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상민 右동훈, 윤석열 정부 안위를 좌우한다


‘윤 대통령 아바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태원 참사 직후 문책 경질했더라면…
국민정서 무시하고 성공한 정권 없다
“국정기조 전환” 신호는 개각이어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는 아니라고 쓴 적이 있다.
술은 입에도 안 대고,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며, 말 잘하고 옷도 잘 입어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의 아바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인 듯하다.
한동훈과 함께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그는 첫째, 윤 대통령의 술친구 소리를 듣는다.
둘째, 외모만 은근 비슷한 게 아니다.
이태원 참사 때 압구정동 자택에서 일산 사는 운전기사 기다리느라 85분이나 지체했다.
권위주의적 꼰대가 분명하다.
셋째, 그러고도 참사 다음 날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둥 국민 억장 무너지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도 윤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 장관이 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2022년 말 대통령에게 간곡히 말했다고 썼다.
그때 대통령이 입법부 수장의 말을 경청했더라면 정부가, 국회가 지금처럼 꽉 막히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왜곡’이라며 펄쩍 뛰었다.
회고록대로 윤 대통령이 ‘김 의장 말이 맞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결정을 못 하겠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을 술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일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가 됐다’고 김 전 의장이 썼듯, 이상민은 윤석열 정부의 안위(安危)를 좌우한 인물로 기억될 게 틀림없다.
윤 대통령 인사의 상징이 이상민이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인 그는 검찰 아니면 동창이라는 윤 대통령의 친목 인사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윤 정부 인사가 대개 그렇듯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도 거리가 있다.
판사 출신이면서도 위장전입, 세금 체납, ‘아빠 찬스’, 전관예우 등을 두루 드러내며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돼 정부 출범부터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런 그가 윤 대통령과 싱크로율 100%라는 말까지 듣는 건 나라와 국민의 비극이다.
의대 증원에 대해 이상민은 3월 KBS에 나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2000명을 요술방망이 두드리듯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협이나 의대 학장들과 긴밀한 협상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4월 총선 직전 대국민 담화에서 한 말과 거의 비슷하다.
반면 법원은 결정문에서 “2000명이란 수치가 제시된 건 증원 발표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했다.
최측근 장관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있다면 국가의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능력 있는 인사라고 하기도 어렵다.
한동훈 역시 4·10총선에서 ‘강감찬 아님’을 드러냈지만 이상민은 더하다.
장관 주재로 6월 21일에도 20번째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으나 사흘 뒤 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 큰불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회에서 이상민이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태원 참사 1주기 때 말과 흡사하다.
그래서 이상민이 진작 문책 경질됐으면 오송 참사, 채 상병 사건처럼 무책임한 정부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법복 귀족’ 출신 윤 대통령은 ‘딱딱 법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장관이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국민 정서 무시하고 성공한 정권은 없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국민에겐 박절하면서 내 식구, 내 사람만 싸고도니 윤 대통령 지지층도 70대 연령층 빼고 계속 돌아서는 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 29일 윤 대통령과 회동을 갖기 전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 것도 이태원 참사에 연루된 내각 인사, 즉 이상민 장관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였다고 한다.
‘물밑 조율’을 했다는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정의 동반자’ 이 대표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 등을 먼저 꺼냈으나 이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이 먼저라며 특히 참사 관련 인사 조치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때 윤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한동훈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며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이러다 다 죽는다”고 ‘윤심 후보’ 원희룡은 죽는소리를 했다.
한동훈이 누굴 죽일지, 아니 거꾸로 국민의힘과 나라를 살릴지는 두고 봐야 안다.
그러나 대통령의 왼팔 이상민은 이 정부를 살릴 수 없다.
나라의 안녕이나 국민과의 화해는커녕 헤어나올 길 없는 위기로 몰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윤 대통령은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yuri@donga.com

‘검사 위에 여사’ 나라, 부끄럽다

“내가 권력 잡으면 검찰이 알아서…” 하더니
5공 때 ‘육사 위에 여사’ 같다… 야권 조롱
관저 정치·비선 논란 왜 끊이질 않나
국민 마음 읽는 대통령으로 돌아오시라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BR> 2023.11.26.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
2023.11.26.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특검, 공수처, 검찰의 철저한 수사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가 난무해도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은 평생 검찰청 한 번 안 가보고 산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책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웠다는 주민을 소환한다는 뉴스에 내 첫 느낌은 ‘에고, 겁나겠다’였다.
그런데 다행이다.
21일 조사받은 권성희 씨는 마침 변호사였다.
“범죄의 증인이나 증거를 가진 국민은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가 신의 목소리를 듣고 제보했다는 것도 신기하고 신비롭다.
3일 ‘4402’라는 소리를 듣고 사사공의, 즉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의(公義)를 취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는데 때마침 이원석 검찰총장이 디올백 신속 수사 지시를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언론에 제보했다는 거다.
보통 사람도 이럴진대 윤 대통령은 사사로움 때문에 공의를 버리는 듯한 모습이다.
“윤석열의 사전엔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고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수락하며 연설하더니, 자신이 당했던 ‘총장 패스 인사’ 판박이로 김 여사 관련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싹 갈아버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인도 ‘단독 외교’로 논란인데 자그마한 파우치 하나가 뭐 그리 중하냐고 볼 수도 있다.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수사든, 특검이든 규명할 일이다.
그러나 김 여사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국힘 참패에 큰 영향을 미친 데다 앞으로 우리 삶도 좌우할 수 있어 그냥 넘기기 어렵다.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으나 4·10총선에서 민주당 지지로 변심한 이들, 특히 수도권 유권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슈가 디올백 문제였다(동아시아연구원 민주주의연구센터 소장 강원택 서울대 교수 최근 연구). 이종섭-황상무 논란, 물가 상승, 의사 파업은 그다음 문제였다.
물론 윤 대통령은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을 사과하긴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러고는 검찰 수사 지휘부를 측근으로 교체한 것은 대국민사과를 뒤엎은 것과 다름없다.
16일 153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공개 일정을 계속하는 김 여사의 표정은 내 남편, 검찰공화국 대통령이 다 정리했다는 팽팽한 자신감이었다.
비교하기 내키진 않지만 5공화국 때 나돌던 유행어가 ‘육사 위에 여사’였다.
신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를 빗대 나온 말이다.
요즘 야권에선 ‘검사 위에 여사’라고 조롱한다.
정부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선택적 법 집행인데 이래서야 검찰이 암만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대도 공정하다고 인식될 수 없다.
사회적 정의로서의 공정성 인식이 시민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남편 잘 만나 수사도, 처벌도 안 받는 나라라니 과거 대통령 탄핵 때 외치던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검사 위 여사’의 나라가 겁나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윤 대통령 취임 전 공개된 김 여사 녹취록대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김 여사는 인터넷 매체와의 통화에서 비판적 매체를 거론하며 “내가 권력을 잡으면 거긴 무사하지 못할 거야. 권력이라는 게 우리가 안 시켜도 검찰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래서 무서운 거지” 말한 바 있다.
‘내’가 권력을 잡는다는 인식도 위험하지만 권력의 주구라는 검찰 권력에 대한 통찰은 더욱 섬뜩하다.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깊어지고 국힘이 총선에 패배한 뒤, 비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불길하기 짝이 없다.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이 나오고 함성득-임혁백이 대통령의 ‘이재명 대통령 밀어주기 거래’ 같은 발언을 밝혔는데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공교롭다.
이 때문에 용산 근처에선 VIP1, 2를 넘어 ‘VIP제로’ ‘대리 격노’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다.
야권에선 마침내 탄핵을 공식 거론했지만 ‘개딸들의 나라’는 지금보다 더 비민주적이고 끔찍할 것이 틀림없다.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싶은 이유다.
3년은 한참 길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저에 대한 지지와 성원이 언제든지 비판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국힘 후보 시절 연설을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지도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아쉬운 대로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라도 서두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