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공의 대표 만나면 설득에 앞서 충분히 듣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월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BR> /뉴스1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월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측도 대통령과 만날 용의를 갖고 있어서 양쪽이 시기와 장소, 방식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료 사태의 핵심 당사자들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 불안을 다소나마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7주째로 접어든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전공의들이다.
그래서 의사협회 비대위는 “대통령이 전공의와 만나 결자해지해 달라”고 했고,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 홍보위원장도 2일 “전공의도 조건 없이 대통령을 한 번만 만나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전공의들을 향해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런 점이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고수와 함께 이번 사태 장기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제라도 이번 사태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가 만나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이 40일을 넘기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 불편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료 문제 말고도 이대로 가면 전공의 대규모 면허정지, 의대생 대량 유급 등 의료 대혼란도 피할 길이 없다.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증원 규모 재조정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융통성이 생긴 것이다.
전공의 처우 개선, 지역·필수 의료 개선,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방안 등 다른 사안은 정부와 의료계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
정부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과 예산을 투입할 의지도 여러 차례 밝혔다.
양쪽이 더 이상 장외에서 공방을 벌일 이유와 시간이 없는 것이다.

전공의 대표들과 만나면 윤 대통령은 설득하기에 앞서 마음을 열고 충분히 들어야 한다.
전공의 대표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큰 요인 중 하나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고 어떻게든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인내하는 대통령의 자세가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경청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더 유연성을 발휘하고, 의료계도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면 많은 문제들에 대한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강력하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메이플 시럽을 좋아한다.
단풍나무 수액을 졸여 만든 시럽이다.
대부분 캐나다에서 생산한다.
단풍철 캐나다에 가 본 적이 있다.
한국도 단풍이 좋은 나라다.
캐나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퍼스트레이디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구아수 폭포의 위용에 놀라 “나의 불쌍한 나이아가라”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그러게나 말이다.
나의 불쌍한 오대산.

한국 단풍나무로는 메이플 시럽을 생산할 수 없다.
대신 단풍나무 일종인 고로쇠나무에서 뽑아내는 ‘고로쇠 물’이 있다.
시럽을 만들어 사업화할 수 있지 않을까 잠깐 고민했다.
아니다.
수익성이 없으니 나오지 않은 것이다.
모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이미 누군가 검토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하겠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여러분 가족에게도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

슬픈 뉴스를 봤다.
메이플 시럽 생산이 기후변화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보다 40%나 줄었다.
메이플 시럽이 사라진다면 팬케이크 맛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기후변화를 플라스틱 빨대 안 쓰는 제1 세계 중산층적 행위 따위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제 의문은 없다.
메이플 시럽을 지킬 수 있다면 종이 빨대 텁텁한 맛도 견딜 수 있다.

봉준호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되짚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은 가장 창의적일 뿐 아니라 가장 강력하다.
캠페인도 그렇다.
나에게는 북극곰이 멸종한다는 호소보다는 메이플 시럽이 사라진다는 경고가 더 강렬하다.
몰디브가 수몰되면 어쩌냐고? 어차피 나는 신혼여행 갈 일도 없다.

흡연자인 나에게 ‘수명 단축’보다는 ‘치아 변색’이라는 담뱃갑 문구가 더 무시무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그렇다.
이 나이 먹도록 연애 시장에 내몰린 중년에게는 깨끗한 치아가 쓸데없이 긴 수명보다 중요하다.
‘정의’라는 너무 거대해서 아득한 단어로 가득한 선거 선전물들을 재활용 상자에 버리며 문득 든 생각이다.

술로 만든 빵, 빵으로 만든 술

빵과 술은 서로 돌고 돈다.
제빵계의 권위자 피터 라인하트는 TED 강연에서 빵은 고체로 된 맥주이고, 맥주는 액체로 된 빵이라고 말했다.
오랜 농담이지만 기본적으로 곡물과 물, 효모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발효를 거쳐 만든다는 점에서는 그 형태를 달리할 뿐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기원전 약 4000년의 기록을 보면 보리로 빚은 빵을 이용해 맥주를 양조하는 법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처음부터 맥주의 효모를 이용하여 천연 발효빵의 발효종을 만들고 빵을 부풀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곡물의 당분으로 자연 발생하는 효모 하나로 서로 돌고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넘어오면 곡물로 떡을 빚어 막걸리를 빚고, 그 막걸리로 다시 떡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지떡, 증편이라고도 불리는 술떡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술빵이 그것이다.
찧고 쪄서 만드는 밀도 높은 기본적인 떡과 달리 발효를 거쳐서 빵처럼 보송보송하고 가벼운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근원이 된 은은한 막걸리의 향이 감돈다.
일본에서는 술지게미를 넣어서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만주를 만들고, 그 효모를 이용해서 반죽을 발효시켜 바게트를 굽기도 한다.

이처럼 돌고 도는 모습을 보면 무엇으로든 술을 빚는 역사도 어지간하지만, 빵을 굽는 인류의 역사도 어지간하다.
효모가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빵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어서 빵을 만들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쇼츠 콘텐츠에서 상상 가능한 온갖 재료를 반죽보다 많이 넣어서 빵을 굽는 모습을 보면 삼계탕집이나 시골 백숙집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료로 담근 술병이 늘어선 광경이 떠오른다.
빵과 술,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광적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는 존재다.

빵과 술의 공통점은 또 한 가지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달랜다.
전 세계가 고립됐던 팬데믹 시기, 천연 발효종인 사워도우 빵 만드는 법의 인기가 다시 부활했다.
천연 발효종은 매일 밀가루와 물을 줘서 키우는 살아 있는 효모로, 역사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부풀린 빵’을 만드는 방법이다.
모두가 발효종이 잘 크는지 강박적으로 확인하고, 오븐에서 나온 빵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반복 작업과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오랜 역사에 걸쳐 인류를 먹여 살린 빵을 굽는 행위가 갑자기 집 안에 갇히게 된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선사하며 위로가 되어준 것이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빵은 매일 먹고 싶은 사람으로서 생각한다.
이 ‘빵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신언서판(身言書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BR>/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역사에서 날 때부터 사람을 잘 알아본 황제로는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으뜸이고 이치를 배워서 사람을 잘 알아본 황제로는 당나라 태종이 우뚝하다.
공자 표현에 따르면 유방은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이고 태종은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이다.

사람 알아보는 잣대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제시한 사람은 당 태종이다.
‘신당서(新唐書)’ 선거지(選擧志)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무릇 사람을 고르는 법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몸[身]인데 그 몸가짐과 얼굴이 듬직하고 위풍당당해야 한다[體貌豐偉]. 둘째는 말[言]인데 그 말하는 바가 조리가 있고 반듯해야 한다[言辭辯正]. 셋째는 글[書]인데 글씨가 해서(楷書)처럼 또박또박하고 씩씩하면서 아름다워야 한다[楷法遒美]. 넷째는 판단력[判]인데 사안의 이치에 대한 판단력이 우수하고 뛰어나야 한다[文理優長].”

선거(選擧)란 나라에서 사람을 잘 골라 뽑는다는 말이다.
그때는 나라에서 뽑았고 지금은 국민들이 뽑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 잣대에서 차이가 있을 수 없으니 참고할 만하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외모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고 글 또한 이제는 붓글씨를 쓰지 않으니 남는 것은 말과 판단력이다.
말의 경우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거나 내로남불식 말하기부터 걸러내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당 양문석 후보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하는 말, 즉 자기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이 없다는 거짓말이 전형적이다.

판단력의 경우는 민주당 김준혁 후보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이화여대 김활란 초대 총장이 미군에게 학생들을 성상납시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안부 상대로 섹스했을 것이다” “6·25 참전 고마워하면 친미 사대주의”….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다.
이건 망언이 아니라 역사를 보는 판단력이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말로는 사과했다고 하지만 그는 내심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술을 마시지 말고 사람을 마셔라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술은 무슨 맛으로 마실까? 아버지가 집에서 홀로 바둑을 두며 소주를 마실 때마다 떠올린 질문이다.
말없이 바둑판을 들여다보다가 말없이 소주를 삼키고는 ‘크으’ 내뱉는 소리. 삼키는 소리인지 내뱉는 소리인지 모를 그 미묘한 소리. 그 소리가 지나가면 고개를 들고 나를 찾았다.
내가 옆에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으면, 벌게진 얼굴로 씩 웃고는 동전을 한 움큼 내 손에 올려주었다.
동전을 받는 맛으로 거의 매일 밤 아버지 곁에 있었다.

그러다 언젠가 술맛이 딱히 달콤하지는 않을 거라고 느낀 적이 있다.
숙제하다 잠들었는데 반복되는 ‘크으’ 소리에 잠을 깼다.
아버지는 불 꺼진 방에서 보이지도 않는 바둑판을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는데, ‘크으’ 소리가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나에게도 익숙한 소리였다.
내가 무언가 속상해서 울 때 내는 소리였다.
아버지가 우는 걸까. 나는 그날 밤 눈을 뜨지 못했다.

며칠 후 우리 집은 더 작은 곳으로 이사 갔다.
아버지가 친구의 빚 보증을 잘못 섰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어두운 방에서 소주를 마시는 날이 많았다.
어두운 방에서는 숙제를 할 수도 없고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아버지 얼굴을 읽을 수도 없었다.
’크으’ 소리를 계속 들으면, 뭔가 세상의 쓴맛을 너무 일찍 알 것 같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을 찾아 친구 집과 오락실과 도서관을 맴돌았다.
어느새 마시는 모습보다는 마신 후에 이불도 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나는 점점 더 아버지가 잠들었을 때 들어왔고, 아버지가 일어나기 전에 학교에 갔다.
‘크으’ 소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아련해졌다.

시간이 흘러 내가 대학 기숙사로 떠나기 전날 밤, 아버지와 소주를 놓고 마주 앉았다.
아버지가 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나도 아버지에게 술을 따라드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크으’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아버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어색해서 대화인지 혼잣말인지 모르게 중얼거렸다.
“술은 무슨 맛으로 마시는 거야?” 그 순간,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문이 열렸다.
술은 어떻게 마셔야 하고, 어떻게 예의를 지켜야 하고, 술에 취하면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러니까, 술이 아니라, 사람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돼.” 아버지는 그 많은 말이 어색했는지 그대로 드러누웠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음을 먹고 옆에 드러누웠다.
어차피 다음 날이 되면 나는 다른 도시로 떠나고, 한동안 우리가 만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은 한동안 어색한 숨소리만 뱉어냈다.
그러다 불쑥, 아버지도 대화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이제야 같이 마시네. … 이제 됐어.”

그날 새벽 나는 잠시 잠에서 깼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그 ‘훌쩍’ 소리를 또 한번 들은 것 같다.
나는 이번에도 눈을 뜨지 않았다.
그날 아침 나는 집을 떠났고, 그 이후 우리가 술을 마신 날은 열 번도 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나는 종종 홀로 소주를 마시는데, 그때마다 익숙한 ‘크으’ 소리에 놀라곤 한다.
아버지의 소리가 내 안에도 있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이 ‘크으’ 소리가 왜 삼키는 소리와 내뱉는 소리의 경계에 있었는지. 언젠가 내가 한 연극에서, 술에 관한 긴 독백을 쓴 적이 있다.
그날 밤 아버지가 들려준 술 마시는 법이었다.

“… 받을 때는 신중하게 받고 마실 때는 시원하게 마셔라. 마시고 나서는 주변에 빈 잔들이 없는지 확인해라. 따를 때도 밝게 따르고 받을 때도 밝게 받아라. 술 마시는 동안에는 취하지 말고 다 마시고 헤어질 때부터 취해라. 마시는 동안 취했으면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고 오거나 조용히 집에 와라. 술은 긴장을 풀려고 마시는 것이지만 절대로 긴장을 풀면 안 된다.
긴장이 풀리면 주사를 부린다.
주사는 친구가 떨어져 나가는 지름길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 지켜도 술자리에서 실수를 안 한다.
이게 내가 너한테 주는 유일한 조언이자 유산이다.”

그대에게 바라는 건 ‘밤양갱’

얼마 전 초콜릿 세상이 동화처럼 펼쳐지는 영화 ‘웡카’를 관람했다.
그 옛날, 영화 ‘노팅 힐’에서 로맨스의 정수를 보여준 ‘휴 그랜트’는 이번 영화에 소인족으로 출연하여 “움파룸파 둠파디두”라는 중독성 강한 주문과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귀여움을 한껏 발산하였다.
초콜릿이 서양의 대표 간식이라면 그에 필적할 만한 한국의 대표 간식은 무엇일까?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신조어 ‘할매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한 가운데 약과와 꽈배기 같은 예전의 간식도 유행하여, 약과와 꽈배기의 소비량이 이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초콜릿, 약과, 꽈배기는 달콤하다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여기에 또 하나를 더해야겠다.
바로 양갱이다.
최근 편의점에서 양갱의 매출이 전년도 같은 시기 대비 100%나 늘었을 정도로 인기다.

눈에 띄지 않아도 양갱은 100년 넘게 묵묵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간식 중 하나다.
그러던 양갱이 폭발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것은 순전히 이 노래 덕분이다.
장기하가 만들고 비비가 노래한 ‘밤양갱’ 말이다.
왈츠풍의 경쾌한 리듬에 비교적 단순한 선율, 맑은 음색의 비비 목소리가 귀에 살포시 와닿는 이 노래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으로 볼 수 있다.

무심히 음악을 듣노라면 다디단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날 것 같지만 노랫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며 이별 통보를 받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이라며 진심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야속한 심정을 드러낸다.
이별을 다룬 노래인데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과 같은 언어유희가 주는 재미 때문이다.
그 재미에 빠져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리듬을 놓치고 발음마저 꼬여 혼자 키득거리게 된다.

‘밤양갱’ 인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물론 가수 비비다.
실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으나 그녀가 이토록 대중의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이 노래 덕분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수많은 밈(meme)이 출현하였다.
공군이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올린 ‘BOMB양갱’ 콘텐츠는 조회수 100만 회를 훌쩍 넘겼고, AI를 이용하여 아이유, 장기하, 박명수 등의 목소리로 노래한 ‘밤양갱’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비비는 가시가 돋친 밤송이 안에 달콤한 밤이 들어 있는 것에 빗대어 소박하고 진실한 사랑을 표현한 노래가 ‘밤양갱’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초콜릿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영화 ‘웡카’의 대사처럼, 우리가 바라는 건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그저 부드러운 말, 따뜻한 미소, 그리고 밤양갱 하나면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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