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이 병을 만든다

생활습관이 병을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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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마 인디언의 사례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년에서 사진을 찍으면 가장 잘 나오는 위치인 피마포인트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인디언 부족 피마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피닉스대 연구팀은 1979년에 피마 인디언의 당뇨병 유병률이 다른 어떤 인구 집단보다 높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와 비교하면 19배나 높을 정도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은 조상들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베링해를 거쳐 넘어왔다.
춥고 음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목적지도 확실치 않은 채 베링해를 넘어오는 것은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음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생기면 저장해 놓아야만 가혹한 환경 조건을 이겨낼 수 있었으므로 저장 능력을 키운 이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피닉스대 연구팀은 피마 인디언들이 비만,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 분비 기능 장애, 내인성 포도당 생성 속도 증가와 같은 당뇨병의 임상적 특징 대부분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1940년대까지 산악 지역에 살며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한 피마 인디언들에게는 비만과 당뇨병이 매우 드물었다.
1960년대에 당뇨병과 비만의 유병률을 조사하던 의학자들은 피마 인디언들의 생활습관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피마 인디언은 700~1000년 전에 애리조나와 멕시코의 인디언으로 나뉘었다.
1980년대 이후 멕시코의 피마 인디언을 조사한 결과 당뇨병 유병률이 아주 낮았다.
같은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지만 당뇨병 유병률에 차이가 있는 것은 두 부족의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었다.

아리조나 피마 인디언들이 패스트푸드를 섭취하고 일상에서 운동이 줄어도는 등 서구식 생활 습관으로 바뀌어간 것과 달리 멕시코 피마 인디언들은 멀리 떨어진 농장까지 오랫동안 걸어가고 매일 여러 시간 일하는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추적조사를 해 오던 연구팀은 멕시코 피마 인디언의 생활 방식이 애리조나에서와 유사해지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피마 인디언의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두 집단이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생활습관의 차이가 비만과 당뇨병 발병에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피마 인디언들에게 질병 양상에 차이가 있는 것은 생활습관이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파머 인디언의 터전. 위키미디어 제공

파머 인디언의 터전. 위키미디어 제공

● 생활습관의학
(라이프스타일 의학)의 대두

유사 이래 20세기 전반까지 인류는 식량부족에 직면해 있었다.
옛말에 보릿고개란 봄철에 보리가 익을 때까지 벼에 의존하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을 가리킨다.
이렇게 매년 식량부족에 마주치다 보니 인류는 영양소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와야만 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패스트푸드가 일반화하는 것과 함께 음식이 충분히 공급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식량 공급은 점점 더 풍부해졌고 선진국에서는 몸에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따라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대신 자가용을 사용하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은 감소되었다.
에너지원을 얻기 위한 인체의 저장 능력이 새로운 생활습관병을 유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미생물 감염에 의한 급성질환이 줄어들면서 만성질환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만성질환의 특징은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생활습관의학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한국어로 생활습관의학이라 번역하는 영어 라이프스타일 의학
(lifestyle medicine)이라는 용어는 1989년에 처음 사용되었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리페
(James M. Rippe)는 생활습관의학이 만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이미 질병이 존재하는 경우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생활방식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모아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증진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미국 생활습관의학회
(American College of Lifestyle Medicine)는 생활습관의학이 질병의 치료 및 관리를 위해 생활습관
(식이요법-영양, 운동, 스트레스 관리, 금연 등)을 이용하여 중재를 하는 학문이라 정의한다.
생활습관의학을 강조하는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생활습관이 질병의 치료와 재활, 예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습관의학의 중요성

약 2400년 전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건강을 유지하려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않고 수고를 너무 적게 피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 그리스 철학자들이 '중용'과 '적당히'를 강조한 것은 개인의 건강 유지에도 중요하다.

현대에 생활습관병이 증가하는 것은 사용량보다 과도한 에너지 공급과 관련이 있다.
자동화로 인한 신체활동 제한, 자동차 출퇴근, 사무업무 일반화 등 실내 활동 증가와 칼로리 높은 음식섭취 증가가 원인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해 생활습관병이 증가하는 것이다.

폐암이 흡연에 의해 발생한다는 논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흡연이 여러 종류의 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운동, 흡연, 식이요법, 음주, 심리상태 등 생활습관이 질병과 관련이 있음이 알려진 지금 일상생활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스포츠선수를 위한 스포츠의학보다 일반인을 위한 운동의학이 더 중요해졌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섭취해야 몸에 좋은지에 대한 관심이 커켰고 애연가가 흡연을 즐기기에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돈을 들여 운동을 하기 위한 피트니스 센터가 늘어나고 더 많은 신체 활동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들은 생활습관을 질병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 가지 요소라는 수준에서 벗어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판단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그러나 만성질환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과 함께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환자의 자기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임상의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 각자가 파트너로 참여하여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생활습관의학의 핵심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 담배를 피우지 마십시오.
(2) 지방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마십시오
(또는 음식 섭취를 줄이십시오).
(3)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십시오
(또는 마시지 마십시오).
(4) (불안이나 우울 방지를 위해) 스트레스를 줄이십시오.
(5) (어떤 종류든) 약물 복용을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십시오.
(6)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하고 특히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십시오.
(7) 충분히 잘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십시오.
(8)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보습제를 사용하십시오.등과 같이 일상적인 생활습관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아주 많이 있다.
이를 한번에 개선하기 어려우니 지금부터 하나씩이라도 당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생활습관의학의 발전과 미래

1989년에 생활습관의학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후 지금은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의학에서 생활 방식의 중요성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 먼저 발전하기 시작한 생활습관의학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 별도 학회가 구성될 정도로 발전했다.
매스컴을 통해 생활습관과 건강에 대한 기사를 접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이는 생활습관의학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현재 만성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영양, 흡연, 음주, 스트레스, 신체 활동 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이 이러한 질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흔히 생활습관병이라 하면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비만,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등을 포함하며 주로 대사성 질환을 가리켜 생활습관병이라 하기도 한다.

생활습관의학은 생활습관병의 예방, 치료, 재활을 돕고 공중보건을 개선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생활 방식은 진료소 밖에서 실천되므로 생활 방식 중재는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생활습관의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상의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상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개입해야 한다.

생활습관의학이 주요 이슈로 대두되면서 약물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의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정 복용량으로 약물을 처방하지만 생활방식을 고려하여 맞춤형 감량액을 고려해야 한다.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생활습관의학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생활방식을 바꾸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서 보건 교육자의 후속 조치와 의사의 체계적인 상담이 표준 치료만 받은 대조군에 비해 주간 걷기 운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11%만이 지시된 식이요법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방식 변화에 대한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임상의는 환자를 격려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 조절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과 지식 함양의 필요성과 더불어 생활습관 의학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인의 웰니스를 위해 중요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바꾸고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 치료, 재활의 기초라 할 수 있다.
환자와 일반 국민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식을 갖춘 의사가 의료진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생활습관의학 확산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정책과 지역사회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활방식도 바뀌었다.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는 질병 패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늘날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은 물론 미래의 의사들까지 생활방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의사의 중요한 역할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생활습관을 중심으로 질병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학에서는 생활습관의학은 미래의학의 중요한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세포, 줄기세포로 되돌려 비만 치료한다

비만치료제 투여 시 음주, 흡연 등에 대한 욕구가 줄어드는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BR> Tatiana/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방세포를 지방세포 전 단계인 줄기세포로 변화시켜 지방조직의 물리적인 크기를 줄이는 비만 치료 방법이 나왔다.
. Tatiana/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방세포를 지방세포 전 단계인 줄기세포로 변화시켜 지방조직의 물리적인 크기를 줄이는 새로운 비만 치료법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KAIST는 서재명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임대식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지방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대사성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지방조직은 식사 후 여분의 칼로리를 지방 형태로 저장하는 저장고 역할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의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의 역할 중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대사 체계는 무너지고 당뇨 혹은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이 걸리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 몸이 이 두 가지의 기능을 조화롭게 관장하는지 분자 수준에서의 기전이 알려지지 않았다.

KAIST 연구팀은 이같은 기전을 밝히기 위해 히포 신호전달체계의 얍타즈
(YAP/TAZ) 단백질에 주목했다.
히포 신호전달체계란 다세포 생물의 조직과 신체 기관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다.

연구팀은 얍타즈 단백질을 억제하는 '라츠1/라츠2
(LATS1/LATS2)' 유전자를 실험쥐의 지방세포에서 결손시켰다.
이후 지방세포 안에 있는 얍타즈가 활성화하면서 지방세포가 지방세포의 전구체인 줄기세포와 같은 세포로 변해 지방조직의 물리적인 크기를 줄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구체란 어떤 물질대사나 화학반응 등에서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을 가리킨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활용해 지방세포를 줄기세포로 변화시켜 체지방을 줄임으로써 당뇨, 비만 등 대사성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발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에너지소비 및 포만감을 관장하는 호르몬 '렙틴'의 생성에 얍타즈 단백질이 직접적으로 관여를 한다는 점을 밝혔다.
1994년 렙틴의 유전자의 서열이 밝혀진 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렙틴 발현의 전사 조절 기전이 밝혀진 사례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져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대사체계 조절 호르몬이다.

 

선풍적 인기 비만치료제, 체중감소 원리 세계 최초 규명

<BR>(왼쪽부터)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규식 서울대 의과학과 대학원생, 최형진 의과대학 교수, 박준석 의과대학 졸업생


(왼쪽부터)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규식 서울대 의과학과 대학원생, 최형진 의과대학 교수, 박준석 의과대학 졸업생. 서울대 제공.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한미 공동연구팀이 ‘삭센다’, ‘위고비’ 등의 이름으로 팔리며 비만약과 혈당약으로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P-1)' 유사체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줄이는 원리를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전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의 작용 원리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뇌인지과학과 해부학 교실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치료제가 배부름을 유발하는 신경회로를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삭센다’, ‘위고비’ 등의 이름으로 판매 중인 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치료제는 이자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GLP-1이라는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통해 혈당을 낮출 수 있고 식욕을 억제하는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GLP-1 유사체가 정확히 뇌의 어느 부분에 작용해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뇌의 등쪽 안쪽 시상하부 신경핵
(
(Dorsomedial hypothalamus, DMH)에 GLP-1 수용체가 많이 분포하고, 이 부분에서 비만치료제의 GLP-1 유사체에 반응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 뇌 조직에서 GLP-1 수용체의 분포를 분석했을 때 DMH에 몰려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쥐의 뇌 조직에서도 같은 부위에 GLP-1 수용체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가 DMH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부름을 느끼게 한다는 것도 밝혔다.

쥐는신경관찰기법을 통해 직접 신경세포의 활성을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유전형질이 전환된 쥐뇌의 DMH에 광섬유를 넣었다.
실험에 사용한 쥐는 DMH의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연결된 광섬유에 불이 켜진다.
이를 통해 음식을 먹는 시점에 따라 GLP-1 수용체가 어떻게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는지에 대한 광학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신경관찰 기술을 통해 쥐가 배부르게 느끼는 정도가 언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쥐들에게 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주는 것을 반복해 장소나 행동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학습시키면 GLP-1 수용체 신경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GLP-1 유사체를 투여한 쥐는 신경의 활성이 더 민감하게 변화했다.
사람과 쥐 모두에서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름이 발생한다는 뇌 중추의 시상하부 기전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신경세포에 직접 빛을 비춰 인위적으로 신경이 켜지거나 꺼지거나 인위적으로 쥐의 신경회로에 자극을 주는 방법도 이용했다.

DMH에 있는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쥐가 진행하던 식사를 즉각 중단하고 신경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식사 지속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쥐의 이런 행동을 GLP-1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배부름이 유발되고 억제되면 배부름이 억제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쥐와 사람의 특성을 잘 이용해 중개 연구 방법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람은 자신의 심리와 증상을 직접 알려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신경 조작이나 측정이 어렵지만 쥐는 신경 조작과 측정이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심리를 측정할 수 없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 특성과 한계점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잘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음식을 보거나 냄새만 맡아도 결과를 통해, 우리의 시각이나 미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시상하부의 GLP-1 수용체 신경회로에 어떤 작용을 하는 경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로이 목마' 전략 쓰는 새 비만치료제…위고비보다 효과적

덴마크 코펜하겐대

게티이미지뱅크

한 남성이 자신의 복부를 꼬집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이 식욕 조절에 영향을 정미치는 신경세포에만 특한 분자 조절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약물을 고안했다.
기존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산 펩타이드-1
(GLP-1) 계열 비만치료제보다 더 강력한 효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이 약이 출시되기까지 임상 3상을 거쳐야 하는 만큼 수 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의 핵심은 신경 가소성으로도 알려진 뇌의 가소성을 활용하는 데 있다.
뇌 가소성이란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하고 재구성하는 뇌의 능력이다.
뇌가 새로운 경험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고,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진은 뇌의 영역을 재구성할 수 있는 뇌 가소성을 비만 영역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클렘센 코펜하겐대 노보노디스크기초대사연구센터 교수는 “오늘날 시판 중인 GLP-1 계열체중감량제는 1세대 체중감량제로 평가된다”면서 “이제 우리는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 매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체중감량제를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며 체중감량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GLP-1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활용했다.
GLP-1 안에 식욕 조절 중추를 조절하는 분자 조절제를 숨겨 뇌 안으로 전달하는 전략이다.
마치거대한 목마 안에 병사들을 숨겨 적진에 침투시킨 '트로이 목마'를연상케 한다.

분자 조절제를 숨긴 채 중추에 전달된 GLP-1은 기존 약물보다 더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일 수 있다.
클렘센 교수는 쥐 실험 결과 '트로이 목마' 방식을 사용해 GLP-1을 투여한 일부 쥐는 기존 GLP-1 계열 체중감량제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한 쥐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두 배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발된 약은 GLP-1 계열 체중감량제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체중감량제는 적정량을 복용하는 과정에서도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효능이 뛰어난 신약은 소량만 처방해도 체중을 줄일 수 있어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고안된 새로운 체중감량제는 아직 전 임상 단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3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8년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숭이 실험으로 식욕 조절 원리 증명…새 비만 유전자 치료제 나올까

국내 연구진이 원숭이 동물실험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식욕 조절 원리를 증명했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원숭이 동물실험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식욕 조절 원리를 증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원숭이 동물실험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식욕 조절 원리를 증명했다.
새로운 비만 치료방법이 나올지 기대된다.

서울대는 최형진 의과학과 및 뇌인지과학과 교수, 이영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책임연구원, 조지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최재용 한국원자력의학원 선임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이 영장류 실험을 통해 식욕조절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비만 조절 유전자 치료 기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최 교수는국내 대표적인 비만 연구자다.

연구팀은 화학·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해 실험용 원숭이의 뇌 시상하부 외측 영역에 위치한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했다.
양성자방출단층촬영
(PET/CT) 및 자기공명분광법
(MRS)을 통해 활성화가 잘 이뤄졌다는 점을 추가로 검증했다.

그러자 원숭이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갈구하는 행동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비만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인 '선호하는 음식에 대한 중독성'을 시상하부 억제성 신경세포가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추가로 원숭이가 자고 있을 때 자기공명영상
(MRI)으로 억제성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자극이 일어나면 시상하부와 '전두엽 피질' 영역간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했다.
억제성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시상하부와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로 알려져 있는 전두엽 피질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진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유전자 치료가 가능한지도 실험했다.
원숭이의 시상하부 외측 영역에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증상에 맞춰 특정 세포를 조작하고 유전자 결함을 교정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연구팀이 지난해 실험용 쥐를 이용해 밝힌 식욕 조절 원리를 사람과 가까운 영장류 실험으로 재증명한 결과다.
최 교수는 “비만 환자의 뇌에서 식욕 조절 유전자를 조절해 비만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 제 1저자인 하재선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생비인간 영장류 연구는 인간에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한 필수 연구라며 앞으로도 이 연구를 시초로 비만이라는 질환이 인간에게서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고 밝혔다.

 

내시경 전 '비만치료제' 사용 중단해야…폐렴 위험 증가

내시경 검사 예정이라면 비만치료제 사용을 미리 중단해야 한다.<BR> Mohammed Haneefa Nizamudeen/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내시경 검사 예정이라면 비만치료제 사용을 미리 중단해야 한다.
Mohammed Haneefa Nizamudeen/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주사형 비만치료제나 당뇨병치료제를 사용 중인 사람은 내시경 검사 전 치료제 사용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흡인성 폐렴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알리 레자이 미국 시더-시나이 의료센터 위장병 전문의 연구팀은 인기 비만치료제가 의료 시술 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27일 국제학술지 ‘위장병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인기 비만치료제이자 당뇨병약인 ‘오젬픽’,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기반 의약품 사용은 내시경 검사 후 흡인성 폐렴 위험 증가와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흡인성 폐렴은 위 속에 있는 음식물이나 입·코에 있는 분비물 등 이물질이 폐로 흡인되면서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주 내 회복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만성질환자 등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2018년 1월에서 2020년 12월까지 상부 또는 하부 내시경 시술을 받은 약 100만명의 비식별화된 미국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처방받지 않은 환자보다 흡인성 폐렴에 걸릴 확률이 33% 높았다.
연구팀은 폐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보정해 이같은 결과를얻었다.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 효과를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는 소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양이 줄어든다.
소화가 느리다는 것은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무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땐 병원에서 일정 시간 단식할 것을 안내하지만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땐 해당 시간 내 위가 완전히 비워지지 않을 수 있다.

위에 내용물이 남은 상태에서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면 내용물 일부가 폐로 넘어가 폐렴 위험이 높아진다.
레자이 전문의는 “내시경 검사 중이나 이후 발생하는 흡인은 치명적일 수 있다”며 “호흡 부전, 중환자실 입원, 심지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더라도 면밀한 모니터링, 산소 공급, 항생제 치료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시경 검사로 인한 흡인성 폐렴 발생을 줄이려면 비만치료제 사용 환자 대상 지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비만치료제 사용을미리 중단하면 흡인 피해 사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최소 며칠 전 비만치료제 사용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며 “내시경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면 병원과 사전에 잘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독일도 의사 부족...AI의료영상 판독, 선택 아닌 필수

얀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 의사, 고도의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

얀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BR>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얀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10년 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곧 만성적인 의사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AI) 의료영상 판독 기술은 질환을 진단하는 데 필수적인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를 확실히 경감할 것입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 줄어들면서 전문의들은 더 고도의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얀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는 AI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같이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가장 민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의사들은 단기적으로는 AI가 분석한 정보를 확인하고 통합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활용해 더 정밀하고 유의미한 의료행위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독일 정부는 국가가 운영하는 폐암검진 사업에서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데 AI의 필수적인 활용을 독려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폐 결절 유무 등 질환을 판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저선량흉부컴퓨터단층촬영영상
(LDCT)과 관련해AI 의료영상 판독 프로그램이 1차 판독을 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확인과 보완 작업을 거쳐 최종 판독을 하는 방식이다.
판독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의료기관에인센티브도지급한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이 사업이 실시되기에 앞서 이뤄진 시범사업 '한스 스터디'에서 AI 영상 판독기술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이끌었다.
하노버대가 이끈 연구팀은2021년 7월부터 2년간 3500명 이상의 55~79세 흡연자를 대상으로 폐암 위험성을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했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AI가 폐암 진단을 위한 의료영상 판독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의료영상 판독 과정에서 폐암의 징후를 놓치는 경우는 전체 판독 사례 중 약 10%다.
AI가 실시한 1차 판독에선 폐암 사례를 놓치는 경우가 20% 수준이다.
1차 판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 오진율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AI가 1차 판독을 빠르게 진행한 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빠르게 보완하는 방식으로최종 판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폐암의 전조 증상인 폐결절은 아주크기가 작으며 확대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AI는 극초기 단계의 징후도 잡아냈다며 실제 시범사업에선 조기에 폐결절이 발견돼 적절한 치료를 받아 심각한 폐암으로 진행되지 않은 환자의 사례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의료현장에서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은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아침부터 수백 장의 영상자료를 확인하면서 폐암의 진단 기준인 6mm 크기의 폐결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러한 작업은 극도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 의사들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며 업무 효율을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의 기술은 아직 보완돼야 할 부분도 많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미 유럽 전역에선 독일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이 임상현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과제로는 촘촘한 법 체계의 마련을 꼽았다.
AI가 관여한 판독에 오진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의 소지를 정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독일의 경우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면책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디지털화가 독일보다 우수하게 이뤄진 한국은 AI 프로그램 도입이 손쉬울 것으로,이에 앞서이같은 규제 마련에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신이 '='의 의미를 모두 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
 

게티미지뱅크 제공
두 개의 대상이 서로 같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기호 ‘=’를 '등호'라고 한다.
게티미지뱅크 제공

두 개의 대상이 서로 같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기호 ‘=’를 '등호'라고 한다.
최근 컴퓨터로 수학 문제증명을시도하는 수학자들이 =의 의미가 불분명해 컴퓨터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같음'의 정의에 대해 수학계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다.

케빈 버자드 영국 임페리얼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논문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논문 형식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버자드는 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리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증명하고 있는 수학자로 유명하다.
정확히 말하면 1995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증명한 내용 등을 '린
(Lean)'으로 검증하고 있다.
린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팀이 2013년 개발한 수학 증명을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다.

버자드 교수는 린에 컴퓨터 언어인 '코드'로 증명 내용을 변환해 입력하는 과정에서 =를 컴퓨터에 이해시키는 것이 까다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를 수학자마다 혹은 분야별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cm, km 같은 단위 기호처럼 수학기호의 의미를 전세계가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절차가 없었다.

=가 다양하게 쓰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같음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2=4'는2+2와 4가 같다는 의미다.
대부분 동의하는 식이겠지만형식과 모양을 판단 기준으로 한다면 두개의 2가 +를 가운데 두고 있는 모양이 숫자 4가 하나밖에 없는 모양과 아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에서는 같음을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수학의 한 분야인 '위상수학'에서는 도넛과 커피잔이 같으므로도넛=커피잔이라고 쓸 수 있다.

위상수학은 단순히 길이나 크기 같은 직관적인 수치 비교를 넘어 추상적인 물체들의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다.
위상수학에서는 구멍을 내거나 가위로 자르지 않고 어떤 도형을 찰흙처럼 주물러 다른 도형으로 만들 수 있으면 두 도형을 같다고 정의한다.
위상수학자들은 도형의 점, 선, 면의 위치 관계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도넛과 커피는 구멍이 하나인 물체로 같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도넛과 커피잔은 다른 물체다.

수리철학을 연구하는 최정담 '발칙한 수학책' 작가는 {a, b, c}와 {1, 2, 3}은 '집합의 크기'에만 집중하는 수학자에게는 {a, b, c}={1, 2, 3}다라면서 누군가에게 '다름'인 명제가 누군가에겐 '같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자드 교수는 과학 온라인 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현대 수학자들은 다소 느슨하게 =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자들이 =에 대한 개념 정의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쓰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같음을 나타내는 기호도 = 외 여러 개 존재한다.

이같은 이유로 버자드 교수는 =를 컴퓨터에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학 증명의 문맥을 이해한 뒤 여기서 쓰인 =의 의미를 밝혀내고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자드 교수의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수학계에서 인공지능
(AI)이 수학 연구 방법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가 AI 도구를 이용해 새로운 추측을 제시하고 린의 도움을 받아 정확히 증명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가 현재 수학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버자드 교수의 이번 논문은 수학계가 앞으로 겪을 어려움을 미리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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