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로드맵 짜기,
막막하시죠?
인생
선배들의 꿀팁 알려드려요
[왕개미연구소]
“은퇴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40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사회에서 밀려난 느낌이 듭니다.
“퇴직 후 처음엔 집에 있는 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 답답해지더군요. 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니까 훨씬 낫습니다.
“바쁘게 일하다가 얻는 휴일이 가장 꿀맛이란 걸,
퇴직하니까 알겠네요.
누구나 겪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막막하다.
이럴 땐 한 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다.
나보다
앞서 퇴직한
선배들의 귀한 경험담을 들으며,
좋은 건 내 것으로 만들고 후회하는 건 피해서 더 행복한 노후로 만드는 것이다.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지난 달 70~80대 남녀 4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인생 선배들이 추천하는 은퇴생활 꿀팁을 ‘돈·삶·몸’으로
정리해 봤다.
1️⃣돈→여행에 쓰는 돈,
아깝지 않더라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노후 생활비’다.
현직에 있을 땐 고정적으로 근로 소득이 나오니까 생활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퇴직 후엔 현금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혹시 돈이 일찍 바닥나서 오래 사는 게 불행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실제로 인생 후반전에서는 ‘경제력’이 노후 삶의 방식을 좌지우지한다.
경제적 만족도가 높은 은퇴자와 그렇지 않은 은퇴자의 삶은 온도차가 컸다.
인생 3대 악재 중 하나가
노년빈곤(老年貧困)이라는데,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다른 두 가지는 초년출세·중년상처).
‘경제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이른바 ‘은퇴 만족군’에게 소비 패턴을 물었더니,
‘돈을 써야 할 땐 아끼지 않고 쓴다’가 대세였다.
응답 비율이 47% 달해 2명
중 1명꼴이었다.
‘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는 항목으로는 여행이 압도적인 1위(65%)를 차지했다.
이 밖에 취미활동(51%),
건강관리(46%),
지인교류(42%),
평생학습(32%) 등도 돈값 하는 소비처로 꼽혔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인 ‘다 쓰고 죽어라(Die with Zero,
번역본 미출간)’에 따르면,
노후 가정 경제가 안정적인 사람들은 인생을 ‘경험의 합계’라고 생각하며 지갑을
연다.
돈을 맹목적으로 쌓아두기만
해선 결코 행복해지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경험’에 돈을 써야 ‘가치 소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노후 생활에 연착륙한 ‘은퇴 만족군’은 재테크DNA도 장착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2%가 ‘투자’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다.
절반 가량은 미국·일본 등 주식
투자 경험이 있었고,
펀드와
달러예금 등에 가입한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반면 ‘부동산 투자를 해서 좋았다’는 응답 비중은 6% 정도로 낮았다.
한편,
경제적 만족도가 낮다고 답한 ‘은퇴 불만족군’의 노후 생존법은 ‘자린고비’였다.
‘절약한다’를 선택한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고 통신비나 OTT구독료 같은 고정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꼴이었다.
2️⃣삶→감사·칭찬이 부부 사이 바꾸더라
자녀들이 성장해 부모 곁을 떠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부부 둘만 남는다.
기나긴 인생에 부부가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내면 좋을 게 없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은퇴
생활 만족도는 높아지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은퇴생활 만족군’도 노년기 인간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배우자’를 꼽았다.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내가 앞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사람도
‘배우자’라는 응답이
단연 1위(82%)였다.
자녀가 힘이 되어 준다고 답한 비율은 6%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나이 듦의 기술’의 저자 호사카다카시(保坂隆)씨는 “부부 관계를 개선하려면 감사의 말과 칭찬만큼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다면서 “남편이 시사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는 체를
하면 ‘당신은 아는 것도 많네’라며
기(氣)를 살려주고,
외출복으로 차려 입은 아내에게 ‘오늘 예쁜데?’라고 칭찬하는 작은 노력이면 된다고 했다.
은퇴 부부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부 혹은 가족 여행’을 추천하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았다.
여행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새로 알아가고,
또 여행지에서
뇌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을 하라는 것이다.
물가는 저렴하면서 사계절 내내 따뜻한 동남아에서 한달살이를 시도해 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혼자보다는 부부가 같이 떠나야 좋다.
어디로 놀러 갈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뇌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늙고 힘 빠져도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은 가족,
특히 아내. 내조 잘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평생 잊지 말도록.(대기업에서 일했던 80대 은퇴자)
3️⃣몸→말년엔 누죽걸산 기억하라
은퇴 생활을 떠받치는 기둥은 ‘돈’이다.
돈이 있어야 여행도 떠나고,
취미에도 몰두하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몸이 편치 않아 침대에
누워 병치레하며 지내야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하게 오래,
내 발로 걸으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이 중요하다.
50대 작가 송모씨는 “젊을 때는 글로벌 경제나 사업 확장에만 관심 갖던 성공한 CEO들도 50대 후반에 접어드니까 건강 관리 비법을 대화의 주제로 삼고 정보를 공유하더라고 말했다.
건강 만족도가 높은 은퇴자들이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운동 1위에는 ‘걷기’가 꼽혔다.
응답자의 75%가 추천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국에는 ‘나이 들면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어야
산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 고령자들 역시 걷기를 통해 체력을 키우고 있었다.
‘100세까지 걷는다’의 저자 다나카나오키(田中尙喜)씨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기 발로 걸어다니려면 일상 생활에서 근육과 관절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면서 “걷기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다나카씨는 이어 “젊을 땐 나도 펄펄 날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력은 저축이 되지 않으므로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면서 “나이가 들어 일상 활동량(운동량)이 줄어들면 근섬유가 가늘어지고 노쇠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의학 칼럼니스트이자 의사인 나가오가즈히로(長尾和宏)씨도 “현대 사회의 질병은 대부분 걷지 않아서 발생한다면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걷기를 생활화하면 확실히 나아진다고
항상 말한다고 말했다.
나가오씨는
“환자들에게 걷기를 권하면 다들 힘들어서 싫다고 하는데,
걸으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되고 자연적인 면역력도 높아져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선배들이 추천하는 운동 2위에는 스트레칭이 뽑혔고,
3위에는 체조가 이름을 올렸다.
상위권에 랭크된 운동은 모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면서 후유증도 거의 없고
돈이 들지 않는 가성비 운동이었다.
등산은
4위였고,
골프는 6위,
자전거 타기가 7위였다.
“전자상거래 시대엔 ‘단골’이란 없다...쿠팡,투자·혜택 늘리겠다
[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中 이커머스 여파로
영업익 줄었지만,
이용자는
증가세
“소비자들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 쓸어내는 행동만으로 더 나은 가격과 서비스 조건을 골라 (경쟁) 유통업체에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김범석 쿠팡 의장은 36분간 이어진 올 1분기 쿠팡 실적 관련 투자자 간담회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쓸기(a swipe of the finger)란 말을 두 번 썼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중국발 초저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소비자가 언제든 경쟁업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가 녹아있다는 해석이다.
이커머스 시대엔 ‘충성 고객’을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은 쿠팡의 수익성도 악화시켰다.
쿠팡의 1분기 영업이익은 4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1억700만달러) 대비 60% 이상 줄었다.
쿠팡이 순이익이 아닌 순손실(2400만달러)을
기록한 것은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WEEKLY BIZ는 쿠팡의 실적 발표 자료와 간담회 녹취록 등을 분석했다.
◇1. 그래도 이용자 수는 늘었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발 이커머스 공세에도 쿠팡 이용자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1분기 쿠팡의 제품 커머스(거래)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의 수는
2150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1860만명)보다
16% 늘었다.
다만 이용자 1인당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 변동의 영향을 제거하더라도 올 1분기 이용자 1인당 매출은 31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 증가했다.
쿠팡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이용자의 이용 빈도나 (개별 이용자의) 지출 규모 역시 중요한 성장 지표라고 언급했다.
전체 이용자 수가 아무리 는다고 해도 쿠팡을 자주 이용하지
않거나,
물건을 거의
사지 않는다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쿠팡에서 물건을 많이,
자주 사지 않는 초기 이용자가 늘면서) 단기적인 ‘희석 효과’(1인당 평균 구매 금액 감소)가 발생했다며 “최근 두 분기 동안 늘어난 신규 이용자들도 점차 기존 이용자들의 높은 지출 수준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 ‘알테쉬’보다 무서운 건 소비자
김 의장은 간담회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나오기 전부터 자진해서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이들 기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쟁자’나 ‘라이벌’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국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우리에게 시장의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다며 “또한 유통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고객들이 더 나은 구매 조건(가격·서비스·품질 등)을 찾아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됐다고 했다.
유통업계나 결제 기업 관계자들은 전자상거래가 보편화한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단골의 실종’을 꼽는다.
김 의장은 “소비자들은 모든 거래마다 새로운 ‘표’를 행사하듯
망설이지 않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동해 돈을 쓴다며 “우리는 모든 개별 거래에서 최적의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의 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3. 투자와 혜택 늘려 소비자 잡는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 “우리는 한국의 5600억달러 규모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지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며 “우리는 고객들이 ‘와우’
하고 놀랄 수 있도록
하는데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쿠팡은 우선 기반 시설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의장은 “앞으로 수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 자본 지출(Capex)을 통해 물류·배송 기반 시설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우리의 가장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유료 멤버십(와우 멤버십) 혜택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무료 배송과 반품,
특별 할인 혜택 등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 지난해 30억달러
규모였는데 올해는 40억달러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와우 멤버십 혜택 중 하나인 쿠팡플레이(OTT)에선 유럽 프로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에선 와우 멤버십 가입자에게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김 의장을 비롯한 쿠팡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쿠팡은 지난달 13일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4. 명품 플랫폼에선 적자 탈출이 목표
쿠팡은 사업 영역을 크게 매출과 이익의 근간이 되는 ‘제품 커머스 부문’과 상대적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인 ‘성장 사업 부문’으로 나눈다.
제품 커머스 부문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핀테크,
해외 사업 등 성장 사업 부문의 EBITDA는 1분기에 1억8600만달러 손실을 기록해 손실 규모가 지난해 1분기(4700만달러)의 네 배 수준으로 커졌다.
쿠팡이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실적은 이번 1분기부터 실적에 처음 편입됐다.
앞서 파페치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올해 1월 쿠팡에 인수됐다.
쿠팡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파페치의 실적을
추가하면서 올해 성장 사업 부문의 EBITDA 손실은 7억5000만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1억달러가량 늘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파페치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서비스 수준이나 고객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파페치를 안정화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 연말 정도에는 EBITDA 기준으로 ‘흑자’ 전환을 노려볼 수 있도록 초기 단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부분 기업이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쿠팡은 신중한 분위기다.
김 의장이 간담회에서 AI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것을 제외하면
실적 발표 자료와 프레젠테이션에서
AI에 대해 별도로 언급은 없었다.
김 의장은 AI 활용 관련 질문을 받자 “검색과 광고,
운영 부문에서 거대 언어 모델(LLM)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와 마찬가지로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향후 수익성에 대한 명확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경우에만 추가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5. 소프트뱅크와의 관계는?
쿠팡은 지난달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회사 주식을 1억7800만달러어치를 되샀다고 밝혔다.
아난드 CFO는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소프트뱅크
산하 벤처캐피털(VC)인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을 꾸준히 매각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주식 재매입 결정은 주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프트뱅크의 쿠팡 주식 보유 규모는 2021년 말 150억달러에서 올해 3월 말 55억달러까지 줄었다.
한 애널리스트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쿠팡 주식을 직접 사들일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아난드 CFO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소프트뱅크는 우리의
주요 주주 중 하나라며 “좋은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한 마리로 패티 10억개...실험실 뚫고 나온 ‘지배종’ 속 배양육
[WEEKLY BIZ] [Cover Story] 글로벌 연구기관 GFI 亞太대표가 본 배양육 산업
멀지 않은 미래에 ‘배양육 삼겹살’을 불판에 굽는 날이 올까. 배양육은 소·돼지 등 다양한 동물 세포를 인공적으로 성장·증식시켜 만든 식용 고기. 최근 공개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지배종’에 도살하지 않은 고기를 먹게 되는 세상을 실감나게 그린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 속 상황은 이미 일부 국가에선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배양육은 2013년 영국 런던에서 이미 시식회가 열렸고,
2020년 싱가포르가 상업적 판매를 승인한
이래 이스라엘,
미국,
네덜란드에서
판매 또는 시식을 허가했다.
소 한 마리에게서 얻은 생체 조직 표본 하나로 한 달 반이면 소고기 버거 패티 10억개를 만든다(논문 ‘배양육의 과학적 사실과 대중의 인식 간 격차 줄이기’)는 마법 같은 현대판 연금술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2040년 세계 배양육 시장 규모를 6300억달러(약 860조원)로 예상한다.
이 거대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뜨거운 감자’인 배양육 합법화를 두고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WEEKLY BIZ는 글로벌 배양육
연구에서 대표적 싱크탱크로 통하는 굿푸드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GFI)의 미르테 고스커(Gosker)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인터뷰해 배양육 산업을 심층 진단했다.
/GFI 제공
◇배양육,
실험실 넘어 시장으로
배양육은 쉽게 말해 실험실에서 만든 식용 살코기다.
동물의 세포 중 아직 분화되지 않은 ‘줄기세포’를 추출,
배양기에 넣고 근육세포 등으로 증식해 만든다.
과거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데 대한 반감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외면받곤 했다.
하지만 생명공학 기술 발전으로 맛·질감이 일반 고기와 엇비슷해지고 있고,
기후 문제나 식량 안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여러 나라와 식품 기업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배양육 합법화 동향은.
“2020년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배양육 제품(닭고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 미국,
올해 1월 이스라엘이 ‘합법화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샌프란스시코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지난해 닭고기 배양육으로 만든 메뉴를 팔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소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다.
배양육이 점점 더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최근 승인이 활발해진 까닭은.
“기술력이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엄격한 검사 끝에 미국 배양육 업체 ‘업사이드푸즈’ 닭고기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했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
실제 고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배양육은 (무균 상태로 배양해)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이에 소시지 등 육가공품처럼 인체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위험이 없다.
오히려 배양육은 살모넬라균 등 일반 고기에 있는 병원체에 대해서도 음성 판정을 받는 등 동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도 줄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배양육 ‘합법화 논쟁’
하지만 배양육은 여전히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란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판매·시식 합법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FDA의 판매 승인에도 보수
성향 공화당 정치인 중심으로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최소 7주(州)에서 배양육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1일 미국 최초의 배양육 금지법이 통과된 플로리다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우리는 가짜 고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프랑스 공화당도 “배양육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을 신뢰할 수 없다며 상업화 금지법을 발의했고,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해 11월 음식 문화를 보존하고 축산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최초로 배양육 금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배양육 선진국은 어디인가.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첫 국가다.
이후에도 세계 기후 행사에서 배양육 만찬을 여는 등 다른 나라에 꾸준히 영감을 주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당국은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업에 판매 승인을 내리는 등 글로벌 배양육 시장의 ‘생생한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배양육 판매에 부정적인 나라도 적잖다.
“(개인적으로) 배양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유럽 일부 국가(이탈리아)에서는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배양육 발전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중국은 2022년 ‘제14차 국가
농업 및 농촌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배양육 육성을 포함하는 등 정부가 지원에 나섰고,
일본·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배양육이 식량 위기,
기후변화 등의 해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에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사회가 배양육 합법화를 두고 논쟁에 빠져 있는 사이,
아시아에선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배양육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배양육,
불가피한 선택인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100억명에 달해,
육류를 연간 4억5000만t 소비할 전망이다.
2021년(3억3000만t) 대비 36%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2021년
기준) 사료를 재배하고 가축을 키워내는 데 온실가스가 연간 71억t 나오는데,
이런 생산 구조를 유지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그만큼 크게 불어난다는 뜻이다.
종전 방식으로는 인류의 고기 소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식품 업계에서는 “배양육 시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험실에서 나오는 배양육은 토지,
물 등 자원 사용이 적은 데다 생산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기업 ‘ORF 제네틱스’는
“소의 근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하나로 고기 1만㎏을 생산할 수 있으며,
소 150마리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만으로 현재 전 세계 연간 육류 소비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한다.
이 업체에 따르면 배양육은 이전 육류 생산 방식에 비해 토지와 물 사용을 각각 최고 90%,
96% 절약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게는 96%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양육 산업,
불가피한 선택인가.
“늘어나는 인구와 육류 소비량을 감당하면서 글로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배양육,
대체육 등 새로운 육류 대체품이 2060년까지 전체 단백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차지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신흥 국가들은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때문에 더욱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국도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축 수와 사육에 쓰는 땅을 줄여야 한다.
-배양육 맛은 어떤가. ‘진짜 고기’와 얼마나 비슷한가.
“배양육 제품은 우리가 잘 알고,
좋아하는 ‘진짜 고기’ 맛과 다를 바 없다.
새롭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한 음식 평론가는 업사이드푸즈의
닭고기를 처음 맛본 이후 ‘(양계 업계가 대량생산을 하며 포기했던) 예전 닭고기 풍미가 나고,
가장 닭고기다운 닭고기 맛이었다’고 평했다.
입맛 까다로운 음식 평론가에게 인정받을 만큼 배양육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 중이다.
◇독도 새우,캐비아,매머드 고기까지
배양육 업체들은 소·돼지·닭 등 일반 가축뿐 아니라 오래전에 멸종한 매머드 고기까지 부활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업 ‘바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네모 과학박물관에서
매머드의 DNA를 활용해 만든 배양육 미트볼을 공개했다.
매머드의 DNA 정보를 기반으로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을 배양해,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의 고기를 재현한 것이다.
배양육 공론화를 위한 일회성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독도 새우 배양육을 만든 데 이어,
지난해엔 새우 배양육을 가공해 철갑상어 알 ‘캐비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제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된 철갑상어를 해치지 않으면서 캐비아를 맛볼 대안이 생겨난 것이다.
발목을 잡았던 ‘가격’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배양육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배양육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첫 햄버거 패티용 배양육은
한 장에 약 33만달러(약 4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는 배양육 패티당 9.8달러(약 1만3000원)로 생산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2021년 이스라엘의 푸드 테크 기업 ‘퓨처미트 테크놀로지스’는 닭고기 배양육 100g을 4달러에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01~2021년 배양육 생산 비용은 매년 평균 45% 감소했다며 “2030년이면 배양육과 일반 고기의 생산 비용이 동등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발전은 시장에 참여하는 배양육 기업들과 글로벌 투자액 증가에 힘입어 빨라질 전망이다.
GFI에 따르면,
배양육 기업은 2019년 60곳에서 지난해 174곳이 돼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글로벌 연간 투자액도 6500만달러에서 2억2600만달러가 돼 약 3.5배로 증가했다.
다만 ‘배양육은 가짜 고기’라는 편견,
아직은 높은 가격과 다소 이질적인 맛,
‘축산 농가 보호’ 등과 같은 장애물도 적잖다.
GFI가 미국에서 진행한 세대별 배양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중 배양육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가장 긍정적이었던 M세대(1981~1996년 출생)도 ‘긍정적’ 답변 비율이 43%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NA가 복제될 때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양육의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기술적 검증이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다.
-배양육 산업의 장애물은
“가장 큰 장애물은 정부의 연구·개발 및 제조 기반 시설 투자 부족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항공기 등 운송 수단의 탄소 절감을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은,
대체 단백질의
역대 공적 자금 전체의 84배에 달했다.
축산업은 세계의 모든 운송 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기후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데도 탄소 절감을 위한 투자액이 차이가 나는 것은,
대체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산업 부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투자뿐 아니라 제조 기반 시설 확충,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배양육 등 대체 단백질 식품 분야는 2050년까지 980만 일자리와 1조1000억달러라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잠재력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정부가 배양육 연구에 연간 44억달러를 투입하고,
57억달러를 상업화에 투자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배양육 산업을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서도 논의 활발
국내서도 최근 정부가 배양육 상업화의 길을 열어주면서 산업에 탄력이 붙었다는 해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 세포 배양 식품 원료를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 개정 고시를 발표한 것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북 지역을 세포 배양 식품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하고,
동물이 살아 있을 때 세포를 추출할 수 있도록 특례를 허용하는 등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진다.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배양육 시장은 일부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은
아직 배양육이 일반 육류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 비용이 낮거나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술 연구와 시장 동향 파악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GFI에 따르면,
한국의 배양육 투자액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10만달러로,
투자 규모 기준으로 전 세계 8위다.
1위인 미국은 17억4900만달러,
2·3위인 이스라엘(6억5700만달러)·네덜란드(1억9300만달러) 등과 격차가 큰 편이다.
-한국 기업들의 배양육 기술력을 평가하자면
“최근 한국의 배양육 스타트업 ‘티센바이오팜’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무게 10㎏짜리 배양육 시제품을 공개했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뛰어난 수준이라고 본다.
최근
경북에 조성된 세포
배양 식품 클러스터는 새로운 실험실,
품질 관리실,
연구 센터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앞으로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
-한국이 배양육 시장을 선도할 수 있나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나 기업들의 기술 개발 상황 등을 보면 한국이 배양육 업계 선두가 되겠다는 포부가 크다고 본다.
식량 공급망이 무너지고,
기후 불안정성이 커지는
‘글로벌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한국 등 전 세계가 더 적극적으로 배양육 산업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AI 디바이드’
시대,
당신은 준비됐나요
[WEEKLY BIZ] [Cover Story] AI는 ‘일 근육’ 키우는 도핑과 같아...임금 격차 크게 벌어질 수도
미국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선 요즘 “이제 챗GPT 없이 일하는 건 상상도 못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아이오와주(州) 중개업자인 JJ 요하네스씨는 “최근 매물로 나온 방 4개짜리
주택에 대한 온라인 소개
글을 몇몇 키워드와 함께 챗GPT에 맡겼는데,
혼자서 썼더라면 1시간도 넘게 걸릴 글쓰기가 5초도 안 걸렸다고 CNN에 말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는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법무 법인 린 박시영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업무 중일 땐 판례를 검색해 확인하곤 하지만,
급하게 이동하거나
시간이 촉박할 땐
퍼플릭시티 등 생성형 AI 검색 엔진을 종종 활용한다며 “최근엔 임의 경매 관련 내용을 물었는데 관련 판례까지 줄줄 검색돼 초임 변호사의 리서치 수준과 엇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처럼 AI를 능수능란하게 업무에 활용하는 AI 네이티브(원어민)가 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무서운 ‘AI 디바이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격차를 일컫듯,
AI 디바이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격차를 의미한다.
프레더릭 안실(Anseel)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교수는 “AI는 마치 운동선수들의 약물 복용(도핑)처럼 ‘지식 근로자를 위한 도핑’이 되고 있다며 “AI는 인력에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WEEKLY BIZ는 최근 ‘AI 디바이드’와 관련한 논문·보고서 및 설문조사를 분석해 AI 디바이드
현상을 심층 해부했다.
◇AI를 활용했더니…25% 더 빠르게,
12% 더 많이
최근 직장에선 생성형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보고서나 회의록을 몇 분 만에 뚝딱 만드는 사람과 몇 시간 동안 끙끙대는 사람으로 나뉜다.
외국계 기업의 PR
업무를 하는 최모(42)씨는 영어권
국가에서 18년 동안 살아 영어가 유창하지만 공식 영어 문건을 만들 땐 챗GPT와 AI 번역 프로그램 딥엘(DeepL)을 활용해 초안을 만든 뒤 수정·검토 역할만 한다.
“AI로 영어 초안을 작성하면 한 2시간 걸리던 영어 원고 작성 업무를 한 30분 정도면 해치울 수 있어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 향상은 통계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내놓은 보고서 ‘날카로운 기술적 경계를 넘어서: 지식 노동자 생산성과 품질에
미치는 AI 효과의 현장 실험적
증거 탐색’이 대표적 연구 사례다.
이 보고서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챗GPT4를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 사이 업무 차이를 계량해 냈다.
그 결과,
챗GPT4를 활용해 일을 한 측은 그러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12.2% 많이 작업을 해내고,
25.1% 더 빠르게 수행했다.
그만큼 생산성이 높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과제는 AI를 활용한 쪽이 그러지 않은 동료들보다 42.5%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냈다고 평가받았다.
비슷한 조사는 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생성형 AI앱인 ‘코파일럿’을 사용한 297명에게 물어본 결과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설문에 따르면,
코파일럿
사용자의 70%가 종전보다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68%는 작업 품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안실 UNSW 교수는 온라인 기고에서 “AI 활용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한 ‘인턴 군대’를 거느린 것 같다며 “일반 AI는 더욱 전문화된 또 다른 AI를 프로그래밍하고 실행하도록 도울 수 있어,
이들의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마법 같은’ 생산성 향상은 임금 격차를 벌릴 수도 있다는 게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예상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서 “2030년까지 (근로자)
총임금의 약 13%가 높은
수준의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전환돼 임금 상승을 일으키는 반면,
디지털 기술이 낮은 근로자는 임금의 정체 또는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직장인 “64%는 AI 업무에 활용 안 해
하지만 국내 직장에서 AI 활용 문화는 아직 널리 퍼지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WEEKLY BIZ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10~11일 이틀간 20~50대
직장인 1173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 업무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는 3분의 1가량인 422명(36.0%)에 불과했다.
‘활용한 적 없다’는 응답은 751명(64.0%)이었다.
연령별로도 20대 직장인만 업무에서 AI 활용 비율이 47.6%로 거의 절반에 육박할 뿐,
30대(32.4%)·40대(34.3%)·50대(33.8%) 등 30~50대 직장인 중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은 30% 초반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챗GPT를 이용한다’는 비율은 32.8%에 그쳤고,
유료 이용자는 전체 응답자의
5% 수준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방식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외 직장인들의 AI 활용도와 국내 직장인들의 AI 활용도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글로벌 HR 서비스 기업인 아데코 그룹이 지난해
23국에서 직장인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직장에서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는 답변은 70%에 육박했다.
이번 WEEKLY BIZ 설문을 보면,
국내 직장인들은 AI를 잘 다루는 사람과 잘 못 다루는 사람들 사이 직장 내 성과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AI를 잘 다루려 기울이는 노력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설문에서
국내 직장인들은 ‘직장 업무에서 AI를 잘 다루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사이 성과 격차가 앞으로 커진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71.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 들인 노력에 대해 묻자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 등으로 활용법을 공부했다’(40.3%·복수 응답)는 답변을 제외하면 ‘관련 수업을 들었다’(17.1%)거나 ‘관련 서적으로 공부했다’(10.7%)는 응답은 낮은 편이었다.
‘아무것도 들인 노력이 없다’는 응답률도 33.3%에 이르렀다.
◇1970~1980년대생도 AI 앞 위축될 수 있어
앞서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 차이로 나타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은 연령에 따라 확 다르게 나타나곤 했다.
대체로 젊은 층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고령층은
미숙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디바이드란 신풍조는 비교적 젊은 3050세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WEEKLY BIZ 조사에서도 30대 직장인이나 50대 직장인이나 직장에서 AI를 활용한다는 비율은 엇비슷했고,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수준도 ‘자료 검색’ ‘외국어 번역’ 등 초보적 수준에 머문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AI 디바이드는 디지털 디바이드와 달리 같은 젊은 세대에서도 처음부터 AI란 도구를 쭉 사용해 익숙해진 사람과 아예 이용하지 않아 낯선 사람들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는 같은 젊은 세대 안에서도 업무적으로 ‘절박한 필요성’이 있는지,
업무적으로 ‘빠른 업무 속도’보다는 ‘정확성’을 우선으로 하는지,
직장에서 AI 활용을 권장하는지 등에 따라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자칫 새 기술을 전향적으로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개개인 사이 AI를 다루는 능력 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치 디지털 디바이드로 키오스크에
주문하기를 두려워하는
고령층이 적잖은 것처럼,
앞으로는 AI만 보면 위축감이 드는 1970~1980년대생도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용자들이 AI에 ‘이러저러하게 해달라’고 하는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를 얼마나 요령껏 잘 작성할 수 있느냐가 AI 활용 능력을 가른다고 설명한다.
AI를 고차원적으로 활용하는 데엔 다소 교육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과정 정도는 몇 시간 만에도 익힐 수 있어 시급히 AI 사내 재교육이나 온·오프 강좌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난트 아르가왈 에드엑스(edX) 창립자 겸 미국 매사추세
공대(MIT) 교수는 CNBC에서 “(AI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 정제 및 입력 기술인) 프롬프트에 능숙할수록 이메일과 보고서 작성,
파워포인트 작성과 같은 작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서 “모든 이가 배워야 할 (프롬프트) 기초 사항은 2시간 정도면 익힐 수 있다고 했다.
이
모델은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실시간 질문과 답변이 가능해졌다.
/게티이미지
◇기업들,AI를 무기로
AI 격차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추세다.
일부 기업은 이미 AI를 활용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회사들은 이미 매장 재고
관리나 의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스는 AI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 식료품점 냉장고 이미지를 체크한 뒤 어떤 제품이 얼마나 부족한지 유통업체에 실시간으로 알린다.
벤앤제리스 모기업 유니레버의 캐서린 레이놀즈 대변인은 “AI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를 설치한 가게에선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제품이 신속하게 보충됐기 때문에 매출이 13%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의류 기업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에선 의류 디자인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해 초벌 작업을 하며 업무 효율을 높인다.
농기계
회사 존디어에
AI 카메라를 통해 잡초가 있는 곳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제초제를 더 효율적으로 뿌리는 방식을 개발했다.
존디어 측은 이런 기술로 지난해 800만갤런(약 3028만L)의 제초제 사용을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Macy’s)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들에 이메일을 보내고,
온라인으로 제품 설명을 추가하는 식의 맞춤형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AI를 마케팅·영업에 적극 도입한 기업들의 성과가 높아지면서,
AI에 서툰 기업들과의 성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올해 2월 딜로이트 글로벌과 포천이 ‘글로벌 CEO 서베이’를 통해 전 세계 CEO(최고경영자) 107명을 조사한 결과,
업무 자동화 부문에 생성형 AI를 채택 중이라고 답한 CEO는
58%에 이르렀고,
자동화
영역 외에도 생성형 AI를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CEO는 48%에 달했다.
이미 AI 기술이 각 기업들에 빠르게 이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선 윌머스(Wilmers)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생성형 AI와 불평등의 미래’란 연구 보고서에서 “일부 기업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다른 기업보다 훨씬 능숙하다는
점이 머지않아 입증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기업 사이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직원 임금 수준도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도 세계경제포럼에서 “AI 혁명으로 인한 격차는 우선 회사 차원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AI 기술을 채택하는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기업은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할 가능성이 높고,
AI 기술 구현하기를 꺼리거나 구현할 수 없는 기업보다 앞서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과 나라 사이도 격차 벌어져
시야를 넓히면 AI는 개인이나 기업 차원의 격차를 넘어,
한 국가 내에서 지역별 격차를 벌리거나 국가들 사이 차이도 벌리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미국에서 떠오르는 AI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은 챗GPT 월간 평균 검색 비율이 높아 AI 활용이 높은 지역으로,
루이지애나·앨라배마·미시시피주 등은 챗GPT 검색 비율이 낮은 곳으로 분류됐다.
미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도시화됐고,
소득이 높으며,
교육 수준이 높고,
아시아인이 많으며,
기술 관련 일자리가 많은 곳일수록 챗 GPT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이로 인한 미국 내 AI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이 보고서 내용이다.
지역을 넘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AI 디바이드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선진국은 인구 고령화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AI 도입에 대한 필요가 높은 반면,
개도국은 디지털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근로자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AI 도입에 대한 동기가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 블로그에서 “저소득 국가 상당수는 AI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나 숙련된 인력이 없어 (국가 사이) 불평등이 심해질 위험이 커진다며 “국가는 포괄적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AI 기술에) 취약한 근로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디바이드(Divide·격차)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격차를 뜻한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와 같은 하드웨어적 차이에서 발생했다면,
AI
디바이드는 AI에 무엇을
물어보고 어떤 답변을 이끌어낼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능력 차이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