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은 김 여사의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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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김 여사의 사과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함께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4.6.10/뉴스1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1일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항의 퇴장한 뒤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인사 개입·공천 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을 포함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12일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지금은 (의정 갈등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추석이 지난 뒤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명품 가방 수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온 뒤 처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여사 사건을 끝내지 못하고 15일 퇴임한다. 약속과 달리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떠넘기게 됐다.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이 결과를 보고 김 여사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은 지난 7월 20일 김 여사를 출장 조사해 특혜 논란을 빚었다.

김 여사 공개 행보에 ‘대통령 행세한다’ 비판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지난달 20일 이후 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고 있다.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8월 22일), 미국 상원의원단 초청 부부 만찬(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우자와 ‘케이(K)팝’ 엔터테인먼트사 방문(6일), 곧 공개될 추석 대국민 인사….

활발해진 김 여사의 행보에 불편해 하는 의견이 많다. 경향신문의 구혜영 정치부문장은 ‘김건희라는 비극2’ 칼럼에서 “더 이상 ‘순진한’ 분노로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 ‘충분한’ 분노가 필요하다” 라고 주장했다. ‘김건희라는 비극’이라는 칼럼에서 “‘김건희발’ 불의와 잘못에 익숙해지지 않는 (생전 처음 불의를 겪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순진한’ 분노가 필요하다”라고 쓴 것을 더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마포대교 현지 지도’를 인용하며, “전대 (문자) 파문과 달리 실제 정치를 했다고 봐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적 선출, 공정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김 여사가 단지 선출된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공천에 개입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무너뜨린 사건”이라는 것이다.

마포대교 사진이 논란이 된 데는 김 여사의 언행이 지적됐다. 중앙일보의 안혜리 논설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민생 행보’라는 칼럼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어려운 일 하는 현장 근무자를 챙기는 민생 행보라기보다 어쩐지 상급자의 현장 시찰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같은 행세”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우연이라기보다 기획된 연출로 비쳐

사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과 함께 명절 인사를 하고, 외국 귀빈을 접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직접 가지 못하는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 위로하고, 살피는 일도 의당 영부인의 몫이다. 그런데도 김 여사 행보가 칭찬만 받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안 위원은 김 여사의 비공개활동 공개가 “우연치곤 좀 공교롭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출장 조사가 특혜가 아니라고 말한 날 쪽방촌 봉사 사진이 공개됐다. 이렇게 불리한 여론이 끓어오르면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는 대신 ‘우연히 어딘가에서 찍힌 사진’ 같은 변칙적 언론 노출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용해지면 다시 광폭행보를 반복해왔다.

결론은 사과다

김 여사가 쪽방촌 벽지 바르기 같은 선행을 한 사진에도 댓글은 험악하다. 칭찬보다는 비난이 많다.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봉사 내용 자체보다 김 여사의 '민생 행보'를 노출한 시기와 방법이 이런 부정적 여론에 더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1일자 사설에서 “김 여사는 지금이라도 국민을 향해 자신의 잘못을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게 먼저다”라고 요구했다. “국민 법감정을 무시한 봐주기 결론이 나왔다고 곧바로 한마디 사과도 없이 공개 행보에 나서다니, 도대체 윤 대통령 부부는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것이다.

김 여사를 다룬 다른 사설과 칼럼들도 거의 일치한다. 안혜리 위원도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이라는 뻔한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선일보의 김 여사 역할 주문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尹 대통령 위해 金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칼럼으로 김 여사의 역할을 주문했다. 먼저 사과하지 않은 김 여사의 광폭 행보를 비판하는 다른 신문들과는 다른 시각이다. 그렇지만 이 칼럼도 김 여사가 국정과 정치에 깊이 개입하고 있고,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한 바탕에서 나온 주장이다.

양 주필은 “윤 대통령은 이 두 사람(한동훈과 이준석)과 경쟁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면서 이렇게 관계가 틀어진 배경에 김 여사가 있다고 추측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건 몰라도 부인에게 잘못한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데 이 대표도 그 경우”라는 것이다. 또 한 대표도 “김 여사 문제를 공개 지적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겐 불구대천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대통령을 위해 두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고언했으면 한다.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두 사람과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으면 윤 대통령의 위상이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고, 총선 결과도 달랐을 것이라고 양 주필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 동력을 축적하고 흩어진 여당의 정치적 기반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두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세력은 지지율이 추락한 윤 대통령이 돌파구를 찾아 정권 재창출해주기를 기대한다. 그 핵심이 김 여사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야당이 김 여사를 집중 공격하는 배경도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도 김 여사가 진솔한 사과로 빨리 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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