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잘 활용하면 오히려 큰 기회 될 수도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배터리 화재에 다들 머리를 맞대고 잘 협의하면 한국이 배터리 화재 모범사례로 표준화될 수 있습니다.
이때 세팅한 한국의 기술도 같이 표준이 되면 오히려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18일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한국화학공학회 2024년도 가을 총회 및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해 최근 이어지는 배터리 화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에 계신 분들이랑 토의를 통해서 프로토콜을 같이 만들면 한국 브랜드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이 국내 최고로 꼽는 배터리 소재 연구자다.
좋은 소재를 찾아 성능이나 신뢰도를 높여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 교수는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매우 강력해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국이 배터리를 일찍 시작해 업력을 쌓은 건 사실이지만 버거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차전지는 가격 구조상 원재료 비율이 크다는 게 반도체와의 차이라며 중국은 원재료 시장도 장악하고 기술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배터리에 전방위적으로 막대한 자본과 사람이 투입된다며 중국은 체계적으로 미래 전지, 현재 전지, 공급망,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전체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은 앞으로 이차전지 분야에서 '처절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배터리 인력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교육 제도, 취업 구조, 인구 감소, 이공계 전공과 의대 사이의 불균형 등이 다 물려 있다며 차세대 연구 인력의 경쟁력이 우리나라 30년 미래에서 시장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산학연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과 경쟁하는 관점에서 한국은 나라가 작고 예산도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조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기업이 열심히 하지만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계에서는 기초적인 성을 쌓고 그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 상용화 관점에서 차근차근 올라가야 모래성을 안 쌓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학연이 조직력을 발휘하려면 경쟁사 기술 등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고급 정보는 대부분 대기업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기업 기술 보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은 잘 모르겠지만 회색 지역에서 멋지게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터리 연구 중국 따라잡기 어려워…산학이 참신한 전략 내놔야

홍영준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

홍영준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이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JEJU)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BR> 제주=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홍영준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이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JEJU)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주=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는 경쟁과 상생을 함께 해야 합니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소듐이온배터리의 경우 중국이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규모를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이같은 배터리 경쟁 국면에서 한국이 전략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산업계와 학계의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홍영준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은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JEJU)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진단하며 ”올해부터한국화학공학회 내부에신설된 배터리산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중국에 뒤지지 않기 위한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사장은 서울대 공업화학과 학사를 거쳐 동 대학에서 고분자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에서 무기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3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이차전지연구소장에 부임했다.

한국화학공학회는 화학 응용에 관한 학문과 기술의 발전 및 보급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국내 학술단체다.
7000여명의 회원과 10개 업무위원회 및 13개 부문위원회로 구성됐다.
이번 학술대회부터산업계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새롭게 분야별산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번에 출범한 배터리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소장은 산업위원회가 산업계와 학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선 단순히 한 회사가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며 ”위원회를 중심으로 산‧학이 연계해참신한 전략을 제시하길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친환경 배터리를 꼽았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선 폐배터리에서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 가능한 원료를 뽑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기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산업계의 유망한 관심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선 향후 핵심 원료를 확보하는 데에서 경쟁력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산소를 제거한 리튬황 등 다양한 원료가 주목받고 있는데, 추가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싸게 추출할 수 있는 ‘가성비’ 원료가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소듐이온배터리에 대해선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듐이온배터리와 관련한 학계의 현재 과제는 가장 효율이 높은 배터리 구조를 찾아내는 것인데, 이 분야에 어마어마한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을 한국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일부 기술에선 한국이 중국을 앞서갈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경쟁할 부분과 상생할 부분은 구분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자는 어떻게 난자에 달라붙을까…AI가 밝혔다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가 정자와 난자의 결합 방식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BR> EzumeImage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가 정자와 난자의 결합 방식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EzumeImage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안겨준 인공지능(AI)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예측했다.
과학자들이 예측 결과를 동물에 적용한 결과, 예측이 실재임을 확인했다.

빅토리아 E. 데네케 오스트리아 비엔나 바이오센터 연구원팀은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융합하는지 확인한 논문을 17일 국제학술지 ‘셀 투데이’에 발표했다.
앞선 4월에는 아르네 엘롭슨 스웨덴 스톡홀름대 생화학과 교수팀이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e라이프’에 게재했다.
두 팀 모두 AI 기술을 이용해 정자와 난자의 상호작용을 살폈다.

두 팀의 연구는 제브라피쉬, 쥐, 인간 단백질 대상으로 진행됐고 정자가 난자에 달라붙기 위해 여러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정자의 머리에 위치한 3개의 단백질이 난자 세포 표면에 고정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는 실험은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AI를 이용한 ‘계산 모델링’은 생물학 분야의 매우 중요한 연구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앞서 척추동물의 수정에 관여하는 여러 단백질들을 발견했다.
2005년에는 수컷 쥐의 특정 유전자를 삭제하면 정자가 난자에 융합하지 못한다는 점이 발견됐다.
해당 유전자에는 ‘이즈모1’라는 이름이 붙었다.
10년이 지난 뒤 난자 세포에서 이즈모1에 결합하는 단백질 수용체가 발견됐다.
이 수용체의 이름 ‘주노’다.
2020년에는 'SPACA6'이라는 유전자를 탈락시킨 쥐가 이즈모1이 결핍된 쥐와 동일한 결함을 갖게 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두 연구팀은 각각 독립적으로 알파폴드를 이용해 이즈모1, SPACA6, 그리고 또 다른 단백질인 TMEM81 등 3개의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루거나 삼량체를형성한다는 점을 예측했다.
이 단백질 복합물질은난자 세포에서 주노와 CD9라는 단백질과 더 큰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예측했다.

연구팀은 AI가 식별한 복합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브라피쉬와 쥐에서 TMEM81을 삭제하는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특정 단백질의 삭제는 정자 결함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확인했다.
또 제브라피쉬 정자 샘플에서 이즈모1, SPACA6, TMEM81이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점 또한 발견했다.

연구팀은 수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향후 불임 환자의 치료법을 찾거나 반대로 피임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AI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조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도 받았는데…AI 활용 신약 개발 험난한 이유

전문가들 화합물에 대한 이해 더 필요…신약후보물질 발견에 한정

정부가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의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AI 신약 개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지만AI를 이용해 단백질을 직접 설계하는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AI로 신약 개발을 하기까지 단백질을 넘어 '화합물'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 노벨 화학상은 인간에게 유용한 단백질 구조를 설계하고 인공지능(AI)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기여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기술은 신약 개발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AI 신약 개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다.

AI를 이용해 단백질을 직접 설계하는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AI로 신약 개발을 하기까지 단백질을 넘어 '화합물'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더 필요하며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약은 화합물…화합물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9일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영국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커 교수의 '로제타폴드'와 허사비스, 점퍼 연구원의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단백질을 설계하는 AI 모델이다.
두 모델이 신약개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허사비스 CEO는 알파폴드를 이용한 신약 개발 스타트업 ‘아이소모픽랩스’를 창업해 신약 개발에 나섰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제약기업도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생성형AI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연간 600억~11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약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약 1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다.
먼저 화합물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더 필요하다.
AI는 질병을 치료할 인체 내 특정 단백질을 찾고 이 단백질과 잘 결합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방법으로 신약을 개발한다.

문제는 신약은 보통 단백질 하나로 이뤄져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물질이 뭉친 화합물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AI가 설계한 단백질이 다른 물질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화합물이 신체에 들어갔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 등에 대해서도 예측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한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본부선임연구원은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이 복잡한 사슬 구조로 연결된 형태라며 화합물은 단백질 하나보다 더 다양한 구성요소를 갖고 있어 변수가 더 많기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화합물의 상호작용, 화합물의 결합 등을 계산하는 AI가 개발되면 신약 개발에 속도가 더욱 붙을 것이라고 견해다.

● AI 활용 신약 개발은 전체 개발 과정의 초기 단계에 불과

AI 신약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으려면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민 포스텍 교수는 AI를 이용해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단축됐지만 신약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후보 물질이 신체에서 장기나 단백질 등과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 어떤 면역반응을 일으킬지를 실험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신약 개발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실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대다수'유효물질 발굴'에 한정된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 전체로 볼 때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신약 승인까지 이어지려면 임상 테스트, 약 최적화, 독성 테스트 등 AI나 컴퓨터로 할 수 없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연구자들은 AI 신약 개발 전체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국내 '2023년도 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 발굴 사업 신규과제'의 과제제안요구서에는 '2025~2026년 개발한 모델을 활용해 임상 진입 후보 물질 발굴'이라는 목표가 적혀 있다.
과제를 받은지 2년만에 1종 이상 임상시험용 신약(IND)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비현실적인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시도하는 한 국내 연구원은 AI 신약 개발에 관해 정부가 제시하는 목표를 보면 단기간에 AI가 신약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아직 이를 이루기에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AI로 혁신적인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학 교수는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길이가 길면 길수록 구조를 예측하기 어렵고 AI로 많은 데이터를 다뤄야 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일종의 데이터 분석 장치인 GPU, CPU 등을 수백개씩 공동으로 관리하며 연구실이 자유롭게 쓰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한국은 각 연구실이 수십 개의 데이터 분석 장치를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규모 분석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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