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小食은 금물…다양하게 먹어야 노화 느려진다 ”

“나이 들면 小食은 금물…다양하게 먹어야 노화 느려진다

아주대 연구진, 6년간 노인 665명 식단 추적

지난 2022년 초복을 이틀 앞두고 대구 중구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초복 건강데이'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복달임으로 제공된 삼계탕을 맛보고 있다.<BR> /뉴스1

지난 2022년 초복을 이틀 앞두고 대구 중구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초복 건강데이'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복달임으로 제공된 삼계탕을 맛보고 있다.
/뉴스1

 

나이가 들어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나이지만 힘이 없고 인지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총명함과 노익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유독 노화의 시간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노화에도 사람마다 속도가 있다고 보고 유독 빠른 노화 현상을 가속노화, 노쇠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아주대 예방의학과 이윤환 교수와 김진희 박사(연구강사)는 노쇠 현상과 관련이 있는 여러 요인 중 노인들의 식단에 주목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영양, 건강, 노화 저널’에 2016~2022년 국내 70~84세 노인 665명이 먹은 식단이 내재적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5년 발표된 ‘건강과 노화’ 보고서에서 건강한 노화의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내재적 역량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이동능력, 감각기능, 활력, 인지기능, 정신 건강 등 다섯 가지가 포함된다.

아주대 연구에 따르면 나이를 먹어도 심신이 건강한 노인들은 신선한 고기와 채소, 곡물을 다양하게 먹었다.
건강한 노인 남성들은 대체로 살코기와 채소, 과일, 통곡물 등을 골고루 섭취했다.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며 적절한 칼로리 안에서 약간의 술도 즐겼다.
이들은 쌀밥 위주의 간소한 식사를 하는 노인보다 내재적 역량이 우수했다.

노인이 돼서도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BR> 같은 나이지만 힘이 없고 인지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는 반면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총명함과 노익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BR> 누군가에겐 유독 노화의 시간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다.<BR> /존스홉킨스대

노인이 돼서도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나이지만 힘이 없고 인지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는 반면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총명함과 노익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에겐 유독 노화의 시간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콩과 견과류, 과일, 육류, 우유를 골고루 먹는 여성 노인들도 노화가 느리게 진행됐다.
김진희 박사는 “나이가 먹었다고 간소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보다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충분히,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정신과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라며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식단을 갖고 노년에도 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노인들은 대부분 “입맛도 없고 대충 때운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간소하게 먹는 것이 미덕이라는 잘못 생각하는 노인들도 많다.
제대로 먹고 싶어도 혼자 살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은퇴 후 삶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으로 식사비를 줄이는 사례도 많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이 교수는 “내재적 역량에는 운동 빈도나 흡연 여부처럼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인은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식이 패턴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온라인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했다.

아주대 예방의학과 이윤환 교수(왼쪽)와 김진희 박사(연구강사)는 이번 달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 노화 저널에 노인의 식단이 내재적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냈다.<BR>

아주대 예방의학과 이윤환 교수(왼쪽)와 김진희 박사(연구강사)는 이번 달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 노화 저널에 노인의 식단이 내재적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냈다.

◇누구나 늙지만 노화에도 차이가 있다

–내재적 역량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이윤환)건강 노화를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예전에는 노화를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 중심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다양한 기능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내재적이란 말 그대로 우리 몸이 가진 여러 요소의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신체적인 영역과 정신적 영역, 인지적인 부분, 활력 같은 역량을 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걸어 다니거나 앉았다 일어서는 능력, 우울증이나 기억력 감퇴 여부, 특히 시력과 청력 같은 감각 기능도 종합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연구되던 걸 모두 고려한 종합 지수로 만든 것이다.

–사람 따라 내재적 역량에 차이가 많이 나나?

(이윤환)내재적 역량에 속하는 5가지 기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많이 난다.
걷기만 해도 개인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매우 커서 민감한 노화 지표로 사용된다.
시력과 청력도 노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감각 기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내재적 역량에 속한 5가지 기준은 서로 다 연결된다.
최근 청력이 떨어지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소개됐다.
흔히 청력이 떨어지면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걷는 속도도 줄어들고 결국 걷기 활동이 줄어들면 다시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편의상 5가지로 기준을 정했지만 전체적으로 합쳐서 생각해야 노화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식이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진희)노인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생활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담배를 끊고 술을 먹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골고루 먹으면 내재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식사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식단 같은 경우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내재적역량 같은 개념이 등장한 지 얼마 안되다 보니 영양연구나 식이 패턴 연구가 부족했다.

–매끼 식사를 어떻게 추적 조사했나.

(김진희)조사원이 노인들의 집을 일정 간격으로 직접 방문해서 조사했다.
24시간 회상법이라고 해서 그릇이나 식품 사진을 놓고 전날 주로 많이 섭취한 음식과 섭취량을 직접 묻는 방식이다.

서울시 한 구청의 노인종합복지관 점심 식단 메뉴. /서울시

서울시 한 구청의 노인종합복지관 점심 식단 메뉴. /서울시

◇밥·김치 고집하면 노쇠 빨라

–한국 노인들은 어떤 식사 패턴을 갖나.

(김진희)남성은 골고루 좋은 걸 먹으면서 거기서 술도 먹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부류는 쌀하고 김치 위주로 먹는 다.
마지막 부류는 쌀을 위주로 먹지만 좀 더 골고루 먹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은 콩과 견과류와 씨앗, 과일, 고기, 우유 같은 다양한 식품을 먹는 부류와 국수와 만두, 생선, 조개류를 많이 섭취하는 부류, 쌀과 김치를 많이 먹는 부류로 나뉜다.
노인 남성과 여성 모두 쌀 섭취량 비중이 높았다.

–술 마시는 남성 노인이 의외로 내재적 역량이 높다는데.

(김진희)남성 노인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섭취를 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는 내재적 역량에 별로 좋지 않다.
반면 다양하게 먹으면서 술을 같이 먹는 부류는 내재적 역량이 좋은 것으로 나왔다.
물론 술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는 보기 어렵다.
사실 술을 먹는 경우에도 전체 에너지 섭취량에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정 범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나 육류, 유제품을 고루 먹으면 항산화나 항염증 같은 좋은 성분이 있어 술을 마셔도 내재적 역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술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나머지 좋은 음식의 영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윤환)5~10년 전만 해도 나이를 먹어서도 골고루 먹고 약간의 술을 마시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시절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레드 와인이 좋고 그 안에 여러 가지 항산화 요소가 있어서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고 특히 심혈 관계에 좋다는 연구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그 연구들에서 오류가 발견되면서 술 자체만 놓고 보면 백해무익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거의 담배 수준으로 나쁘다는 게 정설이다.

–일부 노인들은 건강 때문에 적게 먹는다.

(김진희)남자와 여성 노인 집단 가운데 쌀과 김치, 채소를 많이 먹는 집단은 칼로리 섭취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칼로리 섭취량보다 아니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라는 게 더 문제다.
에너지 적정 비율을 보면 밥과 김치를 주로 먹는 그룹이 탄수화물 섭취는 높고 지질 섭취는 정상 범위보다 낮다.
무조건 칼로리를 낮춰서 먹는 것은 현재 한국 상황에선 노인에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에 좋은 다양한 식품을 먹으면 아무래도 칼로리 자체는 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윤환)노쇠를 굉장히 악화시키는 요소 중에 하나가 소식이 좋다는 이야기다.
젊었을 때는 통하는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노년기에는 웬만하면 과체중이 낫다고 얘기를 한다.
괜히 체중 줄이려고 적게 먹고 하다가 식품 다양성에서 벗어나 양질의 섭취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풍성하고 다양하게 먹고 체중을 의도적으로 빼지 않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다.
특정 질환 때문에 식단을 조절하라고 처방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젊었을 때는 통하는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노년기에는 웬만하면 과체중이 낫다고 얘기를 한다.<BR> 괜히 체중 줄이려고 적게 먹고 하다가 식품 다양성에서 벗어나 양질의 섭취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풍성하고 다양하게 먹고 체중을 의도적으로 빼지 않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다.<BR>  /조선비즈

젊었을 때는 통하는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노년기에는 웬만하면 과체중이 낫다고 얘기를 한다.
괜히 체중 줄이려고 적게 먹고 하다가 식품 다양성에서 벗어나 양질의 섭취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풍성하고 다양하게 먹고 체중을 의도적으로 빼지 않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다.
/조선비즈

참고 자료

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and aging(2024) DOI: https://doi.org/10.1016/j.jnha.2024.100314

BMJ Open(2020), DOI: https://doi.org/10.1136/bmjopen-2019-035573

JAMA Network Open(2023),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3.6185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의 직무도 정지해야

의회 독재로 나라 멍든다
일종의 무고죄, 세비 반납하라
탄핵 남발은 직권남용보다 해악
국회 해산 절차도 부활을

 

"불신 국회 해산하라". /뉴스1

"불신 국회 해산하라". /뉴스1

국회도 잘못하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불체포-면책 특권을 포기하라는 말은 이제 그만두겠다.
입만 아프다.
국회에 윤리위와 의원 제명 규정을 뒀다지만 국민 눈을 속이려는 위장망에 불과하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에게 무시당한다.
의무 조항은 있는데 벌칙이 없다.
그걸 ‘훈시적 의무 조항’이라면서 당연한 것처럼 뻗댄다.
최초 입법 취지는 있었겠으나 이젠 퇴색했다.
행정 독재가 아니라 의회 독재로 나라가 멍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로지 차기 선거에 의해서만 책임진다는 오만한 자기 기만에 빠져 있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로 꽃피우는 게 아니라 선거로 망한다.
포퓰리즘이라는, 합법을 가장한 매표 시스템에 따라 파탄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탄핵 소추는 국회가 휘두르는 기소 권한이다.
그러나 인기 영합적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국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삼권분립에 체크 앤드 밸런스가 상호작용으로 살아 숨 쉰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그 공직자의 직무는 정지되고 기능은 마비된다.
탄핵 대상은 부처의 장(長)일 경우가 태반인데, 소추만으로도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고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 손실의 일차적-직접적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이 있기까지 최장 180일(6개월) 동안 그렇다.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그걸 발의한 의원들은 일종의 무고죄를 저질러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셈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 당장 임박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 선거로 의회를 갈아치울 때까지 4년은 너무 길다.

국가의 권능은 입법-사법-행정이란 솥발 세 개를 딛고 정립(鼎立)하는 최상위 존엄이자 구성체로서 존재한다.
국가의 권능은 하위 구성체에 불과한 국회-법원-정부를 삼엄하게 다스리고 거느려야 한다.
특히 국회가 정파적-극단적 진영 프레임에 갇혀 표준적인 대의민주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능은 솥발 세 개에 균평한 상호 견제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삿된 견제로 기회를 남발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탄핵 남발에 따른 국민적 피해는 반드시 구제하고 변상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 남발은 행정부의 직권남용보다 몇 배 더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먼저 남발의 싹을 잘라야 한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의 탄핵 발의는 특정 정권의 임기 5년 동안 3회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현대 스포츠의 핵심적 특징 중 한 가지는 비디오 판독에 있는데, 요청 횟수가 제한돼 있다.
무한정 용인하면 경기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정 운영을 긴 기간 중단시키는 탄핵 요청에 있어서랴.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소추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의정 활동도 6개월 동안 정지돼야 한다.
이 기간 세비도 반납해야 한다.
아울러 기각된 탄핵 소추안에 무고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할 ‘탄핵 남용 의혹 특검법’이 자동적으로 발동돼야 한다.

최고 존엄인 국가의 권능은 대개 신상필벌(信賞必罰)로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밝힌다.
‘신상’의 대표적 표현이 사후까지 국가 유공자를 모시는 입법과 정책 실천이다.
‘필벌’은 자국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 내외의 가해 세력에 재산 변제 혹은 신체 구속의 책임을 끝까지 물음으로써 완성된다.

제대로 발전한 자유 민주국가는 신상은 후덕하게 베풀고 필벌은 가혹하게 징치함으로써 존엄과 권능을 격상하는데, 그래야만 국민들이 국가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고양하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세련된 형식의 국력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통계상 잡히는 국가 사이즈와는 크게 관계없는 일이다.

다음 개헌 때는 ‘국회 해산 절차’를 부활시켜야 한다.
한비자는 국가가 신상필벌을 해야만 백성이 전쟁터에 나선다고 했다.

이재명은 왜 민심 외면하고 성벽을 쌓을까 [조선칼럼 윤태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이재명 44.9% 대 김두관 37.8%
당원 상대 경선 결과는 이재명 9 대 김두관 1 수준
당심과 민심 차이 너무 커
그럼에도 이 상황 외면하는 건
다가오는 재판 결과 두려워
방어태세 굳건히 하겠다는 건가

 

4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 광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등이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민생우선 경제회복'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BR> /뉴스1

4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 광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등이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민생우선 경제회복'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전당대회가 별 관심을 못 끌고 있다.
지난 4일 광주·전남 경선을 마친 상황에서 당원 투표율은 26.47%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도 전북 20.28%, 광주 25.29%, 전남 23.17%에 그쳤다.
경기(10일), 대전·세종(11일), 서울(17일) 일정이 남았지만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장마 이후의 폭염, 파리 올림픽이라는 외부 악재 탓도 있겠지만 자해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치열했던 여당 전당대회와 판이한 일방적 흐름이 가장 큰 요인이다.
호남 경선까지 해서 이재명 대표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6.97%에 달한다.
차점자인 김두관 후보는 11.49%에 불과하다.
이대로 경선이 진행된다면 이 후보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득표율 77.77%보다 훨씬 더 높은 숫자를 기록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높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현실 정치를 오래 겪은 사람들은 “DJ는 김상현, 정대철 같은 2진들을 수면 아래에서 일부러 밀어줘서 주류 7, 비주류 3 정도로 당의 구조를 짰는데 이재명은 그러지 못하니 문제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인위적 판짜기는 이제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에서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정당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각각 얼마만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 규정을 보면 민주당의 일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30%로 국민의힘 20%에 비해 훨씬 높다.
1기 이재명 체제 이후 민주당에서는 당의 허리 혹은 기득권 격인 대의원들의 힘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은 14%에 달한다.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 웬만한 당협을 가도 ‘평민당 때부터 활동한, DJ 시절을 회고하며 국회의원들을 훈계하는 40년 원로 당원’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지난 십여 년간 이합집산, 당명 변경을 거듭했던 국민의힘은 영남과 강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의원 체제를 제대로 유지할 능력조차 없다.
그래서 전당대회에 반영하고 싶어도 못한다.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민주당 ‘권리당원’ 규모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세 배에 달한다.
리더의 장악력도, 당의 산증인인 대의원 구조도, 당비 내고 활발히 참여하는 당원의 양과 질도 민주당이 모두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분명히 민주당과 이재명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문제의 본질이다.
사실 양당이 전당대회에 반영하는 ‘일반 여론조사’는 자기 당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모든 정당 지지자와 정치 무관심층을 포괄하는 일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따로 봐야 한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7월 8~9일 전국 유권자 1001명 전체를 대상으로 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무선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에선 이재명 44.9%, 김두관 37.8%로 그 격차가 7.1%p에 불과했다.
대체로 이재명 9 대 김두관 1로 나타나는 당심(지지층)과 민심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렇게 괴리도가 높아지면 피로도가 높아진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낮은 까닭이다.
피로도가 높아지면 다시 괴리도가 높아진다.
즉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런 악순환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강성 지지층에 리더십을 발휘해서 당을 민심 쪽으로 이끌고 가서 괴리도를 낮춰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일극’ 소리를 듣는 이재명에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당대회장에선 최고위원 후보들이 “내가 이재명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여의도에선 원내대표 이하 의원들이 탄핵과 특검에만 매진하고 있다.
의원들이 이탈할까 싶어 강제 당론으로 지정해 놓은 법안만 수십 개에 달한다.
뻔한 해답을 외면하는 꼴이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다 .

지난달 여당 전대 기간 동안 한동훈은 오는 9월·10월에 이재명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정치적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발언 속에 이 미스터리의 해답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민심을 좇아 중원으로 나가긴커녕 성벽을 높이 쌓고 해자를 깊이 파서 방탄 아니 방어 태세를 굳건히 한다는 것은 이재명도 한동훈 말에 동의한다는 것 아니겠나?

성인(聖人)들이 생고생하는 나라

인간을 짐승과 구별시키는 결정적 세 가지가 있다면, ‘과학’과 ‘예술’과 ‘종교’일 것이다.

평소 스님과 목사님 등 여러 종교 사제(司祭)들의 말씀에서 공부를 얻곤 한다.
삼국 시대와 통일신라 시대의 승려 원효(元曉)에 대한 대중적 키워드로 ‘해골’과 ‘파계(破戒)’를 들을 수 있다.
원효는 승려 의상(義湘)과 두 차례 당나라 유학을 시도한다.
34세 때인 650년에는 고구려 국경 경비대에 잡혔다가 풀려나는 바람에 실패했고, 45세 때인 661년에는 당항성 부근 횡혈식 석실 파묘(破墓) 안에서 잠을 자다 비몽사몽 어둠 속에서 마신 달고 청량한 물이 아침에 깨어 보니 해골에 담긴 더러운 물이었음을 알고는 ‘크게 깨달아’ 신라로 발길을 돌리고, 의상만 계속 당나라로 향한다.

이후 저술과 기행(奇行)을 오가던 원효는 무열왕과의 ‘암호 풀기식 소통’ 끝에 요석 공주와 동침해 장차 유학(儒學)의 거목이자 이두(吏讀)를 집대성하게 되는 설총(薛聰)을 낳았다.
이게 이른바 ‘원효의 파계’인데, 불교사에 자리 잡은 해석은 다음과 같다.

당시 신라 불교는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었고, 삼국 간 전쟁이 5세기 60회, 6세기 50회, 7세기 150회로 백성들은 참화와 도탄에 빠져 있었다.
이에 원효는 파계로 신분을 강등해 민중 속으로 들어가 가르치고 치료해주는 고육책(苦肉策)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무지몽매한 사람들조차 모두 부처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원효의 교화 덕이다.
” ‘삼국유사’에 적힌 바다.

무엇보다, 원효는 파계 즉시, 무열왕의 사위로 지내기는커녕, 승복을 벗고 스스로를 소성거사(小姓居士)라 낮춰 부르며 살았다.
파계로 인해 원효는 신라 종단과 상류 사회에서 ‘왕따’ 당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복권된 것은 고려 시대에 이르러서다.
그럼에도 불교 이론에 있어서만큼은 숨어서라도 추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원효의 업적과 사례는 한반도, 중국, 일본에 차고 넘쳤다.

직접 인도에서 가져온 새로운 경전들과 학식으로 7세기 동아시아 불교를 ‘창조적 혼란’에 빠뜨렸던 ‘서유기’의 등장인물 삼장법사 현장(玄奬)을 논리로 제압한 것도 원효였다.
아무 종교인이나 제 교리와 도덕에 파계를 일삼고는 스스로를 원효에 빗댄다며 크게 웃으시던 어느 스님의 호탕한 한탄이 기억난다.

얼마 전, 국가적 범죄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 위인이 자신을 면회 온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 당선자 여러분들도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그래주고 있듯 ‘대속(代贖)’을 해줬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그리스도에게 적용하는 신학적 용어와 그 개념을 사용했다 한다.

저런 더러운 소리를 멀쩡히 듣고 앉아 있는 국회의원들은 한탄도 아깝지만, 국민들 역시 자업자득이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압축된 거울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 성인(聖人)들이 이 나라에선 생고생이시다.
사기꾼이 원효가 되고 부처와 예수 행세를 하는 그런 지옥이라면, 차라리 짐승의 세계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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