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폰이 중요한 이유

 


주간뉴스레터 148호 | 2024.4.4
이미행복벗은 집🏠이 털리는 게 나아? 휴대전화📱가 털리는 게 나아? 물론 둘 다 끔찍하긴 하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하하몬🤠은 휴대전화.

집에는 살림살이와 책 정도만 있지만 휴대전화엔 내 모든 게 있잖아. 가족 사진·동영상, 직장동료 대화, 몇 년 치 일정표, 금융거래와 카드결제 내역…. 검찰이나 경찰이 이 모든 걸 탈탈 털어간다면 영혼도 털릴 듯.

검찰이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들여다보고 몇달씩 보관도 했단 뉴스가 자꾸 나오고 있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검증 보도를 했던 언론인을 대상으로. 

근데 말야. 검찰이 사건과 상관없는 피의자의 휴대전화 정보를 싹 다 털어가도 되는 거야? 정작 검찰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자기가 수사받을 땐 휴대전화를 제출하고도 끝까지 전화번호는 알려주지 않았었잖아. 휴대전화를 넘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길래 그랬을까? 낯선 법률의 세계로 조심조심 들어가 보자!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 검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 한 번 물어봤다: 검찰 정보수집이 위험한 이유
  3. 휘클리 심화반: 5강_백래시와 허들링 
  4.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과학 뉴스픽
  5. 휘클러 say!: 독자 피드백 + 이벤트 알림
게티이미지뱅크
📂검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스마트폰 정보를 통째로  
  •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윤석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어. 지난해 12월엔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단 혐의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이진동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했고.
  • 당시 검찰이 이 대표의 휴대전화를 통째로 이미징💡 한 파일을 당사자 동의 없이 검찰 디지털 수사망(D-NET·디넷)에 올려 보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어. 검찰이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통째로 압수를 했다 해도 그 뒤 법원 영장💡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야 해.
  •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려면 전체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지만, 불필요한 정보는 바로 폐기해야 하거든. 근데 검찰은 그런 절차 없이 전부 다 저장해두고 관리한 거야.
  • 헌법은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거든. 영장에 적힌 대로만 수사하란 뜻. 사생활을 함부로 침해하지 말란 거지. 그래서 검찰이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려면, 혐의와 관련된 시기와 대상을 특정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해. ‘이메일 또는 카카오톡 대화창 기록을 몇월 며칠부터 몇월 며칠까지 보겠다’는 식으로. 법원이 영장을 내줘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할 수 있고.


    “법대로 했다”는 검찰

    •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뒤 증거능력💡 을 보장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통째로 이미징했다”고 설명했어. 압수물이 원본과 똑같고, 결함이 없단 걸 입증하려면 전체를 보관해야 한단 거야. 
    • 검찰은 검찰 내 규칙인 예규(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를 따랐다고도 했어. 예규는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의 삭제·폐기 의무를 두면서도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검찰은 예규대로 적법하게 했다고 주장해. 

    예규 자체가 불법인데
    • 정말 그럴까. 헌법 제16조3항과 형사소송법 제215조에는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만’ 영장에 의해 압수할 수 있다고 돼 있어. 판례도 이미 쌓여있고. 검찰이 통째로 정보를 보관·저장했다면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어긴 게 되는 거지.
    • 그러니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정보 통째 보관이 가능하도록 한 검찰 예규가 법질서💡에 어긋난다고 봐. 게다가 예규마저 유효기간(5년)이 지나 이미 폐기됐고. 검찰이 휴대전화 정보 전체를 획득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거야. 
    • 검찰은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위해 원본 전체를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라. 압수당하는 사람이 원본을 복제한 내용의 해시값💡이 원본과 동일하다고 확인해주면 전체 정보를 보관하지 않아도 된단 거야. 
      💡  하이라이트
    윤석열 검증 보도: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관련 의혹 보도
    압수수색: 압수는 물건의 점유를 취득하는 강제처분을 뜻함. 수색은 압수할 물건 또는 체포할 사람을 발견할 목적으로 주거·물건·사람의 신체 또는 기타 장소에 대하여 행하는 강제처분을 말함
    이미징: 저장매체의 모든 물리적 데이터를 파일 형태로 만드는 작업
    영장: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허가 또는 명령하는 법관의 재판서
    영장주의: 수사기관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때는 법원·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거해야 한다는 원칙
    디지털 포렌식: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저장장치에 저장되었거나 온라인상에 있는 전자정보 중 필요한 정보를 식별해 수집·분석하고 제출하는 일련의 수사 과정
    증거능력: 증거가 주요 사실을 인정하는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법률상의 객관적인 자격
    법질서: 국가와 사회의 모든 활동이 법에 의하여 정연히 유지되고 운용되는 상태
    해시값: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파일에서 생성된 특정 숫자와 문자열
    ‘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 당시 압수수색 영장 사본

    정보 재활용했다 무죄가 나기도 

    • 언론인 휴대전화만 통째로 압수수색 당한 게 아냐. 검찰은 2020년 4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의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 보관하고 있었어. 당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엔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폐기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말야.
    • 검찰은 불법으로 저장해둔 정보를 11월 다른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어. 검찰이 디넷에 데이터베이스처럼 저장된 휴대전화 정보를 재활용한 거지. 하지만 법원은 증거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 판결을 내렸어. 증거가 적법하게 취득되지 않았단 이유로.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승계 의혹’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도 같아. 증거의 재활용 때문.
    • 검찰은 노트북의 정보도 마구잡이로 털어가. ‘윤석열 검증 보도’를 한 인터텟 매체 리포액트의 허재현 기자의 노트북도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영장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취재자료도 가져갔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내용까지.


    왜 휴대전화에 집착할까

    • ‘증거의 왕은 자백💡’이란 말이 있어. 재판에서 피고인의 증언은 가장 강력한 증거란 뜻이지. 근데 요즘은 그 왕위를 휴대전화에게 물려줬단 말이 나와.
    • 휴대전화엔 전화통화 내역뿐 아니라 문자, 사진, 영상까지 담겨있잖아. 캘린더 일정과 동선 기록까지도. 문서나 각종 자료도 휴대전화로 주고 받고. ‘나’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이 다 있는 거지. 
    • 수사기관은 휴대전화 하나만 확보해도 용의자 또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쉽게 입증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뇌물 범죄에선 범인이 휴대전화로 연락해 상대방에게 뇌물을 준 날짜와 장소를 정한 걸 확인할 수 있지. 누구와 공모💡했는지도. 


      개혁 거부하는 검찰  

      • 대안은 나와 있어. 현재 디지털 포렌식을 전담하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를 독립시켜 개인정보관리위원회에 두거나 법원 산하 별도 기관에 두잔 거지. 검찰의 압수수색 행태를 감시, 견제하도록. 
      • 아예 압수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하잔 얘기도 있어. 지금은 사건 당사자 심문 없이 법원 판단으로 영장이 발부되거든. 근데, 법원이 영장을 내주기 전에 당사자의 설명을 듣고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거를 수 있는 장치를 두잔 거지. 
      • 특히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할 때 필요한 전자정보 영장에는 검색어·대상·기간 등 집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쓰게 하겠단 내용도 포함돼 있어. 지난해 법원이 이 제도 도입을 추진했는데, 검찰의 반발로 중단됐어. 
      • 이번 사건을 민간인 사찰로 규정한 일부 야권은 진상을 밝히자고 주장해. 윤석열 대통령과 전·현직 검찰 간부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앞으론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  하이라이트
        자백: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는 진술
        공모: 둘 이상이 공동으로 불법적인 행위를 합의하거나 범죄의 실행을 모의하는 일
        국정조사: 국회에서 의결하여 특정한 사안에 관하여 직접 행하는 조사
        🎙️️검찰이 피의자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저장·관리하는 게 흔한 일이야?
        💬우선 대부분 사건이 몰리는 형사부에선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해. 특별수사팀이 맡고 있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사례가 흔한 일은 아니지.

        🎙️️드문 일이라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가 있어. 2012년~2021년 10년간 스마트폰을 통째 복제한 이미지 파일이 디넷에 총 5만441건 저장됐었대. 검찰은 그중 3만5891건을 폐기해 지금은 1만4550건을 보관하고 있었거든.

        🎙️️이 대표의 정보(휴대전화 복사본)는?
        💬삭제됐어. 이 대표가 항의한 뒤에.

        🎙️️그래도 일반 피의자가 휴대전화 정보 전체를 털릴 가능성은 있는 거지?
        💬응. 물론 누구나 공권력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남아있어. 압수수색이 남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법조 기자들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면 두려워 하는 분위기가 있어. 압수수색을 당하면 휴대전화 속 내 사생활과 취재원 정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검찰이 그래선 안 되는 거 아냐? 화가 나는데.
        💬그래서 범죄 혐의와 무관한 범죄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 등의 정보가 수집될 위험을 인식한 대법원이 이미 개선안을 내놓기도 한 거야.

        🎙️️검찰 행태를 취재하기도 쉽지 않지?
        💬수사기관이 압수한 정보가 수사기관 내부에서 어떻게 보관, 유통되는지 명확하게 알긴 어려워. 수사 정보이니까 취재 한계도 분명하고. 하지만 이렇게 영장주의를 어기는 사례가 확인되니 실체가 없다고 할 수도 없지. 

        🎙️️검찰 규칙이 있었다 해도 상위법을 어겼다는 걸 몰랐을까? 설마?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해서 예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어.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경우를 대비해서 보관할 뿐이라고 답했고. 그리고 디지털 증거를 관리하는 사람은 검사가 아니라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이라고 엔지니어에 가까운 분들 이거든. 이번에 취재하며 보니까 (디지털 포렌식을 포함해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들도 이 포렌식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게 문제라는 분위기는 검찰 내부에 없어?
        💬법(형사소송법)을 고쳐서 더 명확한 규정을 둬야 한다는 분위기는 있어.

        🎙️️예전보다 나아진 건가?
        💬검찰 일부에선 지금 디지털 증거를 다루는 대검 과학수사부를 독립시켜서 관리하자는 말도 나와.

        🎙️공식 입장은 예규에 따른 거니 잘못 없단 거고? 
        💬근데 최근 10년 동안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약간 과도기랄까 그런 상황인 것 같기도 해. 
        2022년 9월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어떤 상황?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을 법원이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사회의 분위기도 적법절차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조금 결함이 있다고 해도 수사를 독려해 실체적 진실을 드러낼 것인가. 이런 질문이 여전한 거지. 돌아보면 검찰만 아니라 언론도 상황에 따라 조금 왔다갔다 해왔거든.

        🎙️️어떤 재판 말하는 거야?
        💬이재용 삼성 그룹 회장 불법승계 의혹 사건 수사도 판결문을 보면 검찰이 디지털 증거 수집과 관련해 적법절차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 언론도 그걸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적법 절차와 수사 우선, 뭐가 더 중요해?
        💬언론사별로도 좀 갈리는데, 난 영장주의 원칙(적법절차)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일부 야권에선 검찰이 민간인을 사찰했단 주장도 나와.
        💬사찰이라고 하기엔 좀 조심스럽긴 해. 국가공무원인 검찰이 민간인을 사찰할 목적으로 스마트폰 전체 정보를 보관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정보가 부족하거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휴대전화를 제출했지만 비밀번호는 끝내 안 알려줬잖아. 아는 사람이라서 더 조심한 건가?
        💬사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수사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도 휴대전화 잠금해제 협조를 안했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

        🎙️️황당하네. 
        💬응. 그런 모습이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압수하도록 절차를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아.

        🎙️️내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가 검찰에 털린다고 생각해도 무서운데?
        💬이렇게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얼마나 불법적으로 수집, 유통, 활용되는지를 사실 우리가 몰랐던 거지. 지금도 그 실체가 온전하게 드러나진 않은 거고.

        🎙️️공수처에서 수사하잖아. 실체가 밝혀질까?
        💬당장 공수처가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이잖아. 그것만으로도 허덕이는 느낌이라. 

        🎙️️허덕인다?
        💬응. 공수처장도 없는 상황이고. 

        🎙️시민이 내 정보가 검찰 수사자료로 저장돼 있는지 알아볼 순 있어? 피의자의 휴대전화 정보엔 주변 사람과 나눈 이메일, 대화, 거래 내역도 다 포함될 텐데.  
        💬어렵다고 봐야지. 피압수자나 피의자, 피고인이라면 소송이나 재판 과정에서라도 알아볼 방법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제3의 인물의 정보가 압수물에 딸려갔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아.
          🖐️  하이 파이브
        1. 검찰이 윤석열 검증보도를 한 언론인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저장했어.
        2. 검찰은 법대로 했다고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3. 검찰은 통째로 보관한 정보를 다른 재판에 증거로 재활용하기도 해.
        4. 압수수색의 위험성을 잘 아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끝까지 말하지 않았어. 
        5. 검찰의 행태를 막을 대안이 있지만 검찰 반발로 시행이 안 되고 있어.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