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 빠르게 커진 진화의 대가는 노화 취약성

인간의 뇌가 진화하면서 가장 많이 확장된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이 노화에는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의 뇌가 진화하면서 가장 많이 확장된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이 노화에는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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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침팬지 등 다른 동물과 비교해 뇌가 크고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이점을 얻었다.
하지만 뇌의 진화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펠릭스 호프스태터 독일 율리히 신경과학 및 의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인간의 뇌가 진화하면서 가장 많이 확장된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이 노화에는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과 침팬지의 뇌를 비교하고 인간 뇌 전전두엽 피질에서 노화 징후인 회백질 감소 현상이 가장 크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연구결과를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했다.

인간은 침팬지와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이후 600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뇌의 크기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모든 뇌 영역이 똑같이 커진 것은 아니다.
언어와 기억, 시간 지각, 의사 결정처럼 복잡한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 영역은 뇌의 다른 부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장됐다.

연구팀은 진화와 뇌 노화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을 이용해 인간과 침팬지(학명 Pan troglodytes)의 뇌 지도를 만들었다.
9~50세 사이의 침팬지 189마리와 20~74세 사이의 사람 480명의 스캔 데이터를 분석했다.

먼저 인간과 침팬지의 뇌에서 나이에 따라 회백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조사했다.
뇌의 회백질은 신경세포의 세포체가 모여 있는 곳으로 보통 노화가 진행되면서 회백질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인간은 전전두엽 피질을 포함한 전두엽 피질에서 회백질이 가장 많이 감소한 반면 침팬지는 습관 형성, 보상 행동에 관여하는 영역인 선조체에서 회백질 감소량이 더 컸다.

인간과 연령, 성별이 같은 침팬지의 뇌 스캔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인간에서는 대뇌 피질이 확장된 정도와 대뇌의 노화 위험도가 관련있다는 사실도확인됐다.
침팬지에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전두엽 피질 손상은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다양한 치매 질환과도 관련 있다.
연구팀은 "인간 대뇌 피질의 빠른 확장이 노화에 취약하다는 '대가'를 치렀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DNA·체액만으로 용의자 특정…과학수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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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파일 #1 해와 달이 된 오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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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홀로 오누이를 키우고 있던 39세 여성 임옥례 씨(가명)가 실종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임 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산 어귀에서 어슬렁거리던 호랑이 씨다.

정황을 살펴보면 호 씨가 떡을 팔고 돌아오던 임 씨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란 말로 꾀어 금품을 갈취했다.
그리고 인적 없는 곳에서 임 씨를 잡아먹은 것으로 의심된다.
하지만 호 씨가 임 씨를 잡아먹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임 씨의 시신도, 임 씨를 살해하는 데 활용된 도구도 찾지 못했다.

당신이 위와 같은 가상의 사건파일 속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라고 상상해보자. 시신도, 흉기도 없는 살인사건을 밝히기 위해서 당신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다.
2015년 설치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형사사건의 감정물에서 DNA를 감정하는 일부터 디지털 범죄 수사, 사이버 범죄 수사 등 다양한 과학수사 업무를 수행한다.

형사사건 발생 이후 과학수사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이렇다.
우선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범죄현장에서 얻은 증거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다.
경찰은 이 감정 결과를 토대로 수사한 뒤 용의자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기소의견을 보낸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고 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기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기록을 토대로 수사해 법원에 기소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에 간혹 잃어버린 퍼즐이 한두개씩 보이곤 한다.
다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호랑이가 임씨를 잡아먹었을 것이라는 정황은 포착되나 살인을 입증할 시신과 살해도구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럴 때 검사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를 찾는다.
과학수사부에서는 증거물을 더 면밀히, 촘촘히 살펴보며 수사의 마지막 퍼즐을 채운다.

○ 미세조직 DNA로 조직의 출처나이 알아내

“아니, 막말로 그 아주머니가 그냥 어디 여행이라도 잠깐 간 걸 수도 있잖아요? 왜 이렇게 내가 죽였다고만 말씀하는지 모르겠네~.

천연덕스러운 호 씨의 말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지만 일단 참아본다.
현재 확보한 증거는 임 씨가 실종된 산 인근에서 발견된 임 씨의 앞치마가 전부다.
여기서 임 씨가 살해당했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얻을 수 있을까.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로 향했다.

이환영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와 함께 극소량의 조직 샘플로부터 추출한 DNA를 활용해 이 조직이 어떤 인체 조직인지, 이 조직의 주인은 몇 살이었을지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2023년 9월 30일 국제학술지 ‘포렌식 사이언스 인터내셔널: 제네틱스’에 발표됐다.
(doi: 10.1016/j.fsigen.2023.102940)

이 연구에 참여한 김종식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연구사를 2023년 12월 11일 오후대검찰청에서 만났다.
그는 “범죄현장에서 DNA를 발견하고 나면이 DNA가 DNA 데이터베이스 안에 들어있는지 대조한다면서 “그런데 DNA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DNA 신원확인정보는 제한적이라DNA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지점이 아쉬워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의 DNA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DNA 신원확인정보는 중대범죄의 수형인과 구속 피의자 등의 것이다.
만약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데이터베이스에 없다면 DNA는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DNA에는 여전히 그 주인에 대한 아주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김종식 연구사는 그중에서 ‘메틸화 패턴’에 집중했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심장, 뇌, 근육 등 조직은 모두 하나의 DNA에서 온 정보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같은 DNA를 보고 다른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내는 비법이 바로 DNA 메틸화다.

DNA 메틸화는 DNA 속 사이토신 염기에 메틸기를 붙여 그 부분의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진핵세포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때 쓰는 방법 중 하나다.
DNA 메틸화 패턴은 같은 사람의 체내에서도 조직에 따라 달리 분포한다.
나이에 따라 메틸화 패턴이 달라지기도 한다.
김종식 연구사는 “사람의 조직마다, 나이마다 달라지는 DNA의 메틸화 패턴을 찾고이를 토대로 수학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탄생한 DNA 감식 기술로는 살인을 입증할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도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범행도구에 묻어있는 아주 작은 조직의 DNA 감정을 통해 해당 조직이 신체의 어느 부위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만약 뇌, 심장 등 주요 장기의 조직임이 판정된다면 대상자가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DNA의 메틸화 패턴을 통해 조직 주인의 나이도 짐작할 수 있다.

김종식 연구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제공

김종식 연구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제공

DNA 메틸화 패턴을 이용해 나이를 예측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한국인 20명의 신체 조직 샘플을 이용해 실험했다.<BR> 각각의 점은 조직 샘플 하나에 해당하며, 이 점이 점선에 가까울수록 예측 결과가 정확하다는 뜻이다.<BR>  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 Genetics 제공

DNA 메틸화 패턴을 이용해 나이를 예측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한국인 20명의 신체 조직 샘플을 이용해 실험했다.
각각의 점은 조직 샘플 하나에 해당하며, 이 점이 점선에 가까울수록 예측 결과가 정확하다는 뜻이다.
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 Genetics 제공

● 김종식 연구사의 DNA 연구 뒷이야기

김종식 연구사가 DNA 메틸화 패턴 연구를 시작한 건 작은 증거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보를 얻기 어려워 버려지는 DNA가 아까웠습니다.
어떻게든 조금 더 쓸 수 없을까 고민했던 거죠.

담백한 그의 말에서 과학수사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 미생물이 알려주는 체액의 역사

앞치마에 묻어있던 아주 작은 조직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DNA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이 조직이 임 씨의 심장 부근에서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임 씨는 사망한 게 맞았다.
이제 남은 퍼즐은 단 하나. 호 씨가 임 씨를 ‘잡아먹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타액, 피, 질액, 정액 등 체액은 몸 밖으로 배출되면 그때부턴 미생물의 먹이다.
따라서 시체에 꼬이는 벌레의 수와 종류 등으로 시체 유기 장소를 특정하는 법곤충학과 비슷한 원리로 미생물의 종류와 수를 이용해 체액의 종류를 특정할 수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이 점을 활용해 지난 2023년 3월 ‘체액 식별 모델 구축 장치 및 방법과 체액 식별 모델을 이용한 체액 식별 장치 및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 연구를 이끈 김성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연구사는 “법생물 DNA 감정은 인간 이외에 다른 생물을 감정하는 분야라며 말문을 열었다.
양귀비, 대마, 환각버섯처럼 인터넷에 유통되는 마약생물의 원료를 감정하는 것부터 성폭행, 폭행 등 사건에서 찾은 체액을 감정하는 것까지 모두 법생물학 DNA 감정의 영역이다.

김성민 연구사는 “혈흔의 경우 다양한 미생물 중에서도 슈도모나스(Pseudomonas)가 우세하게 나타나고질액흔의 경우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가 우세하게 나타나는 등 미생물 분포에 차이가 있다면서 “체액에서 추출된 DNA를 분석해 체액의 종류와 체액의 주인이 누구인지 신원확인을 한 번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액 식별을 위해 기존에 활용하던 방식의 경우, 시료량이 많이 요구됐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환경 미생물 DNA 분석기술을 적용하면 극소량의 증거물로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성민 연구사는 이번에 개발된 환경 미생물 DNA 분석기술을 활용했다면 풀어낼 수 있었던 사건에 대해 회상하며 말을 맺었다.

“실제로 검사가 감정을 요청한 사건 중에 창틀에 묻은 혈흔의 주인이 누구인지 추적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피해자는 자신이 치질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 자신의 치질 환부에서 나온 피를 몰래 훔쳐다 묻힌 게 아니냐고 주장했죠.

당시엔 이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합니다.
혈흔을 통해 이 피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낼 수 있고혈흔 속 미생물의 분포를 분석해 이 피가 항문 근처에서 나온 것인지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이게 (이 일을 하는) 재미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엔 ‘못합니다’ 했던 일도 이젠 ‘네, 됩니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어느 날 새벽,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담당 연구사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아니 피가 섞인 침이 있더라고요!라고 했다.
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니까 임 씨의 앞치마에서 발견된 체액흔 중 하나에 호 씨의 타액이 섞여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었다.
호랑이 침이 떡 파는 이의 앞치마에서 ‘우연히’ 발견될 리 없다.
마지막 퍼즐이 들어맞았다.

김성민 연구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제공

김성민 연구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제공

● 김성민 연구사의 미생물 연구 뒷이야기

김성민 연구사의 연구 분야는 ‘인간을 제외한 전부‘다.
매머드부터 식물, 어류, 버섯, 그리고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유전정보를 분석해 다양한 생물을 감정해야 하는 그의 무기는 인공지능(AI)이다.

“특히 식물의 동정은 한 가지 유전자 표식으로만 하기 어려워요. 분류군 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 AI가 활용됩니다.
앞으로 AI를 활용하면 유전자 속 패턴을 더 잘 구별할 수 있게 될겁니다.
그 기반이 될 연구가 이번 (체액 속 미생물 분포)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 11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이한철 연구관이 흰 천 위에 자외선(UV) 조명을 비추자 보이지 않던 체액의 흔적이 밝은 얼룩 모양으로 드러났다.<BR> 과학동아 제공

2023년 12월 11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이한철 연구관이 흰 천 위에 자외선(UV) 조명을 비추자 보이지 않던 체액의 흔적이 밝은 얼룩 모양으로 드러났다.
과학동아 제공

사랑하는 사람 잃으면 생물학적 노화 '진짜' 빨라진다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우리 몸에 큰 충격을 준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우리 몸에 큰 충격을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큰 상실감과 함께 우리 몸에 변화를 일으킨다.
미국 연구팀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실제로 생물학적 노화가 더 빨리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어렸을 때 겪은 상실의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고 상실을 여러 번 겪은 사람들의 노화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앨리슨 아이엘로 미국 컬럼비아대 메일맨 공중보건대학원 교수가 이끈 공동연구팀이 추적 조사와 DNA 분석을통해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몸의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공개했다.

생물학적 노화는 세포, 조직, 장기의 기능이 점점 저하돼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시계' 역할을 하는 DNA 마커를 사용하면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까운 사람의 상실이 어떻게 건강 악화와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생물학적 노화가 한 가지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에 걸쳐 20년 넘게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 대상자를 선정했다.
1994~1995년 10대 청소년 2만745명을 대상으로 시작해 2018년까지 연구 설문을 5번 진행한 참가자들을 추적했다.
이어 2018년에 가정 방문 조사에 응한 4500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DNA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검사 대상자의 약 40%가 성인기에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를 잃는 한 번 이상의 상실을 경험했으며 상실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생의 몇몇 단계에서는 상실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상실의 누적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실은 모든 연령대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어린 시절이나 초기 성인기에 부모나 형제를 잃는 것은 정신건강·인지 문제, 심장질환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두 번 이상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생물학적 노화와 더 밀접하고 그 정도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엘로 교수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에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증·필수 의료 수가 인상한 정부…의료계 "기존 한국 의료 안 돌아올 것"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방송이 중계되고 있다.<BR> 연합뉴스 제공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방송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힌 정부가 중증·필수 분야의료수가개선에본격적으로 착수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이 이뤄지는 이상 중증·필수 분야의 의료 붕괴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이번 실행방안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생명과 직결된 800개 중증수술과 마취 수가가 대폭 인상된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올리거나 현행 50%보다 높여야 한다.
또 지역과 병상에 따라 일반병상은 5∼15% 감축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선 전공의 지도전문의에게 1인당 최대 8000만 원을 지원해야 한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중증·필수 분야의 적은 보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2027년까지 불균형적 저수가 체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1차 실행방안은 인력 수급 추계·조정 시스템 구축,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통한 의료공급·이용체계 정상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필수의료 공정보상 체계 확립 등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난제들에 대한 해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특히 필수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어렵게 하고 자긍심을 저해해 온 중증·필수 분야의 적은 보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도록 2027년까지 저수가 체제를 종식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의료개혁 재정투자 방안은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함으로써 국가재정이 필수·지역의료 강화의 견인차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대교수 "IMF 외환위기 4년 만에 극복했지만 한국 의료는 돌아오지 않을 것"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이 심의·의결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4년 만에 이겨냈지만, 증원이 이대로 진행되면 한국 의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비는 "9월 9일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돼 2025년 정원이 증원된 채로 입시가 진행되면 더 이상 한국 의료는 희망조차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의료 위기는 없다는 발표를 보면서 IMF 사태 20일 전까지 외환위기는 절대 없다고 장담하던 1997년이 떠올랐다"며 "의료대란은 지방과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적인 의료 붕괴가 시작됐다"고 했다.

이들은의료 대란의 원인 제공자로 윤석열 대통령을 꼽으면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붕괴는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다"며 "비(非)필수과만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의사가 부족해서 필수과를 안 한다고, 의대 증원으로 낙수 효과를 통해 필수과를 채워야 한다고 국민을 선동하느냐"고 질타했다.

전의비는 "국회는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해 정부가 현실을 직면하게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부는 스스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전공의와 학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국민 건강과 한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처분의 효력정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망을 갖고 필수·지역의료에 전념할 수 있게 증원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함께 의료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 "멈출 수는 없다"는 등의 표현을 동원해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동해 심해 유정 '홍게', 석유시스템 핵심조건 시추로 최초 확인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 동해 심해유전 특별 심포지엄′에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에너지연구센터장이 발표하고 있다.<BR> 부산=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f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 동해 심해유전 특별 심포지엄'에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에너지연구센터장이 발표하고 있다.
부산=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정부가 추진하는 동해안 심해 석유가스 시추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유망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탐사 결과가 나왔다.
동해 가스전 유망구조 7곳 중 하나인 '홍게'에서 심해 석유가스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지층 구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자파나 지진파를 통해 확인하는 물리탐사가 아닌 실제로 지하에 구멍을 뚫어 채취한 샘플을조사하는 시추탐사에서이같은 지층 구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실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이르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 동해심해유전 특별 심포지엄'에선 2015년 시작된동해안 유정(석유를 채취하는 구멍) '홍게'의 시추탐사 결과가 최초로 공개됐다.

이날 홍게 시추탐사 결과를 발표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에너지연구센터장은 "석유가 스며들 수 있는 사암층과이 석유들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암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심해에서 석유가스 생성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선 4가지 지층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석유 가스가 생성되는 기반암, 생성된 석유 가스가 저장되는 저류암, 석유 가스를 저류암에 가둬주는 덮개암 그리고 석유 가스가 집적될 수 있는 지질 구조인 트랩이다.
저류암은 사암층으로 이뤄지며 덮개암은 이암층으로 구성된다.

앞서 홍게에선 전자파 등을 활용하는 물리탐사를 통해 이 4가지 조건이 모두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시추 장비로 특정 깊이에서 채취한 샘플을 통해 지층 구조를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시추탐사에서 이러한 조건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확인된 홍게의 지층 구조는 단순히 석유가스 생성 조건을 충족한 것에서 나아가 석유가스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양질의 환경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이번에 확인된 저류암인 사암층의 공극률은 17%로 석유가스가 저장되는 데 아주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저류암은 석유가스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4가지 조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류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는 공극률과 같은저류암의 퀄리티(질)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리 파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샴페인캠퍼스 교수 또한 "이때까지 실패한 석유 가스 시추 사업 중 70%는 저류암의 질이 떨어지는 등 저류암과 관련한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홍게에 대한 이번 시추 탐사 결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패를 점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석 센터장은 "다만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탐사하는 울릉분지에 석유가 저장될 만큼 충분한 사암층이 형성돼 있는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시추 탐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나 또 다른 유망구조 탐사 프로젝트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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