요. 영리 회사에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공익을 위한다는 창립 목적을 지키기 위해 모든 관리는 비영리 단체에서 담당해요. 회사 경영과 관련한 모든 결정도 비영리 단체의 이사회에서 내리고요. 또 영리 회사에서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가져갈 수 있는 이익에는 한계를 뒀어요. 이 선을 넘어가는 수익은 모두 경영을 맡은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식이죠. 기업의 경영을 모두 비영리 단체에서 담당하다 보니, 영리 기업인 오픈AI LP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올트먼 CEO가 쫓겨나기 직전까지 아무 정보도 알지 못했다고 해요. 오픈AI LP에 총 130억 달러(약 17조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가진 최대 주주 MS조차도 사전에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하고요. CEO가 왜 쫓겨났던 거야? 이사회가 올트먼의 해임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AI 개발의 속도를 두고 보였던 입장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력해요. 이사회와 올트먼은 AI 개발 속도를 두고 줄곧 견해 차이를 보여 왔어요. 이사회는 고성능 AI는 인류에 잠재적인 위협을 갖췄기 때문에 개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반면 올트먼은 AI 개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만큼 더 빨리 AI를 개발하고 수익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물론 올트먼도 말로는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기존보다 강력한 AI를 개발하고 있었어요. 이사회의 우려에도 올트먼은 일단 서비스부터 내놓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
올트먼의 이런 행보를 두고 이사회는 위험이 더 커지기 전에 그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커요. 이들의 눈에는 올트먼이 겉으로만 AI의 위험성을 강조할 뿐 실제로는 사업 확장에만 열을 올리는 인물로 비쳤을 수 있죠. MS 개입으로 뒤바뀐 판도 올트먼의 해임 소식이 알려진 이후, 가장 빨리 행동에 나선 건 MS였어요. MS는 곧바로 올트먼을 스카우트하겠다고 밝혔고, 올트먼을 따르는 오픈AI의 핵심 인력들까지 영입해 새로운 AI 연구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어요. 안 그래도 AI 분야 인재 영입에 눈독 들이고 있던 MS가 올트먼에 힘을 실어준 거죠. |
그러자 전체 직원의 95% 이상에 해당하는 750명의 오픈AI 직원이 ‘우리도 올트먼을 따라 MS로 이직하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이들은 이사회 전원 사임과 올트먼 복귀를 요구했어요. 오픈AI의 투자자들도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겠다며 올트먼의 복귀를 압박했죠. 결국 백기 든 오픈AI 이사회 올트먼이 해임된 지 5일째였던 지난 21일, 오픈AI는 X(옛 트위터)에 “올트먼이 오픈 AI에 CEO로 복귀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어요. 구성원의 대부분이 사의를 표한 데다 투자자들의 압박이 거세지며 조직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요. 올트먼의 복귀와 동시에 이사회도 전면 재구성됐어요. 다른 유명 기업의 CEO였던 사람과 전 미국 재무부 장관 등을 영입했죠. 올트먼의 복귀를 반대했던 이사회 구성원들은 전부 해임됐어요. |
샘 올트먼을 따라 오픈AI를 떠났다가 5일 만에 복귀한 그렉 브로크먼 오픈AI 공동 창업자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본사에서 직원들과 기념 파티를 하는 모습. /사진=그렉 브로크먼 SNS 캡처 |
‘5일 천하’ 오픈AI 내전이 남긴 것 이제 오픈AI의 이사회는 AI의 급진적 상용화에 동의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될 전망이에요. 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예요. 올트먼은 그동안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AI 기기를 만들겠다’, ‘AI에 들어가는 반도체도 직접 개발하겠다’ 같은 여러 계획을 밝혀왔는데요, 향후 이런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에요. 올트먼의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한 MS의 영향력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여요. MS가 오픈AI 이사회에 자기 회사 사람을 넣어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MS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입김이 확대되면, 오픈AI는 상업성이 짙어질 수밖에 없어요. |
브레이크 없는 AI 개발 시작될까요? AI 개발의 속도보다 안정성을 강조하던 온건파 세력이 완전히 꺾인 만큼, AI 기술 개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와요. SF 영화를 보면 너무 똑똑한 나머지 인류를 위협하는 고성능 AI 이야기가 등장하잖아요? 이렇게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업체 간에 경쟁이 붙어 기술이 마구 개발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사태로 이사회와 올트먼이 견해 차이를 보였던 인공일반지능(AGI) 개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요. AGI는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으로 불려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인간의 지적 작업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AGI가 개발되면 인간의 통제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죠. 투자를 더 받아서 AGI를 개발하겠다는 올트먼을 말리던 온건파 세력이 회사에서 퇴출당한 만큼, 본격적인 AGI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 같아요. 이번에 벌어진 ‘오픈 AI 내전’ 사태는 AI가 인류를 구원할지, 혹은 파괴할지를 두고 갈리는 철학적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보여요. 당분간은 AI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분을 것 같은데, 과연 AI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켜봐야겠네요. |
3줄 요약 |
1 ‘챗 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이사회에 의해 해임당했다가 5일 만에 복귀하며 주목을 받음. 2 오픈AI에선 비영리단체의 이사회가 주요 결정을 하는데, 올트먼 CEO가 AI 개발 속도를 두고 이사회와 입장 차이를 보여 왔기 때문. 3 이번 오픈 AI 내전으로 ‘온건파’의 힘이 약해진 만큼, 향후 AI 개발이 안전장치를 풀고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