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니다, ‘○○방’ 들어간 기자

 


주간뉴스레터 166호 | 2024.8.29
이미행복벗은 SNS에 셀피 자주 올려? 프로필은? 2호😎도 종종 올리는 편인데, 내려야 할지 고민이야. 내 사진을 누가 퍼가서 이상하게 쓰면 어떡하나 걱정되거든.
 
혹시 이미행복벗도 같은 고민하고 있어? 딥페이크, 텔그램방, 지인능욕방…. 끔찍한 단어들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잖아. 윤석열 대통령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나섰고 말야.

직접 ‘딥페이크 사이트’에 들어가 봤어. 사진을 넣고 요구사항을 입력하니 끝. 1분 만에 만들어진 나체 사진은 소름 끼치게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웠어. 가짜란 티가 전혀 나질 않더라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합성된 내 나체 사진이 떠다닌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어. 

당장 모든 사진을 삭제하려다가 문득 생각했어. 왜 내가 하고 싶은 걸 참아야 해? 벌을 받아야 하는 건 가해자들이잖아. 그들을 싹 다 잡아들일 순 없을까? 대체 언제까지 여성이 불안해하고, 조심하고,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이번 주는 텔레그램 불법합성방에 들어가 취재한 기자를 불러냈어. 끔찍하지만 그래도 두 눈 부릅뜨고 불법합성방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보자. 혈압 주의하고.😡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 ‘불법합성방’의 실체
  2. 한 번 물어봤다: OO방 들어가보니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환경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로이터 연합뉴스
📂‘불법합성방’의 실체

성범죄방은 곳곳에 있었다
  • 지난 5월 ‘서울대 n번방 범죄💡’라 불리는 사건을 통해 텔레그램💡방(불법합성방)의 실체가 드러났어. 서울대 졸업생들이 졸업사진이나 SNS에서 구한 여성 동문의 사진을 이용해 불법합성물을 만들고 뿌려왔던 거야. 무려 5년이나. 공범 4명 중 한 명은 어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 불법합성물은 특정 인물의 신체를 딥페이크💡 기술로 다른 사진·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을 뜻해. 불법합성물은 흔히 딥페이크물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딥페이크는 특정 기술을 가리키는 가치 중립적인 단어잖아. 그보단 성적 모욕감을 주는 디지털 성범죄란 뜻을 품은 불법합성물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아.  
  • 서울대에 이어 인하대에서도 불법합성물 사건이 터졌어. 피해자 대다수는 인하대 재학생이거나 동문이었는데, 불법합성방엔 1200명이 들어가 있었대.
  • 몇몇 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녔어. 지금까지 확인된 대학별 불법합성방은 70개나 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합성방도 있고.  

사진은 그저 시작이었다
  • 불법합성방 종류엔 끝이 없어. 특정인을 아는 사람을 모으는 겹지인방(겹지방), 특정인의 불법합성물을 무더기로 올린 ‘ㅇㅇㅇ의 능욕방’, 이런 방들의 링크를 모아둔 링크 공유방,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한 여군방까지 말야. 심지어 여동생의 불법합성물을 만드는 가족방도 있어. 
  • 규모도 어마어마해. ‘봇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제작방은 유료인데도, 21일 기준 22만명 넘게 참여하고 있어. 여기서 만든 불법합성물은 다른 방들로 공유되고. 여군 불법합성물은 이모티콘으로 제작돼 재미로 쓰였어. 
  • 자신의 불법합성물이 떠돌아다니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아. 하지만 일부는 아주 끔찍한 방식으로 알게 되기도 해. 가해자가 사진을 보내며 성희롱하거나 가족·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거든. 그때부터 피해자의 세상은 지옥이 되는 거고. 친구나 지인이 가해자니까 고통이 더 클 수밖에 없겠지.
  • 불법합성물 성범죄 신고도 늘고 있어. 2021년 156건, 2023년 180건이었는데, 올 1~7월엔 벌써 297건이 접수됐어. 불법합성물을 삭제해달란 요구도 2020년 473건에서 지난해 7187건으로 크게 늘었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청소년
    •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불법합성물 피해자의 90.3%는 10대와 20대였어. 올해 1월~8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불법합성물 삭제를 요청한 781명 중 37%는 미성년자였고. 
    • 가해자도 같은 또래야. 불법합성물 성범죄 10대 피의자는 2021년 51명에서 올해(1~7월) 131명으로 늘었어. 전체 피의자 중 73%나 돼.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면 쉽게 딥페이크 기술에 접근할 수 있잖아.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소년도 마찬가지고. 일부 10대 사이에선 불법합성물 범죄가 가벼운 장난이나 놀이가 됐단 분석도 나와.  
    •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공포에 시달리고 있어. 자녀가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으니까.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가 만들어지기도 했어. 교사들도 충격을 받고 있고. 
      💡  하이라이트
    n번방 범죄: 2019년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아동·청소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
    텔레그램(Telegram): 러시아 출신 형제가 개발해 2013년 출시한 무료 인터넷 메신저
    딥페이크(Deepfake): AI기술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
    봇 프로그램: 로봇 프로그램. 자동화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기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
    불법합성물 유료 제작방. 텔레그램
    n번 반복되는 이유
    • 텔레그램방에서 성착취가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야. ①텔레그램의 익명성과 보완성: 텔레그램은 텍스트가 철저히 암호화돼 있어. 본사를 수시로 옮기고 서버 위치도 비밀에 부치고.
    • 협조도 안 해. n번방 수사 당시 경찰이 7차례 텔레그램 대표 계정으로 수사 협조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을 한 통도 받지 못했대. 그러니 성범죄뿐 아니라 마약 밀래, 돈세탁 같은 범죄가 텔레그램에서 이뤄지고 있어. 결국 텔레그램 최고 경영자인 파벨 두로프는 24일 범죄를 방치한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 ②성범죄가 아니란 인식: 물리적인 접촉이 없단 이유로 성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 가해자는 물론 수사기관도. 그러다 보니 사건은 반복되는데, 피해자들은 경찰에 피해를 접수하기도 쉽지 않대. 잘 안 받아주는 거지. 

    유포 증거만 없으면 ‘무죄’ 
    • ③솜방망이 처벌: n번방 사건 후 2020년 6월 딥페이크 처벌법💡이 만들어졌거든. 이후 2년간 판결문을 분석했더니 불법합성물 범죄자 18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건 단 1명.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 거지. 
    • 법의 사각지대가 너무 커.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불법합성물을 만들고 시청하는 것만으론 처벌이 어려워. 유포할 목적이 입증돼야 하거든. 
    • 유포 혐의가 인정돼도 법정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해. 불법 촬영·촬영물 유포(7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은 동일)보다 낮아. 사진·영상이 가짜든 진짜든 피해자는 똑같이 수치심을 느끼는데, 형량 차이가 큰 거지. 
    • 일 안 하는 국회: 2021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에서 낸 권고안 중 19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어. 심각한 불법합성물 범죄를 시급하게 해결하려는 국회의원들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불법합성물 성범죄를 “과대평가된 위협”, “급발진 젠더팔이”라고 할 정도니 말야.

    왜 여성이 조심해야 하나 
        • 경찰에도, 법에도 기댈 수 없는 여성들은 ‘셀프 구제’에 나섰어. SNS 사진을 지우거나 가해자를 찾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걸 여성들도 알고 있어. 범죄 때문에 여성이 조심하고 움츠러들 필요가 없단 것도. 다만, 불안하니까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을 뿐이지. 전문가들은 피해 즉시 전문기관·단체 도움을 받으라고 권고해.
        • 방심위💡가 텔레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 플랫폼과 협력을 강화해 영상을 빠르게 삭제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는데, 기업이 협조해야 효과가 있겠지?
        • 해외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라도 불법합성물 영상을 삭제하도록 규정한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한국도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와. 텔레그램 앱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브라질 사례도 참고하면 좋겠지.  
          💡  하이라이트
        딥페이크 처벌법: 성폭력처벌법에 신설된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14조의2) 조항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1년 8월 만들어진 법무부 산하 조직
        방심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 내용과 인터넷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민간 독립기구

        🎙️️불법합성방의 실체를 어떻게 알았어?

        💬지난주 사회부로 발령되자마자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이 크게 터졌어. 텔레그램 방 하나에 참가자가 1200명이나 됐어. 분명 이런 방이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 숫자가 많은 걸로 봐선 쉽게 그 방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란 궁금증도 들었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지난 20일 옛 트위터, X에 딥페이크라고 검색해 봤어. 바로 불법합성방으로 유인하는 게시글들이 뜨는 거야. ‘인하대 사건’이 터진 후인데도 말야. 인기글 상위 3번째에서 소개하는 링크를 눌러봤어. 그랬더니 22만7000명이 들어가 있는 불법합성물 제작방에 접속되더라고. 엑스에 검색한 후부터 방에 들어가기까지 대략 10초?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뭐? 22만명? 거기서 뭘 하고 있었는데?

        💬요즘 많은 회사에서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잖아. 자동으로 묻고 답할 수 있는 방식 말야. 이 방도 봇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방에 입장하면 ‘지금 바로 좋아하는 여자의 사진을 보내라’는 문구가 떠. AI가 만든 가상 여성 사진을 찾아서 넣었더니 ‘5초만 기다리세요’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정말 5초 뒤에 뚝딱 그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을 만들어주더라.


        🎙️️5초?

        💬응. 조금 더 상체가 많이 나온 사진을 넣으니 ‘7초만 기다리세요’라는 문구가 뜨더니 합성된 나체 사진이 만들어졌어. 


        🎙️️어떤 사진을 넣었어? 

        💬AI가 만든 여성 사진 2개를 구해서 만들었어. 


        🎙️️합성인 게 티 나지 않아? 조악할 거 같은데. 

        💬아니. 합성 사진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사진이 나와. 심지어 합성물을 만든 뒤엔 특정 부위 크기를 조정하는 버튼까지 나왔어. 


        🎙️️운영자는 왜 그런 걸 해줄까?

        💬돈을 내야 하거든. 내가 지금까지 말한 사진 2장과 특정 부위 크기 조정까진 무료였거든. 3번째 사진부턴 다이아를 사라고 하더라고. 


        🎙️️다이아? 

        💬쉽게 말해 그 텔레그램방에서 통하는 가상화폐야. 사진 하나당 1다이아(0.49달러, 약 650원)를 받는데, 10다이아부터 100다이아까지 살 수 있어. 더 많이 살수록 할인해주는데 100다이아를 사면 40~50%를 할인해주는 식이야. 결제는 암호화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 ‘크립토’로 이뤄져. 돈을 내기 싫다? 친구를 초대하면 추가로 제작을 이어갈 수 있어. 


        🎙️️봇 프로그램이면 운영자와 대화는 불가능해? 

        💬응. 제작방은 오로지 여성의 사진을 나체 사진으로 만들기 위한 기능만 갖추고 있어. 그 방에 들어온 다른 사람과도 대화할 수 없고 혼자 프로그램을 쓰는 거야. 


        🎙️️다른 방은? 

        💬링크 공유방, 링공방이야. 또 다른 불법합성방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이지. 일반 링공, 봇 링공, 겹지방 링공, 지인능욕방 링공, 능욕방 링공처럼 세분화 돼 있어. 각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링크를 찾는 거지. 


        🎙️️여기선 대화가 가능하고?

        💬응. 다만, 이방에선 링크만 공유해. 불법합성물 제작이나 유포는 이뤄지지 않아.


        🎙️️링공방에선 참가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눠? 

        💬지인능욕방의 경우 참가자가 부천 있나요? 서울 강서구 있나요?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또 다른 이용자가 해당 링크를 보내줘. 그럼 해당 지인능욕방으로 들어가는 거지.


        🎙️️그 방으로 들어가면? 

        💬피해 여성 사진을 합성해서 주고받고 조롱해. 겹지방은 같은 팀 고나린 기자가 들어갔는데, 1300명이 참여하고 있었대. 이런 방은 전국 70여개 대학방으로 나뉘고. 지인의 학과나 학번, 이름을 올리면 별도 방으로 이동해 그 여성에 대한 불법합성물을 만들고 주고받는 거지. 피해 여성의 이름을 딴 ‘김아무개 능욕방’까지 있더라니까.


        🎙️️여군방은 어떻게 찾은 거야? X에 검색해서? 

        💬구글을 이용했어. 범죄에 이용될 수 있어 자세하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구글에 텔레그램방을 검색하는 키워드를 넣어서 찾았어. 능욕방, 겹지방, 여군방 이런 식으로. 그렇게 10개 넘는 방에 들어간 것 같아. 여론이나 수사를 의식해서인지 지금은 많이 폭파됐다고 하더라고.


        🎙️️여군방은 어떻게 운영돼? 

        💬여군을 대상으로 불법합성물을 만드는 여군방에선 제작, 유포, 대화가 모두 이뤄져. 참가자가 850명 정도 됐는데 글은 운영자만 쓸 수 있었어. 방 공지에도 ‘운영자 개인 텔레로 여군 사진을 보내라’고 돼 있고. 참가자들이 운영자에게 여군 사진을 보내면, 운영자가 합성물을 만들어서 유포하는 방식인 거지. 


        🎙️️방에 들어갈 때 조건은 없어? 참가비를 내거나, 특정인 사진을 보내거나.

        💬24일까지만 해도 그 방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개방이었어. 참가자들에게 뭘 요구하지도 않았고. 근데 ‘인하대 사건’이 터지고 불법합성물 기사들이 나와서인지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됐더라고. 직접 들어갈 순 없어서 방 안 참가자인 제보자에게 방의 모든 내용을 캡쳐해서 받았어. 26일 내가 쓴 기사가 나간 뒤론 방이 완전히 폭파됐대. 


        🎙️️제보자가 먼저 연락했어? 

        💬응. 아직도 제보자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몇 살인지는 몰라. 근데 혹시나 자기 사진이 떠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들어간 텔레그램방에서 여군방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만 알아. 이 분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내가 접근해 취재 요청을 한 거지. 


        🎙️️어떤 사진이 오갔길래?

        💬가장 충격적인 사진이 있었는데…. 여성 군인이 남성 군인 10명 정도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어. 훈련을 끝나고 찍었는지 다 같이 웃으며 브이를 하고 있었거든. 


        🎙️️군복을 입고?

        💬응. 여군이 사진 중간쯤 있었는데 여성만 나체로 만들어 놓은 거야. 


        🎙️️모자이크 없이?

        💬응. 남성도 여성도 모자이크 없이. 도대체 이 사진을 어떻게 구해서 합성한 걸까 생각해봤더니 너무 끔찍하더라고. 왜냐면 이 여성이 개인 SNS에 올렸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함께 땀 흘린 동료 군인이 가담자일 수도 있는 거잖아. 이모티콘도 충격적이었어. 


        🎙️️이모티콘도 만들어? 

        💬텔레그램 스티커 기능 알지?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낸 체리따봉 같은 거 말야. 남성 군인 2명과 여성 군인 1명이 찍은 사진인데, 군 내부에서 찍은 진급 사진 같았어. 근데 여성 하체를 나체로 불법합성했더라고. 순화해서 말하면 ‘‘내가 진급한 이유는 이것. 따봉!’이란 멘트가 들어가 있고. 일상 사진이 아닌 공적인 사진이, 그리고 여군을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닌 성착취 대상으로 본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어. 


        🎙️️속이 안 좋아. 너무 끔찍하다. 남성 피해자는 없었어? 

        💬응. 내가 본 사례는 100% 여성이었어. 


        🎙️️왜 그런 걸 계속 만드는 거야? 

        💬운영자가 참가자들에게 계속 사진을 보내라고 부추기더라고. 얼마 전 강원도 인제 육군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숨진 훈련병 사건있잖아. 이 사건을 꺼내면서 ‘우리도 복수하자’란 식으로 범죄 동기를 일반화 하는 거지. 


        🎙️️여군방이 보도된 뒤 국방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 않았어?  

        💬국방부는 수사는 경찰이 하니, 우린 협조하겠다 정도야. 근데 여군방엔 군 내부 인트라넷에서만 구할 수 있는 증명사진이나 공무원증이 범죄에 활용됐거든. 이런 사진은 접근 권한이 설정돼 있다고 하더라고.


        🎙️️사진을 내려받은 사람을 쉽게 찾겠는데?  

        💬내부 인트라넷 접속기록만 파악하면, 그러니까 의지만 있으면 찾을 수도 있는 거지. 권한을 따질 게 아니라 발본색원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내야 하는 게 아닐까. 


        🎙️️군인방도 끔찍한데, 믿을 수 없는 방도 있더라. 근친방, 가족방 말야.

        💬X에 누가 모자이크해서 올린 건 봤는데, 직접 들어가진 않았어. 차마 누르기 힘들더라고.

        전국 70개 대학의 불법합성방. 텔레그램

        🎙️️가해자들이 사진을 만들고 돌려보기만 하는 건 아니지? 

        💬응. SNS에서 만난 피해자가 있었는데, 그의 경우 DM(다이렉트메시지)으로 모르는 사람, 심지어 외국인에게 연락이 온다고 했어. 성적인 욕설과 함께 말야. 한 두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됐다고 해. 


        🎙️️SNS 계정까지 공유한 거네. 얼마나 무서웠을까

        💬여군방에선 운영자가 참가자들에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특정 여군에게 불법합성물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고 반응을 담은 인증샷을 보내는 거야. (피해자한테) 직접 연락이 오는 건 전화번호까지 노출된 경우지. 근데 본인 사진이 불법합성물로 이용되고 있는 걸 모르는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 같아. 


        🎙️️여교사방도 있었던 거지?

        💬맞아. 불법합성물 피해자, 중학교 교사를 인터뷰했는데 “가해 학생에 대한 원망, 방관하던 다른 아이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며 “아이들을 품어줄 수 없는 교사”라고 자책하는데 마음이 아팠어. 전문가들은 불법합성물 피해자도 불법 촬영 피해자와 비슷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해. 게다가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니,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저 사람인가,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하다 보니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고 말야. 


        🎙️️요원이 지난 2년간 젠더팀에 있을 때도 불법합성물 범죄 기사를 썼잖아. 그때랑 지금이랑 어떻게 달라? 

        💬이번에 불법합성물 제작방에 들어갔을 때 기술이 이렇게 빨리 진화했단 사실에 굉장히 놀랐어. 5초면 합성인지 모를 만큼 감쪽같은 불법합성물이 만들어지니까.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쉽지 않았거든. 기술자에게 돈을 주고 불법합성물을 만들게 시키는 것처럼 돈이 들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진 거지. 


        🎙️️그래서 10대 가해자들이 많은 건가?

        💬불법합성물 성범죄를 좀 더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마치 놀이처럼 말야. 10대들도 돈 들이지 않고 쉽게 누군가를 성착취할 수 있는 환경이 돼버린 거지. 심지어 변호사들하고 통화해보면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이 여전히 불법합성물을 경미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다고 해. 


        🎙️️어느 정도야?

        💬1년 전쯤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신고하려고 집 근처 경찰서에 갔더니 신고를 받아주지 않더래. 결국 몇 군데 경찰서를 돌고 난 뒤에야 겨우 신고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전문가들은 불법합성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


        🎙️️이준석 의원의 인식도 심각하더라.

        💬이 의원이 제작방 이용자가 22만명이 아닌 726명이라면서 “위협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얘기했더라. 이 의원 말과 달리, 보도가 나간 뒤 제작방 참가자는 40만명으로 불어났거든. 이 의원에게 묻고 싶어. 그 메시지가 가해자들에겐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단 걸 아는지.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가해자 규모를 줄이고 피해자들이 겪는 위협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말야.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백래시(반발성 공격)는 없었어? 

        💬직접적으로 나를 공격하는 메일은 없었어. 22만명이 아니라고 발끈하는 메일은 몇 통 왔어. 


        🎙️️공격당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건 있었어. 어제 새벽에 새로 만들어진 방이 있어. 거기 공지에 ‘뉴스에 나오더라도 쫄지 말고 지능(지인능욕)해라, 모든 것을 능욕해라, 기사를 쓴 기자도 능욕해라’고 돼 있더라고. 


        🎙️️보도를 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뭐야?

        💬한겨레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지키려고 했어. 최대한 피해자 관점에서 쓰려고 한 거지. 이번 사건도 ‘그런 사진을 SNS에 올린 피해자가 문제’란 사람도 있거든. 범죄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지 않도록 했어. 표현을 톤 다운하려고 했고.


        🎙️️톤 다운? 순화했단 건가?

        💬언론사가 쓰는 표현인데 선정적인 표현을 지양하는 거지. 직접 본 불법합성방은 정말 경악스러운 수준이었거든.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지? 입에 담기 어려운 정도로 말야. 취재한 기자 입장에선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사건이 보도되는 것만으로 피해자에겐 2차 피해가 될 수 있잖아. 독자의 불안만 더 키울 수도 있고. 그래서 꼭 필요한 부분만 기사에 담으려고 노력했어.


        🎙️️불법합성방 운영자를 처벌할 순 있는 거야?

        💬취재 과정에서 경찰에게도 연락을 많이 받았거든. 근데 여군방만 해도 당시 제보자가 방에 있던 운영자 20명의 아이디와 범죄 사실을 캡쳐해뒀거든. 그걸 설명했는데 그 방이 어제 폭파된 거지. 그러니까 경찰이 그럼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 


        🎙️️단서가 하나도 안 남았다고? 

        💬경찰 말은 운영자 아이디의 경우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거래. 우리가 프로필 이름을 바꾸듯이 말야. 그러니까 그걸 캡쳐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지. 되게 답답하지? 


        🎙️️가해자를 어떻게 잡아?

        💬직접 경찰이 해당 방에 들어가서 위장수사를 하는 거야. 운영자와 라포를 쌓아서 운영자에게 믿음을 얻고, 정보를 하나씩 얻어서 잡는 수밖에 없는 거지. 


        🎙️️방이 몇 갠데 어느 세월에 잡아. 잡으면 처벌은 가능해? 

        💬그것도 쉽지 않아. 2020년에 딥페이크 처벌법이 만들어졌거든. 문제는 경찰이 가해자를 잡아도 유포할 목적이 증명돼야 해. 불법합성물을 만들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론 처벌할 수 없어. 예를 들어 제작방의 경우도 운영자가 불법합성물을 참가자들이 만들도록 한 거지 유포하진 않았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해야 해? 

        💬관련 조항에 ‘유포할 목적’이란 부분을 빼고, 불법합성물을 만들거나 가지고만 있어도 처벌받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잡힌다’는 강력한 메시지 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 국회에선 관련 법안들을 내고 있긴 한데, 이것만으론 부족해. 


        🎙️️왜? 

        💬결국 성착취자가 불법합성물을 본 건지, 만든 건지, 유포까지 한 건지 정확하게 알려면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해야 해.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등 대응 TF에서 제안한 대책엔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시 앱스토어에서 (게시물 삭제시까지 일시적) 앱 삭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어. 브라질 등 10개국이 텔레그램 앱 삭제와 같은 법적 대응을 했고.


        🎙️️텔레그램을 아예 못 쓰도록 했다니, 대단한데? 여성은 뭘 해야 할까?

        💬수많은 불법합성방 존재가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던 건 직접 텔레그램방을 찾아 나서고 공론화한 피해자와 여성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 지금도 피해자와 연대해 애써주시고 계신 여성분들께 감사하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나를 포함해 한겨레 기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싶어.  

          🖐️  하이파이브
        1.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여성의 공포가 커지고 있어.
        2. 불법합성방 가해자와 피해자는 10대·20대로, 피해가 매년 크게 늘고 있어. 
        3. 가해자는 성적 모욕하는 합성물을 만들 뿐 아니라 피해자를 직접 공격도 해.
        4. 불안한 여성들이 자구책을 쓰고 있는데, 대안을 찾아야 하는 건 정부와 국회야.
        5. 딥페이크 처벌법에서 ‘유포 목적’을 없애고, 텔레그램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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