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용산과 친윤의 '한동훈 축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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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원내대표는 권성동, 총리는 김한길 또는 정진석?

윤곽 드러나는 용산과 친윤의 '한동훈 축출' 시나리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김태호 의원. 뉴스1

절체절명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이 후임 원내대표를 두고 죽자사자 계파 싸움을 벌이고 있다. 12일 치러질 경선에서 친윤계는 이미 원내대표를 지낸 5선 권성동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 친한계는 경남지사를 2번 지낸 김태호 의원을 급히 영입해 대항마로 띄웠다. 12일 경선을 앞두고 11일 하루 양측은 치열한 선거전을 벌일 태세다. 이긴 쪽은 잘하면 당권까지 먹고, 진 쪽은 쪽박을 찬채 물러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당의 헤게모니를 좌우할 중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1일 조간들은 계엄파동으로 온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다 죽어가는 판국에도 당권다툼에만 몰두하는 집권당의 민낯을 맹공했다.

사설들을 보면

조선일보는 "'尹 오판' 책임 있는 친윤 의원들, 국민 시선 생각하길"에서 "윤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친윤계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친윤계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공격해왔기에 민심에서 멀어졌고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 때도 친윤계는 계엄 해제마저 방해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두고두고 국민의힘에 짐이 될 것"이라며"친윤계는 국민이 자기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생각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권성동 후보를 앞세워 당권을 장악하는 시도를 그만두라고 대놓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일보도 "尹 퇴진 로드맵· 원내대표 놓고 계파싸움, 너무 한심한 여당"에서 "혼미한 정국에서 벗어나려면 집권당이 우선 중심을 잡고 조속히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며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계파별 이해득실을 따지며 옥신각신한다면 나라는 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 역시 "조기 하야든 탄핵 표결이든 이번만큼은 여당 책임감 보여라"에서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은 지리멸렬 분열상만 보여주고 있다.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도 친윤계와 친한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며 "탄핵·하야를 정치적 계산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문제인데 주도권 다툼까지 벌인다면 당은 물론 건강한 보수가 설 자리조차 잃게 된다"고 했다.

원내대표 '전쟁'의 본질

망해가는 집인데도 친한-친윤으로 갈려 골육상쟁을 벌이는 건 대권을 잃더라도 당권, 즉 공천권은 절대 포기못한다는 밥그릇 싸움이 본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몰락에 따라 위기에 몰린 친윤은 5선 거물 권성동을 후보로 내세웠다. '윤핵관'으로 현 정권 파국에 책임이 있는 권성동을 친윤이 미는 배짱은 '탄핵 트라우마'에 떠는 보수층이 윤석열 조기퇴진 내지 탄핵으로 기운 한동훈과 친한보다는 자신들을 밀어줄 것이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머리수에서 친윤은 친한에 7대3 비율로 앞선다. 친윤계외에 나경원 등 4선 이상 의원 10여명이 권성동을 민다고 공개 선언하는 등 중진 의원 상당수가 친윤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런 친윤계의 거센 공세에 친한계는 김태호(4선·경남 양산을) 의원을 대항마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우리가 ‘중진의 힘’은 아니다”(배현진) “권성동 의원 등 용산과 가까웠던 분들 반성해야 한다”(고동진) 등 친윤의 '앙시앵 레짐' 회군 전략에 비난전을 폈다.

원내대표 경선이 전쟁인 이유는 이 경선을 계기로 친윤계가 '한동훈 대표 끌어내리기' 작전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친윤은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친윤인 김재원·인요한·김민전을 사퇴시키고 친한인 장동혁·진종오 중 하나를 설득해 사퇴케함으로써 한동훈 체제를 붕괴시키고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 후보 지명은 그 시나리오 완성을 위한 전초전이란 것이다. 친한계 소식통은 "장동혁.진종오 모두 친윤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아 친윤의 '한동훈 체제 붕괴' 음모는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권성동이 원내대표에 당선될 경우 친윤은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다시한번 한동훈 끌어내리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친한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당초 3선 김도읍 등을 밀려다 경남지사와 대선 후보를 지낸 중량급 김태호를 후보 등록 마감 시한 17분전 부랴부랴 후보로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친윤의 '한동훈 끌어내리기' 공세는 윤 대통령 몰락에 책임이 큰 친윤이 안면몰수하고 당권을 잡겠다는 것이어서 민심의 거센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방법론 역시 윤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를 일축하고 윤 대통령 (구속)기소를 근거로 한덕수 총리 대행체제의 법적 근거를 확보한뒤 길게는 1년반까지 현 정권을 유지한다는 것이어서 민심의 거센 반발을 부를 소지가 높다. 하지만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와 '이재명 포비아'가 워낙 강한 점이 친윤들로 하여금 이같은 시나리오를 밀고 가게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 말한 '우리 당'은 한동훈 아닌 친윤이 이끄는 당..친윤의 한 축출 작전 배후는 '윤심'"

친윤의 '한동훈 끌어내리기'작전 배후엔 '윤심', 즉 윤석열 대통령의 버티기도 작용하고있다.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계엄사태와 관련해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탄핵도 하라. 헌법재판소 가면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도 계속할 뜻을 비쳤다는 것이다. 놀란 한 대표가 "그러면 구속되실 수도 있다"며 "당에게 권한을 넘기고 내각은 총리가 맡아 책임총리제로 가게 해달라"며 2선 후퇴를 요청했으나 대통령은 "계엄은 부정선거랑 민주당의 무도한 위법행위를 경고하고 정리하기 위해 한 것이라 법을 어기거나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내가 옳다. 기다려보라"며 거절의 뜻을 비쳤다고 한다.

또 한 대표가 "왜 계엄 직후 나를 체포하려고 했느냐"고 따지자 윤 대통령은 "난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정치 행위나 집회를 금지한) 계엄 포고령을 어겼으니까 군인들이 명령에 따라 그랬던 (체포하려던)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다고 여권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내가 당신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면 방첩사령부한테 직접 지시했겠지, 왜 계엄군한테 지시했겠나'는 취지로도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며 "대통령은 또 국회 의사당을 차단한 경찰들이 국회의원들에게는 문을 열어준 것도 자신이 지시해서 열어준 것이라는 취지로 한 대표에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 면담 뒤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는 내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을 대통령에게서 못 들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대통령의 말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이 자신을 체포하도록 군에 지시했음에도 체포가 실패로 돌아가자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고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권 소식통은 "대통령이 '앞으로 정국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대국민 담화에서 말한 것은 한동훈 대표가 아닌 친윤계가 이끄는 당에 일임하겠다는 뜻"이라며 "즉 권성동 원내대표를 당선시킨뒤 한 대표를 축출하고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내각도 한덕수 총리 대신 정진석 비서실장이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중 한명을 차기 총리에 앉혀 사실상 친정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대통령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계엄조치는 옳았고 법을 어긴 것도 없어 탄핵되더라도 기각될 것이며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 기간에도 당과 내각은 친윤계가 이끌어 자신의 영향력이 유지되게하겠다는 뜻이 확고해보인다"며 "검사 출신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변호인단 구성에 착수했다는 보도 역시 검찰 수사나 헌재 심판에서 무죄나 기각을 충분히 다퉈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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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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