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를 아시나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과시한 스타링크가 곧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허황한 꿈인 줄 알았던 초연결의 ‘우주 인터넷 시대’가 손에 잡히는 현실로 다가온 건데요.
인터넷 연결에 광케이블이면 충분하지, 무슨 위성씩이나 필요하냐고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마존부터 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에서 스타링크는 이미 열풍을 일으키고 있죠. 그 확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인데요. 오늘은 지구 정복 노리는 스타링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리듐의 추억
우주 인터넷 또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그 개념은 간단합니다. 우주 저궤도(고도 약 500㎞)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중계국 삼아 지구 어디서나 통신이 이뤄지게 하는 거죠. 산꼭대기, 바다 한가운데, 비행하는 항공기 등. 지리적 제약 없이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위성 인터넷 서비스, 역사가 꽤 오래됐어요. 아마 X세대분들은 기억할 겁니다. 1990년대 후반 모토로라가 선보였던 ‘이리듐(Iridium)’이요. 엄청난 크기의 안테나가 달린 벽돌 같은 단말기를 쓰면 전 세계 사막·정글·바다 어디서나 이동통신을 쓸 수 있다며 SK텔레콤이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서비스인데요. 전 세계에서 약 2만명, 한국에서도 2500명 넘게 가입했지만, 1999년 파산했죠. 당시 기술 수준으론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고 서비스 요금도 비쌌기 때문입니다(단말기 가격 3000달러, 요금 분당 4~7달러). 멋진 아이디어였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죠.
크고 무거운 단말기는 이리듐이 인기를 끌지 못한 요인 중 하나였다. 1999년 동아일보에 실린 이리듐 단말기 사진. 동아일보DB
죽은 줄로 알았던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가 부활한 건 2019년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그해 5월 우주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상용화하겠다며 인공위성 60기를 팰컨9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렸죠. 이렇게 쏘아 올려 작동 중인 스타링크 위성이 현재는 무려 7000개 이상. 몇 년 전엔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숫자죠. 전 세계 활성 위성의 4분의 3이 스타링크용입니다. 이게 다 스페이스X가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덕분에 가능해진 건데요. 스페이스X는 최종적으로 저궤도 위성을 4만2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위성 발사 횟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위성의 통신 기술도 향상되면서 스타링크의 누적 용량은 2024년에 300Tbps를 넘어섰다. 스타링크 보고서
현재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건 광대역 무선인터넷 서비스입니다. 이를 이용하려면 고객은 피자 상자처럼 생긴 주파수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죠. 스타링크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는 25~220Mbps이고요. 대부분 사용자가 100Mbps 이상의 속도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LTE 급인 거죠.
별도 단말기 없이 휴대폰으로 곧장 위성 통신을 이용하는 서비스(다이렉트 투 셀, D2C) 출시는 아직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있는 스타링크 위성 350개가 지난해 이미 우주로 올라갔고요. 올해 안에 문자메시지를 시작으로, 추후엔 데이터와 음성통화까지 서비스하게 될 겁니다. 참고로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LA 지역에선 이 D2C 서비스가 테스트 되고 있죠. 스타링크는 D2C 서비스에 대해 '사각지대를 없애 마음의 평화를 줄 것'이라고 홍보 중입니다.
네모난 안테나가 있으면 어디에서나 스타링크를 통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테나 없이 휴대폰과 직접 연결되는 D2C 서비스는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스타링크 홈페이지
아프리카에 일어난 스타링크 붐
아마 여기까지 읽고도 많은 분들이 시큰둥할 겁니다. 한국이 인터넷망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잖아요. 바다나 하늘 위이면 모를까, 지상에선 굳이 위성 인터넷이 크게 필요하진 않죠. 실제 한국 시장 출시를 앞둔 스타링크의 주요 타깃은 원양어선, 항공기 기내 인터넷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입니다. 스페이스X는 한국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에서 국내 스타링크 이용자가 서비스 첫해엔 2000여명, 5년 차엔 누적으로 7만명이 될 거라고 전망했죠.
스타링크 안테나 미니 버전을 설치하는 케냐 농부의 모습. 스타링크 공식SNS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 얘기이고요.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그리 쉽지 않은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많습니다. 스타링크 가입자 수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이죠. 2024년 5월에 300만명을 넘었는데, 지난해 말엔 46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7개월 만에 50% 넘게 늘어난 거죠. 우주산업 분석업체 퀄티 스페이스는 2024년 77억 달러 매출을 올린 스타링크 서비스가 2025년엔 가입자 수 780만명, 매출 118억 달러의 고속 성장을 이어갈 거라 전망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이 가입하느냐고요? 물론 가장 큰 시장은 미국(140만명 이상)인데요. 최근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가파른 지역은 단연 아프리카입니다. 스타링크는 2023년 1월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에서 총 17개국에 서비스 중인데요. 그야말로 스타링크 가입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입이 폭증하는 바람에 과부하를 우려해 주요 도시에선 판매를 일시 중단했을 정도이죠.
아프리카는 인터넷 보급률이 43%로 세계 평균(66%)보다 훨씬 낮죠. 소득이 낮다 보니 비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소비자가 대다수이고요. 스타링크는 이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가격을 확 낮췄습니다. 미국에선 월 120달러인 무제한 데이터용 요금이 잠비아에선 24달러일 정도이죠. 또 서비스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안테나 키트를 사야 하는데요. 미국에선 349달러에 구매해야 하는 이 키트를 케냐 같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선 월 15달러에 대여해줍니다.
아프리카에도 광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기업이 많은데요. 이와 비교했을 때 속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른데 가격은 저렴하니 소비자들이 스타링크에 열광할 수밖에요.
르완다 학교 지붕에 스타링크 안테나를 설치하는 모습을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스타링크 공식SNS
심지어 아직 진출하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같은 나라에서도 이웃 나라의 스타링크 서비스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추가로 로밍 비용을 내면 그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라는데요. 그만큼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을 원하는 이들이 많단 뜻이죠.
스타링크는 단숨에 나이지리아에선 3위, 케냐에선 10위(전체 60개 업체 중)의 인터넷 공급업체로 단숨에 뛰어올랐는데요. 긴장한 현지 인터넷 기업들이 부랴부랴 가격을 낮추고 인터넷 속도를 높이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각국 통신사들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며 아우성치죠. 현지 통신사는 그 나라에서 인력을 고용하고 설비투자도 하는데, 스타링크는 그런 것 없이 시장을 확장하니까요. “외국 기업(스타링크)이 들어와서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수천 명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현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컨설팅기업 ‘스페이스인아프리카’ CEO 테미다요 오니오순)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케냐에선 지난해 7월 최대 통신사 사파리컴이 나섰습니다. ‘스타링크가 현지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서만 진출하도록 규제를 강화해달라’고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낸 거죠. 하지만 이에 대한 케냐 루토 대통령 반응은 사파리컴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는 미국 투자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죠. “사파리컴 CEO는 제가 일론 머스크를 데려온 것에 매우 불만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게 ‘경쟁이 당신을 앞서가게 한다’고 격려합니다.”
브라질 아마존 지역 원주민이 스타링크를 이용해 인터넷을 하는 모습. 스타링크 공식SNS
스타링크가 인터넷 혁명을 일으키는 또 다른 지역은 아마존입니다. 스타링크의 브라질 고객 25만명 중 7만명은 아마존 지역에 있다고 하죠. 고립된 원주민 마을과 정글의 목장, 열대우림 곳곳에 있는 군사기지, 그리고 불법적인 금 채굴 현장까지. 스타링크 단말기는 이제 아마존의 어디에서나 발견됩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아마존 깊숙한 곳에 사는 마루보 마을 원주민이 스타링크로 세계와 연결되면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전하는 르포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와 교육의 기회가 열리기도 했고요. 동시에 소셜미디어와 게임 중독, 온라인 사기, 미성년자 음란물 시청 같은 우리에겐 흔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인터넷이 이제 생활필수품이 됐다는 거죠.
브라질의 기술 전문기자 페드로 도리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혁신적입니다. 이제 아마존에선 스타링크 없인 더 이상 살 수 없단 사실을 브라질리아의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경제성? 스타십이 있다!
스타링크는 분명히 세상을 바꿀 만한 놀라운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118개국에 진출해 곳곳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죠. 게다가 아직은 이에 대적할 만한 경쟁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600개 넘는 위성을 쏘아 올린 유럽의 원웹(OneWeb)이 그나마 가장 앞서있지만,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요.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가 종종 대항마로 거론되지만 고작 프로토타입 위성 2개만 쐈을 뿐입니다. 스타링크가 상당히 앞서 나가는 건 틀림없어 보이죠.
그럼 궁금합니다. 과연 스페이스X는 이 서비스로 돈을 잘 벌고 있을까요. 또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대박이 날까요. 마치 테슬라처럼?
2024년 3월 4일 월요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의 발사단지40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AP 뉴시스
사실 이를 정확히 알긴 어렵습니다. 스페이스X는 비상장 기업이고, 스타링크 서비스의 손익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2023년 11월 일론 머스크가 SNS에 “스타링크가 손익 분기점을 달성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죠. 가입자가 늘면서 대량생산을 통해 안테나 제조비용을 크게 낮춘 게 그 비결일 거란 분석이 나왔는데요. 퀼티스페이스 창업자 크리스 퀼티는 이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죠. “이 정도 사이즈의 위성군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업계의 모든 이들을 겁에 질리게 합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회의적입니다. 제대로 따져보면 현재 스타링크는 수익성이 전혀 없을 거란 분석이죠. 머스크가 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일부러 빼놓고 계산하고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라는데요.
스페이스X가 아무리 1단 추진체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을 전보다 대폭 낮췄다곤 하지만, 여전히 돈이 많이 듭니다(팰컨9 1회 발사 시 고객에겐 6700만 달러를 청구). 또 스타링크는 위성이 많이 떠있을수록 서비스 용량이 늘어나는 구조여서요. 이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가기 위해선, 앞으로도 위성을 엄청나게 많이 쏴야 합니다. 즉, 한동안은 상당한 투자비를 쏟아야 하는 돈 먹는 하마 같은 사업인 건데요.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 일론 머스크가 이미 세워놨습니다. 바로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우주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이죠.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할 뿐 아니라 ‘완전 재사용’까지 가능한 발사체 말입니다.
2024년 10월 13일 스타십 시험발사 당시 발사대의 로봇팔이 발사를 마치고 낙하하는 1단 추진체를 잡고 있다. AP 뉴시스
스타십은 1단 추진체뿐 아니라, 2단 추진체까지도 완전히 재사용하도록 설계됩니다. 덕분에 1회 발사 비용을 1000만 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죠. 또 지난해 10월에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젓가락 같은 로봇팔 기술 기억하시죠. 1단 추진체가 바다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발사대 로봇팔에 사뿐히 안겨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회수하는 데 드는 시간까지 크게 절약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스타십은 팰컨9(18t)보다 훨씬 많은 150t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훨씬 많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쏠 수 있단 뜻이죠.
스페이스X는 16일(현지시간) 스타십에 더미 위성 10개를 싣고 우주로 날아가서 배치해보는 시험발사에 나섰습니다. 이 더미 위성은 스타십이 미래에 발사할 업그레이드 된 최신 스타링크 위성과 똑같은 무게와 크기를 가졌죠. 기사를 쓰는 현재시점에 시험발사가 실패했단 소식이 막 들려옵니다. 1단 추진체를 다시 발사대 로켓팔로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단 우주선은 통신이 끊겨서 실종됐다는군요. 물론 스페이스X는 앞으로 또다시 시험발사에 나설 겁니다.
모두가 스타링크를 환영하는 건 아닙니다. 미국, 그것도 예측 불가 기업인 머스크에 이 엄청난 잠재력의 시장을 넘겨줄 순 없다는 경계심도 커져갑니다. 중국은 스타링크 대항마로 ‘궈왕(國網·국가 인터넷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죠. 지난달 위성 10기를 처음 발사했고요. 지난해유럽연합은 자체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Iris²(아이리스2)’ 프로젝트에 106억 유로(약 16조원)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잃어버린 우주 산업 주도권을 뒤늦게나마 되찾겠다는 계획인데요.
스페이스X 사장 겸 COO인 그윈 샷웰의 말대로 “스타링크의 잠재고객은 80억명”입니다. 어디까지 커질지 모르는 이 시장에 뛰어들기엔 아직도 늦진 않았을 겁니다. By.딥다이브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최종 목표는 인류의 화성 이주이죠. 스타링크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을 대줄 만한 사업으로 꼽히는데요. 과연 이 장대한 스토리의 결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가 한국에도 곧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이미 저궤도에 7000개 넘는 인공위성을 띄운 스타링크는 지난해 말 전 세계에 460만 가입자를 모으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누가 가입하느냐고요?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사람은 전 세계에 너무나 많습니다. 온라인에 접속된 적 없는 아마존 오지 마을, 너무 비싼 통신요금이 부담스러웠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등. 곳곳에서 스타링크가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죠.
스타링크의 수익성을 두고는 논란이 있습니다. 머스크가 큰소리친 것과 달리, 막대한 위성 발사 비용 때문에 당장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죠. 하지만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인류 역사상 최대, 최강의 우주 발사체 스타십이 완성된다면 얘기는 달라질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