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언론인들이 오늘 신문을 리뷰하고, 맥락과 관점을 더해 전합니다. |
과락 수준 대통령 회견…이달중 비서실장 교체 등 용산 대대적 인사로 만회 노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개최한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은 2시간하고도 20분간 진행되며 26개 언론사의 질문을 소화했다. 대통령은 고개를 숙였고 몇가지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언론은 박한 점수를 줬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가시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 과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사 문제'를 묻는 질문에 본질을 피해가거나 에둘러 말하는 식으로 답하다보니 '대통령은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거나. 모른 척하면서 그저 두루뭉술하게 사과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워낙 기대를 안했고, 말실수로 대형사고 가능성마저 우려했는데 나름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얘기도 나오기는 한다. 사설들을 보면 중앙일보는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응급수술이 필요한데, 달랑 소화제 하나 처방 받은 느낌"이라며"핵심은 김건희 여사 의혹과 구설인데 대통령의 인식엔 별로 달라진 게 없었고 '김영선이 좀 해줘라'는 육성이 공개된 마당에 '누구 공천 줘라 얘기는 해 본 적이 없다'고 한 것도 어리둥절한 해명이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머리 숙여 사과는 했고 가감없이 질문을 받기도 했다"며"자주 국민과 소통의 접점을 마련하고 각계 원로를 폭넓게 만나 국정에 적극 반영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어찌됐든 사과” “육 여사도”… 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 부인의 억울함과 공로를 전하기에 급급한 답변에선 반성과 성찰, 쇄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며".러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2년 반도 그 문제를 안고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더 큰 의문을 남겼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에서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며 "이른바 ‘김 여사 라인’은 모두 정리하는 게 옳다. 아니면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것이다. 쇄신 개각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각종 잘못을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2시간 2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일관되게 '김건희 특검' 관철을 주장해온 한겨레와 경향은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특검을 "삼권분립 체계 위반"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점을 맹공했다. 한겨레는"‘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선동이라는 윤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 자신이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이 바로 야당이 특검을 추천한 대표적 사례인데, 이 무슨 황당한 주장인가. 윤 대통령이 말하는 헌법은 도대체 어떤 헌법인가"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특검 제도마저 부인한 윤 대통령, ‘마지막 기회’ 걷어찼다"에서 "마지못한 사과는 공허했고, 의혹마다 궤변과 견강부회식 주장으로 일관했다"며" 현직 대통령이 특검 제도 자체를 부정한 건 법치 부정이다. (중략)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 정치적 후폭풍에 대한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가장 강경하다. 다만 국민일보는 "尹 사과했으나 의혹 해소는 미흡… 쇄신 약속 꼭 실천해야"에서 가장 후한 평가를 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공개석상에 나와 직접 사과하고 김 여사 활동 제한을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고를 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표한 것도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요구해온 국정 전환 및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힌 점도 평가할 만하다.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에 대해서도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고 당과 빠른 속도로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논란에 대해선 "(국민이) 사실관계를 상세히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측면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회견 행간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4대 의중 ① 사과는 90도로 하되 구체적 언급은 불가=친윤계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두루뭉실한 사과'를 히는 한편 '김건희 특검'은 '3권 분립 파괴'를 이유로 거부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걸 사과한다고 하면 그게 바로 야권의 공격의 시발이 된다. 박근혜 정권이 그래서 무너진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국민에 90도 각도로,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 불통과 외고집 인상이 해소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특검에는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사과할 건 사과하고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인 것이다. 친윤계 소식통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특검 들어가는 순간 여당 의원들 전화기부터 털린다. 다 죽는다'는 걸 안다. 게다가 민주당이 특검 이유로 든 13개 의혹중 법적으로 가능한 것은 전무하다는 게 용산 판단"이라며"명품백은 처벌조항이 없고 도이치 모터스 주가 의혹도 법리적으로 기소가 어려운만큼 특검은 막아낼 명분이 충분하기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대표가 던진 특별감찰관 카드는 "야당이 쳐다보지도 않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② 윤·한 갈등 묻자 '초심' 언급=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언론에서 갈등을 자꾸 부추기는 것 아닌가”라며 “중요한 것은 늘 초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소식통은 "검사 시절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패밀리급으로 가까웠던 사이였고, 한 대표가 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거쳐 여당 비대위원장이 된 과정도 전적으로 윤 대통령 덕분임을 '초심'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즉 한 대표의 '지금'의 위치는 윤 대통령과의 인연 덕분인만큼 그 인연을 명심(초심)하며 언론 플레이 등 외곽 때리기 대신 물밑에서 당정관계를 조율하면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서울법대, 검찰 선후배 사이로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시절 한 대표가 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의 미움을 받아 지방과 한직을 떠돌았는데, 자주 전화하고 주말에는 서울에서 식사하며 서로를 위로한 사이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집권 뒤 이런 한 대표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고 지난해 12월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도록 힘을 썼지만 올들어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친윤계 소식통은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의원들 30명이 (특검에) 동요한다. 막기 힘들 수 있다'며 압박하고 야당에게 던져야할 특별감찰관 카드를 대통령에게 던지는 등 자꾸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 '초심'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초심' 공세에 한동훈 대표는 7일 내내 침묵했다. 본인이 제언한 '3대 요구+1'이 7일 회견에서 명시적으로 수용되지 않은 점에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꼭 1주일뒤인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 1심 선고가 내려지는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대통령의 '초심' 드라이브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②이달중 대통령실 인사 가능성=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7일 회견에서 "임기 반환점(11월10일)을 맞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친윤계 소식통은 "이달 중순 외교일정이 끝나고 귀국하는대로 대통령실 인사 쇄신이 단행될 것"이라며"늦어도 11월안에는 대통령실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이달안에 교체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복수의소식통은 "후임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거론되나 이중 가능성 높은 후보는 원희룡 전 장관"이라고 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원 전 장관은 9월 이후 두차례 용산에 들어가 윤 대통령과 독대했으며 통상 대통령의 정치인 면담에 배석하는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 자리에 없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권영세 의원이 원희룡 전 장관을 비서실장 적임자로 추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식통은 "원 전 장관 측근들은 원 전 장관의 비서실장행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묻고다니고 있는데 원 전 장관을 아끼는 인사들은 '김건희 라인이 먼저 정리돼야 원 전 장관이 비서실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펴고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원 전 장관은 자신의 비서실장 하마평과 관련해선 침묵을 지키며, 주변 의견을 경청만 하고 있다고 한다. ③김건희 라인 정리=김 여사를 업고 전횡을 저지른 의혹을 받아온 '김건희 라인'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비서실장과 수석 등 대통령실 수뇌부 인사를 하는 김에 함께 일부를 솎아내는 식으로 정리될 공산이 크다고 여권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여사랑 친해 2년반전 윤 대통령 집권과 동시에 용산에 들어온 오래된 비서관, 행정관들 일부가 수뇌부 인사하는 김에 함께 솎아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사표를 낸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관광에는 경험이 전무한데도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돌며 정권에 부담을 줘왔기에 사장 임명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지난달 21일 대통령과 차담 당시 강훈 전 비서관과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의 공기관장행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비서관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직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데 '김건희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해 여권에서 불가론이 확산되고있다. 소식통은 "김 전 비서관 역시 임명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했다. ④김 여사의 전면적 페이드 아웃=윤 대통령은 당초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이미 중단했지만 해외순방 등 외교만큼은 국익을 위해 활동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장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해외 순방에 김 여사는 동행하지 않을 방침임을 7일 대통령실이 전했다. 논란이 되온 여사의 전화번호도 바뀔 전망이다. 여권 소식통은 "김 여사의 전면적인 페이드 아웃(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는 효과)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권 전반의 여론이라 대통령실이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