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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없는 ‘국회 해산권’ 행사가 ‘부주의로 간과’할 문제인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의 핵심 문제는 헌법상 국회 권한 침해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권이 있다. 그러나 국회가 요구하면 즉시 해제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할 수 없도록 막으려 했다. 국회 활동을 전면 금지해 독재의 기반을 만들려 했다. 헌법 구조를 파괴해 자기주장을 관철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아랫사람의 실수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윤석열-김용현 책임 떠넘기기 비상계엄 포고령 1호 1항은 “국회와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고 돼 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령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작성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2차 답변서에서 “김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있을 당시 과거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전 장관 변호인은 “‘잘못 베꼈다’는 말에는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잘못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전 장관이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고, 대통령이 검토한 것은 변함없다”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서로 책임을 미룬 것”이라며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포고령은 윤 대통령이 국회 장악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경고용’이며,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포고령 1호의 1항에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했으니, 거짓말이 바로 드러난 셈이다. 탄핵 재판에서도 명확한 증거로 인용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자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술수를 쓴 것”이라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윤 대통령 본인은 “부주의로 간과”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도 “장관에게 책임을 떠미는 건 최종 책임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엇을 보고 베꼈다는 건가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동아일보는 법률가 출신인 윤 대통령이 1987년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폐지됐다는 사실을 몰라서 이 조항을 놔뒀다는 주장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이 포고령을 검토했고, 착오도 없었다고 한다. 또 과거 포고령에 정치활동을 금지한 경우는 있었지만,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막는다고 구체적으로 열거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뭘 보고 베꼈다는 것이냐”고 동아일보는 의문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나 선관위 출입을 막으려는 내용도 (포고령에) 없고, 막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지 않은 게 아니라 못 막은 것이라고 신문들은 지적한다. 계엄 당일 국회 현장 상황은 온 국민이 TV 중계로 지켜봤다. 경찰과 군인들이 출입문을 막고, 군인들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들어가 본회의장을 장악하려 하는 장면을 불안 속에 생생하게 지켜봤다. 이제 와서 그것을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더구나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한 것을 ‘흥분한 군중을 막기 위해서’라고 윤 대통령측은 주장한다. 한겨레는 “도무지 해독이 불가능한 궤변”이라고 질타했다. 동아일보는 “아무리 핑계가 궁하기로서니 이제 와서 위헌·위법적인 부분은 아랫사람 탓을 하면서 얄팍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이 너무 용렬해 보인다”라고 비난했다. 국회 해산권 있는 줄 알고 불법 비상계엄 했나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면 더 황당한 추론이 가능하다. 이번 사태에서 핵심은 국회를 겨냥한 무력 동원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런 조치는 부주의로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부주의로 간과했다면,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있는 줄 알고 포고령 1호를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김용현 전 장관은 그런 착각 속에 만들었고, 윤 대통령은 “부주의로 간과”했다.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1987년 개헌으로 없어졌다는 사실을 ‘부주의로 간과’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에 망신을 사면서, 이 난리를 친 것이 헌법 개정 사항도 모르고, 권위주의 시절의 헌법에 따라 통치해온 대통령의 ‘부주의’라는 말이 된다. 물론 국회 해산권이 있는 줄 알았으면, 국회를 해산하려고 했지, 비상계엄을 발령하려고 했겠는가. 그렇지만 김 전 장관도 국회 해산권이 있는 줄 알았으면 국회 해산을 건의하지 왜 비상계엄을 건의했겠나. 헌법에 없는 권한을 헌법을 파괴하면서 행사하려 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옛날 포고령을 베꼈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변명이다. 이제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마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변호인들이 나서서 하는 말이지만 결국 본인들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발버둥으로 비친다. 둘러가든 바로가든 민주주의와 그 기초인 법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