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굴 |
우리나라 의사 얼마나 늘어날까요? ┃글 June |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논쟁이 하나 있어요. 바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릴 것인지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에요. ‘꼭 필요한 곳에 의사가 부족하니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사들의 주장이 충돌하는 모양새죠. 꽤 오래 이어진 이 논쟁은 조만간 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에요. 정부가 곧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공식 발표할 예정이거든요. 발표 시기는 설 연휴 전후로 전망되는데, 얼마나 늘리겠다고 발표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
이번엔 반드시 늘리겠다는 정부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이에요. 사실 정부가 이 정원을 늘려보려고 했던 적도 많아요. 진보든 보수든 정부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몇 차례나 증원을 추진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죠. 의사들은 당연히 의사가 늘어나 경쟁이 심해지는 걸 꺼렸으니까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이 반발하면, 아무리 정부라도 쉽게 일을 추진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꼭 늘려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이번 정부의 입장이에요. 어제(1일) 정부는 향후 의료 정책 방향을 공개했어요. 이날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개혁 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됐지만, 가장 주목받은 건 역시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확고한 방침이었어요. |
정부는 2035년이면 의사가 1만 5000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입학하는 내년부터 당장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겠다고 했어요. 정확한 수치는 곧 따로 발표할 예정이래요. 지난해부터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의대 정원을 1000명쯤 늘릴 거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 후 2000명 이상 증원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단순히 생각해도 1년에 1500명씩은 늘려야 부족한 수를 채울 수 있으니까요. 거기다 의대생이 전문성을 갖춘 의사가 되기까지 10년쯤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이보다 더 많이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는 거예요. 의대 정원, 왜 논란이었더라?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와 이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정부 ”의사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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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쏠리는 게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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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의료 수가 의료 서비스에 대해 병원이 받을 수 있는 금액. 우리나라는 진료 항목마다 정해진 가격이 있고,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음. 과도한 비용 청구를 막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의료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힘들게 한다는 비판도 존재함. |
의사 늘리기 위한 정책 꾸러미 정부는 의사 단체의 지적처럼 필수·지역 의료로 의사들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함께 발표했어요. 의사 단체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일부 포함됐어요.
이외에도 폭넓은 ‘정책 패키지’가 발표됐는데, 대부분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단계인 만큼 실제로 얼마나 실현될지는 알 수 없어요. 의대 정원 늘리기의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소아과 오픈런 끝날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 ‘소아과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자주 사용돼요. 말 그대로 아이를 보낼 소아과가 부족해 오픈런을 해야 하고, 치료해 줄 응급 의사를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죠. 이런 현상은 대통령이 나서서 ‘선진국이라 말하기 부끄럽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어요. 그래서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
이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그리고 대한의사협의회(의협) 등 의사 단체의 반응만이 남아 있어요. 아마 어떤 식으로든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요. 이미 의사단체들은 ‘총파업(집단 휴진)’ 같은 협상 카드까지 준비해 둔 상태예요. 의협의 경우 지난해 12월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단 휴진에 관한 설문조사를 미리 했어요.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6%는 의대 입학 정원 늘리기에 대항해 집단행동에 나설 의사를 보였다고 해요. “이번엔 반드시 늘리겠다“는 정부와 ”집단 휴진도 고려하겠다“는 의사 단체의 대립, 평화로워야 할 설 명절을 전후해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될 것 같아요. 과연 우리나라 의사는 얼마나 늘어나게 될까요? |
┃3줄 요약 · 의과대학의 입학 정원 확대 규모가 곧 발표될 예정.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 1만 500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당장 2000명 이상을 늘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옴. · 정부는 필수적 분야와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만큼 의사 수를 늘리려는 입장. 반면 의사 단체는 기존의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 · 정부는 일단 의사 수를 늘리고, 지역 필수의사제 등 정책으로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획. 의사 단체들은 집단 휴진을 거론하며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 |
편집자의 코멘트 |
번번이 실패했던
의사 늘리기
안녕하세요. 디그 에디터 JUNE입니다. 오늘은 의과대학 정원 늘리기를 두고 벌어진 논쟁을 다뤄봤어요. 정말 오랫동안 여러 정부가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일이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이에요. 심지어 원래는 3507명이었는데, 2000년 ²의약 분업을 도입할 때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10% 이상 줄였어요. 기존에 약을 직접 조제하던 의사들은 약사에게 조제 권한을 완전히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했고, 정부는 의사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의대 정원을 줄여준 거죠. |
²의약 분업 의사가 치료용 처방전을 발급하고, 약사는 이에 따라 약을 조제하도록 역할을 분리한 제도. 의약분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병·의원에서 직접 환자에게 약을 줬고, 가벼운 질병의 경우 약국에서 약을 직접 처방하기도 했음. |
이후 20여 년간 인구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사를 늘리려는 정부의 시도가 이어졌어요.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할 전담팀을 구성했지만, 의사 단체들의 협조를 얻지 못했어요. 지난 정부도 의료 인력의 부족 사태가 벌어졌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10년간 총 4000명을 늘리려 했다가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부딪혀 포기했어요. 이렇게 여러 정부가 의사 늘리기에 실패하는 동안 의사들의 수도권·특정 분야 쏠림은 더욱 심해졌고, 인구 구조의 고령화가 진행됐어요. 정부도 ‘이번에는 꼭 하겠다’고 밝힐 만큼 중요한 문제가 된 거예요. 물론 ‘쏠림 현상은 정원 늘리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사 단체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요. 실제로 그리스 같은 일부 국가는 의사를 많이 늘렸는데도 쏠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요. 의사를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접근 방식은 위험할 수 있죠. 하지만 의사 단체들이 ‘집단 휴진’ 카드를 바로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이미 의사 단체들은 과거처럼 집단 휴진을 언급하며 협상력을 높이기 시작했는데요. 국민 누군가의 건강을 볼모로 삼기 전에, 단 몇 번이라도 적극적으로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줬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