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양심에 대한 판단이 핵심인데요. 병역을 거부할 정도의 진지한 양심이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그러한 양심이 외부로 표현된 사례 같은 포지티브한(긍정적인) 측면과 비폭력 양심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온라인게임 이력 같은 네거티브한(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눠서 봤고요. 결국 두 가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 듯합니다.
왜 양심이 중요한가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본질은 병역을 거부하겠단 ‘마음’이죠. 그 신념이 얼마나 굳건한 가이고요. 근데 실제로 양심이 어떻게 빈틈없이 논리적이고 완전무결할 수 있나요. 그래서 외국에선 고학력자들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절차란 비판이 나옵니다.
고학력자에게 유리하다고요? 이번
대법원 태도는 신념을 갖게 된 과정과 이유가 체계적이지 않으면, 신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일반 시민으로선 자기 안의 진지하고 굳건한 내면의 소리를 설명하고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법원은 생애에 걸쳐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면 받아들이지 않겠단 태도고요.
개인 신념 때문에 군대에 안 가겠단 거잖아요. 개인이 설명하는 게 맞지 않나요? 이번 사례를 예로 들어볼게요. 집총을 거부하는 신념이 종교적 세계관이면 받아들일 수 있고, ‘우린 어차피 우주에서 보면 티끌 같은 존재인데, 왜 이렇게 서로 못 죽여서 안달하냐’라는 개인적 깨달음이면 안 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요.
생각의 차이와 우열은 누구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법원이 생각하는 평화주의는 뭔가 되게 납작합니다.
무슨 뜻이에요? 병역거부는 평화주의, 비폭력이어야 한다는 건데, 그 배경은 다양할 수 있어요. 평화주의든, 생태주의든, 여성주의든 배경이 아닌 결심이 중요한거죠.
누가 판단은 해야 하지 않나요? 개인의 말을 다 믿어줄 수도 없으니. 판단을 하긴 해야죠. 다만
포지티브한 측면보단 네거티브한 측면을 제한적으로 들여다보는 걸로도 충분히 대체복무 인정 여부는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네거티브한 측면을 심하게 따진다? 통상 외국에서는 폭력 전과가 있는지,
총기면허를 발급받은 적이 있는지 정도를 확인합니다. 게임 이력까지 살피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해요.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영화를 봤는지, 웹하드에 어떤 걸 다운받았는 지까지도 봐요. 그건 네거티브 요소를 확인한다기보다는
뒷조사 수준에 가깝다고 봅니다.
대부분 가는 군대를 안 가려면 그 정도는 감당해야 한단 주장도 있어요. 글쎄요.
현재 3년 복무기간이나 교도소 합숙이란 복무환경을 선택하는 것 자체보다 더 확고한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체복무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대체복무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4~5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20대 나이에 그런 불이익을 선택하는 거라면 그 자체로 무거운 선택이겠죠.
‘군대 안 가려고 양심있는 척한다’는 시선도 여전히 많아요.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싫어
양심을 빙자해 2배의 기간 대체복무를 한다는 건 비현실적인 가정이고 우려입니다. 법원은 20대 청년이 NGO도 가입하고, 반전 집회에도 열심히 나가고, 그런 글도 쓰고, 발표도 해야만 양심을 인정하겠다는 건데요. 그런 외적 표현이 없다고 해서 내면도 없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어요.
내면의 양심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요? 사람이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는 건 통상 나이를 먹어 사회생활을 하거나 대학 생활을 할 때입니다. 그 중간에 많이 바뀌기도 하고요. 그런데 (법원에선) 과거에 있었던 다른 지향이나 가치관을 두고 삶의 전부가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죠. 쉽게 말해 인생 전체가 비폭력 평화주의로 일관돼야 한다고 본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