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 대한 모범답안


생활양식 변화를 제외한 모든 다이어트 해법과 약물은 공통점이 있다.

단기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 효과는 없거나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특정 영양소나 호르몬에 치우치거나 열량을 과도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대사를 교란하여 부작용이 생긴다.
반면에 생활양식 변화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

운동만으로는 체중 감소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2020 리뷰) 건강한 식단이 필수적이다.
식단은 채소와 과일 1/2, 탄수화물 1/4, 단백질 1/4로 구성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렇게 비율을 맞추면 일부러 열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고열량 음식은 줄여야 한다.
고열량 음식은 달거나 기름진 음식뿐 아니라 가당 음료, 과일주스, 알코올 등 액체 열량을 포함한다.
가공식품에 함유된 다양한 화학물질은 호르몬을 교란하고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2007 논문). 임신한 쥐에게 이런 물질을 먹였더니 새끼 쥐가 비만이 되었고, 4대까지 영향이 나타났다(2010 논문).199946.jpg

배고픔의 정도와 식후 혈당과의 관계

 배고프지 않을 때 먹으면 식후 혈당이 가장 높다.
너무 배고플 때 먹어도 혈당이 높다.
적당히 배고플 때 먹어야 혈당이 가장 낮다.
(Gal 2016)

식사법도 중요하다.
채소를 먼저 먹고, 음식을 잘 씹어 먹으면 과식을 피하게 된다.
고지방 음식을 빨리 먹으면 포만감이 늦게 와서 과식하게 된다.
간식이나 야식도 비만 요인이다.
TV를 보면서 먹는 것은 아동 체중 증가의 중요 원인이다(2022 논문). 아침식사를 자주 거르면 거르지 않는 사람보다 과체중/비만 확률이 48% 높다(2020 메타분석). 간식거리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더 먹게 되기 때문에(2006 논문) 집안에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배고프지 않을 때 억지로 먹는 것이나 배부른데 남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배고프지 않을 때 먹으면 체중 증가를 촉진하고(2023 논문), 혈당에도 해롭다.
식후 혈당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을 때 먹으면 가장 높고, 적당히 배고플 때 먹으면 가장 낮고, 매우 배고플 때 먹으면 적당히 배고플 때보다 높다(2026 논문).

감정적 먹기도 비만의 요인이다.
심심하면 배고프지 않아도 먹기를 유발하기 때문에(2022 논문) 적당한 소일거리를 개발해야 한다.
쾌락이나 정신적 위안을 위해 먹는 것도 감정적 먹기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도파민 기능을 감소시켜(2013 논문) 고당, 고지방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을 더 먹게 하고 채소와 과일을 덜 먹게 한다(2018 논문 등). 스트레스, 외로움, 걱정, 우울을 음식이나 술로 해소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빠르게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주 150분은 최소한이고, 하루 30분~1시간 하는 것이 좋다.
10분 이상씩 나누어 해도 건강 효과는 비슷하다.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
하루 7시간 이하 자면 비만 확률이 높아진다(2018 논문). 수면 부족은 열량이 필요 없을 때도 렙틴(포만감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그렐린(공복 호르몬)을 증가시켜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2004 논문).

생활양식 접근법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다이어트 해법이다.
건강한 식단(과체중인 경우 하루 500~700㎉ 덜 먹기를 추가)과 주당 150분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하면 체중이 평균 8~12% 감소하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지질 등이 극적으로 개선되며 정신건강도 향상된다(수많은 연구결과). 건강과 체중 감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승덕 변호사(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비만 자체를 질병으로 규정한 이유

비만은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이다.
1997년 WHO는 비만 자체를 질병으로 인정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비만이 세계적으로 급증하자 글로벌 유행병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당시 의학계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3년 미국의사협회가 비만을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라고 규정하자 비만이 질병인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비만은 질병이 아니라는 견해는 나름 근거가 있다.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비만해도 운동선수와 같이 건강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비만과 건강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거나, 질병으로서 특유한 증상이 없다거나, 과식·운동 부족 등 생활을 게을리 한 것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회피하고 생활양식 변화 대신에 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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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는 체중 감소가 생활양식 변화라는 자기 선택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비만을 의지나 절제가 약한 탓으로 비난하는 사고가 주류였다.
비만을 사회가 개입하는 치료의 영역으로 규정하자 기존 사고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고는 비만이 단지 많이 먹고 덜 운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유전적, 가족력 요인, 약물 요인, 호르몬 요인, 음식중독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임산부가 비만이나 과체중이면 아이도 그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조부모가 비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되면 과체중이나 비만일 확률이 높다(2013 메타분석). 약물의 부작용으로 비만이 유발되기도 한다.
당뇨약, 항우울증약, 항정신병약의 대부분은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2010 논문).

배고픔과 식탐은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호르몬 교란의 결과일 수 있다.
비만이면 뇌의 도파민 보상회로에 변화가 생겨 단 음식을 갈망하고 과식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음식중독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의 약 1/4이 음식중독에 해당된다(2014 리뷰). 음식중독이 생기면 일반 비만인보다 음식 갈망이 더 커지고, 음식으로 행복해하는 경향이 강하다(2011 논문). 정크 푸드나 가공식품은 대개 중독성이 강하다.

비만이면 렙틴 저항성 때문에 더 먹고도 열량을 덜 태우게 된다(2018 논문).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대사를 높이는 호르몬이다.
렙틴이 과잉이면 그런 효과가 없다(2011 논문). 비만이면 렙틴 수준이 높아져 렙틴 저항성이 생긴다(2012 논문). 렙틴 저항성이 있으면 체지방이 많아도 배고픔이 커진다.
그 결과로 비만의 악순환이 생긴다.

비만을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추세이다.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자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지고 비만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정책이 우선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비만 치료를 위한 약물과 수술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건강한 식단, 운동 등을 교육할 필요성도 커졌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더라도 비만의 예방이나 치료에는 생활양식 변화가 우선이다.
미국 정부는 건강한 생활양식을 통한 비만 전략을 강조한다.
비만 위험 요인으로 채소 권장량을 먹지 않는 것, 신체활동, 특히 유산소 운동이 부족한 것 등을 지적한다.
통상의 비만이라면 체중 감소를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인슐린 반응 낮춘다고 비만이 해결될까?

다이어트(체중 감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비만 해법은 나름대로 과학으로 포장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장에서 가장 먹힌 주장은 인슐린-비만 가설이다.
인슐린 때문에 비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슐린은 원래 탄수화물(당)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지방 저장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이 가설은 열량 저장이 고열량 자체보다 인슐린의 효과라고 하면서 인슐린 반응을 낮추면 체중이 감소한다고 한다.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 주장일까?199624.jpg

단백질 섭취 비율 차이에 따른 체중 증가 효과 비교

열량을 과잉 섭취하는 경우 저단백식단(단백질 5%)이 보통 식단(단백질 15%)이나 고단백식단(단백질 25%)보다 살이 덜 찌지만 체지방 증가는 비슷하다(Bray 2012).

  

인슐린-비만 가설에 근거하여 먼저 등장한 다이어트가 저탄고지이다.
인슐린 반응을 유발하는 탄수화물을 낮추고 대신 지방을 높이면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중 감소 효과가 장기적으로 미미하고(2016 리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 최악의 다이어트로 평가받았다.

그러자 대안으로 저탄고단이 부상했다.
탄수화물을 낮추되 지방 대신 단백질을 높이면 해악 없이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탄고단은 원래 근력이나 근육을 늘리기 위한 것인데 다이어트용으로 둔갑하면서 관련 업계에 대박의 블루오션이 열렸다.
하지만 저탄고단의 체중 감소 효과는 저탄고지와 비슷하다(2014 리뷰).

고단백 식단을 장기간 지속하면 안전하지 않다.
신장 손상, 골밀도 감소, 간 기능 이상, 암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2011, 2013 리뷰). 단백질이 저장되지 않는다는 속설은 거짓이다.
단백질도 잉여 열량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저탄고단을 권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2013 리뷰). 단백질 쉐이크나 바 위주의 다이어트는 건강한 식습관을 외면하고 가공식품에 의존하게 하는 문제가 있어 나쁜 다이어트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저탄고단과 간헐적 단식을 결합하여 ‘다이어트 혁명’이라고 현혹하기도 한다.
간헐적 단식도 같은 가설에 기초한 것이다.
혈당 반응을 낮추기 위해 먹는 시간대를 줄이고 공복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간헐적 단식도 체중 감소 효과가 약하다(2021 논문). 간식과 야식을 피하는 것은 좋지만 아침을 거르면 점심 후 혈당이 급등하고(2019 논문) 인슐린 반응이 손상될 수 있다(2015 논문).

인슐린-비만 가설에 기반한 비만 해법(저탄고지, 저탄고단, 간헐적 단식 등)이 신통치 않은 것은 위 가설 자체의 과학적 결함 때문이다.
체중 증가를 촉진하는 것은 일시적인 탄수화물-인슐린 반응이 아니라 평상시 인슐린 수준이 높은 상태(고인슐린혈증)이다(2018 논문). 고인슐린혈증은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원인이고, 인슐린 저항성은 당이 아니라 지질(체지방 축적으로 인한 유리 지방산 증가 등) 때문에 생긴다(2021 논문). 탄수화물 뿐 아니라 지방이나 단백질도 과잉이면 체지방으로 저장되어 인슐린 상승에 기여한다.
비만에는 인슐린 뿐 아니라 렙틴 등 다른 호르몬도 관여한다.
그런데 위 가설은 탄수화물과 인슐린만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오류를 범했다.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이다.
부족하면 두통, 피로감, 변비 등이 생기고, 장기적으로 여러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2003 논문). 탄수화물을 줄이면 장내균의 먹이인 섬유질이 부족하게 된다.
장내균의 다양성이 훼손되면 비만 요인이 된다(2022 논문).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균형 있는 식단을 대체할 수 없다.


덜 먹고 더 운동해도 살 안 빠지는 이유 

흔히 비만은 열량 섭취가 열량 소비보다 많아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덜 먹고 더 운동하면 살이 쉽게 빠질 거라고 믿는다.
이런 조언을 따라 열량 섭취를 줄이면 체중은 대략 6개월까지 감소하다가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간다.
결국 효과는 없고 몸만 괴롭힌다고 해서 ‘가혹한 사기’라고 하기도 한다.
열량 불균형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하는 이론은 1980년대에 등장하여 아직 신봉자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미신 취급을 한다.
왜 그럴까?

인류는 굶어죽는 것을 막기 위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2013 논문). 열량 섭취를 줄이면 이 메커니즘이 발동되어 체중 감소를 막는 작용을 한다.
열량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호르몬이 장기적으로 변해서 포만감은 억제되고 식욕이 증가하며(2016 논문) 고열량 음식 섭취가 자극된다(2005 논문). 비만이었다가 살을 빼면 이 현상이 나타난다.

열량 소비는 열량 섭취와 연관되어 있다.
비만 상태에서 열량 섭취를 줄이면 대사율이 하락한다.
열량 섭취가 줄면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한 대사적 적응으로 열량 소비도 감소한다(2016 논문). 열량 섭취 감소분의 40~80%, 때로는 100%까지 열량 소비가 감소한다(2017 논문).199353.jpg

‘덜 먹고 더 운동하기’의 체중 감소 효과 

‘덜 먹고 더 운동하기’는 1년차에는 체중 감소가 크지만 2년차부터 체중이 증가해서 4~5년 후 원래 체중을 회복한다.
x축은 경과연수, y축은 체중감소량. (출처: Fasting Method)

몸은 지금까지 최고의 체중을 유지하고 더 늘리려는 메커니즘도 가지고 있다(2015 논문).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가 모두 증가하지만 체중이 감소하면 세포 수는 감소하지 않고 크기만 작아진다(2021 논문). 비만으로 증가한 지방 저장능력은 살을 빼도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쉽다.
열량 제한으로 감소한 체중은 정상적으로 먹으면 단기간에 회복된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나중에 체중이 원래보다 증가하게 된다(2007 논문).

과도한 열량 제한은 건강을 해친다.
필요한 열량을 제한하면 처음에는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동원하지만 나중에는 근육을 분해하여 사용한다.
열량을 줄이면 필수적이 아닌 신체기능은 억제된다.
면역기능이 낮아지고, 뼈가 약해지며, 피부, 손톱, 모발 상태가 나빠진다.
일부 영양소가 결핍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 섭식장애가 생기는 등 정신건강도 나빠진다.

살을 빼려면 열량에 집착하지 말고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적게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채소와 과일처럼 열량 밀도가 낮은 음식은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고 감소한 체중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2017 논문). 저열량, 고단백, 저지방 음식과 섬유질, 수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식후 포만감이 크고(1995, 2015 논문), 고지방 음식은 그 반대이다(1995 논문). 가공식품을 피하고 식단을 자연음식 위주로 1/2은 채소와 과일, 1/4은 탄수화물, 1/4은 건강한 단백질(생선, 콩류, 닭고기 등)로 구성하면 열량을 계산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없다(하버드 건강식사접시).

운동은 다이어트보다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해도 체중은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는다(2009 논문). 대사율이 저하되어 운동을 통한 열량 소비를 상쇄한다(2017 논문). 또한 운동을 오래하면 기계적 효율이 증가하면서 열량 소비를 감소시켜 총열량 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2017 논문). 운동을 하면 체중은 비슷하지만 체지방이 줄기 때문에 건강에는 유익하다(2019 리뷰).

 비만은 ‘저평가된 침묵의 살인자’

20세기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비만이 추가되었다.
아직 위험이 덜 알려져 있어서 비만을 ‘저평가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것일까?

비만은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판정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 그 아래 23까지는 과체중, 23 미만이면 정상이라고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성인은 37.2%가 비만에 해당한다(2022년 자료). 비만 유병률은 미국과 비슷하고 세계 평균(14%)보다 높다.

비만은 스트레스처럼 만병의 근원이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장병, 2형 당뇨, 암(15가지 이상), 수면무호흡증, 담석증, 관절염, 불임, 우울증 등 200가지 넘는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위험은 각각 3배 높아진다.
WHO는 비만 뿐 아니라 과체중도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약간만 과체중이더라도 만성질환 위험이 높고, BMI가 증가함에 따라 위험이 점점 높아진다고 199208.jpg

비만한 지방세포의 사멸-염증 과정

비만으로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팽창하면 저산소증으로 세포가 사멸하고, 면역세포들이 몰려들면서 염증이 생긴다.
(출처: Owens 2014)

만성질환은 대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비만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비만은 그 자체가 질환이라고 할 만큼 건강에 심각한 해를 유발한다.
체중이 증가하면 잉여 열량은 지방세포에 방울 형태로 저장되어 세포를 팽창시킨다.
비만으로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팽창하면 세포 내에 저산소증이 생기고, 염증이 증가하면서 활성산소와 염증물질이 많이 생성된다.
그러면 지방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결국 지방세포가 사멸한다.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들은 염증이 생긴 지방조직으로 몰려들어 염증물질을 대량 분비한다.
비만한 사람의 지방조직은 염증물질 공장으로 변하고, 온몸에 만성염증이 생긴다(2020 논문).

종전에는 지방조직이 단순한 열량 저장 창고인 것처럼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호르몬과 염증매개물질을 분비하는 활동적인 내분비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욕을 억제하고 지방 산화를 촉진하는 렙틴은 지방조직에서 분비된다.
혈중 지방이 높으면 렙틴 분비가 증가하지만 비만으로 렙틴이 과잉이 되면 효과가 사라져 렙틴 저항성이 생긴다(2012 논문). 그래서 비만인데도 더 먹게 된다.
아디포넥틴은 지방 산화를 촉진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이지만 비만이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비만한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대체로 염증, 인슐린 저항성, 지방 저장 촉진 등을 유발하는 해로운 물질들이다.
비만이면 지방조직 자체가 ‘병든 지방’이라고 부르는 병적인 상태가 된다(2019 논문).

비만으로 지방조직에 산화 스트레스, 섬유증 등이 생기면 지방 저장능력이 감소하고, 넘치는 지방은 간, 심장, 췌장, 신장, 근육으로 가서 축적된다.
이것을 이소성 지방이라고 한다.
이소성 지방은 온몸에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2012 논문), 해당 장기의 기능을 훼손한다.
지방간, 심장병, 당뇨, 담석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의 뱃살은 평화롭게 보이지만 쉬지 않고 온몸을 망치고 있다.
못된 비만을 방치하는 것은 암살을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근감소증에 대한 모범답안

노화로 인한 근육 감소를 근감소증이라고 한다.
근육 감소는 보통 40세에서 시작되어 10년에 약 5%의 비율로 진행한다.
2016년 WHO는 근감소증을 질환으로 규정했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근력이 감소하고, 근력이 감소하면 낙상과 신체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근육량과 근력의 상관관계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근육량을 늘린다고 반드시 근력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거꾸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면 근력은 감소하지 않는다.
근육량이 적다고 질환으로 규정하기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근육기능, 특히 근력 저하가 동반되어야 근감소증으로 진단한다.

근감소증은 넘어짐, 골절, 장애 위험과 상관있다(2023 리뷰). 특히 근감소증이 있으면 사망 위험이 2배로 증가한다(2021 메타분석과 리뷰). 근감소증은 노인에게 생활의 질을 저하시킨다.
이동성 감소와 이로 인한 독립 상실 위험이 있다(2017 논문). 따라서 근감소증을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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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의 주된 원인은 신체활동 부족, 영양 부족, 만성질환이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단백질 섭취에 따른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감소하여(2008 논문) 근육 감소가 빨라진다.
성인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10일간 다리 근육이 6.3% 이상 감소하고 하체 근력은 15% 이상 감소하고(2023 자료), 70세 이상 노인은 근육이 10% 감소한다.

생활양식 개입은 근감소증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2023 논문). 운동과 단백질 섭취는 근육 기능 유지에 최적이다(2009 논문). 운동을 늘리면 근육량과 근력이 증가한다(2023 논문). 저항성 운동은 근육 손상과 복구 과정을 통해 근육량을 증가시킨다.
노화하는 근육은 운동, 특히 저항성 운동에 반응한다.
종전에는 고강도 운동이어야 근육이 생긴다고 믿었지만 저강도 운동도 효과가 있다(2015 리뷰).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종전에는 유산소 운동이 근육 감소를 막기에 부족하다고 알려졌지만 다이어트 할 때 유산소 운동만 해도 근육 감소를 막을 수 있다(2013 논문).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걷기만 해도 근육량이 개선된다(2015 논문).

근육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종전에는 노인은 단백질 섭취가 적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노인의 단백질 합성 능력이 낮기 때문에 최근에는 젊은 성인보다 더 많은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2014 논문). 다만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단백질 제한이 필요하다.

근감소증 특효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스테로이드 보충제는 근감소증에 효과가 없다(2012 논문). 건강기능식품업계는 근감소증에 효능이 있다고 하는 온갖 제품을 쏟아 내고 있다.
약물이 아니어서 엄격하게 효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특정 보충제가 근감소증에 효과 있다는 식의 논문이 이어지고 있으나 대개 저항성 운동과 병행한 결과이거나 업계가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들이 많다.
대개 효과는 없거나 불확실하다.

근감소증에 대한 답은 생활 속에 있다.
노화 과정은 피할 수 없지만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근감소증을 역전시킬 수 있다.
운동하면 인지기능도 향상되고 만성질환 위험이 감소하며 건강 장수 확률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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