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해킹하는 해커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죠? 사실 해커 hacker라는 단어는 1960년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처음 나왔어요. 프로그래머들이 컴퓨터 시스템을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을 '해킹(hacking)'이라고 불렀는데요. 해커는 호기심과 창의성을 발휘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가리켰어요. (지금은 의미가 변질)
1999년 시작한 해커톤
스타트업에는 해커톤이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이벤트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인데요. 1999년 6월 오픈BSD 프로젝트 팀이 캐나다 캘거리에서 최초의 해커톤을 개최한 것이 해커톤의 시초입니다. 이후 선마이크로시스템이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열면서 널리 확산됐고요,
빅테크 기업 가운데 해커톤으로 유명한 곳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메타(옛 페이스북)인데요. 메타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씨는 컴퓨터를 활용해,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몰입하는 해커들의 행동패턴을 잘 알고 있었어요. 사실 저커버그 스스로가 그런 해커였고요. 한데, 문제가 있었어요. '몰입'을 조직적으로 어떻게 확산할지 막막했대요.
이후 메타는 핵어먼스(Hackamonth)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요. 2010년 어느날, 페이스북의 인사담당자들이 문제에 직면했어요. 당장 실행해야 할 어떤 까다로운 프로젝트가 있는데, 아무도 그 일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또한번 사내에 공고문을 보냈어요. "제발 이 일을 해 줄 사람은 나와 주세요"라고요. 그랬더니 역시나. 자진해서 그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조직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
인사담당자들은 깨달았어요. 뭔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핵어먼스! 직원들이 정규 업무에서 벗어나 다른 팀에서 한 달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입사 후 한 프로젝트를 담당한지 1년이 넘은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든지, 종전 업무에서 벗어나서 한 달간 몰입해 볼 수 있게 했어요.
효과는 있었냐고요? 네 있었어요. 처음에는 3개의 핵어먼스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요. 참가한 사람 중에 완전히 몰입해서 앞으로도 ‘쭈욱’ 신규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각 프로젝트마다 한 명씩 나왔다고 합니다. (왜?) 한 달간 몰입의 힘을 배웠기 때문이에요. 현재 프로젝트에 매몰돼 흥미를 잃어가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 것이죠. "1달? 사실 난 1주일 만에 할 수 있는데...그동안 흥미가 없어서 안했던 거야."
핵어먼스 안착 후, 메타는 해커톤을 도입해요. 2007년 이었어요. (근데 뭐가 다르냐고요?) 핵어먼스는 한 달 몰입이고요. 해커톤은 일반적으로 1~2일간 열려요. 당시 페이스북 엔지니어인 페드람 케야니(Pedram Keyani)씨는 이렇게 설명해요. "페이스북이 초창기이던 시절에는 매일 밤이 마라톤 뛰는 것 같았다고 해요. 누군가가 새로운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 새야겠다고 말 하면, 진짜로 밤을 새 버렸죠."
자발적인 페이스북 해커톤
"하지만 페이스북이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은 어떤 대형 프로젝트를 이뤄내기 위해 며칠씩 같이 밤을 세는 일이 벌어지게 됐어요. 그게 바로 페이스북 해커톤의 기원인 거죠. 저는 2007년 페이스북에 처음 합류했는데요. 입사하자마자 옆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와우. 이런 놀라운 일이 있나! 저는 바로 돌아와 해커톤을 시작하는 이메일을 썼어요. '저는 이런~저런~ 일을 하기 위해 해커톤을 시작합니다. 혹시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끝나고 나서 밥은 제가 쏩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많은 페이스북 직원들이 해커톤에 동참하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는 새로운 혁신적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게 됐어요. 그걸 본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가 찾아와 엄청 칭찬을 하고 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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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은 끝없이 열렸어요. 2012년 5월 상장 전날에도 메타는 해커톤 대회를 열었습니다.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사무소는 바로 메타 본사 옆에 있는데요. 바로 앞 길 이름이 '해커의 길 1번지(1 Hacker Way)‘입니다. 또 메타 본사에 있는 광장 이름은 '해커들의 광장(Hacker Square)’이고요. 꼭 핵어먼스와 해커톤 때문은 아니겠지만, 메타의 매출액은 2007년 1.97억달러에 불과했지만 5년 뒤 20배 이상인 50.8억달러로 성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