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곧 ‘터치’ 아닌 ‘대화’로 주문받게 된다



키오스크,
곧 ‘터치’ 아닌 ‘대화’로 주문받게 된다

친절한 목소리의 AI… 이제 곧 노인도 어렵지 않게 주문 가능
인간과 대화로 학습한 AI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도 예측
세계는 ‘국제 표준어’ 전쟁중… 품질 나쁜 언어는 소멸할 수도


요즘 식당에 앉으면 제일 먼저 테이블에 놓인 ‘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다.
유리판으로 만들어진
키오스크 화면에는 친절한 표정도 없고 따뜻한 대화도 없다.
사용법도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하다.
불편하다.
이렇게
키오스크 터치스크린 때문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덕분에
키오스크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을 듯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 종류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덕분에 복잡한 터치 없이 인공지능과의 편안한 대화(對話)를 통해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LLM은 머지않아 인간처럼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추상화 과정조차도 인간처럼 인공지능망 속에서 재현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인간의 생각을 파악하고 예측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공지능의 생각을 인간에게 주입할 수도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인 LLM은 학습 과정에서 각 단어 간의 관계도(Attention)를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기록한다.
단어와 문장 사이 문맥을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에서는 단어의 위치에 따라서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단어의 위치 정보(Positional Encoding)도 함께 입력하고 학습한다.
이를 통해서 종합적인 문해력(文解力)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사전 학습(Pre-training)’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언어 모델이 바로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이 된다.
이때 수만대의 GPU와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학습 시간도 수개월이 걸린다.
그러고 나서 이러한 기반 모델에 전문 분야 학습이 추가된다.
예를 들면 정치,
경제,
공학,
의학,
법률 등 전문 분야 글들을 집중 학습한다.
그러면 전문 언어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을 ‘미세 조정 학습(Fine Tunin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탄생한 LLM은 주어진 문맥에 가장 확률적으로 적합한 단어들을 순서대로 생성해 낸다.
그 결과 전문 분야의 글을 쓸 수 있다.
그럴듯한 시도 쓸 수 있다.
글에 목소리를 입히면 사람이 말하듯 대화할 수 있다.
결국 초 단위 짧은 시간에 작문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주문도 받고,
상담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지시도 한다.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생산성이 구현된다.

그래픽=이철원

인간의 뇌를 물리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MRI와 CT가 있다.
또 아예 뇌 속에 반도체를 집어넣어 뇌 속의 전기신호를 포착하려고 시도한다.
이를 목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기업 뉴럴링크(Neuralink)를 창업했다.
하지만 이들 기술도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 뉴런의 신호를 잡아내지는 못한다.
인간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추상화 과정을 알아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 추상화 작업이 언어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개념을 서로 전달하고 기록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思考)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도 언어를 통한 추상화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언어(言語)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의 대표적 특성으로 기원전 약 30,000~100,000 년경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말은 ‘우랄알타이(Ural-Altai) 어족(語族)’으로 분류된다고 학창 시절에 배웠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알타이 어족 또는 우랄알타이 어족의 존재를 두고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말이 신석기 시대인 약 9000 년 전에 중국 동북부 요하 지역에서 유래했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언어학,
고고학,
유전생물학 분석 연구를 통해서 얻은 이 연구에서는 우리말이 농업 기술과 함께 한반도로 유입되어 전파되었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디지털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쓰는 언어도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전파된다.
LLM도 인간의 언어처럼 전파된다.
그리고 우수한 언어 모델이 지배적으로 사용된다.

언어 모델의 우수성은 바로 학습에 사용되는 언어 데이터의 품질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품질이 좋은 데이터는 문법,
의미,
문맥 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해당 분야 전문 영역의 언어 데이터가 충분히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어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한국어를 잘하게 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잘 사용하는 언어가 ‘국제 표준어’가 될 수 있다.
나머지 언어는 지구상에서 서서히 사라질 수도 있다.
‘한글’이 특화된 언어 기초 모델의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각국 기업들이 각자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 인력 확보,
컴퓨팅 인프라 구축,
그리고 양질의 한글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잘하는 인간 전문가를 ‘Prompt Engineer’라고 부른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인간 사이의 대화는 단절되고,
인공지능과의 대화만 남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인공지능 사이의 대화만을 원할 수도 있다.
인간 사이에 속담으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무인 주문기계와 전쟁… 노인을 위한 디지털은 없다

[디지털 차별 받는 노인] [1] 매일 무인기계
키오스크와 전쟁

박옥순씨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키오스크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려다 시간이 초과돼 실패하는 모습. /남강호 기자

“다른 손님들에게 폐 끼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해요. 밖에서 커피 한잔 즐기고 싶어 나왔다가,
주문조차 못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럽기도 하네요.”

박옥순(68)씨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한 대형 커피 전문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 앞에서 두리번거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 화면을 수차례 눌렀지만,
3분 넘게 주문에 실패했다.
그가 주문하지 못하는 사이,
바로 옆
키오스크에선 20~30대 손님 4명이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박씨는 “섣불리 눌렀다가 괜히 주문이 잘못되는 건 아닌가 했다”며 “식당,
카페마다
키오스크 메뉴 디자인도 다르고,
글씨가 너무 작아 읽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 체인점을 찾은 김보옥(77)씨 상황도 비슷했다.

김씨는
키오스크에서 ‘SOLD OUT(품절)’이란 표시가 된 메뉴를 눌렀다.
음료를 고르는 데 성공하자,
영어로 ‘hot(뜨거운)’ ‘iced(차가운)’ 선택지가 떴다.
작은 글씨 탓에 화면 바로 앞까지 다가간 김씨는 메뉴를 고른 뒤에도 ‘담기’ 버튼을 찾지 못했다.
김씨가
키오스크 앞에서 5분 남짓 헤매자,
한 매장 직원이 “도와드릴까요”라며 다가왔다.
김씨는 “바쁠 텐데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본지는 지난 16~17일 60~70대 어르신 2명의 일상을 함께해봤다.
음식점·카페·종합병원·주민센터·버스터미널·영화관 등에서 반나절 동안 맞닥뜨린
키오스크만 7개였다.
이들은 “매일 외출할 때마다 말 한마디도 나눌 수 없는 기계와 씨름을 하는 기분”이라며 “
키오스크 때문에 마음 놓고 외출하기가 두렵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은 최근 급증했다.
일상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00만명에 육박하는 65세 이상 ‘실버 세대’는 디지털 일상에서 소외돼가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작년 6월 발표한 ‘디지털 역량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74세의 29.4%만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고 했다.
75세 이상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13.8%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55세 미만 이용률은 94.1%였다.
고령층은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작년 45만4741대가 돼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카페,
음식점 등 요식업 부문은 같은 기간 5479대에서 8만7341대가 돼 약 16배로 급증했다.
하지만 노인들 대다수는 디지털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키오스크,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에 서툴 뿐 아니라 기기 사용 방법이 복잡하거나 글씨가 작아 노인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와 지난 16일 서초구 일대에서 일상생활 공간을 함께다녔던 박옥순씨는 반나절 동안 4개의
키오스크를 맞닥트렸다.
박씨가 카페에 들른 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은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았다.

키오스크 앞에 선 박씨는 광고 화면이 나타나자 화면에서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몰라 1분가량 가만히 서 있었다.
박씨는 “화면에 메뉴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어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찾는 데도 한참 걸렸다”고 했다.

박씨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뽑기 위해 들른 주민센터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던 도중 두 차례 ‘입력 시간이 초과됐다’는 이유로
키오스크가 초기 화면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박씨는 “잘못 누르면 어떻게 하나 싶어 꼼꼼히 보는데,
시간이 금방 넘어가서 이렇게 됐다”고 했다.
박씨가 주민센터 직원에게 서류 발급을 부탁하지 않은 이유는 무인 민원 발급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무인 민원 발급기를 통해 발급하면 500원이지만,
동사무소 직원에게 발급받으면 2배인 1000원을 내야 한다.
박씨는 “한 푼이 아쉬운 노인들은 이런 비용도 아껴야 한다”고 했다.


키오스크 확대로 인한 디지털 격차로 노인들이 부담해야 할 돈도 많아졌다.
과거엔 매장 직원의 도움으로 할인 혜택을 받곤 했는데,

키오스크를 사용할 땐 할인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키오스크엔 카드사,
통신사별 할인 혜택 정보가 나오는데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이 할인 혜택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보옥씨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하다 ‘SOLD OUT(품절)’이라고 적힌 메뉴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강호 기자

17일 서울 종로구 일대를 다닌 김보옥씨 상황도 비슷했다.
김씨는 “자식들이 표를 예매해주지 않으면 영화 한 편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씨가 종종 들르는 서울 탑골공원 인근 한 대형 영화관은 상영관이 6개인데,
매점에서 간식을 만드는 직원 한 명만 있을 뿐 매표소엔 직원이 없었다.
영화표,
간식 모두
키오스크를 통해 사야 했다.
김씨는 영화 예매를 하려 했지만 글씨가 작아 좌석을 고르는 데 애먹었다.
화면엔 직원을 부를 수 있는 버튼이 없었다.
김씨는 “노인들이 많이 찾는 탑골공원 근처지만,

키오스크가 점령한 지 꽤 됐다”고 했다.

대형 종합병원,
대학 병원은 ‘접수 등록’ ‘진료실 도착 알림’ ‘병원비 수납’ 등이 모두 무인 기계로 진행됐다.
심장 정기 검진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한 병원을 찾은 김씨는 “기계로 접수하세요”라는 병원 직원의 안내에 따라 무인 기계로 접수를 마쳤다.
로비는 노인들로 북적였는데,
대부분 같이 온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납 절차를 밟고 있었다.
김씨는 “이런 기계들이 젊은이들에겐 빠르고 편할진 몰라도,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겐 고역이다”라고 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보편화되면서,
밤마다 택시를 잡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노인도 적지 않다.
3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영하다가 은퇴한 김씨는 최근 몇 년 동안 밤에 택시를 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앱으로 택시 호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앱이 도입되고 나서 기사들도,
손님들도 더 편해졌다고 하지만 이젠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선 택시를 따로 잡을 수가 없어 노인들이 밤에 택시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
키오스크 전면 도입으로 노년층이 심리적 위축을 겪는 만큼 현재의 디지털 격차를 고려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며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게 자란 세대와 달리,
디지털 문법이 낯선 고령층은 화면을 ‘터치’하는 방법부터 가르쳐주는 등 세밀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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