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대체로 나쁘지만, 100% 악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거짓말이 때로는 누군가를 살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호주국립대 캠브리지대 헬싱키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갈색 가시지빠귀(Acanthiza pusilla)는 새끼를 보호하고자 거짓 소리를 냅니다.
지빠귀의 거짓말
피리 부엉이가 새끼를 공격하려고 하면, 어미새는 참매 소리를 흉내 내 부엉이를 쫓아냅니다. 부엉이가 잠시 놀란 틈을 타,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빼내기 위한 행동입니다. 연구진은 추가 실험을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아기 새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면 어떨까.” 어미 새는 역시 순식간에 매의 소리를 흉내 냈습니다.
어미 새의 거짓 소리는 효과가 뚜렷했습니다. 어미 새 소리를 녹음해 까마귀 열여덟 마리에 들려주자, 모두 거짓말에 속아 도망쳤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은 이 뿐 아닙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저술한 『사피엔스』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침팬지의 거짓말
"사자가 나타났다." 갑자기 원숭이 한 마리가 소리를 내자, 동료 원숭이들은 혼비백산해 도망갔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 원숭이는 잽싸게 앞으로 달려가 누군가가 놓고 떠난 바나나를 낚아채 먹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어도 없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거짓은 존재합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거짓말은 동물 뿐 아니라 위인들도 합니다. 세상을 뒤바꾼 CEO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거짓말을 했습니다.
톰 필립스가 저술한 『진실의 흑역사』에는 세 가지 사례가 나옵니다.
MS는 거짓말에서 태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한데는 빌 게이츠의 거짓말이 한몫했습니다. 1975년 게이츠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폴 앨런(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의 창시자)과 이런 저런 사업구상을 했습니다. 이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소프트웨어 값이 PC값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게이츠는 세계 첫 PC로 알려진 '알테어' 제조사 사장인 에드 로버츠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알테어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놓은 게 있어요.” 알테어 사장은 감탄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서 와서, 시연해 줄래?” 하지만 개발했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둘은 밤을 새워 두 달 간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테스트도 못한 채 시연을 합니다. 시연은 기적과 같이 성공을 거둡니다.
아이폰도 거짓말에서 태어났다
아이폰 탄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무대에 들고 올 때도 아이폰은 엉망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코니 컨벤션 센터를 가득 메운 열광적인 관객 앞에서 선 잡스. 그는 이 앱 저 앱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실행하며, 아이폰의 획기적인 성능과 사용성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확히 짜인 순서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기기를 조작했을 뿐입니다. 특히 아이폰은 인터넷 송수신이 매우 불안정했고, AT&T에서 이동형 기지국까지 임대해 올 정도였습니다. 또 메모리는 128MB에 불과해, 멀티 태스킹을 하면 먹통이 됐습니다. 잡스는 먹통 사태에 대비하고자 여러 대의 아이폰을 연단에 숨겨뒀습니다.
테라노스, 거짓말에 몰락하다
거짓말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가치 100억 달러로 평가받았던 생명공학 벤처기업 테라노스는 한순간에 몰락했습니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2014년 극소량의 혈액만으로 무려 250종에 달하는 질병을 진단하는 ‘에디슨’을 공개했습니다. 이 발표로 그는 바이오 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되는 것은 16종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대단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250종과 16종은 큰 차이입니다. 홈즈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악의 사기꾼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텍사스주 브라이언 교도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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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언어가 있기 전에 존재했습니다. 위대한 창업가마저 거짓말을 놓고 외줄타기를 합니다. 세상을 뒤바꾼 CEO와 희대의 사기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거짓말은 사실 없어질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거짓말에 상처받고 좌절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