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정치 9단도 어려운 난제…한동훈호 '특검 딜레마'
한동훈’의 시간이 ‘김건희 특검법’ 정국과 맞물려 시작된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된 바로 이틀 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여권에선
한동훈 비대위가 시작부터 정치 9단도 풀기 어려운 난제에 맞닥뜨리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는 모습. 뉴스1
일단 폭풍우가 닥치기 전 ‘
한동훈 효과’는 여권에 긍정 작용했다.
25일 공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정당 지지율 조사(21~22일)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2.3%포인트 오른 39.0%, 민주당은 3.1%포인트 내린 41.6%를 기록해 격차(2.6%포인트)가 오차범위(±3.1%p) 내로 좁혀졌다.
9개 월만의 가장 작은 격차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하지만 출범과 동시에 김건희 특검법을 직면할 한 전 장관의 행보는 가시밭길에 가깝다.
수직적
당정관계 쇄신, 개혁 공천 등 한 전 장관의 정치력을 시험할 무대가 특검 정국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①찬성 여론 어떻게 잠재우나=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 입장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KBS에 출연해 (특검법은)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권은 특검은 악법이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2009년~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김 여사가 가담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특검법 내용에 대해선, 이미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2년 가까이 수사했지만 김 여사 관련 혐의를 전혀 밝히지 못했다는 점을 주요한 반대 논거로 든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240일(8개월)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본회의 자동 상정이 가능하게끔 스케줄을 짠 것 역시 총선에 악용하기 위한 의회 폭거”(이철규 의원)라는 시각이다.
2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도 조건부 수용 불가론을 비롯한 특검법 수용 불가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 여사. 사진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특검법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찬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는 60%를 웃돌고 있다.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이 더 많아진 탓이다.
이 때문에 한 전 장관이 대통령 거부권은 요청하되, 이와 동시에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을 건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특검과 명품백 의혹을 분리해, 명품백 의혹은 국민권익위나 검찰에 조사 의뢰한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은 내용·방식·시기 등에서 철저히 기획된 정쟁용 특검이기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지만, 김 여사와 관련된 다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국민도 어느정도 수긍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50억 클럽 특검법 신속 처리 안건 지정 발의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당정 불협화음 터지나=특검 해법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의 미묘한 의견 차이를 조율해야 한다는 점도 한 전 장관의 과제다.
한 전 장관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동시에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 19일 SBS라디오에서 한 전 장관의 딜레마는 ‘어떤 식으로 아름다운 뒤통수’를 칠까’다.
지금 머리가 터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선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수용’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여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 자체가 반헌법적 선거공작인데, 한 전 장관이 이를 명확히 지적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시기의 부적절함을 꺼내 대통령실이 상당히 당혹해 했다”고 말했다.
자칫 특검의 실시 시기만이 쟁점으로 부각되면 특검의 부당성을
설파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한 전 장관 발언에 대한 당내 해석이 분분했다”며 수직적 당정관계는 극복해야 하지만 반대로 ‘당정 파열’은 더 최악의 경우”라고 전했다.
③공천쇄신 가로막나=거부권 행사 이후도 변수다.
재의결은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허들이 높아 통상 폐기 수순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은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부결됐다.
오는 28일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돼
정부로 송부되면 윤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법령상 재의결 시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즉 국민의힘 상황에 따라 민주당이 재의결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한동훈 비대위’는 내년 초 공천관리위를 구성하고 실질적인 공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한 전 장관은 보수 정당 최연소(50) 비대위원장으로 개혁 공천을 주문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 하에 영남권이나 일부 중진 의원이 컷오프(공천 탈락)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이런 '공천 학살' 시기에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 본회의에 불참하거나 아예 찬성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게다가 재의결 표결은 무기명 투표다.
수치상으론 국민의힘에서 15~20명가량 이탈하면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이탈표를 단속하려 공천 작업에서 눈치를 보게 되면 ‘
한동훈 비대위’의 개혁성은 금이 가게 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한 전 장관이 첫 정치 행보부터 난제를 맞이하게 됐다”며 데뷔전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정치인
한동훈’의 앞날도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29일 출범을 목표로 진행 중인 비대위원 인선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합류가 유력하다.
이 교수는 지난주에 한 전 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거절할 군번도 아니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싸가지 없는' 한동훈
강준만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 강조 태도가 중요정치는 '구경꾼' 20%가 결정하는 싸움이기 때문'
한동훈 달변' 미화에도 '싸가지 없다' 인식 확산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거취 묻는 당연한
질문에도 끝까지 '비아냥 화법'국힘 20‧30대 여성층서 굉장히 인기 집단최면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 장관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좋은데요,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잖아요. 올라와 있는 법들도 있고 할 일도 많이 계신데 거취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여기서 말씀하실 내용은 아닌 거 같고요.
오늘이 마지막 상임위이신가, 아니면 다음주가 마지막 상임위이신가 궁금해하는데….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왜 좀 물어보면 안 됩니까? 여기(국회 법사위) 나와
있는 법들뿐만 아니라 현안들이 무거운 게 굉장히 많거든요. 실제로 산업부 장관도 3개월 만에 교체되고, 국정이라는 게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야 경제도 잘 굴러가는 것 아닙니까. 법도 결국에는 법적 안정성이란 게 매우 중요한 건데, 장관님께서 아까 답변하시고 약속하시고 한 것들이 많은데 좀 잘 챙겨야 하지 않나, 이런 차원에서 국민적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돼…거취 묻는 당연한 질문에도 비아냥
지난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에 오간 질의와 응답이다.
한 장관이 집권여당의 총선 업무 전반을 지휘하고
당 대표 권한을 행사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옮긴다는 보도가 무수히 쏟아지던 시점이라 야당 의원이 거취를 물은 건 하등 이상할 게 없고 자연스러웠다.
많은 국민의 궁금증을 선출직 의원이 대신 물은 것이기도 하거니와 법무부를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 위원으로서도 장관이 바뀌는 문제는 당연히 질문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시비조로 공격하거나 뭔가 거친 언사를 쓴 것도 아니고 위에 소개한 발언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김 의원은 오히려 과하다 싶을 만큼 공손한 경어체로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며 완곡하게
거취를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은 특유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와 표정으로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라고 쏘듯이 대꾸했다.
김 의원이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즉각 왜 말을 그따위로 하느냐고 화를 내며 따졌다면 또 한 번 한 장관과 야당 의원 간의 짜증스러운 설전이 이어졌겠으나 김 의원은 차분하게 자신이 왜 질문을 했는지 취지를 설명한 뒤 곧바로 '행정기본법'에 관한 정책질의로 넘어갔다.
한 장관의 이날 답변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불과 이틀 뒤인 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고 법무부를 떠나게 되면서도 한 장관은 국회 상임위 출석 마지막 날까지 기어이 '비아냥
화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1년 7개월간 지내면서 원내 1당인 민주당에 대해 '전투 모드'로 일관하던 한 장관은 이제 잔망스러운 어조로 상대를 쏘아붙이고 야멸차게 깔아뭉개는 태도가 완전히 습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 '
한동훈 달변' 미화에도 시민들 사이엔 '싸가지 없다' 인식 확산
김건희 특검 악법 몰카 공작 점입가경…민주당이 시켜 기자 모욕도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발언은 주요 매체가 대부분 기사화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는데 숱한 댓글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싸가지'다.
그간 어용 언론들이 '
한동훈의 달변'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사이 일반 시민들에겐 '싸가지 없다'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고착돼 왔던 것이다.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까지 있다.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은) 민주당이 나한테 꼭 그런 거 물어보라고 여러 군데 (언론에) 공개적으로 시키고 다닌다 그러던데, 이걸 물어보면 왜 내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야말로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 옹호하는 데 바쁘니까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 내용을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고발했던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다.
역시 한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쏟아냈던 이 발언들도 한 장관의 뻔뻔한 태도와 맞물려 비판 여론을 고조시켰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엔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원내정당이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특검 후보자를 2명 추천할 수 있고 이 중 1명을 윤석열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니 한 장관 주장은 여러 가지로 사실관계가 틀렸다.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한 것은 특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 '드루킹 특검' '최순실 특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건희 특검법 12조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는 특별검사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조항은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12조)'과 '드루킹 특검법(12조)' '최순실 특검법(12조)' 등에도 똑같이 담겨 있었다.
특히 2016년 '최순실 특검' 때 이규철 특검보가 진행했던 언론 브리핑은 연일 국민들에게 각광 받았고 한 장관도 그 특검팀 일원이었기 때문에 독소조항 운운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자가당착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올해 초부터 추진돼 지난 3월 발의됐으나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대하는 바람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국회법에 따라 240일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이를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견강부회다.
여당이 법안을 일찍 수용했다면 특검 수사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취재 윤리를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김건희 씨가 사전에 최재영 목사가 보낸 명품백 선물 사진을 확인한 뒤 방문을 허락했으며 면담 때 실제 이 디올 제품을 받아 챙긴 게 사실인데도 '몰카
공작'으로 물타기를 하면서 악착같이 이재명 대표를 들먹이고, 윤 대통령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아니라 거꾸로 '서울의소리'를 수사해 처벌할 것처럼 구는 건 본말이 전도된 적반하장이다.
특히 민주당이 나한테 꼭 그런 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 그러던데라고 한 대목에선 상당수 기자들까지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궤변과 억지 주장들이 한 장관의 거들먹거리는 말투 및 표정 등과 어우러져 '싸가지'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강준만 <싸가지 없는 진보>가 강조하는 '태도'의 중요성
정치와 선거는 '구경꾼' 20%가 결정하는 싸움이기 때문
한 장관은 이쯤에서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싸가지론'을 음미해보면 어떨까. (강 교수는 한 장관 못지않은 투철한 반민주당 성향에 조선일보도 반색할 정도로 보수화하고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비교적 우호적인 인물이니 한 장관도 그에게 충분히 호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강 교수는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싸가지'라는 말이 '예절' 이나 '버릇'이라는 단어만으론 포착할 수 없는 독특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했다.
싸가지는 주로 인간관계나
집단에서 잘났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에게 쓰이는 말로, 일반적인 공중도덕과 관련된 예절이나 버릇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거나 그 밖의 무례, 독선, 오만, 도덕적 우월감 등을 지적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반대편 세력의 어떤 행위에 의분을 느낄 때 싸가지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고, 나아가 싸가지 없이 내지르는 게 지지층에게 후련함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와 선거가 '20%가 결정하는 싸움'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선 대체로 보수-진보의 고정 지지층이 각자 30%씩 존재하는데, 이들 고정 지지층은 웬만해서는 표심을 바꾸지 않는다.
나머지 40% 중 20%는 아예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할 생각이 없다.
나머지 20% 유권자가 관건인데, 이들은 정치세력 그 어느 쪽에 분노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보수의 분노'나 '진보의 분노' 내용에 공감하기보다는 분노의 표출 방식, 즉 태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바로 여기서 싸가지가 문제가 된다는 게 강 교수 글의 핵심이다.
강 교수는 미국 정치학자 엘머 E. 샤츠슈나이더의 다음과 같은 고전적 진술을 인용한다.
모든 싸움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싸움의 중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소수의 개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광경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구경꾼들이다.
구경꾼은 일반적으로 소수의 싸움꾼들보다 몇백 배나 많기 때문에 놀랄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갈등이든 그것을 이해하려면 싸움꾼과 구경꾼의 관계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는 일은 대개 구경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야 간에 격한 공방이 벌어질 때 어차피 논쟁을 통해 상대 진영을 설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중요한 건 '논쟁의 구경꾼들'에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구경꾼들은 논쟁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겠지만, 일반 유권자 수준의 구경꾼들은 태도나 싸가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즉, 싸가지라고 하는 형식이 내용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강 교수가 이 책을 냈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최대 약점이 바로 싸가지 문제였고, 고질적인 '싸가지 결핍증'이 결국 대선, 총선,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강 교수는 집요하게 논증했다.
이를 두고 진보 죽이기를 위한 교묘한 음모론 등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민주당과 진보 진영 인사들에게 쓴 약으로 작용해 이후 대중적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성찰을 불러일으켰다.
한동훈 화법에 보수 매체도 부적절 우려 표하기 시작
그렇다면 '총선 필승 카드'로 등판한 한 장관의 평소 언동은 여당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과 '김건희 특검' 지지세가 민심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도 '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금까지와 같은 '깐족 화법'을 계속 구사하면 중도층과 부동층 인식에 어떻게 각인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민주당 측에 무려 180석을 헌납하고 역대급 완패를 기록하기까지의 궤적을 살펴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오죽하면 최근엔 친윤‧보수 매체들조차 한 장관의 화법에 슬슬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데, 중앙일보의 <'여의도 사투리 안 쓴다' 못박은
한동훈…속시원 vs 거칠다>
기사와 <
한동훈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 비대위원장 잘할 수 있을까> 사설, 문화일보의 <팬도 많고 적도 많은…
한동훈의 '논리+직설' 脫여의도 화법> 기사 등에서 이미 상당한 불안감이 읽힌다.
이 '싸가지'의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요소로 로고스, 파토스보다 중시했던 '에토스'라는 측면과도 연결된다.
쉽게 말해 화자(話者)가 비호감이고 밉상이면 그가
어떤 논리를 펼쳐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신뢰를 못 준다는 얘기다.
한 장관은 '구경꾼'에 속하는 중도층‧무당층에게 이 에토스 면에서 지속적으로 점수를 잃어왔다.
20‧30대 여성층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다는 허황한 뇌피셜
조각 같은 외모? 아이돌급 인기? 어용 언론들이 잔뜩 늘어놓은 '한비어천가'에 취해 한 장관 스스로는 자신의 인기가 높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
급기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단순하게 보수 지지층에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20‧30대부터 상당히 여성층, 우리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여성층에도 굉장히 인기가 높다고 공개적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여권의 집단최면 증세가 투영된 유 의원 발언을 두고 각종 여성 커뮤니티에서 어떤 반응이 분출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이 칼럼에는 그 혐오 표현들을 차마 옮길 수 없다).
실증적인 수치 또한 '
한동훈 젊은 여성 인기론'의 허구성을 입증한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7월 12일부터 이틀간 총선 현안과 관련해 서울 마포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19명을
대상으로
한동훈 장관 호감도 조사(응답률 19.6%, 오차범위 ±4.3%p)를 했을 때 '호감이 간다'는 35.4%,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54.4%로 집계됐다.
무당층(지지 정당 없음)에서는 '호감' 25.0%, '비호감' 50.7%로 나타났으며 중도층에서도 '호감' 31.4%, '비호감' 61.5%로 '비호감'이 '호감'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연령대+성별 조사에서 18~29세 여성 중 '호감'은 12.9%에 불과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30대 여성과 40대 여성도 '호감' 비율이 각각 20.0%, 14.9%에 그쳐 젊은 여성들에게
오히려 유독 인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50대 여성 32.1%, 60대 여성 61.0%, 70세 이상 여성 70.5%로 고령층으로 갈수록 '호감' 비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여론조사 꽃이 10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만약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귀하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지지하겠느냐'는 조사(응답률 11.2%, 오차범위
±3.1%p)를 했을 때는 '지지할 것이다' 33.5%,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59.5%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지지할 것'보다 더 많았다.
연령대+성별 조사에서 역시 18~29세 여성 중 '지지'는 16.8%에 불과했고, 30대 여성과 40대 여성도 '지지' 비율이 각각 21.5%, 22.2%에 그쳤다.
그러니 한 장관이 20‧30대 여성층에게도
굉장히 인기가 높다는 유상범 의원 발언이 얼마나 허황한 '뇌피셜'인지 알 수 있다.
여권에서는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싶겠지만 지난 10월 11일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한국갤럽 등이 생뚱맞은 정당 지지율 추이를 발표할 때 선거 결과를 단 1%p
차이로 족집게처럼 맞춘 유일한 여론조사 업체가 바로 '꽃'이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국갤럽과 마찬가지로 자동응답(ARS)이 아닌 전화면접 조사였고 응답률도 10% 기준을 만족시켰으니 그 정확성은 객관적으로 검증이 된 상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아무 말 대잔치' 끝없는 어록과 기만적인 '서초동 사투리'
한 장관은 지난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죠라고 짐짓 호기롭게 말한 바 있으나 윤석열 정권에서는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과거에는 '사실이면 잘못'이라는 전제하에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실이라 해도 뭐가 문제냐'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말도 했는데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에 대한 한 장관의 태도가 딱 그렇다.
참여연대를 겨냥해 왜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 주전 선수가 심판인 척해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 발언은 그대로 '
한동훈 검찰‧법무부'에 적용되는 조롱이었다.
검찰이 방만하게 사용한 특활비에 대해 영수증을 오래 보관하다 보니 잉크가 휘발된 것 2개월마다 자료를 폐기하는 게 오히려 원칙 지침이라기보다 그 당시 상황에서 월별로 폐기하는
관행이 있었다 등 한 장관의 '아무 말 대잔치'식 어록은 끝이 없다.
'여의도 사투리'보다 더 기만적이거나 난폭한 '서초동 사투리'를 철저히 내면화한 채 정치판에 뛰어든 그의 화법이 과연 국민 다수에게 어떻게 비칠까. 국민의힘에서는 한 장관을 '이순신
장군'에까지 비유하는데(해당 발언을 한 유흥수 상임고문은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첫 치안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기왕 그렇게 위기의 여당을 구할 성웅으로 간주되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보탠다.
적을 업신여기면 반드시 패한다(輕敵必敗之理).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