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이성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대부분 사람들은 “난 가짜 뉴스에 쉽게
속지 않아”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간의 뇌는 의외로 거짓과 기만에 취약하다.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약 50%가 가짜 뉴스를 잘 판별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 모든 가짜 뉴스를 정확히 찾아낸 사람은 고작 4%에 불과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쉽게 거짓말에 속는 것일까?
사람들이 허위 정보에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로
알려진 현상이다.
이는 동일한 거짓 정보라도 반복해서 노출되면 친숙해지고, 결국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인지적 오류다.
1977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진술이라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마치 그 문장이 점점 ‘진실’에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터무니없는 거짓을 끊임없이 반복해 대중이 진실로 믿게 만드는 ‘큰 거짓말’ 전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선전가들이 직관적으로 활용해온 수법이다.
나치 독일 역시 이 전략을 능숙히 사용한 대표적 사례였다.
한편, 음모론적 사고 역시 인간의 인지적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음모론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고 분명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다루기 어려운 국제정치나 경제 위기 같은 문제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세력’이나 ‘비밀 조직’을 등장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하나의 커다란 플롯으로 엮는다.
이런 단순하면서도 극적인 서사는 독자들이 직면한 불안과 무력감을 달래주고, 자신이 특별한 ‘진실 추구자’라는 착각을 심어준다.
결국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음모론을 받아들이며, 거대한 퍼즐로 여기는 세계관을 강화한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한 번 뇌에 스며들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정정하고 바로잡아도 잘못된 정보는 그 자체로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이 흐르면 내용은 흐릿해져도 “어딘가에서 들은” 인상이 남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특정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완전히 반증된 주장도 끊임없는 반복과 공유를 통해 일부 사람들의 머릿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다.
이는 단지 의도적 선전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공유되는 사소한 소문이나 농담조의 게시물조차도 반복해서 마주치면 잠재적으로 사실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진실 샌드위치’
전략이다.
사실을 먼저 제시한 뒤, 거짓 정보에 대해 명확히 경고하고, 그 거짓이 왜 잘못되었는지 논리적으로 폭로한 후, 다시 사실을 강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거짓 정보 반복에 길들여지지 않고, ‘왜 그 정보가 잘못되었는지’ 인지적으로 숙고할 기회를 얻는다.
또한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진실’을 유창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복잡하고 난해한 진실은 귀찮고 어렵게 느껴지는 반면, 단순하고 선명한 거짓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므로 팩트는 정확히, 쉽고 친숙한 언어로, 자주 전달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허위 정보나 음모론적 사고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결코 이상적인 팩트 체크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측면, 그리고 사회적 소속감과 정체성에 따라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한다.
어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정치적·문화적 성향이 맞는 기사에 눈길을 더 오래 머물게 하며, 반박 증거를 접하더라도 기존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음모론자와의 논쟁은 쉽지 않다.
반박 근거를 제시하면 할수록 “이 반박 역시 거대한 음모의 일부”라는 식으로 더 큰 음모론을 확대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신 연구들은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유연하게 태도를
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고 분명한 정정 정보가 제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점차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교육 수준, 비판적 사고 능력, 정보 확인 습관이 허위 정보나 음모론에서 멀어지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진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보 출처를 꼼꼼히 살피는 습관을 들이며, 어떤 헤드라인에 직감적으로 끌리기보다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만성적 피로를 호소한다.
이럴 때일수록 반복되고 친숙해진
정보에는 질문을 던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잘못된 정보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진실을 향한 꾸준한 관심과 비판적 사고라는 인지적 방패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누군가의 강한 주장이나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이것이 사실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무엇일까?”라고 자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의 기존 신념을 확인해 주는 정보일수록 더욱 의심해 봐야 한다.
진실은 때로 거짓보다 복잡하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진실의 속성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증거를 찾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바로 ‘포스트 트루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참고 도서 : 거짓의 프레임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 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의 담화문 일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확신’과 ‘망상’을 오가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 필리프 슈테르처의 저서 <제정신이라는 착각>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1. 확신하고 싶어 하고, 확신을 고집스럽게 부여잡고 싶어 하는 경향은 심리학적으로나
진화적으로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확신은 가설에 불과하므로,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관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중요한 전제다.
2. 많은 음모론은 오히려 자기편에서 합리성을 주장하고, 공식적 여론을 엉터리에
비합리적이라며 비난한다.
음모론은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것이 네 생각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부분과 ‘주류’ 언론,
정치 내러티브가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부분에서 음험하고 비밀스러운 음모를 발견한다.
음모론은 종종 자신의 발언이 검증될 수 없기에 반박될 수도 없는 상황을 활용한다.
슈투트가르트의 미국 연구자 미하엘 부터는 음모론에 대한 자신의 저서 <겉보기와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의 책 제목으로 음모론이 어떤 가정에서 출발하는지 이야기한다.
즉 우리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속아 넘어가 원래의 진실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 음모론의 대전제다.
많은
음모론의 공통점은 이른바 증거로 볼 수 있는 것을 들먹이면서 이성의 옷을 입은 척한다는 것이다.
음모론은 지배적이고 공식적인 이론에 위배되거나 최소한 그런 이론에 의문을 들게 만드는 관찰을 부각한다.
3. 그럼에도 음모론이 많은 사람에게 그럴듯하게 여겨지는 것은 지각과 사고의 왜곡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모든 사건에서 원인 혹은 의도를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이용한다.
우리는 순수한 우연이나 카오스를 참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일 더하기 일’을 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단순한 설명을 좋아하고, 인과관계, 패턴을 찾아낸다.
심지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부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권모술수나 어떤 힘을 찾아낸다.
우리는 이웃한 사건을 서로 연결한다.
그 사건들이 그냥 서로 우연히 가까이 있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사고는 이런 인지 왜곡에 취약해 종종 비합리적 판단에 이른다.
음모론이 꽃피는 아주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4.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단호히 거절한다.
반대로 그들은—음모론에 대한 그들이 보기에 굉장히 압도적인 증거 앞에서—공식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의 값싼 이론에 넘어가는 멍청한 무리를 순진하면서도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살펴봤고, 여러 연구자가 설득력 있게 입증했듯 음모론적 생각은 본질상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이다.
음모론은 자신의 불합리성을 위해 우리의 맹점을 이용하는데, 이런 맹점은 생각보다 더 크다.
우리는
맹점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얼마나 큰지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것이 맹점의 본질이다.
스스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관찰하고 성찰하는 것은 맹점을 드러내는 데 적합하지 않는 방법이다.
맹점을 확인하려면 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실험이 필요하다.
5. 따라서 학문적으로 입증된, 이런저런 인지 편향은 우리가 신념을 만들고 유지하는
면에서 종종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게끔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는 걸 의식하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우리가 인지 편향을 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현상도 그 자체로 인지 편향으로 맹점 편향blind spot bias이라 불린다.
우리는 인지 편향에 대한 맹점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인지 왜곡을 보지 못하는 맹점 편향은 우리가 합리적이라는 환상을 갖게끔 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와 스스로의 신념을 인식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비합리성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6. 우리는 여러 결정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지 직감적으로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는 설명하기 힘들어한다.
종종 자동적으로 실행되고 보통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빠르고 간소한 휴리스틱을 직감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정으로 우리는 대체로 아주 잘 살아간다.
이것들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유용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런 행동 방식은 오류 관리 이론과 비슷하게 진화 과정에서 이유가 있어 우리의 인지능력에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이런
휴리스틱과 직감적 결정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잘 기능한다.
빠르고 단순하게, 그리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여기서도 다시금 진화의 우선적 관심은 진실에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휴리스틱을 도구로 빠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기초로 결정하는 것보다 자연선택에는 더 중요한 것이다.
직감에 따른 결정은 때로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적응적일 수 있다.
7. 따라서 휴리스틱에 따라 직감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의견을 형성한 뒤 확증
편향을 통해 이런 의견이 빠르게 확신으로 굳는 것이다.
시간과 계산 능력이 제한됨을 감안할 때 이런 식의 행동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상대적으로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기에 적응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인식적-합리적으로 정확한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해도 비용-편익의 비율을 고려할 때 상당히 잘 기능하는 결과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비용-편익 계산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현실을 규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 시점이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용적인 의미에서) 직감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이런 직감적 결정을 확신으로 만드는 토대로 삼는 것이 전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다.
8.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확실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확신이 사실은 그리 확실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뇌가 부여하는 정확성과 무관하게,
확신은 언제든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
뇌가 예측 기계로서 아주 유능하게 확신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이런 확신을 굳건히 고집한다 해도, 확신은 가설일 따름이다.
게다가 확률에 의거할 뿐 아니라, 미래에 우리에게 돌아올 유익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가설인 것이다.
밖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9. 망상의 중심 특성은 모순되는 증거나 이성적 반대 논지가 있어도 교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확신을 굳게 고수하는 것이 결코 망상만의 특성이
아니라 확신의 본질에 속한다는 것도 확인한 바 있다.
망상적 확신은 망상적이지 않은(이에 대해 잠시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확신보다 더 교정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사실 망상과 ‘정상적’ 확신 사이에 명백한 카테고리적 차이는 없다.
카를 야스퍼스도 관찰했듯 망상의 교정 불가능성은 “진실에 부합하는 인식의 확고부동함과 심리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10.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자 패턴을 찾고, 이런 패턴을 유발할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살아가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에 주변 사건에서 눈에 띄는 패턴을 발견하면 타인이나 다른 존재가 배후에서 그런 일을 꾸민 건 아닌지 의심한다.
우연인
듯 보이는 사건들에서 패턴을 인식하는 것(클러스터 착각), 그리고 그 뒤에서 다른 이들의 의도를 추측하는 것(과민한 행위 탐지 시스템)은 굉장히 ‘정상적인’ 인간의 반응이다.
설명하기 힘든 사건의 배후에서 다른 사람들의 음모를 점치는 게 ‘미쳐서’가 아닌 것이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사회적 관계가 우리 삶에서 특별한 역할을 점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집증적 사고 경향은 다른 사람의 적대적 의도를 알아채 타인이 야기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해줄 수 있다는 면에서 적응적으로 볼 수 있다.
참고도서 : 제정신이라는 착각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신뢰받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좋은 사람’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요한 한 가지 공통점은 ‘신뢰할 수 있음’이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협력과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은 대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평판’은 타인을 신뢰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우리는 평판을 기반으로 많은 결정을 내린다.
리뷰를 보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누군가의 추천을 믿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흔하다.
평판이 좋은 사람이나 회사에 대해 신뢰하는 경향은 인간이 효율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참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신뢰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평판을
참고한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집단 지성’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집단 지성은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의견이 모여 특정 대상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선택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은, 불특정 다수의 의견이 특정 개인의 편견이나 오류를 보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참고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평판이 항상
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이나 판매자들이 리뷰 조작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신뢰도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
다수의 의견을 기반으로 한 평가가 반드시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경우, 평판은 실제 대상의 진실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평판이란 한 개인이나 기업, 혹은 제품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이미지이다.
평판은 과거 행위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집단적 의견이다.
그러나 평판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평가다.
평가자들의 경험, 기대치, 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사람이나 기업에 대해 완전히 다른 평판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평판을 악용하여 사기를 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는 월가에서 오랫동안 신뢰받는 금융 전문가였으나, 그의 명성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의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
그는 평판이 좋았지만, 실제로는 거짓된 수익률과 폰지 사기 구조를 숨기고 있었다.
그를 신뢰했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메이도프는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똑똑하다’, ‘머리가 좋다’,
‘지능이 높다’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아래와 같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세 가지 모두를 다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1. 공부를 많이 해서 후천적으로 똑똑해진 사람
가방 끈이 긴 경우(고학력)가 많다.
2. 공부와 별개로, 선천적으로 일반 지능이 높은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이면의 본질(숨겨진
패턴)을 꿰뚫는 직관력이 좋거나, 자신의 편향과 오류를 자각하고 수정할 수 있다.
3. 인간관계에서 능숙하게 처세하는 사람
공부와 별개로 영업, 사업, 마케팅
쪽으로 능력이 출중한 경우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심리학 교수이자 사회인지 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자인 매튜 D. 리버먼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똑똑한 사람’과 ‘공부를 많이 해서 똑똑한 사람(또는 타고난 일반지능이 높은 사람)’이 다르다는 걸 우리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추론 능력’과 ‘비사회적 추론 능력’(논리적/추상적/수학적 추론 등)의 신경체계는 매우 다른데다 서로 대립적으로 작동한다.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비유하자면 이는 시소와 같다.
시소의 한쪽 끝에는 사회적 사고능력이, 다른 한쪽에는 비사회적 사고능력이 놓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사회적 사고를 위한 신경망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사회적 사고를 위한 신경망은 잠잠해진다.
반대로, 사회적 사고에 몰두할수록 우리의 비사회적 사고는 비활성화되어 간다.
예를 들어, 우리가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는 사회인지 신경망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이때는 논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여하는 비사회적 인지 신경망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된다.
반대로 복잡한 수학 문제에 몰두할 때는 사회인지 신경망이 잠잠해지고 비사회적 인지 신경망이 활발해진다.
이런 방식으로 뇌는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비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사람,
즉 논리적 사고나 추상적 사고에 강한 사람은 이따금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추상적 추론이나 논리적 과제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사회적 지능과 비사회적 지능이 시소의 양 끝처럼 서로 상호 대립적인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IQ와 EQ는 시소처럼 작동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