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정/시인
채홍정/시인

글자 뜻 그대로 ‘남은 생 즐겁게 살자’ 입니다.

공자께서도 "즐기는 자가 최고"라고 했고,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젊은이 같은 노인을 만나면 즐겁다"고 했습니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을 즐기지 못하면, 그것은 웰빙Wellbeing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즐기는 것은 '지혜로운 삶' 비결입니다.

바쁘게 쫓기다가 가을을 기다리느라 봄날의 포근함을 놓치지 말고. 겨울이 되어서야 푸르렀던 여름을 그리워하지 말며, 인생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야 합니다. 

갈 곳 없고 할 일이 없어서는 더욱 아니 되며, 주책없이 완고하고 고집스러워도 안 될 일입니다. ‘잘난 체' '아는 체' 해서도 안 될 것이며, 단순하고, 순박하고, 소탈하게 ’아름다운 황혼‘은 베풀고 너그러워야 합니다. 

일이 있어 '늙을 틈'이 없어야지, 바보처럼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떨치고 나가 길을 찾아 매일 즐겨야 합니다. 

앞만 보고 산을 오르다 보면 옆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니, 조금 느리게 오르다 보면 놓치고 간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금 순간을 소중하고 즐겁게 보내는 게 '진정한 행복' 즉 오늘 하루의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 행복은 그 안에서 찾을 것입니다. 

노후의 친구는 첫째 가까이 있어야 하고, 둘째 자주 만나야 하며, 셋째 같은 취미면 더 좋습니다. 회갑잔치가 사라지고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칠순잔치도 사라진 지금! 

인생백세고래희人生百歲古來稀가 정답인 초 고령화시대에, 60대는 노인 후보생으로 워밍업 단계고, 70대는 초로初老 입문이고, 80대는 중노인을 거쳐 망백望百의 황혼길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인생길에, 장수가 좋기는 하나, 아족부행我足不行 내 발로 못 가고, 아수부식我手不食 내 손으로 못 먹고, 아구부언我口不言 내 입으로 말을 못 하고, 아이부청我耳不聽 내 귀로  못 듣고, 아목부시我目不視 내 눈으로 못 본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죽음과 다를 바 없지 않은지요,
 
 그러하니,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 최고로, 언제 어디서나 큰소리치고 사는 100세 시대 노인다운 처세법은 처음도 끝도 딱 하나입니다. 첫째도 ‘내가 쏜다’ 둘째도 ‘내가 쏜다’입니다. 누구에게나 술 한 잔, 밥 한 끼쯤 베풀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접받기보다는 한턱 쏘는 기쁨이 어떠한지요, 결코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없고, 단 한번 뿐인 일회용 인생! 이 순간 큰소리 한번 못 치면 언제 해 볼 건지요, 갈 때 자식들에게 덜 주면 되는 것을..... ,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남은 생 내일 점심은 ‘내가 쏜다’ 하고 말입니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집 팔고 땅 팔아 아들 따라 서울 가더니 아파트에서 징역살이랍니다. 자식 내외 출근할 때 개밥은 챙겨도 시부모 밥은 안 챙기니. 배곯고 등 휘면서 석사 박사 시켜 놓으니 며느리가 더 높으니, 인생은 부모 따로 자식 따론 걸 왜 진작 몰랐던가? 

품 안에 자식이지, 결혼하면 처자식 밖에 없으니 부모는 완전 뒷전이란 걸, 파출부 아줌마와 개와 고양이가 더 상전이니, 황혼 고개 남몰래 울며“얘야, 며느리야, 너희도 등 휠 날 생각해 미리 챙길 명심하거라”하며 탄식했다고 합니다.

유수불부회流水不復回 행운난재심幸運難再尋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네, 노인두상설老人頭上雪 춘풍취불소春風吹不消 늙은이의 머리 위에 내린 눈은, 봄바람이 불어와도 녹지 않네, 춘진유귀일春盡有歸日 노래무거시老來無去時 봄은 오가고 하건만, 늙음은 한번 오면 갈 줄을 모르네, 춘래초자생春來草自生 청춘유부주靑春留不住 봄이 오면 풀은 절로 나건만, 젊음은 붙들어도 달아나네, 화유중개일化有重開日 인무갱소년人無更少年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어도,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네, 산색고금동山色古今同 인심조석변人心朝夕變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지 않으나,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더라, 이처럼 우리의 삶이 너무 허무하게 풀잎에 이슬처럼 어디로 가는지요.

어느 집 대문에 ‘화내도 하루, 웃어도 하루, 어차피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쓴 글귀 이보다 더 좋은 명언이 없잖아요, 되도록이면 불평 대신 고마움으로, 부정 대신 긍정으로, 절망 대신 희망으로, 우울한 날을 맑은 날로 바꾸는 건 바로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오는 게 아닌지요.

우리말에 ‘덕분德分에’ ‘때문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요, 매사를 긍정적으로 ‘덕분에’로 살고 있는지요, 아니면 늘 부정적으로 탄식하며 ‘때문에’로 살고 있는지요. 

이제부터라도 사랑하는 당신 덕분에, 좋은 친구들 덕분에, 나를 아는 모든 분들 덕분에, 서슴없이 올곧은 마음으로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 리오니, 남은 나날 멋지게 보내시길 ..... ,