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기자
복지부, 한 차례 약가 협상 연장 끝에 12월부터 적용
비급여 투여 환자도 급여기준 조건 따라 급여 적용 가능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그동안 치료제 부재로 환자 치료가 어려운 분야로 꼽혔던 비대성 심근병증.
최근 신약의 등장과 진단검사 급여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치료제가 이달부터 급여가 적용된다.
캄지오스' 제품사진.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한국BMS제약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제 '
캄지오스(마바캄텐)'를 12월부터 급여로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두꺼워진 좌심실 근육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차단해 호흡곤란에서부터 심부전, 실신, 심장 돌연사까지 발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희귀 심장 질환이다.
캄지오스는 oHCM의 발생 원인인 심장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로 2023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구체적인 적응증은 증상성(NYHA class II-III, 경증 및 중등증)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운동 기능과 증상 개선이다.
오랜 기간 동안 치료제 부재로 근본적인 치료 대신 오프라벨 약제로 증상관리만 이뤄졌던 상황에서 '
캄지오스'의 등장은 치료 패러다임을 뒤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복지부는 이달부터
캄지오스를 증상성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을 진단 받은 성인 환자로서, 베타차단제 또는 칼슘 채널 차단제로 4주 이상 치료했음에도 효과가 없을 경우 1차 치료제(베타차단제 또는 칼슘채널차단제)와 병용했을 때 급여로 적용하기로 했다.
최종 약가 협상결과 연간 대상환자 수는 1565명으로 예상청구액은 연간 약 352억원으로 예상된다.
한 차례 약가협상 기간을 연장해 책정된 약가는 캡슐 당 6만 1619원이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기존
캄지오스를 비급여로 투여받던 환자들이 급여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급여개시일인 2024년 12월 이전부터
캄지오스를 투여중인 환자는 최초 투여 시작 시점에 현행 급여기준에 해당함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고 가장 최신의 반응평가에서 LVEF, LVOT 기울기가 허가사항의 중단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급여를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급여 적용된 시점으로부터 급여기준에 따른 평가방법 및 투여중단 기준에 따라 지속적인 투여를 인정하며 객관적 평가결과를 첨부해야 한다.
복지부 측은 "반응평가를 위해 실시하는 심초음파의 경우 검사 급여기준에 따라 심장질환 산정특례 대상자가 해당 산정특례 적용기간 중 반응평가를 위해 실시하는 등 의학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급여 인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치료 환경 개선, 정부 ‘신약 가치 인정’ 의지에 달렸다
글로벌 시장서 혁신 신약 첫 출시 후 한국 1년 내 도입 비율 5% 불과
폐가 점차 굳어 가는 폐섬유증 진행을 막는 간질성 폐 질환 치료제 '오페브', 유방암 중에서도 공격성이 높아 난치성으로 분류된 삼중음성 유방암 분야에서 생존율 개선을 입증한 치료제인 '트로델비', 요로상피세포암 완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기립박수를 받은 '파드셉'…. 모두 글로벌 제약사에서 혁신 신약의 국내 도입을 위해 경제성 평가 우대를 신청한 주요 치료제다.
가장 최근인 올해 12월부터는 유전 위험도가 높은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제
캄지오스가 경제성 평가 우대 제도를 통해
길고 긴 논의를 끝내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변화를 유도하는 혁신 신약은 중증·희귀 질환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한국은 가격 인하에 집중된 약가제도 정책 효과로 혁신 신약의 환자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2023년 미국제약협회(phRMA)에서 발표한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첫 출시된 이후 한국에 1년 내 진입하는 신약은 비급여 도입까지 포함해도 5%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18%, 일본 32%인 것을 감안해도 낮은 수치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현실적으로 환자가 약을 쓸 수 있기까지는 평균 4년이 걸린다.
중증·희귀 질환의 치료 보장성 문제는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신약 접근성 확대를 통한 환자의 실질적 치료 환경 개선은 정부의 신약 가치 인정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신약의 혁신성 인정을 통한 환자의 치료 보장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실제 올해 2월 보건복지부는 제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중증·희귀 질환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혁신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은 등재 속도를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혁신성 인정 요건을 충족하는 약제는 탄력적으로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값을 적용할 방침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강조했다.
급여 희망 고문에 애타는 환자들혁신 신약의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들 역시 급여화를 애타게 기다린다.
30대 여성 A씨는 2019년 딸을 출산한 직후 젊은 나이에 삼중음성 유방암 3기를 진단받았다.
유방암 중에서도 전이와 재발 위험이 높고 진행 속도가 빨라 A씨 역시 진단 후 4년 만에 뇌와 뼈까지 전이돼 4기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이 질환의 유일한 치료제인 '트로델비'가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 비급여 상태다.
월 약 1000만원의 치료비가 드는 현실에 그는 “가족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끝없이 든다”고 말했다.
올 초 트로델비의 급여화를 촉구하는 청원이 두 차례 올라와 10만 명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많은 환자가 도입을 염원하고 있는 약제다.
폐가 점점 굳어가는 폐섬유증을 진단받은 50대 남성 B씨 또한 신약 치료만이 희망인 상황이다.
특히 B씨는 폐섬유증이 계속 진행되는 진행성 폐섬유증에 해당되는데, 폐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저하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B씨는 호흡부전과 만성피로로 걷기만 해도 숨이 차고 체중이 15kg이나 빠지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 질환 치료제인 '오페브'가 2016년 국내에 도입됐으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B씨는 “지금
규모의 약제비를 평생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암흑처럼 느껴진다”며 당장 복용 중인 약조차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토로했다.
환자가 치료 현장에서 신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져야 하고 신약이 급여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약제의 경제성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ICER값 임계치 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행 ICER값 기준은 10년 전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ICER값은 기존 약제 대비
효과를 개선한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다.
신약을 통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을 나타낸다.
낮은 ICER값으로 비용 절감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치료 보장성 높이던 경평생략 대신 유예?…혁신 신약 우대 의지 보여줄 때혁신 신약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증·희귀
질환에 한해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는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경평생략)가 주목받았다.
경평생략 제도는 대체 약제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경제성 평가가 어려운 희귀 질환 및 항암제의 특성상 평가를 면제하는 대신 약가 참조 대상인 8개국(A8 국가)의 조정 최저가를 참조해 급여를 등재해 주는 제도다.
경평생략은 중증·희귀 질환 특성상 신약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 보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왔다.
실제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를 통해 그동안 42개 희귀·난치 질환 분야 신약이 도입되기도 했다.
이렇게 경평생략을 통해 국내 도입되는 중증·희귀 질환 분야 신약이 늘면서 경평생략을 통한 비용효과성 평가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평생략 약제비와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경제성 평가 제도 개선 방안 마련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증·희귀 질환에 대해 그동안 생략했던 경제성 평가를 유예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 평가의 적용이 생략에서 유예로 바뀌면 그나마 국내 도입되던 중증·희귀 질환 신약의 숨구멍까지 막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약가제도는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등재 기준이 까다롭고 급여 이후에도 사후관리 등 중복적 약가 인하 기전이 연달아 적용돼 신약이 신속하게 도입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실상 경평 면제에서 유예로 축소안이 적용되면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질환 약제는 등재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신약 건강보험 등재율은 75%(2022~2023년)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신약 등재율인 80.3%보다 더 떨어졌다.
혁신 신약의 국내 도입이 늦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다.
신약 접근성을 높여 실질적인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전향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한국BMS,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제 '
캄지오스' 급여 적용
1차 치료제 투여할 수 없는 경우 단독투여… "운동 기능 및 증상 개선 효과 "
한국BMS제약(대표이사 이혜영)은 자사의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증상성(NYHA class II-III)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성인 환자의 운동 기능 및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고 2일 밝혔다.
급여 적용 대상은 증상성(NYHA class II-III) oHCM을 진단받은 성인 환자다.
캄지오스는 1차 치료제로 4주 이상 치료했음에도 효과가 없으면서, 안정 상태에서 심초음파 등을 통한 좌심실박출률(LVEF)이 55% 이상이고 발살바법 또는 운동부하에 의한 좌심실유출로(LVOT)의 기울기가 50mmHg 이상인 환자를 치료할 시 급여가 적용된다.
1차 치료제를 금기 또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투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캄지오스의
단독투여가 허용된다.
oHCM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좌심실에서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 통로가 좁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있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심부전, 심방세동 등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10-35세 젊은 환자에서 돌연사까지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는 낮은 질환 인식으로 인해 상당수의 환자가 미진단 상태로 추정되는 가운데, 기존 치료법은 증상 완화를 위한 경구 약물 치료나 중격 축소술(SRT, Septal
Reduction Therapy)로 한정돼 있어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캄지오스는 oHCM의 발병 원인인 심장 근육 내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교차 결합 형성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가진 최초의 치료제로,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캄지오스는 하루 한 알 복용만으로 oHCM 환자의 증상과 운동 기능을 유의하게 개선시킬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해2 oHCM의 병태생리를 표적할 수 있는 첫 치료제로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에 허가받은지 약 1년 7개월만에 급여가 적용되면서 oHCM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이번 급여 적용은 증상성(NYHA class II-III) oHCM 환자를 대상으로
캄지오스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EXPLORER-HCM' 3상 임상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EXPLORER-HCM 임상에서는 NYHA 등급 1단계 이상 개선+pVO2 1.5mL/kg/min 이상 증가와 NYHA 등급 악화없이 유지+ pVO2 3mL/kg/min 이상 증가 여부 등 두 가지를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해
캄지오스와 위약군을 비교 평가했다.
임상 결과, 1차 평가변수에 도달한
캄지오스 치료 환자 비율이 위약군보다 약 2배 높게 나타났으며(
캄지오스: 37%,
위약군: 17%, difference 19.4%, 95% CI 8.7-30.1; p=0.0005),
캄지오스 투여 30주 후 약 절반(49.6%)의 환자가 증상의 정도가 가장 낮은 NYHA 1단계에 도달했다(vs 위약군: 21.1%, difference 28.5%).또한
캄지오스 치료를 받은 환자의 74%는 운동 후 최대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가 중격축소술을 고려해야 하는 기준인 50mmHg 미만으로 수치가 개선됐다(vs 위약군: 21%, difference 53.5%, 95% CI 42.0-65.0).한국심초음파학회 비후성 심근증 연구회 이상철 회장(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은 "oHCM은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자들의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질환"이라며, "그동안은 제한적인 치료 옵션으로 인해 환자들이 증상과 삶의 질 개선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캄지오스의 이번 급여 적용은 oHCM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증상 및 운동 기능의 개선은 물론 심장의 구조적 변화까지 한 단계 더 높은 oHCM 치료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BMS제약 이혜영 대표는 "그동안 oHCM 환자들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여러
증상들과 돌연사에 대한 불안 속에서 일상적인 활동조차 제약을 받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캄지오스의 급여 적용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최신 치료 혜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까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