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뒤집힌…그게 대통령실이 내놓을 해명이냐

 


관점의 관점+
베테랑 언론인들이 오늘 신문을 리뷰하고,
맥락과 관점을 더해 전합니다.
 


하루만에 뒤집힌…그게 대통령실이 내놓을 해명이냐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영부인 김건희 여사 기사가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다. 확인도 되지 않은 의혹만 떠드는 게 아닌지 불안감도 있다. 법석을 떨었는데, 진실을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허망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대통령실로서는 왜 확인도 안 된 추측을 언론이 연일 대서특필하느냐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계속 떠들어댄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침묵한다. 다른 사안에 즉각 반응하던 태도와 사뭇 다르다. 겨우 해명이라고 내놓은 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당사자들에게 반박당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 반박이 더 설득력이 있다.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의 처신답지 않다.

곧바로 뒤집힌 대통령실 해명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가 쏟아내는 말은 믿기지 않지만, 털어버릴 수도 없다. 거짓말이라면 바로 탄로가 날 말들이다. 흘러가는 정황은 사실로 믿게 만든다. 명 씨는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대선 때 내가 한 일을 알면 모두 자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는 “대통령하고 (텔레그램을) 주고받고 (여사와) 수시로 통화했다”, “총리를 천거했다”, “대선 단일화에 관여했다”며 자신이 대통령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흘렸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해명이 석연치가 않다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은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을 통해 명 씨를 처음 만나는 등 정치인 소개로 두 차례 자택에서 만났다. (대선) 경선 막바지 이후 윤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라고 해명했다.

이준석 의원은 9일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명 씨가 이 의원과 윤 대통령 사이의 세 번째 만남을 주선했고, 윤 대통령이 이 의원보다 먼저 명 씨와 아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또 이 의원은 “2022년 10월, 11월에 있었던 일에 대해 명 씨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명 씨가 2022년 9월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한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대통령실 해명은 ‘김 여사’는 빼고, 윤 대통령만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의도적 거짓말’로 추측하게 되는 대목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 여사가 명태균 휴대전화로 ‘남편을 만나 달라’고 했다”며 “2021년 7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처음 식당에서 만났을 때 명 씨도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해명과 전혀 다르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은 두번 만났다는 해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렇다면 두번 이외 다른 자택 방문 때는 김 여사를 만나 조언한 게 아니냐는 더 큰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사인에 불과한 명 씨가 역시 공적 권한이 없는 김 여사를 통해 국정과 당무에 개입한 ‘비선의 비선 농단’”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는 대통령실에서도 성역?

명 씨가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들만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등 한둘이 아니고,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메신저 역할도 했다고 동아일보는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만 부풀린 셈이다. 조선일보는 “해명이 늦고, 그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만들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길래 이토록 금방 들통날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김 여사는 대통령실의 공식 브리핑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용산에 (박근혜 청와대 시절의) ‘십상시’ 같은 4인방이 있다. 여사가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 먹는다”라고 말하는 녹취 파일이 8일 공개됐다. 김 씨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냥 다 얼굴마담”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공식 조직이 허수아비고, 김 여사의 비선이 실세들이라는 말이다.

시간을 놓치면 정직한 해명조차 못믿는다

민주당은 김 여사만 공격한다. 특검법을 계속 밀어붙인다. 상설특검을 민주당 마음대로 임명하려고 규칙을 바꾼다. 이재명 대표는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윤 대통령의 임기 중단을 연일 언급한다. 헌법재판관 추천을 미뤄 일주일 뒷면 헌법재판소가 마비될 위기다. 없는 의혹도 부풀리는 판이다. 대통령실은 무얼 믿고, 뒷북치고, 헛다리만 긁는지 알 수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다. 동문서답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해명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해명해도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오늘의 추천

한겨레┃사설
더 큰 의문과 반발만 키운 대통령실 ‘명태균 해명’

조선일보┃사설
명태균은 뭘 믿고 협박하고, 용산은 뭐가 켕기는 게 있나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