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언론통제 발상, 시대착오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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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언론통제 발상, 시대착오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이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공포한 그날 일부 언론사에 단전(斷電)·단수(斷水)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3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화를 걸어 경찰이 요청하면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치밀하게 준비된 계엄이라는 증거

경향신문은 “비상계엄이 치밀하게 기획된 내란 시도였음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라고 해석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경찰청·소방청을 통해 실행하려 했으며, 이상민 전 장관이 지휘·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허 청장이 거론된 언론사 가운데 일부만 기억했다면서 계엄 주동자들이 지목한 단전·단수 대상 언론사가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지방에 있다 연락을 받고 급하게 상경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언론사를 지정해 단전·단수를 요청한 건 자신의 판단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중앙일보는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오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안가로 불러 ‘접수할 기관’ 10여곳 리스트를 건넸다. 경향신문은 이 리스트가 같은 명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이 이 리스트를 언제, 누구에게서 받았고, 작성은 누가 했는지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라고 경향신문은 요구했다.

‘경고용 계엄’이 거짓말이라는 증거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허 청장이 증언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로 비상계엄이 ‘경고용’이라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설명이 안 된다”라고 중앙일보는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마비에 필요한 단전·단수 조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허 청장의 증언은 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향신문은 “국회 전기와 언론사 전기·수도를 끊으려다 못해놓고,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거짓말한 것”이라며 “파렴치하기가 이를 데 없다”라고 비난했다.

시대착오적, 어리석은 언론통제 발상

동아일보는 “단전·단수는 독재 정권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사건 사고 현장에서 모바일로 뉴스를 전송하는 디지털 시대에 물과 전기를 끊어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니 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어리석고 놀랍기만 하다”고 밝혔다.

단전·단수 대상 언론사 목록 작성도 정치인 체포 명단만큼 자의적이라고 동아일보는 지적했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은 체포 명단이 “윤 대통령이 평소 부정적으로 말하던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자의적으로 콕 찍어 손보려 했다면 “계엄 선포가 윤 대통령의 사적 보복에 가까운 행위”라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겨레도 “‘입틀막’으로 언론 자유를 짓밟아온 윤석열 정부가 물리적으로 언론을 장악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0~80년대식 언론통제를 통해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인가”라며 “시대착오적이기도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평소 ‘신문을 읽지 말고 유튜브를 보라’는 말을 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또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방송 보도를 무더기 징계했고, 대통령에게 아픈 질문을 한 신문기자에게 대통령 참모가 “무례하다”고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단전·단수 발상은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말해준다. 이런 왜곡된 언론관이 그를 극우 유튜브에 빠지게 했고, 비상계엄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었다.

이상민 전 장관 수사 촉구

중앙일보는 “이 전 장관 등을 엄정히 조사해 초유의 언론 탄압 의혹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8일 사표를 낸 뒤 경찰 수사를 한번 받은 뒤 공수처로 이첩됐다. 그 뒤로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겨레는 “이런 중대 피의자를 자유롭게 활보하도록 놔두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상민, 신속히 수사해야” 경향신문은 “언론사 전기·물 끊으라 한 ‘내란 공범’ 이상민 즉각 단죄해야” 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썼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도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언론사에 대한 폭압적 조치를 지시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포고령 1호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이다. 점점 드러나는 윤 대통령의 반 자유주의적 발상과 조치들이 매우 실망스럽다.

단전·단수 대상으로 거론된 한겨레·경향신문 외에도 중앙일보·동아일보도 사설로 강력히 비판한 이유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다른 신문들은 이날 사설을 쓰지 않았다. 기사로도 인터넷판에만 간단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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