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다.
특히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뇌의 주 에너지원이다.
뇌에 포도당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학습능력, 판단력, 집중력, 민첩성, 운동능력 등이 떨어진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근육 손실로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탄수화물은 하루 총 섭취 칼로리에서 최소 45%를 차지해야 하며 75%를 넘지 않아야 한다.
각종 연구를 종합하면 전체 칼로리의 50%를 탄수화물로 채우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문제는 어떤 탄수화물을 섭취하느냐다.
체중 조절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한 종류의 빵을 먹으면 체중감량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식품 소비 보고서 통계를 인용한 스페인 매체 코페(cope.es)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들은 연간 평균 27.35kg의 빵을 먹는다.
스페인 영양 재단(Spanish Nutrition Foundation)은 다양한 종류의 빵이 건강에 이롭지만 그중 호밀 빵이 특히 건강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호밀빵은 지방 함량이 100g당 3.3g으로 낮기 때문에 체중 감량이나 칼로리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또한 호밀의 섬유질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소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어 동맥을 깨끗하게 유지케 함으로써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재단은 또한 “호밀빵에는 뼈와 치아를 강화하는 인이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와 노인 모두에게 유익하다.
철분, 칼슘, 셀레늄, 나트륨 같은 다양한 미네랄과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신진대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한 지방산도 함유하고 있다”며 “영양소가 풍부하여 채식주의자나 비건에게 매우 유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소화기계
재단(Spanish Digestive System Foundation)에 따르면 호밀 사워도우는 장내 미생물의 혈당 수치 조절을 돕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연구에 따르면 호밀빵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더 천천히 떨어진다.
이는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 전문가들은 호밀빵이 체중 감량 식단에 적합하며, 매일 섭취할 수 있지만 과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호밀빵을 다이어트 식단에 포함시키는 사람이 많다.
최근 체중감량에 성공한 방송인 박나래도 호밀빵을 즐겨 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동핀란드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호밀은 섬유질과 영양성분 함량이 높아 일반 곡물보다 더 건강한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무엇보다 젖산과 장내 박테리아가 통곡 호밀의 건강상 이점에 기여한다.
호밀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호밀 사워도우(시큼한 맛이 나는 반죽)는 젖산균이 풍부하다.
이는 반족을 발효시켜 부풀게 할뿐만 아니라 호밀에 포함된 생리 활성 화합물을 변형시킨다.
이들은 분지사슬 아미노산과 아미노산을 함유한 작은 펩타이드를 생성한다.
이는 인슐린 대사 및 기타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밀에서
발견되는 많은 화합물은 흡수되기 전 장내 박테리아에 의해 처리되며 건강 효과를 향상시킨다.
학술지 대사체학(Metabolomics)에 발표한 이 연구에서는 사워도우에서 발견되는 미생물과 장내 미생물이 매우 유사한 유익 화합물을 생성하며, 장내 미생물은 호밀 함유 성분인 트리메틸글리신(베타인)의 유도체를 생성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주목할 만한 발견 중 하나는 호밀을 섭취하면 혈당 수치가 느리게 감소하여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알아내지 못 했다.
이 연구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호밀의 생리활성 화합물, 즉 식물화학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내 미생물은 이런 화합물을 보다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하여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이러한 이점을 더욱 강화한다.
영양과학자인 팀 스펙터(Tim Spector)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유전역학)는 자신도 호밀빵을 즐겨먹는다며 빵을 고를 때 포장지의 문구에 속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기 다이어트 앱 조(Zoe)에서 “빵 포장지의 ‘고섬유질’에 대한 기준치는 100g당 약 6g으로 매우 낮다.
대신 탄수화물 대 섬유질 비율(C:F)이 5:1 미만인지 확인하라”며 “연구에 따르면 호밀빵은 통밀
빵에 비해 신진대사와 장내 미생물 반응이 더 좋고 포만감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타나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워도우를 선택하면 빵의 소화율이 향상될 수 있으며 사워도우 빵은 기계적으로 생산된 빵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부분의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워도우 빵은 상업용 효모, 향료, 유화제 등 여러 화학물질을 첨가해 실제 사워도우의 맛을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모방한 것이기에 ‘사워도우’라고 표기되어 있더라도 더 건강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과점에서 신
한 빵을 사서 먹으라고 조언했다.
칼로리 제한 만으로 감량을 지속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줄어든 체중 1kg당 83칼로리를 추가로 요구하는 식욕 증가를 어느 순간부터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신진대사와 체중 변화를 전문적으로 측정하는 케빈 홀 연구원은 사람들의 체중 감량 방법에 따른 일반적인 체중 감량 멈춤 시점을 조사했다.
그는 사람들의 체중 감량이 멈춰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체중 감량 방법에 대한 고품질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수학적 모델로 분석해 비만학 저널(Obesity)에 최근 발표했다.
이를 소개한 CNN에 따르면 그는 수술과 약물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정체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두 배로 늘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학적 방법은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다이어트 법보다 더 오랫동안 체중 감량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섭취하는 칼로리와 소모하는 칼로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체중을 조절한다.
칼로리를 소비하거나 줄여 저장된 에너지를 연소하기 시작하면 식욕이 발동하여 더 많이 먹으라고 신호를 보낸다.
홀의 연구에 따르면 체중을 더 많이 감량할수록 식욕은 더 강해져서 처음에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했던 모든 노력을 상쇄하고 때로는 완전히 되돌릴 때까지 식욕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되먹임 기전(피드백 메커니즘)은 수렵 채집 활동을 하던 초기
인류에게는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게 함으로 써 유용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은 초가공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는 썩 좋은 작용은 아니다.
이 연구는 NIH의 후원으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됐다.
칼로리를 줄인 무리는 평균적으로 약 7.25kg의 체중을 감량했다.
정상 식단을 따른 쪽은 약 0.9kg이 증가했다.
‘CALERIE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2년 동안 계속 노력했지만, 체중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식욕이 증가하면서 12개월쯤에 체중 감소가 멈췄다.
홀은 자신의 연구가 평균을 다루고 있다며 체중 감량 정체기의 시기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홀의 모델에 따르면 이 연구에서 보고된 체중 감소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작할 때 하루 2500칼로리를 섭취하던 사람들이 하루에 800칼로리를 조금 넘게 줄여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참고로 한국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250㎉, 성인 여성은 2000㎉다.
그들의 신체는 줄어든 체중 1kg 당 약 83칼로리를 일일 칼로리 섭취량에 추가하도록 요청하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는 체중 감량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가장 낮은 체중에 도달했을 때 하루에 622칼로리를 더 섭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들이 하루에 622칼로리를 더 섭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에 800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은 더욱 커졌다.
연구가 끝날 무렵 참가자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음식에 저항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목표했던 하루 800칼로리가 아닌 약 200칼로리만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홀은 설명했다.
이로 인해 체중 감량이 멈추는 정체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예방 연구 센터의 영양 연구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가드너 박사는 예전 CNN과 인터뷰에서 이러한 피드백 메커니즘이 체중 감량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홀의 모델에 따르면 ‘CALERIE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체중이 더 많이 줄어들자 식욕이 다시 왕성해졌고 12개월이 지나자 체중 감량이 멈췄다.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생물을 포획하거나 길러서 효율적으로 희생시키고 그것을 먹음으로써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위를 갖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쾌감과 함께 죄책감이란 걸 느끼게 되었고, 병이나 재앙이 찾아올 경우 자신들이 희생시킨 것들이 내리는 벌이라고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토템 신앙 같은 게 발생한다고 보았다.
풍요로운 문명을 구축한 사회일수록 이 제의는 사치와 야만의 성격을 띠기까지 한다.
노포 얘기를 하면서 왜 이런 거창한 전제를 깔았냐면, 오늘 얘기할 음식이 바로 보리밥과 산채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1시간만 가면 양평이라는 선물 같은 고장과 만난다.
산과 물이 죄다 푸르고 맑아서 도시 사람들이 심신을 정화하기에 양평만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여기 양평에는 몇 군데 보리밥 정식을 파는 곳이 있다.
쓴소리 삼아 하는 얘긴데, 서울 사람들은 극성이라고 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에 집착한다.
귀하고 별난 음식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서울에 다 있다고 할 정도로 산해진미가 넘쳐난다.
그렇게 탐미적 생활에 젖어 있다가 문득 ‘내가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 걸까’라는 자각과 성찰이 찾아올 때가 있다.
특히 절대적 빈곤을 경험한 50대 이상 세대는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가끔 복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이때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보리밥 아닐까 싶다.
양념과 향신료 같은 걸 거의 쓰지 않은 채 슴슴하게 무친 산채 나물과 함께 말이다.
그러니까 늘 기름진 음식과 맵고 달고 짠 양념 맛에 길들여진 삶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보리밥을 먹으러 간다.
보리밥을 먹으면서 화려한 문명과 자본의 수혜에 찌든 심신을 정화한다고나 할까.
경기 양평 보리밥집 ‘사나래’는 건축 일을 하던 60대 후반의 남편이 워낙 손맛이 빼어난 아내의 음식 솜씨를 그냥 묵히기 아까워 채근해서 시작했다는 식당이다.
부부와 찬모 셋, 젊은 알바 한 사람이 부지런히 그리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다.
1인분 1만2000원인 사나래 보리밥 정식을 시키니 정갈한 산채와 밑반찬, 가자미구이와 된장찌개가 나오는데,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보리밥은 고슬고슬하니 되기가 딱 알맞고 주인 할머니가
직접 간을 하고 무쳤다는 산채 나물은 고급 사찰 음식점의 그것처럼 신선하면서도 나물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보리밥 위에 산채 나물과 계란프라이를 얹고 된장찌개를 떠넣고 잘 비벼서 한입 뜨니, 아, 정말 온몸의 세포가 깨어서 일어나는 느낌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탁한 영혼이 씻기는 느낌까지 든다.
조금만 방심하면 생존 경쟁의 장에서 나가떨어지는 도시에서, 좀 더 달고 좀 더 짜고 좀 더 매운 것의 자극을 위안으로 삼으며 바쁘게 살아온 서울 사람이라면 이 순연하고 착한 보리밥 앞에서 지극한 안식을 맛보리라. 그런데, ‘사나래’라는
특이한 식당 이름의 뜻을 주인장께 물으니 ‘천사의 날개’라는 뜻이란다.
현대인의 대속과 정화의 음식인 보리밥을 파는 집의 이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