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쇼핑하고 산책해주고…외로움에 뜨는 '동반자 경제'

일러스트=김의균

일러스트=김의균

최근 중국에선 온라인에서 시간제 대화 상대로 일하는 20대가 많다고 한다.
물질주의 확산,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깊어진 외로움을 일회성 말동무로 달래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젊은 층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도 ‘외로움’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화된 삶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며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수는 2014년 1347만건에서 2022년 684만건까지 줄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산책 동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플 워커(People Walker)’가 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 척 매카시(McCarthy)가 2016년부터 시작한 서비스로, 고객과 대화하며 산책하는 대가로 1마일(1.6km)당 7달러를 받는다.
피플 워커는 성격 테스트, 신상 조사, 산책 인터뷰 등을 거쳐 엄선된다.
함께 걸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눈 고객들이 경험담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면서 한때는 50명 이상의 피플 워커를 고용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최근 매카시는 팬데믹으로 중단했던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홀로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함에 따라 대화, 쇼핑, 산책 친구 서비스와 같은 ‘동반자 경제(companionship economy)’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그 시장이 2025년까지 500억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챗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동반자 제품과 서비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 대신 챗GPT에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청소년도 많다.
2023년 세계 AI 동반자 시장 규모는 1970억달러로 2031년까지 연평균 3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로움과 고독은 사회적 이슈에서 소비 시장의 키워드로 전환됐다.
외로움 달래기 마케팅을 두고 한편에선 비윤리적 사용, 과의존으로 인한 고립 심화와 같은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동반자를 지향해야 한다.
 

"'마케팅 천재' 스위프트, 대중 보복소비 심리 꿰뚫어"미국 팝스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시저스 수퍼돔에서 '디 에라스 투어' 공연을 펼치는 모습./게티이미지 코리아

미국 팝스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시저스 수퍼돔에서 '디 에라스 투어' 공연을 펼치는 모습./게티이미지 코리아

“그녀가 코로나 끝나자마자 세계 각지를 돌며 대규모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세요. 공연에 대한 팬들의 목마름, ‘보복 소비’ 심리를 정확하게 자극한 겁니다.

홍보·마케팅 전문 기업 로토스나일에 몸담고 있는 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디렉터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색다른 관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 경제학)’란 용어를 만들어 낼 만큼 핫한 그녀를 ‘마케팅의 귀재’로 바라보고 해부한 것이다.
최근 ‘제국의 설계자(영어판 제목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하는 비즈니스 교훈)’란 제목의 책을 펴낸 그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스위프트 공연을 찾은 팬들은 1인당 1327.7달러(약 185만원)를 썼다며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잘 읽어낸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보복 소비 공략한 영민한 사업가

-스위프트의 사업적 면모가 잘 드러난 지점은.

“스위프트가 올해 말 끝나는 ‘디 에라스(The Eras) 투어’에서 버는 총수입은 2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스위프트의 6번째 콘서트 투어인 에라스 투어는 콘서트가 열리는 전 세계 도시 곳곳에서 엄청난 경제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스위프트노믹스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이는 스위프트가 코로나 사태 직후 대규모 월드투어를 기획하며 사람들의 보복 심리를 잘 건드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0년 코로나가 번진 뒤 대규모 공연 개최가 멈춰있다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에라스 투어는 문화 생활에 돈 쓰고 싶은 사람의 욕구에 불을 붙였다.

-스위프트는 ‘전략적 포지셔닝’에도 능숙하다는데.

그렇다.
 스위프트는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감정을 잘 반영한 음악을 내놓는 것으로 명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2020년 스위프트가 발표한 정규 앨범인 ‘포크로어’와 ‘에버모어’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그는 저서에서 팬데믹 때 나온 스위프트의 두 음반을 두고 ‘추운 방에 놓인 포근한 담요 같았다’고 썼다).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할 때에도 ‘소비자의 욕구’를 잘 반영한 셈이다.
앨범·공연 도시별 맞춤형 굿즈를 제작한 것 역시 사업가로서 스위프트의 영민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스위프트의 ‘진심 전략’이란.

“스위프트는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주창한 ‘호감의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업가다.
감사 표시와 칭찬, 성과 공유는 스위프트에 대한 직원들의 호감을 키웠고, 더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7월 자신의 공연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55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전달했다.
스위프트는 대행사를 쓰지 않고 본인이 소유한 기획사인 ‘13매니지먼트’를 통해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한다.
직원들이 진정으로 스위프트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기의 삶 담아낸 문학가

-스위프트의 음악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인가.

“스위프트가 만든 것은 음표로 구성된 노래가 아니라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언어’였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음악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주제로 승화해 왔다.
예를 들어, ‘유 빌롱 위드 미(You belong with me)’에 고등학생 시절 짝사랑 경험을 담아냈고, ‘소 롱, 런던(So long, London)’은 영국 배우 조 앨윈과의 결별을 암시하는 노래다.
지난해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미주리대 등이 스위프트의 작품을 주제로 한 문학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는데.

“스위프트는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음악 시장의 거물들과 직접 싸웠다.
2014년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음악을 뺐다.
이듬해인 2015년 애플이 애플뮤직 무료 체험 기간에 가수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자, 최신 앨범인 ‘1989′를 애플뮤직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애플이 무료 체험 기간에도 가수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예술가로서 비즈니스의 핵심 자산이 자신의 음악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으며, 뛰어난 ‘협상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준 것이다.

◇팬덤이란 고객 중심 비즈니스

-스위프트는 팬들과 적극 소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위프트는 팬들이 자신의 성공을 견인하는 소비자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소셜미디어 활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도 이미 마이스페이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팬들과 소통했다.
팬들의 소셜미디어 댓글에 직접 응답하고, 팬들의 피드백을 음악에 반영하기도 했다.
진정성 있는 교류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감정경제학적 접근’의 우수 사례라 할 수 있다.
스위프트는 앨범 발매 전 팬들을 초대해 ‘비밀 세션(Secret Sessions)’을 열기도 했다.
스위프트가 구운 쿠키를 나눠 먹으며 신곡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마치 팬들을 스위프트라는 기업 이사회의 일원인 것처럼 대우하면서 ‘충성도’를 강화하는 전략인 셈이다.

최근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분석한 책을 내놓은 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로토스나일 디렉터/로토스나일 제공

최근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분석한 책을 내놓은 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로토스나일 디렉터/로토스나일 제공

"치매 예방에 좋다" 보드게임의 새로운 타깃은 어르신들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보드게임페스타' 현장.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보드게임 팬들이 게임 테이블만다 몰려 게임을 즐겼다.<BR> /뉴스1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보드게임페스타' 현장.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보드게임 팬들이 게임 테이블만다 몰려 게임을 즐겼다.
/뉴스1

약 1700평(5645㎡) 규모의 너른 전시장에 게임 테이블이 수없이 깔리고,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까지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보드게임 페스타’. 16~17일 이틀 동안 열린 국내 최대 규모 보드게임 박람회인 이 행사장을 WEEKLY BIZ가 찾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성장했던 보드게임 시장은, 코로나가 물러난 뒤에도 어르신 치매 예방 도구나 아이들 교육 완구로도 주목받으며 저변이 넓어지는 모습이었다.

◇코로나로 28% 성장

‘보드게임 페스타’가 열린 킨텍스 현장은 보드게임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산업진흥원·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 체험 행사는 지난해에도 약 8700명이 참석하고, 올해도 약 9000명 규모의 관람객이 찾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람객들은 국내외 보드게임 400여 개를 체험하는 한편, 즉석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루미큐브’ 대회 등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람객은 “아이들이 휴대폰 화면이 아니라 손에 쥔 카드와 주사위에 집중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행사장이 아니라 집에서도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야외 활동이 주춤했을 때 급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 NPD 그룹에 따르면, 코로나가 유행했던 2020년 미국의 보드게임 판매액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21억달러(약 3조원)에 이르렀다.
중국에선 2020년에 보드게임 판매가 30% 증가(중국 보드게임산업협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를 거치며 보드게임 인기는 크게 확산했다.
한번 보드게임의 재미를 맛본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계속 즐기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지난해 135억6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보드게임 시장이 2032년 2.3배 수준인 317억1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가 보드게임의 신(新)동력

'2024 보드게임 페스타'에 전시된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보드게임/윤성현 인턴기자

'2024 보드게임 페스타'에 전시된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보드게임/윤성현 인턴기자

보드게임 시장을 두고 업계에선 특히 시니어 고객을 눈여겨보고 있다.
16일 보드게임 페스타가 열린 현장에서도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 보드게임 회사인 아스모디가 ‘액세스 플러스(Access+)’라는 시니어용 보드게임 브랜드를 소개했다.
자사의 베스트셀러인 ‘도블’ ‘타임라인’ ‘코텍스’ 등의 보드게임을 어르신도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기존 게임보다 카드 크기를 키우고, 오염에 강한 재질로 보완했으며, 이용자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시니어 대상으로 치매 예방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치매 예방 센터와 충남대 연구에서 경증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이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냈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복지관, 재가 노인 센터, 요양 시설 등에 보드게임 150세트를 기증했는데,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던 노인들이 보드게임을 즐기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기관 종사자와 이용자의 친밀한 유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다.
고령자들의 인지 능력을 높이고 사회적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의미 있는 효과가 있다는 학계의 연구 논문이 속속 나오며 문화 센터, 양로원, 치매 치료 센터 등에서 활용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23 대한민국 게임 백서’는 보드게임의 시니어 시장 확대를 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보드게임 기업과 보다 즐거운 삶을 추구하려는 고령 인구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앞으로도 이 분야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학생들에겐 교육 완구 기능까지

어르신뿐 아니라 학생들에겐 보드게임이 숫자 감각, 추론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완구로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드게임 페스타 현장에서 몇몇 부스는 순수하게 교육용 보드게임만을 위한 곳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방문한 학부모들은 ‘유아 정서 발달’ ‘공간지각’ ‘교과 연계’ 등 다양한 분야별 보드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고르는 모습이었다.
현장 직원은 “교사들도 보드게임을 직접 사러 온다면서 “교내에서 보드게임 인기가 많아 학급에 비치하는 교육용 완구로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드게임

종이나 나무, 플라스틱 등으로 된 판과 카드, 주사위, 나무토막 등 물리적인 도구를 활용해 진행하는 게임. 체스·바둑에서부터 할리갈리, 루미큐브, 젠가, 부루마불 등을 아우른다.

달랑 보낸 답변 문자 'ㅇㅇ'… 20대 "불쾌"·50대 "바쁘니까"일러스트=김영석

일러스트=김영석

“본인이 내린 지시에 대해 제가 ‘ㅇ’ 하고 답하면 기분이 좋을까요? 메신저에선 ‘ㅇ’ 한 글자만 ‘띡’ 보내니 이건 반말보다도 더 성의 없는 것 아닌가요.

지난해 판교의 한 스타트업에 입사한 A(28)씨는 그의 직속 상사인 크리스(35·가명)와의 메신저 대화가 영 불편하다.
요즘 여느 스타트업처럼 영어 이름을 쓰지만 그의 상사 크리스는 유독 메신저에서 대답할 때만은 ‘ㅇ’이라는 초성 하나만 보낸다.
A씨는 “효율적이란 핑계로 ‘ㅇ’ 하나만 보내는데 대표도 안 하는 효율성을 우리 상사만 추구하고 있다며 “메신저에도 기본 예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메신저 소통은 이미 업무의 한 부분이 됐다.
하지만 이런 메신저를 사용하는 형태가 세대별로 다르다 보니 갈등도 적잖다.
특히 생애 첫 통신 기기가 스마트폰이었던 세대가 최근 입사를 시작하면서 무선호출기(삐삐)나 2G(2세대 이동통신)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차근차근 전철을 밟아온 상사와의 괴리가 생기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날 때부터 스마트폰 메신저를 쓴 ‘요즘 세대’는 어떤 말투를 기분 나빠할까. WEELKLY BIZ가 ‘ㅇ’을 둘러싼 세대 간의 동상이몽을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설문은 지난 15~18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통해 직장인 1209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하다못해 ‘ㅇㅋ’이라도 보내지

먼저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세대 불문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업무 중 메신저를 통한 의사 소통에서 불쾌했던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업무용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대면 또는 통화 소통에 비해서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시킨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72.0%에 달했다.

‘ㅇ’ 또는 ‘ㅇㅇ’ 등 초성으로만 하는 대답에 기분이 나빴다는 것도 세대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형태로 상사가 답변할 때 기분이 나쁜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5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초성 답변이 싫은 이유를 묻자 ‘성의가 없어 보여서’란 의견이 많았다.
초성 답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전체의 41.0%가 ‘초성만 보내는 것 자체가 성의 없다’고 답했다.
18.4%는 ‘하다못해 ㅇㅋ이라도 보내지 ㅇㅇ은 너무 성의 없다’고 했다.
콘텐츠업에 종사하는 B(38)씨는 “특히 내 말에 반복적으로 ‘ㅇㅇ’이라고 받아치면 ‘나랑 대화하기가 싫은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했다.
‘ㅇㅇ’은 쓰는 사람에 따라 ‘응’을 옆으로 뉘인 것이라고 받아들이거나 ‘응응’ 또는 ‘예예’ 등으로 다양하게 읽는데, 이런 간단한 답변조차 전체를 타이핑 하지 않는 것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20대와 50대의 동상이몽

다만 세대별로 ‘ㅇㅇ’ 답변에 대한 호불호 정도는 차이가 났다.
초성 답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부정적인 의견(하다못해 ㅇㅋ이라도 보내지, 초성 답변 자체가 성의 없다, 이모티콘이라도 보내지)을 낸 이들의 응답을 모두 더하면 20대에선 85.1%, 50대에선 69.7%로 젊은 세대일수록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컸다.
반대로 긍정적인 의견(의미만 통하면 된다, 읽고 씹는 것보다는 낫다)을 모두 더하면 20대는 32.3%, 50대는 46.1%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0대는 ‘초성 답변 자체가 성의 없다(33.2%)’는 의견과 ‘서로 바쁜데 의미만 통하면 된다(32.1%)’는 의견이 비교적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의가 없다’는 답변이 1등이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20대에서 두 답변의 차이는 28.2%포인트였던 것과 격차가 컸다.
외국계 제약사에 다니는 C(49) 부장은 “‘ㅇㅇ’이 싫다는 것은 알겠고 나도 동의는 한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일은 언제 하냐며 “그렇게 치면 요즘 들어오는 신입들은 기본적인 통화 예절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일일이 지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젊은 꼰대’ 느낌까지 골치

이번 설문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상사(선배)와 부하 직원(후배)의 메신저 대화에서 20~30대가 의외로 이른바 ‘꼰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상사의 지시에 가장 흔히 쓴다는 ‘넵’이란 답변과 관련해 “’넵~’ ‘넵ㅋ’ ‘네ㅠ’ 등 변형이 거슬리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복수 응답) ‘거슬리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50대(36.2%)에서 가장 많았다.
오히려 40대(35.3%), 30대(29.0%), 20대(25.1%)로 젊을수록 ‘넵’의 변형이 더 거슬렸다고 했다.

20대는 특히 일상 대화에 쓰는 ‘웃음’ 메시지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 ‘:)’ ‘ㅋㅋㅋㅋ(지나치게 많은 ㅋ)’ ‘ㅋ(지나치게 적은 ㅋ)’ 등과 같은 웃음 표시 가운데 어떤 웃음이 제일 거슬리는지 묻자(복수 응답) ‘^^’은 16.9%, ‘ㅋㅋㅋㅋ’은 43.1%, ‘ㅋ’은 44.1% 등으로 답했다.
웃음 표시 ‘비호감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모두 높았다.
국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D(48)씨는 “인턴이나 비서 중에 ‘^^’라는 웃음이 음흉해 보인다든지 ‘:)’는 옛날 세대만 쓰는 거라든지 얘기하면서 날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의원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젠 웃음 표시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니 너무나 골치 아픈 시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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